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싱글들의 추석나기"
"추석특집, 싱글들의 추석나기"
  • 트래비
  • 승인 2006.01.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싱글, 추석연휴 이렇게 보냈다!

소싯적에는 그저 ´연휴´라면 마냥 좋았다. 하지만 혼기가 꽉 찬 대한민국의 싱글 남녀들에게는 명절은 골치 아픈 질문들에 시달리는 달갑지 않은 연례행사다. 짝도 없고 근래에 되는 일도 없는 경우라면 더더욱 괴로운 연휴가 될 수도 있는 일. 아무런 계획 없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가족친지 친구들을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다가는 금쪽 같은 휴일을 몽땅 허비할 수도 있다. 이번 추석에는 싱글 선배들의 추석연휴 보내기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거나 실수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굳굳하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자. 트래비 독자 중 3명의 사례를 소개한다.

추석 지리산 등정기 -

내가 ´삼순이´에 열광했던 이유
-김남순씨(가명/ 회사원)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봤다. 드라마 내용이 마냥 즐겁고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바로 내 경험담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서른 한 살이 되던 해 2년 동안 사귀었던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 헤어지고 하는 일마다 족족 꼬였던 그 때. 물론 그때까지도 술술 잘 풀리던 인생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닥친 여러 가지 악재들을 극복할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했었다. 

때마침 추석연휴도 있고 이 사람 저 사람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귀찮았다. 그러던 참에 ´지리산 탐방´이라는 여행사의 신문광고가 눈에 띄었다. 이꼴저꼴 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지리산에 올라 내 자신도 돌아보고도 싶어 떠난 지리산 여행. 

´추석, 지리산 등정´이라는 목적을 안고 나를 포함해 9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1년 중 휴가라곤 추석밖에 없는데 저도 바람 좀 쐬야죠." 30대 후반의 주부 L씨가 말문을 열었다.  

“추석이라고 뭐 특별할 거 있나요.” 지난 봄, 다니던 직장의 대대적인 감원으로 실직한 K씨는 가족들 볼 면목이 없어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외에도 한가위 나흘간 연휴 동안 지리산 산행에 나선 이들은 일찌감치 성묘를 다녀온 마흔 중반의 부부,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안 간 독신의 아저씨, 서른 초중후반의 노처녀 친구들 세 명 그리고 홀로 온 나까지 총 9명. 

어색함은 금세 두런두런 말소리와 웃음소리로 바뀐다. 민박집에서 간단히 술한잔을 걸치며 모두들 내일의 산행에 대한 기대와 각오를 풀어놓는다. 대부분이 지리산 종주는 초행. 어려운 세상살이에 살아나갈 힘을 얻고자 지리산 등반을 결정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다음날 드디어 산행이 시작됐다. 첫날 코스는 백무동에서 하동바위를 지나 장터목 산장까지 9km, 다시 산장에서 천왕봉 왕복 6km를 더해 총 15km. 주섬주섬 3일치 식량과 각자의 침낭을 더하니 배낭 무게는 15kg이 족히 넘는다. 천왕봉에 오르자 만세와 야호소리, 카메라 셔터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날씨가 맑으면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거칠게 없었을 텐데... 멀리 보이는 능선들이 겹겹이 부드럽게 번지고 천하가 내 것인 양 호연지기로 부풀어 오른다. 장터목에서 추석 전야의 달맞이를 했다. 달빛과 밤안개가 빚어내는 능선과의 조화에 쉽게 잠을 청하기 어렵다. 

셋째날은 그야말로 강행군. 장터목에서 마지막 밤을 묶을 뱀사골 산장까지 30km가 넘었다. 장터목에서 촛대봉(1,703m)을 지나 세석평전(1,400~1,714m)까지 2시간 남짓한 코스는 지리산 종주의 하이라이트. 세석평전에서 연하천산장까지는 크고 작은 봉우리를 10여 개나 넘어야 하는 인내력을 시험하는 코스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제껏 아름다운 경치에 탄성을 연발하던 일행들도 하나둘씩 힘들다는 소리가 늘어나고 주변 경치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겁기만 한 다리를 이끌고 연하천산장(1,480m)에 도착하니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다리와 발바닥은 감각을 잃었다. 토끼봉(1,533m)에서 잠시 일몰을 감상하고 나니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 그나마 한가위의 크고 둥근 달이 나뭇잎 틈새로 길을 비춰 준다. 

