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도시탐험 21탄 교토Ⅰ③ Town 3 기요미즈데라 - 천년 사찰에 깃든 유머와 위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8.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년 사찰에 깃든 유머와 위트


ⓒ트래비

(좌) 교토의 명과 '야쯔하시'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쉽게 눈에 띈다.
(우)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초입


일본에는 우리와는 다른 형태의 독특한 정서가 흐른다. 집안 뒤주와 화장실 변기, 하다못해 거리 표지판과 숟가락에도 풍귀가 붙어 있다고 믿는 그들은 어찌나 많은 전설과 미신을 갖고 있는지 일일이 기억하기 벅찰 정도다. 아마도 섬세하고 조심성 많은 그들의 정서가 만들어낸 이야기들일 텐데, 섬뜩하고 때론 우스꽝스러운 미신들은 여행지에서의 즐거움을 더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요미즈데라(淸水寺)’는 어떤 간절한 전설을 품은 절이다. 이곳에서 뛰어내려 다치지 않은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은 많은 이들에게 본당에서의 ‘번지점프’를 허했는데, 지금까지 234명이 235번 뛰어내렸단다. 그중 철인 같은 신체를 지닌 ‘아무개’는 한번 다친 것으로도 모자라 또다시 번지점프를 감행했다 하니, 목숨까지 담보로 한 그의 절박한 소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요미즈데라에 이르다 보면, 우리는 또 하나의 전설과 만난다. 고다이지 맞은편에서 시작되는 가파른 언덕 ‘니넨자카(二年坂)’ ‘산넨자카(三年坂)’가  품은 전설은 황당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46개의 계단길을 지칭하는 ‘산넨자카’에서 넘어질 경우 3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미신이 그것. 


ⓒ트래비

(좌) 산넨자카 오르는 길은 걸음걸이도 조심스럽다
(우) 관광객들에게 언제나 닌넨자카와 산넨자카를 구분지어 주는 친절한 양산 씨


하지만, 독약에는 해독서가 존재하며 문제에는 언제나 해결책이 기다리고 있는 법. 그 언덕길 아래에 위치한 것은 ‘호리병 박 가게’이다. 만약 산넨자카에서 발을 삐끗하는 불상사를 얻은 이라면, 웃으며 호탕하게 호리병을 구입해 스스로 액땜을 할 수 있다. 물론 미신이란 ‘믿거나 말거나’의 성질을 지닌 것이라 의연하게 지나친다 해도 해가 될 리 만무하다.
808년 완성된 좁은 골목길에는 짧게는 30년, 길게는 몇 백 년 전통을 이어온 식당과 기념품 숍들이 가득해 교토의 깊은 역사와 고고한 풍채를 짐작케 한다. ‘달그닥’거리는 게다 소리가 바닥을 울리면, 화려한 문양의 기모노를 차려입은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데, 졸업과 생일 등 각종 행사를 끝내고 유적지를 놀러 온 그들 무리를 가만히 훔쳐보노라면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교토 사람들의 슬기로운 일상에 부러움이 인다. 

기요미즈데라 입장이 마감되는 오후 5시 이후부터 골목길은 한산해지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셔터를 내리는 상점들로 인해 오후 7시 이후에는 적막이 감도는 정지한 공간이 된다. 이 무렵의 닌넨자카와 산넨자카 일대를 걷노라면 스스로의 발자국 소리에도 놀랄 정도의 고요가 감돌고 일본의 ‘전통 건조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공간에 심취할 참이면 400년 전 옛사람이 된 듯 묘한 기분을 입는다.

★How to Go

기요미즈데라: 교토 역에서 100, 206번 버스를 타고 고조자카에서 하차
오픈시간: 오전 6시~오후 6시(연중 무휴)
문의: 075-551-1234 www.kiyimizdera.or.jp

:: Editor Choice Best 5::
교토의 역사를 더 느끼고 싶다면


교토는 이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절과 사찰들로 가득하다.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는 없으며, 각각의 명소마다 깊고 다양한 특징을 지닌 까닭에 관광객의 눈에는 ‘모두가 비슷하게’ 여겨지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동선을 고려해 욕심 내지 말고 발길 닿는 대로 움직여 보는 건 어떨까. 교토는 작고, 사찰 또한 많아 걷다 보면 만나는 모든 것이 중요 문화재 투성이다. 금각사, 은각사, 기요미즈데라 이외에 엄선한 교토의 알토란 같은 문화재 베스트 5.

ⓒ트래비

 한여름 밤의 환상적 야경 고다이지(高台寺)

1605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인 ‘네네’가 남편을 위해 세운 절. 여러 차례에 걸친 화재로 지금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부인의 제사를 지내는 미타마야와 가이산당 등 몇몇 건물만 남아 있다. 기요미즈데라 근처에 위치해 이 일대와 함께 둘러보기 편하다. 절 내부에는 20명 이상의 단체 인원을 위한 다도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예약시 이용 가능. 한여름이면 오후 9시30분까지 개장하는데,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많은 매체들에서 찾는 곳이기도 하다.

