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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 3탄 ① 순천, 늘 푸른 여름날의 서정"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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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고장 기차역이면 어김없이 여행객을 반기는 ‘시티투어버스’ 탑승을 위해 이번에는 조금 먼 순천과 산청, 화순으로 떠났습니다. 여름을 맞아 푸른 색조를 뽐내는 순천만의 갈대숲을 걷거나, 휴양림에서 산림욕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전남 행 기차에 몸을 실어 보세요. 지리산 정기 안에 푸른 에너지를 충전할 요량이라면 남사예담촌이 자리한 산청으로 방향을 트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숲과 계곡, 건강한 체험학습이 들려주는 자연의 아름다운 서사는 여름이 깊어갈수록 진한 감동을 주기 충분하니까요.

에디터 박나리 기자
 
*‘시티투어 고고’ 기획 연재 시리즈는 2007년 6월부터 11월까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합니다.

서울로부터 5시간을 내달린 기차는 토해내듯 여행자를 순천 역에 내려놓는다. ‘순한’ 사람들의 ‘순한’ 인심을 자랑하는 도시의 밤은 끝없이 평온하고 부드러웠다. 끈적이던 팔과 다리는 순천 만으로부터 불어오는 강바람에 쉬이 더위를 삭이고, 나는 이내 낯선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이튿날 다시 순천 역을 찾았을 때, 커다란 버스 한 대는 약속하고 있었다. 순천이 들려줄 하루 동안의 푸른 서정을.

10:00 치열했던 우리 삶의 기록, <사랑과 야망>세트장




순천 역 관광안내소에 정차한 버스에 올라타니 시원한 에어컨이 반갑다. 잦은 장마와 계속되는 폭염으로, 여름날 여행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평일에도 매일 운행될 만큼 큰 인기를 누리는 순천의 시티투어버스에는 분명 남다른 매력이 숨어 있는 게 분명했다. 오늘은 그 비밀의 열쇠를 찾아내는 과정. 열명 남짓한 신청자를 태운 목요일 아침 버스는 미끄러지듯 출발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작년 한 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세트촬영장. 리메이크를 통해 다시 한번 작가의 필력을 과시했던 작품으로 60~90년대 서민들의 치열한 삶과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려내어 큰 호평을 받았다. 

60년대 순천읍내, 서울의 달동네와 변두리 풍경을 1만2,000평 부지에 고스란히 담아낸 대규모 오픈 세트장에는 진한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거리로 가득하다. 정 많던 파주 댁의 주막,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같던 미자의 사진관, 그리고 억척 어멈과 그 가족들이 성장하던 방앗간집의 풍경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눈길을 끈다. 굳이 드라마를 접하지 않았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요 어른들에게는 과거로의 타임머신 역할이 되기 충분하다. 특히 언덕 위에 지어진 하늘 밑 달동네는 흑백사진을 들여다보듯 마음 한 구석이 아리다. 일행 중 누군가 “저기 여즉 사람 사는 거 아녀?”라고 묻자 해설자는 말한다. “직접 올라가서 확인하셔도 되요!”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순천시 문화관광과 061-749-3742

11:30 천天의 기운을 품은 천년 고찰, 선암사



선암사는 호남의 명산 884m의 조계산에 자리한 천년 고찰로 유명한 곳이다. “절까지 오르는 산책로에 숲이 우거져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땡볕을 향해 살짝 얼굴을 찡그리는 일행에게 해설사의 부드럽게 다독인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 손깍지를 낀 듯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채양이 돼주는 나무 가지는 그늘이 되기 충분하다. 

주차장에서부터 선암사까지는 약 20여분 남짓 걸어야 하는 산책코스로 달달한 공기가 머릿속을 맑게 한다. 산행 중간 중간, 시원한 계곡물도 흐르고 등산을 즐기는 산행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드디어 선암사승선교를 건너면 선암사 일주문에 도착.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일반적인 절의 모습과는 달리, 선암사는 마치 개인 정원처럼 작고 아담한 내부를 자랑한다. 대웅전 뒷 뜰에는 300년 된 매화나무가 자리하고, 앞마당에는 삼층석탑과 옥빛 제비꽃이 서로 사이좋게 조화를 이룬다. 편안한 마음으로 목탁소리와 향내에 취하다보면, 바닥 아래 떨어진 살구 빛 매실 한 알이 마냥 반갑다. 흐르는 약수에 씻어 그 텁텁한 맛을 한입 베어 물 참이면 어느새 시장기가 밀려온다. 