마지막 날 남은 코스는 노고단까지 8㎞ 남짓. 이제껏 걸어온 거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일행들 얼굴엔 웃음이 감돈다. 샘이 있는 임걸령을 지나 돼지평전의 억새밭이 산능선과 하늘하늘 멋드러지게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맘껏 발산한다. 언제 힘든 코스를 넘어왔냐는 듯 노래도 흥얼거리고 사진도 찍는다. 


마침내 노고단(1,500m). 가슴 가득 차오르는 뿌듯함에 잠시 할말을 잃고 멍하니 봉우리를 바라봤다. 비록 정상에서 ´삼식이´가 초코파이를 싸들고 찾아와 주지는 않았지만 이제 다시 시작,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이래서 지리산 종주에 나서는구나. 억겹의 세월 동안 지리산 봉우리들은 지친 인간의 삶을 보듬고 있었다.

로맨스를 꿈꿀 수 있어 좋은 여행
조PD의 솔로탈출 몸부림
-조모씨(모프로그램 프로듀서)

“7시 부산행 KTX 열차의 승객께서는 타는 곳 5번, 5번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혼자 아무런 목적 없이 떠나는 여행을 꿈꿔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을 하며 근사한 이성을 만나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봤던 적이 있을 것이다. 여행 시작과 함께 기차나 버스, 비행기를 타게 되면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 기대하게 된다. 솔로들이라면 더더욱 근사한 이성이 옆에 타기를 간절히 바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서른 네 살의 노총각으로 살며 추석연휴를 편히 보내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휴가까지 내서 충동적으로 무계획한 여행을 결심했다. 

열차의 출발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기차에 오르기 시작한다. ‘오늘 내 옆자리엔 어떤 사람이 앉게 될까? 기왕이면 근사한 여인이 내 옆자리에 앉는다면 참 좋을 텐데...’

앗!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어여쁜 여인을 포착했다. 그녀가 한걸음씩 내게로 가까워 오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가 내 옆에 앉는다면 뭐라고 처음 말을 걸까? 벌써부터 솔로의 고민은 시작됐다. 두근거리는 가슴. 간절한 솔로의 소망. 과연 이뤄질까? 

아니나 다를까 그 여인은 나를 지나쳐 다음 칸으로 옮겨가 버린다.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아니나 다를까 내 옆자리에는 술 취한 아저씨가 앉고야 만다. 그 아저씨도 부산까지 간다고 하니 대략 세 시간 동안의 행복한 상상은 접어둬야겠다.

차창 밖에 넓게 펼쳐진 바깥 풍경을 바라보니 몇 해 전 혼자 떠났던 여행이 생각났다. 바르셀로나에서 파리까지의 장거리 이동은 정말 외롭고도 지루한 여정이었다. 그 이동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나의 인연을 그때까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파리의 한 숙소에서 그녀를 만나게 됐고, 나는 그녀와 그 일행들과 함께 퐁피두센터를 구경했다. 퐁피두센터 여기저기를 누비며 다녔는데 유난히 그녀와 자주 마주치게 됐다. 그녀는 미술작품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교과서나 교재에서만 보던 그림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그녀의 호기심어린 표정과 작은 유적 하나하나에도 큰 깨달음을 얻은 듯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그녀가 점점 내 마음을 차지해 가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런데 그런 그녀가 일행들과 다음 여행지로 간다는 것이었다. 만나자 마자 이별이라더니. 너무 아쉬웠다. 나로서는 유럽에서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가 그녀에게는 여행의 시작지였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너무나 짧은 만남, 긴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나를 잊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또 너무 시간이 오래 흘러버려서 연락을 못했지만 그녀가 준 연락처가 적힌 메모를 항상 다이어리에 갖고 다닐 정도로 그녀에 대한 좋은 추억과 동경은 변함이 없었다. 

기차는 곧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부산행 기차표를 끊었지만 부산은 왠지 가슴 설레는 도시다. 파리 다음으로 나를 설레게 하는 도시 부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부산이 그녀의 고향이기 때문에 설렜던 것 같다. 어쩌면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겠지만 추석이니 고향에 내려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무모함으로 전화기를 눌렀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긴장되어 목소리가 계속 떨려 나왔다.  아쉽게도(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녀는 부산 고향집에 내려오지도 않았고 게다가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가진 어엿한 엄마가 됐단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아주 오랜만에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그녀는 나를 기억해 주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비록 대한민국 대표 노총각의 로맨스에 대한 바람은 무너졌지만 지금도 추석이나 설연휴에는 무턱대고 대책 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바쁘고 정신없는 현실의 ‘나’를 잊고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을.


