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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 3탄 ③ 산청 - 그대 푸른 가슴에 고단한 몸 뉘고 싶어라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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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푸른 가슴은 너르고 깊다. 숱한 계곡과 바위와 숲에선 시원한 바람이 끊이지 않는다. 고단한 도시 생활을 잊고 지리산에 기대 잠시 푸른 에너지를 충전해 간다. 성철스님의 겁외사, 처음으로 목화씨를 심은 목면시~배유지, 전통마을 남사예담촌 등 역사?문화의 향기 또한 은은하다.

글/사진 Travie Writer 김숙현

9:30 면화를 처음으로 재배한 '목면시배유지'

승용차로 도착한 목면시배유지 주차장에는 산청투어 버스가 먼저 와서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 때문에 40여명에 이르던 투어 예약자 가운데 일부가 취소를 했다고 한다. 모인 사람은 아이들을 포함해 24명. 버스를 꽉 채우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움직이기에는 적당한 인원이다. 

권권숙문화해설사의 인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된다. 먼저 문익점면화전시관으로 들어간다. 아담한 실내에는 문익점 선생과 면화에 관한 내용이 알차게 전시돼 있다. 문익점 선생은 1392년 서장관의 자격으로 원나라에 사신의 일행으로 갔다 돌아오면서 목면 종자를 붓두껍 속에 넣어 와 이곳에서 처음으로 재배했다. 요즘 시대에는 너무나 흔한 면직물이 그 당시엔 의류혁신에 해당하는 일이었다는 해설사의 설명에 아이들이 재미있어 한다. 전시관 안에는 솜 속에 있는 씨앗을 뽑아내는 씨앗기를 비롯해 무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입장료 어른 500원, 청소년 400원, 어린이 300원. 

10:30  가장 오래된 비로자나불상을 모신 ‘내원사’

목면시배유지에서 내원사로 향하는 길은 기대이상으로 눈이 즐겁다. 덕천강의 푸른 물줄기가 줄곧 도로와 함께 달리기 때문. 내원사에 다가갈수록 물은 더욱 보기 좋아진다. 매표소가 있던 곳에 버스가 멈춘다. 몇 걸음 걸으니 내원사다. 절 입구에 걸린 내원교에서 내려다보니 물이며, 바위, 숲이 마치 깊은 계곡에 들어온 것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내원사는 신라 무열왕 4년(657년)에 덕산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사찰. 이곳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대웅전 왼편 뒤에 선 비로전에 모신 ‘석남암수석조비로자나불상’이다. 766년에 조성한 것으로 비로자나불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원래 이 불상은 내원사 앞산 정상 부근에 있던 석남암사 터에 있던 것인데 1970년 경 동네 청년이 지고 내려와 내원사에 안치했다고 한다. 대웅전 왼편의 고색창연한 삼층석탑 역시 보물이다. 통일신라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절 화재 시 심하게 손상을 입어 거무죽죽하다. 
 
11:30 남한 제일의 탁족처, 대원사 계곡



내원사에서는 계곡을 즐길 짬이 없었던 터라 다음 코스인 대원사 계곡이 기대된다. 대원사는 계곡 길을 30여분 걸어야 한다. 도로가 좁아 15인승 이하 차량만 들어갈 수 있다고. 

대원사 입구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다리는 괜찮은데 발바닥이 아파온다. 배가 고파 점심은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절 앞에 있는 ‘휴림’에 자리를 잡으니 예약된 산채비빔밥이 목기에 담겨 나온다. 시장이 반찬이라 비빔밥이 그야말로 꿀맛이다. 허기를 채우고 나서야 눈을 들어보니 바로 옆으로 멋진 계곡이 펼쳐진다. 

배를 ‘탕탕’ 두드리며 나서는데, 같은 버스에 탔던 아이들이 우르르 계곡 쪽으로 내려간다. 유홍준 선생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대원사 계곡을 남한 제일의 탁족처로 꼽았는데 아이들의 눈에도 좋은 곳은 좋아 보이는 모양이다. 납작한 돌멩이를 던져 ‘통통통’ 물수제비를 뜨고, 커다란 돌을 던져 친구한테 물방울이 튀어 오르게 장난들을 친다. 