:: 입장료 600엔   
:: 위치 기요미즈데라에서 도보 20분
:: 오픈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 문의 075-561-9966

 기온마쓰리의 주요 무대 야사카신사(八坂神社)

일본 신화 속 폭풍의 신인 ‘스사노오노미코토’를 모시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거나 자신의 운을 점치기 위해 방문한다. 주변에는 벚꽃 명소로 유명한 ‘마루야마 공원’이 있어 봄날이면 아름다운 풍경을 누릴 수 있다. 신사 일대는 매년 여름마다 열리는 ‘기온마쓰리’로도 유명한데, 일본 3대 마쓰리 중 하나로 매년 7월 한 달 동안 개최된다. 창과 활을 꽂은 수레 32대가 행진하는 장관이 일품이다. 워낙 교토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라 참배하러 오는 인파로 늘 북적인다. 

:: 입장료 무료   
:: 위치 기온에서 도보 5분 내외
:: 문의  075-561-6155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 니조 성(二條城)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토 숙소로 지은 성으로 현재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동서로 500m, 남북으로 400m 정도 규모의 성벽을 이루며, 내부에는 니노마루고텐, 니노마루테이엔 등에서 가져온 중요 문화재가 볼거리를 이룬다. 수상한 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걸어 다니면 삐걱거리도록 만들어진 복도가 인상적인데, 그 소리가 휘파람새의 울음처럼 들린다고 하니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 입장료 600엔  
:: 위치 지하철 니조조마에 역에서 도보 1분
:: 오픈시간 오전 8시45분~오후 5시(12월26일~1월4일, 1, 7, 8, 12월 매주 화요일 휴무)
:: 문의 075-841-0096
600엔   지하철 니조조마에 역에서 도보 1분 오전 8시45분~오후 5시(12월26일~1월4일, 1, 7, 8, 12월 매주 화요일 휴무) 075-841-0096

 일본 정원의 걸작으로 칭송받다 료안지(龍安寺)

1450년 일본 중세시대 무인 집안의 별장을 양도받아 세운 선종 사찰로 역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흰 모래를 깔고 크고 작은 15개의 돌을 배치한 ‘가레산스이(枯山水) 식 정원’이 유명하다. 76평의 마당에 꽃과 연못 대신 상징성과 여백미를 담은 15개의 돌을 배열해 일본 정원 조경 역사상 걸작 중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보는 이들에 따라 그 뜻과 내용은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 입장료 500엔   
:: 위치 료안지마에 승차장에서 도보 1분
::오픈시간 오전 8시~오후 5시
:: 문의 075-463-2216

 

영화 <게이샤의 추억> 속 장면 후시미 이나리 다이샤 신사(伏見稻荷大社)

ⓒ트래비


전국에 4만사를 헤아리는 이나리 신사의 총 본산으로 교토에서도 가장 오래된 신사 중 하나이다. 오곡풍요와 사업번창의 수호신으로 유명하며 새해와 매월 1일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본존과 도리이 문의 주황색은 풍요로운 결실의 가을 색을 표현한 것으로 이나리야마 산의 정상까지 ‘센본도리이 문’이라 불리우는 도리이 터널이 붉은 빛을 발산하며 끝없이 이어진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어린 도리이가 달려 더욱 유명해지기도.

:: 위치 교토 역에서 5번 버스를 타고 이나리 다이샤마에에서 하차   
:: 문의 075-641-7331

 :: 니넨자카·산넨자카의 숍들 ::

기요미즈데라에 이르는 좁은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양 갈래로 숍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전형적인 관광지의 풍경이지만, 400년이 넘은 오래된 목조 건물들은 고풍스러운 기운을 뿜어 낸다. 여름이면 빙수와 메밀국수, 겨울이면 따끈한 팥죽 한 그릇을 맛봐도 좋고, 기념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나무 우산이나 교토 과자를 구입해도 좋다. 그 가운데 종류별로 추려 본 맛집 그리고 멋집들.


ⓒ트래비

(좌) 전망 좋기로 유명한 니찌게쯔안 2층 객실
(우) 니넨자카 바로 옆에 숨은 듯 자리한 '카사기야'를 잊지 말자

전망 좋은 방에서 즐기는 두부요리 니찌게쯔안


ⓒ트래비 / 여주인이 정갈하게 차려주는 '유도후 가이세키'

깔끔한 다다미방으로 이루어진 교료리 전문점. 길가 안쪽 깊숙이 위치해 자칫 지나치기 쉽다. 니찌게쯔안(日月庵)에서는 1~2층으로 이뤄진 다다미방 가운데 2층을 추천한다. 지대가 높아 17층 높이에서 전망을 누릴 수 있기 때문. 창문을 열면 지붕을 맞대고 늘어선 니넨자카와 산넨자카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워낙 전망이 좋아 일본 유명 영화의 촬영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두유를 끓였을 때 표면에 생긴 얇은 막을 응고시켜 만든 ‘유바(湯葉)’ 요리는 이 집의 대표적인 메뉴. 그 유바에 회가 곁들여져 나오는 ‘유도후 가이세키(3,150엔)’는 한 끼 정찬으로 손색이 없다. 가이세키는 그야말로 코스별로 조금씩 맛보는 음식이니 전망과 함께 천천히 즐기도록 하자. 밥, 국, 디저트 순으로 나오며 반찬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가지의 일종인 ‘기모나스’를 으깬 요리는 특히 인상적이다.

