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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꼬모에 빠지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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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설렘과 사색을 모두 드립니다

 

낮과 밤, 모두 아름다운 꼬모에 빠지다
 

푸르른 꼬모호수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다양한 모습들로 우리들을 반긴다. 각각의 선착장은 어느 한곳 예외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치장을 하고 있고, 호수 양옆으로 언덕배기를 따라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물에 비추인 아름다운 마을풍경은 그냥 그대로 여러 폭의 그림을 물 위에 펼쳐놓은 듯, 둥실둥실 눈을 즐겁게 해준다.

 

 ⓒ 트래비

 

밤에 활짝 피는 꽃처럼

 

밤 9시. 꽤나 늦은 시간에 꼬모에 도착했다. 어떠한 여행 정보도 갖고 있지 않은 낯선 이 도시가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어느새 10시. 이탈리아에서의 첫날 밤을 그냥 보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시간도 너무 늦은 터라 주저하고 있을 때 창 밖에서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그 소리에 밖으로 나섰고 잠시 후, 눈앞에 펼쳐진 도시의 풍경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꼬모는 이제 막 피어나는 꽃처럼 온 도시가 활기를 띠며 생동감이 넘쳐 있었다. 모든 야외 음식점을 가득 메운 사람들, 거리를 배회하는 연인들과 도로를 온통 차지할 듯한 오토바이들(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이다), 밤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는 잔잔한 호수까지, 이 모든 것들이 꼬모의 밤에 활기를 주고 있었다. 도시의 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소음은 여행자를 괴롭히기는커녕 여행지의 고독감과 불안감을 순식간에 지워 주며 편안함으로 이끌어 주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낯선 이에게도 친근한 이탈리아인들 특유의 활달함이 그날 밤 순식간에 꼬모가 친숙해질 수 있었던 제일 큰 이유였을 것이다. 조용한 차분함과는 또 다른 푸근하고 색다른 평온함이었다.


이탈리아의 한여름 대낮은 무척이나 덥다. 그래서 이곳도 씨에스타(낮잠)가 일반화되어 있다. 낮에는 문을 열지 않는 상점도 꽤나 있다. 레스토랑 같은 경우에는 오후 6시쯤 문을 여는 곳도 있으니, 실로 이탈리아의 도시가 진정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며 열기를 띠는 것은 그래서 아무래도 밤부터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꼬모는 도시 성격이 휴양지 색채가 강하니 더욱 그럴 수밖에.

 

새벽-처음으로 맛보는 고요 

새벽 6시. 지난 밤, 밖으로 이끌었던 창 밖의 소음들은 신기하리만치 조용히 사그라들고 없었다. 마치 간밤에 한바탕 마법이 지나간 듯 어제와 너무 다른 도시 풍경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지만, 이내 새벽이 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색다른 감흥에 젖어든다. 지난 밤의 흔적인 듯 휴지조각들만 거리를 나부끼는 이른 시간에 벤치에 앉아 가만히 꼬모를 느껴 본다. 어디서 피어나는지 모를 옅은 안개가 푸르스름하게 호수를 감싸안고 선착장에는 조용히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요트들이 고요하고 한가롭게 그들만의 휴식을 누리고 있다.

도시를 안에 길게 위치하고 있는 호수는 도시의 이름을 따서 꼬모호수다. 호반의 도시인 꼬모는 묘한 평온함을 준다. 모든 것을 포용할 것처럼 고요히 자리하고 있는 호수를 보고 있노라니 ´이래서 여행을 하는구나´ 싶다.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꼬모는 참 괜찮은 여행지이다.

 

 ⓒ 트래비

 

현대와 중세가 함께 숨쉰다-올드타운 

꼬모는 꼬모호수를 기점으로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듯이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꼬모호수 가까이에서부터 주거공간이 생겨났고 지금도 모든 관광지가 로마광장이라 불리는 선착장 근처에 집중돼 있다. 이런 꼬모를 구도시와 신도시로 나누는 가장 큰 경계선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선 양쪽 끝에 서 있는 두 개의 타워이다. 이 타워 밖으로는 신도시가 형성돼 있고 안쪽으로는 도시 안의 또 다른 도시인 올드타운이 자리잡고 있다. 이 올드타운은 2,000여 년 전에 형성된 곳으로 중세의 분위기는 물론 고대도시의 분위기마저 간직하고 있다. 건물마다 프레스코 벽화가 그려져 있고, 낡은 벽돌 하나하나에서 세월의 흔적이 읽힌다. 이토록 오랫동안 어떻게 이리도 도시를 잘 보존했는지 의아해하며 이리저리 미로같이 나 있는 골목길을 걷다 보면 꼬모의 중심부에서 산타마리아마조레 대성당을 만나게 된다. 14세기에 건축되기 시작한 건물의 규모야 가까운 밀라노 대성당에 비할 것이 아니지만, 도시에 어울리는 단아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이 성당은 아름다운 부조와 훌륭한 무덤이 특징이다. 더욱이 이 건축물의 18세기 돔은 토리노의 유명한 바로크 건축가인 주바라의 작품이다. 이 두오모의 특징은 오랜 세기에 걸쳐(14~18세기) 건축되었기 때문에 바로크양식과 고딕양식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거리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즐비한데, 복원이나 재건도 안 한 상태로 중세에 지어졌던 건물을 그대로 쓰는 독특한 가게들도 몇몇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중세시대의 느낌이 물씬 나면서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이태리인들의 디자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가게마다 파는 물건들도 다양한데 특색 있는 것은 실크나 스카프 등, 견직물 종류가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다. 이유를 알아보니 이 도시는 예로부터 견직물 산업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알마니 의상의 기본원단이 이 도시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하니 이곳의 견직물의 질을 짐작할 수 있다.

