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① 일상의 탈출, 몽골 대초원을 가다 "
"몽골 ① 일상의 탈출, 몽골 대초원을 가다 "
  • 트래비
  • 승인 2007.06.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래비

날이 따뜻하고, 바람이 산들 부니, 바람 따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이럴 땐,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뛰어드는 것이 상책이다. 몽골 푸른 초원 위에 하얗게 놓인 게르에서의 하룻밤과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서 벌이는 허르헉 파티. 길도, 울타리도 없는 초원에서 자유롭게 말을 타고, 자유를 만끽해 보자. 대초원 위, 자연에게서 길을 빌려 사는 칭기즈칸의 후예를 만나면, 칭기즈칸의 열정이, 향취가, 그 역사가 느껴진다

글·사진  박정은 기자
취재협조  컬쳐투어 culturetour.co.kr 02-730-5838

웬일인지 날씨가 나의 일탈을 도와주지 않는다. 바람과 안개 속에서 5시간의 지연, 3시간도 채 안 되는 그곳에 가기 위해 꽤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 칭기즈칸의 장엄한 기개를 생각하면 몽골이 나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 줄 리 만무하다. 그래, 이만큼 기다리게 했으니, 뭔가 더 보여 주겠지!    

하늘에서 보이는 몽골의 초원이 손톱만 했다가, 손바닥만 했다가, 드디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재빨리 하늘에서 손가락으로 초원을 ‘이~만큼’ 짚어 본다. 이만큼은 맘껏 달리고, 내 안에 품어 오리라. 


ⓒ트래비

1. 호스타이 국립공원에서는 지프를 타고 이동하면서 야생동물의 생태를 살펴볼 수 있다
2. 만취르 사원에 오르는 길. 초원에 세워진 게르앞에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셈베노, 몽골!

“셈베노(안녕하세요)!” 몽골에 도착하니, 대륙의 향내가 콧속으로 파고든다. 몽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칭기즈칸’이다 보니, 몽골 사람을 호전적인 전사의 이미지와 동일시 해왔었다. 막상 그들을 만나고 보니 순박하고 정이 넘쳐 흐른다. 일단 우리와 얼굴이 닮아서일까, 지나는 사람들마다 그저 자연스럽고 편하기만 하다. 

몽골에는 하절기가 되면 낮이 길어지는 ‘백야’가 찾아온다. 보통은 한국보다 한 시간이 느린 몽골이지만, 하절기에는 서머타임제를 실시해 백야 기간에는 한국과 시차가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서머타임제가 폐지돼 여름에도 한국과 한 시간의 시차가 생긴다. 낮이 길어 몽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좋아했는데, 한 시간을 더 번 느낌이다.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길가에는 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고, 심지어 양떼들이 도로 한복판을 막아서고는 겁도 없이 길을 건넌다. 이쯤 되면 도로 옆에 초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초원 위에 자연에게서 길을 빌려 도로를 얹어 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푸른 초원, 하얀 게르… 꿈 같은 일탈

울란바토르에서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대초원 위에 점점이 하얀 게르가 나타난다. 간간히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덜컹거리는 통에 솔솔 몰려 오던 잠도 깨고, 길가를 지나는 말이나 낙타, 이따금씩 양떼를 몰고 지나가는 목동 등 자연의 볼거리를 놓치지 않는다.

이렇게 두 시간여를 달리면 호스타이(Hustai)라는 지역이 나온다. 이곳 국립공원에서는 관광객들이 ‘게르’에 머물면서 몽골을 피부로 느끼고 간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에게 꽤나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호스’는 자작나무를 뜻하는데, 자작나무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 이름도 호스타이다. 게르에 앉아서 바라보는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몽골의 서비스다. 게르 숙박은 1인 기준, 1박에 35달러로 새로운 체험을 시도하는 데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트래비

1. 테를지의 나무 게르. 여름이면 이곳 초원 위의 외국인 체험을 위한 하얀 게르들이 자리를 잡는다
2. 게르의 내부 모습. 게르 한가운데 난로가 자리하고 있다
3. 초원에서는 이따금씩 귀여운 양떼들과 마주친다
4. 테를지의 승마체험
5. 전통음식 허르헉

하늘 아래가 내 집이로세

몽골인들은 전통적으로 이동식 텐트 가옥인 ‘게르(Ger)’에서 생활해 왔다. 60년대부터 현대식 아파트가 건설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많은 수의 몽골인이 게르에서 생활한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조차도 게르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게르는 기본적으로 둥근 나무 골조와, 펠트 덮개로 만들어져 있는데, 적게는 한 시간에서 많게는 다섯 시간이면 분해와 이동이 가능해 유목생활에 적합하다. 골짜기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집, 큰 산을 뒤로한 아늑한 집을 원한다면, 주위를 둘러보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내 자리를 ‘찜’한 뒤 두어 시간 ‘뚝딱’ 하면 나만의 집이 생긴다.