:: 위치 기요미즈테라에서 도보 2분
:: 오픈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9시(마지막 주문은 오후 8시까지/연중무휴)
:: 문의 075-561-0077
www.nichigetsuan.com

  가마솥에서 삶아낸 진한 팥죽 카사기야


ⓒ트래비 / 카사기야의 인기 메뉴인 팥죽과 오하기

니넨자카에서 이 집 모르면 간첩이나 다름없다. 93년 전부터 이어온 가업이 5대째 빛을 발하며 ‘단 음식(Sweet Food)’의 지존을 달려온 곳. 카사기야(かさぎ屋)에서는 아직도 커다란 가마솥에서 하루 종일 진한 팥을 고아낸다. 여간 까다로운 손길이 요구되지 않는 작업인 데도, 가족 모두 보람과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에서 3년간 유학을 다녀온 5대 주인의 딸은 자신의 전공 대신 집안의 가업을 돕기 위해 발군의 영어 실력을 뽐낸다. 덕분에 언제든 손쉽게 외국 손님 응대가 가능하다고.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단연 팥죽! 예상과 달리 멀건 국물 밑으로 팥이 가라앉아 있는데, 한 숟가락 넘길 참이면 ‘달면서도 당분이 느껴지지 않는’ 그 오묘한 맛에 유난을 떨게 된다. 이 밖에도 콩가루를 입힌 떡과 으깬 팥이 담겨 나오는 ‘오하기(おはぎ)’도 유명. 팥죽과 오하기 각각 650엔.

:: 위치 기요미즈데라에서 도보 7분
:: 오픈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화요일 휴무)
:: 문의 075-561-9562

  8개 숍으로 이루어진 쇼핑상가 세이류엔

기요미즈데라를 향해 산넨자카를 오르다 보면 오른편으로 ‘세이류엔(淸流園)’이라는 상점가가 자리하고 있다. 내부에 요지야 체인이 있어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카페와 식당, 기념품 숍 등 총 8개의 상점들이 밀집해 제법 큰 규모의 상권을 형성한다.

요지야 기요미즈 산넨자카 점을 시작으로 향 전문 숍 ‘고호 쇼에이도’, 교토 브랜드 커피점인 ‘이노다 커피’, 제철 재료로 갖가지 절임 반찬을 판매하는 ‘교쓰케모노니시리’ 등 저마다 특색 있는 가게들이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이류엔 상가 전반에 관련된 자료는 홈페이지를 통해 열람할 수 있다. 별도의 영문 자료가 이해를 돕는다. 
www.seiryu-en.com


ⓒ트래비 

(좌) 교쓰케모노니시리에서는 노란 단무지가 인기다
(우) 요지야산넨자카 점


  맛 좋은 단무지를 사고 싶다면 교쓰케모노니시리

제철 재료로 만든 갖가지 절임 반찬을 포장 판매한다. 교토만의 다양한 밑반찬을 직접 맛볼 수 있어 마치 일본 가정의 냉장고 안에 들어온 듯하다. 무엇보다 인기있는 아이템은 ‘단무지’로 노릇노릇 짭조름한 맛이 입 안을 개운하게 한다. 

단무지 1팩 525엔. 오전 9시~오후 6시, 075-525-8181


  교토만의 커피를 마신다 이노다 커피

1947년 개업한 커피 전문 브랜드로 교토 내에 크고 작은 10여 개의 체인점을 두고 있다. 5종류의 원두를 직접 볶아 뽑은 블렌드 커피가 인기. 매장 안에서 원두커피와 찻잔 등을 판매하며, 정원이 내다보이는 아늑한 카페를 겸하고 있다. 

오전 9시~오후 5시, 075-532-5700


  여행 뒤 건네주는 치유의 선물 쇼에이도

요즘의 웰빙 트렌드와 잘 어울리는 향 전문 숍. 매장 내 감도는 향은 단순한 구경만으로도 치유의 작용을 한다. 색색의 향초들은 각각 다른 효능을 지니는데, 보통 짧은 건 15분, 긴 것은 30분 정도 유지된다고. 향초를 열 개 구입하면 포장박스까지 곁들여 준다. 1세트 1,155엔. 오전 9시~오후 6시, 075-532-5590

  기요미즈데라에도 어김없이 요지야 산넨자카 점  

기름종이, 화장 솜, 손거울과 각종 메이크업 제품 등을 판매하는 종합 뷰티 숍. 기요미즈데라 근처에서 몇몇 제품을 구매할 생각이었다면 바로 이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오전 10시~오후 6시, 075-532-5757

 ⓒ트래비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