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좋아하는 단골 고깃집

 올림픽을 전후해서 대한민국의 외식산업은 질적인 변화를 겪는다. 그 중심에 고기 집들이 있었다. 강남의 압구정동, 청담동이 그 중심지였다. 무궁화, 무등산, 박대감네 등의 최고급 쇠고기 부위를 내세운 고기 집들이 외식의 강자로 등장한 것이다. 미식가들과 연예인들의 높은 지지 속에 이들 가게들은 지금도 성업 중이다.

고기 집의 특성상 질 좋은 고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 이런 집들은 호남의 중요한 고기 산지인 함평, 나주 등에 거래처를 확보하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강원도의 횡성, 경북의 언양과 더불어 3대 도축장으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맛은 조금씩 다른데 호남의 소고기가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두 곳은 고기의 식감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소위 ‘입에서 살살 녹는’이란 화두에 어울리는 고기는 호남산 고기들이다. 그래서 강남의 유명 고기집의 소고기들은 부드러운 맛을 주로 내세운다.

고기의 식감으로 유명한 ‘대도식당’도 같은 집안에서 운영하지만 강북의 대도식당과 강남의 대도식당은 고기 맛이 다르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강남의 수많은 고기 신흥 명가들 속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곳이 바로 청담옥이다. 다른 집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고기의 부위를 나누는 전략과, 고급 고기 집임에도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등의 대중화 전략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 집의 얼굴마담은 설화등심과 간받이 살이다. 살치살과 토시살에 이 집에서 붙인 이름이다. 소 한 마리에 몇 킬로그램 밖에 나오지 앉는 부위라서 다른 집에서는 단골에게나 내놓던 것을 가격이 세긴 하지만 돈을 내면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설화등심은 이름처럼 마블링이 하얀 눈처럼 빨간 고기에 내린 모양이다. 보기에도 좋고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조선시대에 먹던 고기 먹던 이름 중에 설야멱이란 것이 있다. 눈 오는 겨울날 밤에 구워 먹는 얇은 불고기를 일컫는 말이다. 설화등심을 먹다 보면 옛날의 눈 오는 밤에 이런 멋진 고기 부위를 먹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 든다.

그 밖에 갈비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고기 부위이다. 당연히 최고급 부위인 A++등급을 사용한다.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메뉴는 우삼겹살이란 메뉴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를 돼지의 삼겹살처럼 가장한(?) 이상한 음식이다.

바로 옆 부위에 붙어있는 형제간이면서도 가격차이가 엄청나게 나는 양지와 차돌부위를 돼지 삼겹살처럼 내놓는 음식이다. 부드럽고 졸깃한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모두 함평에서 직송해오는 소고기를 사용한다.
소고기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면 돼지고기를 먹으면 된다. 이 집에서 쓰는 돼지는 무항생제돼지이다. 말 그대로 항생제를 쓰지 않은 돼지다. 건강을 가장 먼저 생각한 재료이지만 냄새가 나지 않는 등의 맛이 덤으로 붙어온다.

생삼겹살이나 구수한 된장 맛이 일품인 된장삼겹살도 인기 메뉴이다. 고기만 먹기가 뻑뻑하면 차돌된장 찌개와 같이 하면 된다. 고기와 된장이 조화를 이룬다. 기름지면서도 텁텁한 맛이 좋다. 따라 나오는 밑반찬도 젓갈에서 김치까지 남도 음식의 기본에 충실하다. 짭짜르하면서도 곰삭은 맛이 고기나 된장찌개 같은 주 음식의 맛을 돋우어준다.

음식 맛도 일정한 수준을 가진 집이면서 인테리어나 서비스도 레스토랑 같이 깔끔하다. 벽에 걸린 연예인들의 수많은 사진들이 스타들의 단골집임을 말해준다.

메뉴: 설화등심 35,000원 / 꽃등심 29,000원 / 우 삼겹살 9,000원 / 생삼겹살 8,000원 / 차돌 된장찌개 5,000원


글 사진 = 음식 칼럼니스트 박정배 (whitesuda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