게르 중앙에는 난로가 있는데, 몽골인들은 예부터 불을 조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게르를 세울 때, 난로 터를 가장 먼저 잡는다. 난로 앞에는 장작이나 마른 말똥 등의 연료를 넣는 상자를 놓고, 긴 의자나 테이블, 세면대, 취사용 아궁이, 침대 등을 둥근 벽을 따라 배치한다. 보통 게르에 들어가면 환영의 의미로 말 젖을 발효시킨 ‘아이락’이라는 술을 받게 되는데, 이 술을 넣는 마유주통도 게르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게르 생활  

작은 게르 안에도 법칙이 존재한다. 게르 안은 남성과 여성, 신성 구역으로 나뉘는데, 하늘이 보호하는 남성은 게르에 들어가면 왼쪽으로, 태양이 보호하는 여성은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불을 중요시 여기는 몽골에서는 게르에 들어가면 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난로에 쓰레기나 부스러기를 넣어 태우거나, 물을 붓거나, 불을 헤집어서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 게르 기둥에 기대면 불운해진다고 하는데, 아마 땅에 깊이 박아 고정하지 않은 기둥이 쓰러질까 염려해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몽골의 초원은 낮밤의 기온차가 크다. 낮에는 따뜻하더라도 저녁 때 추워지기 때문에 두꺼운 점퍼를 챙겨 가는 것이 좋다. 밤새 난롯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몽골에서 칭기스칸의 향취를 느낀다

몽골 유목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호스타이뿐이 아니다. 울란바토르에서 북동쪽으로 두 시간 정도 올라가면 테를지(Terelj)라는 지역이 나오는데, 푸른 초원 위에 각종 기암괴석이 많아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들까지도 여름에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본격적인 게르 체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는 길에 필요한 물품, 물이나 저녁에 먹을 소소한 간식거리들을 사 두는 것이 좋다. 게르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저녁을 먹었는데도 어느새 뱃속이 요동을 치게 마련이다.

테를지에는 거북바위, 연인바위 등 모든 바위에 이름을 지어 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기암괴석들이 많다. 사막을 지나면서 얼굴에 달라붙었던 모래바람도 용서가 될 정도로 뛰어난 풍광이다. 테를지로 들어가는 길의 입장료는 3,000투그릭.  

테를지 캠프장에 도착하면 초원 위에 놓인 게르 하나를 찍어 짐을 푼다. 게르 안에는 보통 4개 정도의 침대가 벽을 따라 늘어서 있는데, 3~4명이 한 조를 이뤄 방을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게르 안은 작지만 정말 필요한 것들만 모아 놓은 느낌이라 부족함이 없다. 괜한 욕심에 이것저것 사 모아 꾸미겠다고 덤벼들면 오히려 게르만의 멋을 해치게 될 것 같다. 짐을 풀고 앉아 있으면 ‘수테차이(Suteychai)’라는 따뜻한 전통 밀크티를 내오는데, 짭쪼롬하고 향긋한 차를 들고 앉아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벌써부터 마음이 뿌듯하다.

여름이 되면 테를지 초원 위에 게르가 하나 둘 세워지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체험의 장이 마련된다. 실제 유목민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시내에서 200km는 나가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1인 기준, 1박에 25달러~30달러 정도면 게르 숙박과 음식이 제공돼 편리하게 캠핑할 수 있다.

이제 칭기즈칸이 달린 그 길을 따라 달릴 준비를 하자. 말을 타고 캠프 주변을 돌아보는 데는 한 시간에서 두 시간쯤 걸린다. 1인당 한 명씩 기수가 붙어서 봐 주기 때문에 울타리가 없다고, 산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가 없다. 말 위에 올라타면 강하게 내뱉듯이 “축!”이라고 외친다. 우리 말로 치자면 ‘이랴’와 같은 뜻이다. 훈련이 잘 돼 있는 말들인지라 울타리가 없어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자유롭게 강을 건너고 언덕을 오르내린다. 여태까지 관광지에서 짧게 10분, 20분 말등에 올라타 본 것이 전부라면 이곳에서 승마의 새로운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몽골의 말 안장은 등받이가 있어 무척 특이하다. 나무로 만들어져 은장식으로 꼼꼼하게 치장돼 있는데, 왜 불편하게 딱딱한 나무 안장을 차고 있느냐고 물으니 기수 한 명이“나는 이미 말과 한 몸이라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멋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사실, 나무 말 안장이 멋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척 보기에도 초보자용은 아닌 듯싶다. 관광객에게는 불편함이 없도록 가죽 안장이 제공되니 초보라고 걱정하지 말 것. 저녁에 도착한 우리는 어스름이 짙게 깔릴 무렵부터 승마를 시작했다. 저녁 무렵의 승마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승마 팁 하나. 승마를 할 때, 흔히 발목 양말이라고 부르는 목이 짧은 양말을 신게 되면, 쇠로 된 발 안장에 살이 눌려 아플 수 있다. 좀더 즐겁게, 멋있게 말을 타기 위해서는 두껍고 목이 긴 양말은 필수다. 몇몇 사람들은 산에서 승마를 하다 보니 “엉덩이가 다 까졌다”고 울상을 짓기도 한다. 말이 달릴 때는 템포를 맞춰 엉덩이를 살짝살짝 들어 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자.

