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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21탄 교토Ⅰ⑤ Town 4 기온&본토초 - 가장 교토다운 거리에서 만나는 게이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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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가장 교토다운 거리에서 만나는 게이샤

고백하건데, 아무리 젊고 감각적인 이야기를 서술해 본들 교토가 지닌 본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교토의 전통은 오랜 시간을 통해 완고하게 굳어져 웬만한 논리로는 왜곡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젊은 도시야!’라고 설득하는 이유는, 교토가 그 이면에 가려진 자신들의 역동적인 모습에 대해선 굳이 여행자들에게 언급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쯤 되고 보면 ‘대체 교토다운 분위기가 어떤 것이냐’ 하는 묘한 반감이 동한다. 그리고 ‘기온(祇園)’은 그토록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그들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공간이다. 

시조도리를 중심으로 크게 북쪽의 신바시도리, 남쪽의 하나미코지 일대를 지칭하는 기온은 교토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지역이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통해 슬프고 아련한 이미지로 부각된 공간은 ‘게이샤(藝者)’라는 캐릭터를 통해 어필된 감이 없지 않다. 

연회석에서 춤과 노래로 흥을 돋웠던 그녀들은 한때, 몸과 웃음을 파는 작부로 그 이미지가 변질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기온에서 만난 게이샤들은 절도 있고 단아한 걸음새로 여행객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오후 6시 해질 무렵, 화려한 기모노에 새하얀 분을 입은 게이샤들이 나타날 참이면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세례에 기온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곤 한다. 이 신비한 여인을 기어이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행자들은 뒤따라 달리고, 혹자는 잠깐 멈추어 달란 부탁을 주저치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여인은 대중들 사이의 구심점이 되고 뱅그르르 반원을 그리며 에워싼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게이샤를 구경한다.  

일본의 가장 예스런 얼굴과 마주한 사람들은 귀신에 홀린 듯 흩어지고, 하나미코지 일대는 다시 차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저녁 풍경을 맞는다. 게이샤는 이제 교토에서 관광 수입을 위한 하나의 캐릭터 상품으로서 그 이미지가 보다 확대된 느낌이다.

하나미코지와 달리 ‘전통 건축물 보존 지구’로 지정된 기온 신바시는 한결 한산하다. 낮 동안은 인적이 드물다가 컴컴한 어둠이 깔리고서야 분주해지는데, 유곽과 가이세키 요리점으로 가득한 거리는 선뜻 들어가기 힘든 엄숙함을 풍긴다. 버드나무가지가 길게 드리워진 운치 있는 밤거리를 거닐 참이면, 그들이 고집스레 지켜 온 전통의 힘에 새삼 동조를 느낀다.

 l How to Go l  

기온 신바시 지하철 케이한 시조 역에서 도보 3분
기온 하나미코지 지하철 케이한 시조 역에서 도보 5분



홍등 빛에 젖어드는 골목 풍경

시조다리 근처 작고 협소한 골목길을 일컫는 ‘본토초(先斗町)’에선 일방통행조차 버겁다. 이곳에서는 양 팔을 좌우로 뻗으면 손끝에 닿을 듯 협소한 보폭이 되레 매력적이다. 

과거 오래된 유곽들의 밀집 지역이던 본토초는 골목의 이국적인 풍경과 밤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가모가와와 함께 교토의 야경을 책임지는 중요한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골목으로 주점과 가이세키 요리점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는데,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다. 검정과 남색 등 무채색 노렌 위에 적어 낸 자신감 있는 필체들에서 음식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심을 읽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연인의 손을 잡고 가볍게 산보하듯 거닐어 보는 것이 좋다. 기모노나 유카타를 대여해 현지인처럼 차려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그윽한 홍등 불빛 아래 선 커플들은 의상과 공간이 주는 완벽한 조화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워낙 일직선으로 뻗은 예스런 골목이다 보니 좁은 화각 안에 담긴 스스로의 모습은 근사한 추억이 되기 충분하다.

 l How to Go l  

본토초 지하철 케이한고조 역 또는 가라마치 역에서 도보 5분 

★ 에디터의 상상 인터뷰

교토의 살아있는 유적, 게이샤

직역으로 ‘예술(藝)을 하는 사람(者)’을 뜻하는 게이샤는 일본 연회석에서 술을 따르고 전통적인 춤이나 노래로 술자리의 흥을 돋우는 여성 직업군을 뜻한다. 흔히 얼굴에 핏기 하나 없는 하얗고 두터운 메이크업을 떠올리기 쉽다. 1680년경, 회의석상의 ‘사회자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창출된 게이샤에는 크게 춤과 노래를 하거나 몸을 파는 두 종류의 게이샤가 있었다. 한때, 풍기문란을 이유로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는데, 현재는 고급 기생의 개념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오랜 일본 전통을 몸에 익힌 인간문화재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 일본에는 현재 몇 명의 게이샤가 있나요?

1970년대까지 1만7,000명 정도였으나 현재는 약 1,000여 명. 교토와 오사카 등 일부 지역에서만 간신히 맥을 이어가고 있죠.

★ 교토에서는 게이샤 대신 ‘게이코’라고 부르던데요?

그건 우아하고 아름다운 교토 방언을 구사하는 게이샤를 지칭하는 말이에요.

★ 게이샤가 되는 길이 멀고도 험하지 않으신가요?

(온화한 미소로) 물론 힘들죠. 게이샤의 교육은 만 6세 6개월 6일째 되는 날부터 시작해 만 16세가 되서야 끝이 난답니다. 게이샤 학교에선 미야코 오도리(벚꽃춤)와 같은 전통춤에서부터 노래, 다도, 꽃꽂이, 고대 일본 도자기, 심지어는 세계의 정치까지도 공부해야 하죠.

★ 게이샤 학교는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죠? 

따로 부설기관이 있다기보단 은퇴한 선배님들의 ‘오키야(게이샤의 집)’에서 숙식한답니다. 그분들은 저희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로, 교육받는 10년간 텔레비전은 물론,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서도, 남자친구를 사귈 수도 없어요. 선배들에게는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엄격한 규율을 거쳐야 하죠.

★ 정말 존경스럽네요! 다른 애로사항은요?

게이샤의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언제나 높은 베개로 목을 받치고 자야 한다는 점, 또 저희의 트레이드마크인 ‘새하얀 분칠’을 위해 목덜미를 하얗게 칠하는데, 납 중독을 일으킬 정도로 건강에 해롭답니다.

★ 끊임없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 오셨군요. 앞으로 목표가 있으시다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게이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는 사람들로 현재 소멸 위기를 맞고 있어요. 저희들 평균 연령이 40세 정도니 말이죠. 하지만, 저희는 교토를 넘어 일본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장인으로서 평가받길 원해요. 그것으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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