예산의 수덕사 견성암, 양산의 석남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도량인 대원사는 정갈하고 단아하다. 불자나 여행자들이 아니라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만이 넘쳐나는 청정도량이다.

14:20 아픈 역사의 교훈 지리산 빨치산 토벌전시관

지리산 천왕봉이 가장 가까운 마을 중산리. 그 입구에 지리산빨치산토벌전시관이 있다. 1948년 여순사건을 일으킨 반란군이 지리산에 입산하면서 시작한 빨치산의 역사는 마지막 빨치산이었던 정순덕이 생포된 1963년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빨치산은 51년과 52년에 토벌되었다. 전시관에는 한국 전쟁의 비극과 빨치산의 태동, 지리산에서 일어난 빨치산 관련사건, 빨치산의 일상과 유품 등을 전시해 놓았다. 야외에는 빨치산 체험코스 몇 가지와 조각상이 있다. 한국전쟁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빨치산을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같은 민족이 서로 피 흘리며 싸우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교훈만은 뚜렷하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15:20 돌담길이 운치 있는 남사예담촌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서 피곤하련만 남사예담촌에 내리니 사람들의 발걸음에 다시 생기가 돈다. 멋스러운 돌담길과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고가를 만났으니 당연하다. 먼저 최씨 고가로 향한다. 어른 키 두 배에 가까운 돌담과 그 보다 높은 솟을 대문이 위풍당당하다. 지은 지 거의 100년에 가까운 데도 건물이 무척 튼튼하다. 

아이들은 떨어진 감을 주워 계단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디딜방아 옆에 놓인 맷돌을 돌려보려고 애를 쓴다. 예스러운 건물에 옛 물건들까지 마냥 신기한가 보다. 포은 정몽주의 증손자가 심은 나무로 기둥을 세웠다는 사양정사. 어른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동안 아이들은 투호놀이 하라고 둔 막대기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신났다. 마을에서 카메라의 집중포화를 받는 것은 X자로 얽힌 회화나무. 이씨 고가 들어가는 골목길에 서로에게 기대선 이 나무들은 남사예담촌의 상징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버스투어 내내 기념사진 촬영에 열심이던 미녀삼총사가 여기서도 어김없이 포즈를 잡는다.

16:20 세상 밖의 절 겁외사

드디어 산청투어의 마지막 여행지인 겁외사에 이르렀다. 출발지인 목면시배유지에서 5분 거리다. 우리나라 현대 불교의 큰스님이었던 성철스님 이야기로 겁외사의 문을 연다. 겁외사가 있는 묵곡리는 스님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생가에는 스님의 두루마기와 고무신 등 유품을 모아놓은 유물전시관과 사랑채전시관이 있다. 

부처님과 성철스님 진영을 모신 대웅전은 금빛 단청이 화려하다. 성철스님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금색은 수도하여 깨달음을 뜻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어색함이 사라진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성철스님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산청투어의 막이 내린다. 지리산의 푸른 바람과 계곡의 푸른 물을 실컷 맛본 하루였다. 

※ 산청 시티투어버스 이용 Tip

*운행정보:
대중교통 운행이 비교적 어려운 관광지를 테마별로 연결하여 산청의 문화유적, 자연경관, 한방약초산업단지를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게 한 순환관광 프로그램. 4월~10월까지 월 2회 운행(7?8월은 매주 일요일). 

‘한방약초산업 코스’는 정광들-약초집단재배단지-전통한방휴양관광지-구형왕릉-생초작약재배단지-강정숲. ‘문화유적 코스’는 목면시배유지-겁외사-남사예담촌-조식유적지-상부댐/하부댐. ‘자연경관 코스’는 목면시배유지-상부댐-내원사-대원사-맹세이골 자연관찰로-백운동계곡-남사예담촌으로 이루어진다. 문화유적/자연경관 코스는 9시30분에 출발. 이용요금은 무료(단, 입장료와 중식비는 개별 부담). 

*예약문의: 산청군 관광정보 홈페이지(http://tour.sancheong.ne.kr) ‘산청투어’에서 예약할 수 있다. 취소는 출발 4일 전에 전화(055-970-6421~4)로 연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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