별이 쏟아지는 게르의 하룻밤

테를지의 밤은 뻔하게 들리겠지만, 말 그대로 별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왜들 진부하게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을 쓸까, 뭔가 새로운 설명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말 그대로 곧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별들을 보면서 다른 표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예전 스파르타에서는 북두칠성 손잡이의 두 번째 별‘알콜’이 보이면 시력이 좋다고 군인으로 선발됐다고 한다. 여기서도 그랬다면 우리도 당장 스파르타 군복을 입을 수 있겠다.

‘탁탁’ 게르의 낭만은 나무 타들어 가는 소리로 완성된다. 그만큼 게르의 밤은 낭만적이다. 장작을 한가득 쌓아 놓고, 게르에 옹기종기 모여 불을 때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침대 옆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별빛을 볼 수도 있다. 게르에 장작불을 피우다 보면 어릴 적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를 했던 기억도 새록 떠오른다. 


ⓒ트래비

1. 허르헉을 맛보기 전, 초토 (조리용 돌)를 만지면 신경통에 좋고 운이 좋아진다고 한다
2. 초원을 호령하는 칭기스칸의 후예


맛있어서 헉! ‘허르헉’

승마 체험이 끝나면 몽골 특유의 “허~ 흐~”발음이 조각조각 이어져 귓속으로 ‘허르헉’이라는 ‘맛있는’단어가 들려 온다. 말 고삐만 잡고 있었어도 혹시나 말이 나를 팽개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발가락 끝까지 신경을 집중해 에너지 소모가 컸던 탓에 어떤 말도 음식 이름으로 들렸던 탓이다.

몽골에서는 기후와 환경여건 때문에 고기를 즐겨 먹는다. 불에 달군 돌로 고기를 익혀 먹는다는 ‘허르헉’. 그런데 어디선가 ‘버덕’이라는 고기 요리도 돌로 익혔다고 들은 듯하다. 그럼 불에 달군 돌을 안으로 넣느냐, 밖으로 빼느냐에 따라 구분되는 두 음식을 살펴본다.

허르헉은 양고기로 만드는 요리로, 몽골 초원의 탄소 함유량이 높은 ‘초토’라는 돌을 달궈 먹기 좋게 자른 양고기와 감자, 당근 등의 야채를 함께 양철통에 넣어 익혀 먹는 요리다. 한편 버덕은 염소고기로 만드는 요리인데, 염소를 잡아 통째로 뒤집어 뼈를 발라내고 다시 원 상태로 뒤집어서 염소 뱃속에 달군 돌을 넣어 그대로 쩌 내는 음식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무척 다른 요리다.

보통 게르 체험에서 먹는 주된 요리는 ‘허르헉’이다. 게르에 묵는 인원 수에 따라 한 마리 또는 반 마리를 선택할 수 있다. 요리가 끝나면 양철통을 열어 유일한 조리 기구(?)였던 ‘초토’를 꺼낸다. 이 돌을 식을 때까지 만지고 있으면 신경통에 좋고, 운이 좋아진다고 믿어, 돌을 꺼내자마자 너도나도 뜨거운 돌을 이 손 저 손에 번갈아 쥐어 본다. 허르헉의 가장 맛있는 부위는 어디일까. 바로 어깨 날개뼈 밑 부분이다. 예부터 이 부분은 모두 나눠 먹어야 가난해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어 사람 수대로 잘라서 나눠 먹는다.

몽골의 야생마를 눈앞에서

호스타이 국립공원(Hustai National Park)에 가면 몽골의 야생마 타키(Takhi)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타키는 일반 말에 비해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은 것이 특징으로 발목까지 검은 털이 나 있어 검은 양말을 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운이 좋다면 물가로 물을 마시러 내려오는 야생마 한 떼를 눈앞에서 만나 볼 수도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호스타이로 가는 길에는 작은 사막들도 있어 가는 길에 들러 보는 것도 좋다. www.hustai.mn  976-21-245087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