 꼬모호수를 따라서

 드디어 꼬모호수를 가로지르는 배에 올라탄다. 호수 위를 유유히 흐르는 배 위에서 맞이하게 될 경치를 생각하니 진작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꼬모호수를 누비는 여객선은 두 종류가 있다. 속도가 빠른 쾌속선과 조금은 느린 유람선이 있다. 쾌속선의 경우 그 속도 때문에 일어나는 물보라로 주변경치를 관람하는 데 지장이 있기에 주저 없이 유람선을 택했다. 드디어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천천히 꼬모로부터 멀어지면서 또 다른 꼬모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풍광들… 이건 차라리 아름다운 그림이라 할 만하다. 험난한 산세들 틈에 자리를 잡은 마을들, 그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들의 다양한 색상들과 개인 소유라고는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정원들, 그리고 하늘과 맞닿은 호수의 푸르른 빛깔. 마치 알프스의 한 산골마을을 호수 위로 옮겨놓은 듯 호수 위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인다.


꼬모호수는 다른 호수와는 달리 양쪽에 마주한 협곡 사이에 좁고 길게 위치해 있다. 그래서 마치 갤러리에 들어서서 전시되어 있는 그림들을 감상하듯이 호수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천혜의 전시물들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은 하나하나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그 아름다움에 있어서도 다른 경치에 결코 뒤지지 않는 품위를 간직하고 있다. 게다가 그 산세들 틈에 자리잡고 있거나 선착장을 끼고 형성된 마을들은 하나같이 조금도 빠지지 않고 매혹적이다.


이런 마을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곳이 바레나와 벨라지오다. 바레나는 규모는 무척 작은 마을이지만 조그마한 마을답게 아기자기함을 간직하고 있다. 오래 된 마을답게 마을 전체가 중세적 모습을 간직하고 형형색색 건물들의 배치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징적인 관광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층계식으로 이어지는 돌담길을 마냥 걸으며, 작고 예쁜 상점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사람들의 모습은 또 얼마나 여유로운가. 그들의 순수한 웃음과 사심 없는 호의를 받다 보면 내가 여행자인 것이, 그래서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순간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그저 이곳에 머물러 그들과 어우러져 이렇게 평안히 살고 싶다는 강한 유혹이 절로 샘솟는다.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멋있는’이라는 의미의 ´벨라´와 이름 앞뒤에 붙는 어미인 ´지오´의 합성어인 벨라지오는 아름답고 멋진 곳이라는 뜻에 걸맞게 아기자기하면서 아름다운 마을과 절경을 간직하고 있다. 벨라지오는 바레나에 비해 그 규모도 크고 볼 곳도 더 많다. 전체적인 마을의 느낌은 바레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세련되고 더욱 다듬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휴양지를 찾아 온 관광객들에게는 벨라지오가 인기가 높다. 안락한 휴양시설과 중세적 느낌을 간직한 마을. 어쩌면 부자연스러울 것 같은 이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이 벨라지오 안에서는 가능하다. 벨라지오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선착장에서 내려 왼쪽으로 이동하면 중세마을과 휴양 마을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이동을 하면서 언덕으로 올라가다 보면 벨라지오가 여행객들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인 천혜의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이곳이, 알프스의 마지막 자락에 위치해 주변을 둘러싼 높은 산봉우리들과 평화로운 호수가 어우러져 그려내는 마법같은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벨라지오 언덕이다.


이렇게 두 마을을 둘러보고 다시 유람선에 몸을 실으니 어느새 해가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사실 꼬모는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기에 이곳을 방문하기 전 도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지도 못했던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다. 여행이란 이렇게 자신만의 진주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 꼬모에 관한 요모조모 

+배터리를 발명한 알렉산드로 볼타의 출신지로 그를 기리는 볼타상과 볼타사원이 있고 2차 세계대전 후 무솔리니가 처형당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선착장 근처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꼬모호수의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꼬모호수를 가로지르는 배: 7.1유로(유람선의 경우 편도)


*페리 위에서의 점심: 14.5유로


*꼬모 가는 법: 밀라노에서 기차로 40분 정도 거리. 이탈리아 제노바와 밀라노 사이에 위치해 있다.


*꼬모 웹사이트: www.lakecomo.com

 

 ⓒ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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