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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교토다운 거리에서 만나는 게이샤
고백하건데, 아무리 젊고 감각적인 이야기를 서술해 본들 교토가 지닌 본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교토의 전통은 오랜 시간을 통해 완고하게 굳어져 웬만한 논리로는 왜곡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젊은 도시야!’라고 설득하는 이유는, 교토가 그 이면에 가려진 자신들의 역동적인 모습에 대해선 굳이 여행자들에게 언급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쯤 되고 보면 ‘대체 교토다운 분위기가 어떤 것이냐’ 하는 묘한 반감이 동한다. 그리고 ‘기온(祇園)’은 그토록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그들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공간이다.
시조도리를 중심으로 크게 북쪽의 신바시도리, 남쪽의 하나미코지 일대를 지칭하는 기온은 교토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지역이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통해 슬프고 아련한 이미지로 부각된 공간은 ‘게이샤(藝者)’라는 캐릭터를 통해 어필된 감이 없지 않다.
연회석에서 춤과 노래로 흥을 돋웠던 그녀들은 한때, 몸과 웃음을 파는 작부로 그 이미지가 변질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기온에서 만난 게이샤들은 절도 있고 단아한 걸음새로 여행객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오후 6시 해질 무렵, 화려한 기모노에 새하얀 분을 입은 게이샤들이 나타날 참이면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세례에 기온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곤 한다. 이 신비한 여인을 기어이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행자들은 뒤따라 달리고, 혹자는 잠깐 멈추어 달란 부탁을 주저치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여인은 대중들 사이의 구심점이 되고 뱅그르르 반원을 그리며 에워싼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게이샤를 구경한다.
일본의 가장 예스런 얼굴과 마주한 사람들은 귀신에 홀린 듯 흩어지고, 하나미코지 일대는 다시 차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저녁 풍경을 맞는다. 게이샤는 이제 교토에서 관광 수입을 위한 하나의 캐릭터 상품으로서 그 이미지가 보다 확대된 느낌이다.
하나미코지와 달리 ‘전통 건축물 보존 지구’로 지정된 기온 신바시는 한결 한산하다. 낮 동안은 인적이 드물다가 컴컴한 어둠이 깔리고서야 분주해지는데, 유곽과 가이세키 요리점으로 가득한 거리는 선뜻 들어가기 힘든 엄숙함을 풍긴다. 버드나무가지가 길게 드리워진 운치 있는 밤거리를 거닐 참이면, 그들이 고집스레 지켜 온 전통의 힘에 새삼 동조를 느낀다.
l How to Go l
기온 신바시 지하철 케이한 시조 역에서 도보 3분
기온 하나미코지 지하철 케이한 시조 역에서 도보 5분
홍등 빛에 젖어드는 골목 풍경
시조다리 근처 작고 협소한 골목길을 일컫는 ‘본토초(先斗町)’에선 일방통행조차 버겁다. 이곳에서는 양 팔을 좌우로 뻗으면 손끝에 닿을 듯 협소한 보폭이 되레 매력적이다.
과거 오래된 유곽들의 밀집 지역이던 본토초는 골목의 이국적인 풍경과 밤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가모가와와 함께 교토의 야경을 책임지는 중요한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골목으로 주점과 가이세키 요리점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는데,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다. 검정과 남색 등 무채색 노렌 위에 적어 낸 자신감 있는 필체들에서 음식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심을 읽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연인의 손을 잡고 가볍게 산보하듯 거닐어 보는 것이 좋다. 기모노나 유카타를 대여해 현지인처럼 차려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그윽한 홍등 불빛 아래 선 커플들은 의상과 공간이 주는 완벽한 조화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워낙 일직선으로 뻗은 예스런 골목이다 보니 좁은 화각 안에 담긴 스스로의 모습은 근사한 추억이 되기 충분하다.
l How to Go l
본토초 지하철 케이한고조 역 또는 가라마치 역에서 도보 5분
★ 에디터의 상상 인터뷰
교토의 살아있는 유적, 게이샤 ★ 일본에는 현재 몇 명의 게이샤가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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