점심식사는 주차장 인근 식당에서 입맛 돋우는 산채 비빔밥으로 해결한다. 대청마루에 앉아 한 그릇 쓱쓱 비벼 먹다보면 문득, 자연의 산물이 인간을 얼마나 건강하게 하는지 새삼 고마워진다.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600원. 061-754-5241/ www.seonamsa.co.kr


14:00 요즘 사람들이 살아가는 옛날마을, 낙안읍성민속마을




순천의 푸른 서정은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 한층 깊어진다. 조선시대 관아는 물론 각종 민속자료, 토속적인 민속 경관이 잘 보존된 이곳은 현재 약 90여 채의 주민들이 거주해 살며 옛 세시풍속과 전통문화를 생활로서 지켜가고 있는 사적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약 1,400m의 성곽이 마을을 튼튼하게 휘감아 외부로부터의 방화벽 역할을 한다. 성곽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몰아치는데, 작은 초가집마다 사람이 살고 있는 모습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들은 전시용도 아니며, 또한 인위적이지도 않아 그 존재만으로도 옛날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공방에서 전통 도자를 빚거나, 텃밭을 일구거나, 혹은 민박을 운영하며 각자 저마다의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이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낙안읍성은 1시간~1시간30분 정도 여유를 갖고 둘러볼 수 있는 코스라 더욱 반갑다. 숨을 고르며 연꽃의 새침한 이파리, 장승의 무표정한 얼굴, 초가지붕의 풍만한 곡선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마을의 주민이 된 듯 어깨는 열리고 어색하던 두 손은 가지런히 뒷짐을 모은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061-749-3347, 749-3893/ www.nagan.or.kr

15:30 여름날의 푸른 클라이막스, 순천만



순천만에서도 ‘자연생태공원’은 800만평의 광활한 갯벌 위에 70만평의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갈대밭이다. 봄에는 철새의 비상을, 여름에는 짱뚱어와 갯벌을, 가을에는 금빛 갈대숲을, 겨울에는 흑두루미를 만날 수 있어 사계절이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기도 한 이곳은 순천이 얼마나 아름다운 서정을 품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감동적인 여행지가 되기 충분하다.

푹신한 나무 데크에 오르면 길은 양 갈래로 큰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다. 원하는 어떤 코스로든 종국에 길은 한 지점으로 회귀한다. 걸음을 떼노라면 지대는 점차 낮아지며 푸른 갈대 속으로 사람들이 잠기기 시작한다. 멀리서 바라본 여름날 갈대숲은 흡사 진초록 물감을 풀어놓은 팔레트 같다. 갈대무리 아래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낸 갯벌에는 제철을 맞은 짱뚱어들이 한껏 우스꽝스런 몸매를 자랑한다. 그저 자연이 주는 모든 움직임들이 신기한 아이들은 연신 탄성을 질러대고, 그 뒤를  지나가는 연인들은 마주잡은 손끝에 힘을 준다. 순천의 서정은 그런 식으로 캔버스에 담긴 한 폭의 수채화가 되기 충분하다. 가끔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푸른 갈대밭을 휘저을 참이면 ‘스륵스륵’, 갈대가 말을 하는 듯 했다. ‘어서 가을이 되어 황금빛 물결로 출렁이고 싶다’고. 그러나 또 말한다. ‘순천의 여름은 가을만큼이나 아름답다’고. 그래서 순천시티투어는 1년 365일, 연중 매일 쉼 없이 달릴 만큼 인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입장료 무료. www.suncheonbay.go.kr
 

※ 시티투어버스 Tip

운행 정보 순천시티투어버스는 매일 오전 10시 순천 역 광장에서 출발한다. 차를 가져온 이들은 근처 팔마산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평일에는 <제1노선>으로 운행되며, 주말에는 선암사 대신 송광사로 대체된 <제2노선>이 추가 운행된다. 

예약 문의 예약제로만 진행되며 순천시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비 4,000원을 입금하면 된다. 당일 날에도 40석 좌석에 여유가 있다면 이용 가능. 061-722-2020/ www.suncheo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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