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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캐스터 홍서연 - “날씨언니, 여행하기 참 좋은 날이에요!”"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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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꼭 하는 일, 때때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하는 일, 날씨 정보 확인이다. 어차피 선크림은 물론이고, 모자가 됐든, 우산·양산이 됐든 무언가 가져가는 성격인 데도 날씨만큼은 꼭 챙겨 보게 된다. 그래서 여행을 생각하면 어느새 ‘날씨언니’ 홍서연 SBS 기상 캐스터(이하 날씨언니)가 떠오른다.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뉴스 앵커도, 프로그램 MC도 몇 차례씩 바뀌는데, 몇 년째 날씨 예보에서는 어김없이 그의 얼굴이 보이는 까닭이다. 날씨언니는 2001년 SBS에 입사한 이래 기상캐스터로 꾸준히 활동 중이며, 특히 기상과학과를 졸업했다는 점 때문에 전문성을 더한 일기예보라는 호평을 얻고 있기도 하다. 

글  이지혜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트래비

그날 그날 변덕스러운 날씨를 알려 줘야 하는 일기예보는 며칠 전 녹화방송이 없다. 비가 오는 날이면 화사한 노란 비옷을 입고 SBS 사옥 앞 공원으로 나와 방송을 하던 모습이, 흐린 기분에 청량제 역할을 해주곤 했다. 그렇다면 짬 낼 새가 없을 텐데, 날씨언니는 어떤 여행을 할까?

부모님을 따라 어렸을 때 몇 차례 패키지여행을 쫓아다녀 보기도 했지만, 날씨언니가 생애 ‘처음 만나는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입사 후 여름 휴가 겸 생일에 맞춰 동생과 함께 다녀온 스페인과 모로코행이었다. 남들처럼 아무때고 훌쩍 떠날 수 없으니까 여행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게 마련이다. 당연히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 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여행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그렇게 만난 인연이 신발끈여행사 장영복 실장이었는데, 그로부터 얻은 것은 구구절절한 여행 상담이 아니라 <론리 플래닛> 한 권이었다. 

날씨언니는 “책 하나 주면서 ‘이 안에 다 있다. 스스로 만드는 여행을 떠나 보라’고 했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죠. 그래도 그때는 또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틈틈이 책이랑 인터넷 뒤져 가며 여행을 떠났고, 오래도록 기억이 남는 여행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페인과 모로코 국경을 통과할 때는 여권에 몇 달러 넣어 줘야 한다는 정보(?)가 없어서, 결국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도 막연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몸소 부대끼고 체험하면서 느꼈던 재미가 쏠쏠하다. 스페인 사람에 대한 인상은 택시 요금 냈는데 거스름돈도 안 주던, 그야말로 ‘와일드’ 함이었다. 또 왠지 무섭게 느껴졌던 아랍계 사람들은 술도 안 마시고, 오히려 친절한 인상이었다.

스스로 계획하고 부딪혀 보는 재미를 알게 된 이후, 패키지 상품을 통하지 않고 떠나는 여행에 푹 빠져들게 됐다. 또 책뿐 아니라 해외에 연고가 있는 지인 등을 통해 알짜배기 정보를 얻거나, 숙박을 해결하기도 한다. 

렌터카를 빌려서 온 가족이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 자동차 횡단 여행을 했던 것도 소중한 추억이다. 좁은 공간에 그렇게 오래 같이 있기도 처음이고, 또 낯선 땅에서 스스로 찾아가려니 이런저런 어려움에 서로 다툴 때가 더 많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던 여행이라고. 캐나다에 대한 인상도 남다르다. ‘코쟁이’ 가득한 세상, 그리고 특유의 냄새. 여행은 오감으로 기억될 때 더욱 인상이 강렬하다. 여행지별로 분위기에 젖어들고 체험해 보다 보면 여행하고 있는 자신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내친김에 신혼여행도 배낭여행으로

지난해 말 평생 배필을 만난 날씨언니는 신혼여행을 태국 후아힌으로 다녀왔다. 그 사이의 경험을 살려 내친김에 신혼여행도 배낭여행으로 도전키로 했다. 동남아 휴양지 리조트 여행에 무슨 배낭여행이 있겠냐고 하겠지만, 혹은 신혼여행 가서 싸우지 않으려면 무난한 것을 택하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모험과 신나는 일들이 기다리는 여행으로 고고고~. 누구나 그렇듯이 결혼 준비에 또 휴가에 앞서 회사 업무 처리에 정신이 없었지만, 이번에도 <론리 플래닛>을 틈틈이 읽으며 유쾌하고 발랄한 신혼여행을 기대했다. 

한국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유럽인 선호의 리조트. 이번에는 렌터카도 아니고 오토바이에 도전해 봤다. 바람을 가르며 슝슝 해안을 달리는 기분이 그만이다. 저녁에는 인근 해변 가득 반짝반짝 포장마차 불빛으로 가득하다. 밤마다 그곳으로 나가 사람들을 구경하고, 또 스스로도 구경거리가 되고. 태국 허니문 여행에서 또 좋았던 것은 마침 지인이 있어서, 그 동네에서도 손꼽히는 근사한 해안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를 경험한 일이다. 반면에 아쉬웠던 것은 눈을 잡아끌던 인테리어 소품들을 욕심껏 사오지 못한 점인데, 다음 여행에서는 특이하고 쓸 만한 녀석들을 꼭 사오고 싶다고.

상상으로 여행하는 법

에스키모인들이 수십 개의 하얀색을 가지고 있듯이, 날씨언니는 우리보다 많은 날씨를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날씨도 왠지 근사할 것 같은 그런 기대. 

“우리나라 여름 장마철에 느껴지는 후텁지근한 날씨를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최고는 눅눅한데, 잠깐 해가 반짝 났을 때에요. 그러면 공기의 내음이 마치 동남아를 떠올리게 하거든요. 그와 같은 공기만으로도 한국에 있는 내가 마치 동남아 여행을 떠나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요즘도 매일 저녁마다 날씨 소식 전해 주느라 훌쩍 긴 여행 떠날 새가 없지만, 최근에는 금요일 새벽에 떠나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인테리어 소품도 잔뜩 구경하고, 또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만으로 신이 났다는 날씨언니. 

이제 한동안 그가 좋아하는 장마철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된다. 장마철에도 상상으로 동남아를 여행하고 있을 그가 전하는 일기예보라면 비 소식도 반가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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