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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미숙- 현재를 즐기며 모든 일에 감사하는 ´김미숙 Life´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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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즐기며 모든 일에 감사하는 ´김미숙 Life´

ⓒ 트래비

커피향, 가을, 클래식 음악과 나지막한 라디오의 차분한 음성이 절로 떠오르는 배우 김미숙. 그녀는 ‘세상의 모든 아줌마는 어머니고 우리의 어머니도 결국은 아줌마다’라는 통념의 필요충분조건을 무색하게 만든다. 김미숙에 대한 편견과 진실 사이를 들여다본다.


얼마 전 영화 <말아톤>에서 주인공 초원이 역의 조승우 못지않은 인기를 얻은 김미숙. 그녀를 인터뷰하기 전에 주워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보기와 다르게 굉장히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었다. 배우이자, 유치원 원장이었고, 공부 욕심 많은, 유능한 라디오 진행자 등등, 다방면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는 김미숙의 프로필을 수집하고 열심히 질문거리들을 챙기면서도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매니저가 먼저 차에서 내리며 최근 드라마 촬영 강행군으로 인해 그녀가 상당히 지친 상태라고 언질까지 준다. ‘까탈스러운 성격에 피로에 지친 이지적인 이미지의 여배우’라니, 생각만 해도 긴장이 됐다.


드디어 화려한 프린트의 반다나를 두른, 젊고 세련된 이미지의 그녀가 피곤한 기색이 언뜻 보이긴 했지만 온화하게 웃으며 등장했다. “여행잡지라고 해서 여행 가는 기분 내려고 새로 장만한 옷인데 괜찮아요?”라며 말을 건넨다.
올해 47세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맑은 피부와 화려한 자태가 돋보였다. 영화 <말아톤>에서 생활인으로서의 평범한 어머니를 연기했을 때도 “아줌마로서의 모습도 멋스럽다”는 평을 들었던 그녀가 아닌가. 어쩜 주름 하나 없이 곱냐고 묻고도 괜시리 찔려 ‘움찔’했다. 여배우에게 그런 질문은 실례가 아닐까. “아유~ 화장을 해서 그렇죠. 자세히 보면 주름도 보이고 촬영 때문에 지쳐서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하며 기분 좋게 되받아친다.

프로는 아름답다

인터뷰 준비에 있어서도 매체의 성격을 연구하고 의상에서부터 헤어, 메이크업까지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마치고 밤샘촬영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다.


“설령 내가 힘들고 똑 같은 일(인터뷰)을 되풀이하는 것일지라도 상대방에게는 중요한 일일 텐데 최선을 다해야죠. 늘 매니저에게도 당부하는 것이 우리가 칼자루를 쥐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공생공존이니 최선을 다하자는 거에요.”


스스로도 인터뷰를 이끌어 봐서 그런지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고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끄는 능력이 남달랐다. ‘진행자’로서의 그녀가 궁금했다.
“상대방은 내가 초대해서 온 손님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해 최대한의 애정을 갖고 가장 돋보이는 점이나 좋은 점을 보려고 해요. 그 사람의 약력은 기본이죠. 최대한 그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 해요.”


겉도는 대화가 아니라 사전에 인터뷰 대상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서 ‘내면’까지 이야기하려고 노력한다.


한번은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공연 때, 부산한 객석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려 연주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준비되지 않은 객석’에 대해 김미숙 자신이 연주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단다. 연극을 해본 사람으로서 그런 상황에서 연주자가 작품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십분 이해하기 때문이다. 1년 후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를 인터뷰하게 됐다. 이전 공연을 관람하며 느꼈던 얘기로 분위기를 풀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는 세계 어느 나라의 관객들보다 한국 관객이 높은 수준이라며 칭찬했다고. 아마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도 겸손하게 자신의 공연을 즐기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그녀 앞에서 한국 관객을 나무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만날 때는 본인이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매너를 갖춘다.

 

ⓒ 트래비

 

여행하는 그 순간을 즐겨라!

“여행일기요? 그런 거 안 써요. 사진도 안 찍는데요. 눈만한 사진기가 어디 또 있겠어요? 사진을 찍으면 내가 본 게 이게 다가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들면서 실망하게 되더라고요. 여행의 추억을 기록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여행을 하는 그 현재를 즐겨요."


결혼 전에는 아침에 눈 떠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어디든 갔다. 혼자 하는 여행도 좋지만 마음이 잘 맞는 동행자가 있는 편이 심심하지 않고 더 즐겁다. 여행 중에는 심신이 고단할지라도 부지런히 열심히 돌아다닌다. 미련 없이 기꺼이 즐기겠다는 자세 때문인지 조용한 시골도 좋고 미개척지도, 번잡한 도시도 좋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손으로 꼽기가 무척 힘들다. 어렵겠지만 독자에게 추천해 줄 만한 여행지를 권해 달라고 부탁했다.


“음... 앙코르왓이요. 한 10년 전쯤 갔어요.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을 때였는데 참 신비로웠어요. 어떻게 모래벌판에 그런 사원들을 만들었을까. 반면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얼마나 백성을 착취했으면 이 거대한 사원이 존재할까...” 거대한 나무뿌리와 뒤엉킨 타프롬 사원, “원달라(one dollar!)”가 아니라 “천원만!”을 외치던 캄보디아 아이들. 잔혹한 킬링필드의 역사의 현장 등 캄보디아의 많은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매일 아침연속극 촬영에, 라디오 생방송에, 아이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주위에서 ‘아프지 않은 게 용하다’고 할 정도로 바쁘지만 조만간 SBS 아침드라마 <여왕의 조건>이 끝나면 결혼 7주년 기념으로 허니문으로 갔던 하와이로 가족 여행을 계획 중이다.

 

삶, 여행, 모든 것에 ‘감사’

 인터뷰 초반의 다소 피곤한 기색이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사그라든다.
“한의사가 그러는데 말을 많이 할수록 기운이 나는 체질이래요. 오죽하면 선배가 너처럼 수다 많이 떠는 사람이 없다며 ‘조용한 왕수다’라고 별명을 붙여 줬겠어요.”


끝을 보는 치정극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기준으로 봤을 때 괴로울 것 같아 내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페이스풀(unfaithful)>같이 중년 여성의 로맨스를 다루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면 출연할 의사도 있다. 특히 장동건같이 매력적이고 열정을 가진 성실한 후배 연기자와의 연기라면 변신도 시도해 볼 만하다며 농담을 건넨다.


사전에 전해들은 그녀에 대한 ‘잘못된 정보’ 덕에 기대를 크게 안 해서일까, 소탈함을 즐기면서 문화적 해박함이 빛나고, 조용해 보이지만 수다스럽고, 진지할 것만 같은데 장난스러운 농담까지 건넬 줄 아는 김미숙의 ‘자연스러운 아이러니’에 도취돼 버렸다.


들어도 들어도 좋은 말, 많이 할수록 좋은 말인 “감사합니다”. 작은 칭찬 한마디에도 잊지 않고 “감사합니다” 하고 건네는 그녀.
잇단 흥행 성공과 두루두루 사랑받는 현실에도 그녀는 감사해했다.
그렇기에 많은 조건을 갖춰야 가능한 여행 또한 ‘감사’라고 정의하는 김미숙. 사인을 요청한 팬에게도 잊지 않고 적어 건네는 말도  “감사합니다”이다.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과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현재를 즐기는 삶의 태도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나이듦의 즐거움을 아는, 감사하며 사는 그녀의 ‘삶’이 더욱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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