 추석에 떠난 일본 온천 여행기
짜릿했던(?) 추석연휴 도피여행
-백모씨(회사원)

30대를 전후한 대한민국 싱글들에게 명절 연휴란 일년에 두 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골치 아픈, 그러나 피해 갈 수 없는 연중 미션. “올해는 친척 어른들의 잔소리를 또 어떻게 넘기나….” “또 결혼 언제할 거냐고 다그치실 텐데….” 애매한 대답으로 요리조리 넘어가는 것에 슬슬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서른을 한 해 앞둔 작년 추석. 고민 끝에, 서로서로 스트레스 주고받지 않기 위함이라는 나름대로 선의의 목적(?)으로 자기합리화시키고, 망설임 없이 일본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일본 유학시절 친하게 지내던 일본 친구들이 마침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냈기에, 함께 닛코로 온천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타자 왠지 모를 해방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온천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귀여운 일본총각과의 멋진 로맨스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하늘을 날기도 전부터 마음은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앞으로 닥칠 파란만장한 사건들은 상상도 못한 채….

 야쿠자보다 무서운 닛코 원숭이들에게 당하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려 우리는 두 시간 만에 닛코에 도착했다. 날씨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맑고, 푸른 산세가 병풍처럼 둘러진 닛코산은 최고의 경치를 우리에게 보여 줬다. 산 중턱에 자리한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우고 쉬는데, 곳곳에서 표지판이 눈에 띈다. ´원숭이의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차에서 내리지 마시오´ 이런 끝내주는 경치를 차 안에서만 감상하라니, 이건 완전 고문 수준이잖아? 원숭이 그까이꺼, 까불면 대~충 쫒아버리면 그만이지. 흠흠~!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큰소리치며 홀로 용감히 차에서 내렸는데…. 1분도 되지 않아 나는 어디선가 몰려든 원숭이 무리에게 완전포위 당해 버렸다. 이건 마치 어딘가에 숨어서 사람이 내리기를 노리고 있는 놈들 같았다. 차 속으로 간신히 피신한 것은, 눈 깜짝할 새 손에 들고 있던 핫도그와 선글라스를 무참히 약탈당한 뒤였다. 크흑… 이것들 원숭이 맞아? 흉폭하기가 완전 야쿠자 수준일세! 오늘의 교훈. 친구들 말 들어서 손해볼 거 없다.

 영원히 잊지 못할 혼탕의 추억

 일본온천은 처음인 나에게 전통 료칸은 모든 것이 신기와 재미 그 자체였다. 여름 기모노인 유카타도 입고 온천거리를 활보하고, 코스로 즐기는 가이세키 요리도 먹었다. 저녁을 먹은 후, 드디어 일본 노천온천을 체험해 볼 시간! 친구들과 함께 탕으로 향하는데… 어라? 분명 남탕, 여탕이 있을 터인데, 남자 둘 여자 셋의 우리 멤버들은 같은 탕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아, 몰랐구나. 시골에 있는 전통 료칸들 중에는 남녀 혼탕만 있는 곳이 많은데, 여기도 그런 곳 중 하나야.” 뜨악!!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하지만, 남녀끼리 서로 누드를 보여 줘도 되는 건가? 나는 또 어떻게 하지?! 온천에 와서 탕에도 못 들어간 채 그냥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머릿속이 뒤엉켜 버린 나는 탈의실에서 늑장을 부리며 우선 친구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관찰 결과 여자애들은 타월로 앞을 가리고, 남자애들 역시 타월로 중요 부위를 가리고 탕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하~! 그래도, 민망하긴 마찬가지. 뒤가 다 보이잖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이후는 상상에 맡긴다. 어떻게 했냐구? 직접 대답하긴 민망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온천에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지 않나…. ㅠ.ㅠ
그렇게 정신없이 연휴는 흘러갔고, 즐거운 추억을 가슴에 한아름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 비록 원숭이의 테러와 노천온천 세미누드 사건이 있었지만, 이보다 더 짜릿하고 즐거운 추석연휴는 평생 처음이었다. 귀국 후 가족들이 “일본 여행 재미있었니?”라고 물을 땐 본의 아니게 묵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지만….


  • 서울 중구 무교로 16, 5층 (주)여행신문
  • 대표전화 : 02-757-8980
  • 팩스 : 02-757-898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홍렬
  • 법인명 : (주)여행신문
  • 제호 : 트래비 매거진
  • 등록번호 : 서울 라 00311(2009-10-13)
  • 발행일 : 2005-05-30
  • 발행인 : 한정훈
  • 편집인 : 김기남
  • 트래비 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트래비 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ktt@traveltime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