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도시탐험 21탄 교토Ⅰ② Town 2 - 은각사 & 철학의 길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8.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래비

‘천하의 부엌’ 오사카와 달리 차분하고 새치름한 교토는 화려한 수식어로 손님을 부르지 않는다. 그저 바람이 전해 주는 소소한 풍문, 예컨대 ‘일본적인 어떤 것’에 대한 호기심을 품은 이들만이 떨리는 가슴으로 교토의 문을 두드리고는 한다. 과거 1,200년간 세도를 누려 온 왕조 문화를 바탕으로 이 도시가 꽃피운 절과 사찰은 1,600여 개에 이르는데, 도심에 우뚝 선 크고 작은 사찰들과 마주하자면 과거와 자연스레 결합한 교토의 현재를 느낄 수 있다.

여행은 먼저 ‘금각사(金閣寺)’로부터 시작된다. 1397년 한 귀족의 별장을 사찰로 개축한 이곳은 번쩍이는 순금덩이로 칠갑한 3층 누각이 유명하다.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는데, 탐미주의의 절정을 이루는 절로 손꼽힌다. 정식 명칭은 로쿠온지(鹿苑寺)이나, 사리전인 금각이 유명해 많은 이들에게 금각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트래비

금각사의 번쩍이는 위용을 흠모한 이들은 ‘은각사(銀閣寺)’를 만들어 사찰이 지닌 또 다른 미학적 아름다움을 제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순금의 화려한 매력과 달리 은각사는 소박한 풍채로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무로마치 시대의 지배자 ‘아시카가 쇼군’의 별장으로 건립된 이 절은 아담한 정원이 인상적이다. 

굳이 촉박한 일정 중 한 곳을 선택하라면, 개인적으로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는 은각사 쪽에 마음이 기운다. 더불어 그에 이르는 호젓한 산책길이 멋진 까닭인데, 일본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거닐던 산책로 ‘테츠가쿠노미치(철학의 길)’가 그것이다. 한 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이 철학의 길은 관광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현지 주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만약 ‘철학’이란 단어가 주는 심오하고 사색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이곳에서는 그저 나뭇가지 새로 스며든 햇살 한줌과 거리를 활보하는 하이커들의 자전거바퀴에 시선을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걸음의 속도를 컨트롤하다 보면 우측으로 흐르는 개울과 드문드문 늘어선 카페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객의 그림자가 길게 뉘기 시작하는 오후 5시, 해거름이 바닥 깊이 여운을 드리우면 본연의 사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없는 시간이 된다. 이때는 은각사도 주변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아 쓸쓸함마저 감돈다.

l How to Go l  

금각사 교토 역 가라스마구치에서 101, 205번 버스를 타고 긴카쿠지미치에서 하차/ 시조가와라마치에서 12, 59, 205, 102번 버스를 타고 긴카쿠지미치에서 하차. 입장료 400엔

은각사 교토 역 가라스마구치에서 5, 17, 100번 버스를 타고 긴카쿠지미치에서 하차. 입장료 500엔
철학의 길 교토 역에서 5, 100번 버스를 타고 히가시텐노초에서 하차

호젓한 산책으로의 초대 철학의 길

철학의 길은 은각사에서 구마노냐쿠오지진자(熊野若王子神社)까지 수로를 따라 난 2km의 산책길을 일컫는다.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의 산책로로 유명한 이 길은, 주변 벚꽃이 절정을 맞는 4월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관광지답지 않은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특징으로 드문드문 늘어선 가게들이 재미를 더한다.

ⓒ트래비

 ★ 백발의 신사가 타 주는 커피 한잔 세이건 Sagan

1962년 오픈한 오랜 전통의 카페로 간단한 음료와 차를 판매한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짙은 마호가니 책상 위로 앤티크한 소품들이 가득하다. 후덕한 만화 속 캐릭터 같은 새하얀 백발의 주인이 타 주는 커피 한잔에 목을 축여 보도록 하자. 관광객보다는 삼삼오오 몰려든 동네 이웃 주민들의 담소가 한결 정겨운 심상을 자극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500엔 정도.

:: 위치 철학의 길 은각사 방면 우측
:: 오픈시간 오전 7시~오후 5시   문의 075-751-7968

★ 바람 따라 나풀대는 수제모빌 카제노아카타



바람이 살랑이면 철학의 길 초입에 자리잡은 모빌 숍 ‘카제노아카타(Kazenoyakata)’는 분주해진다. ‘바람의 집’이란 뜻을 지닌 가게 이름처럼 입구의 대형 바람개비가 뱅글뱅글 돌아가며 행인의 걸음을 멈춰 세운다. 일본과 어울리는 잉어, 종달새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실에 매달려 독특한 오브제가 된다. 뭔가 독특한 선물을 구입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직접 제작한 수제모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은각사 쪽으로 좀더 걸으면 본점이 있다. 가격은 2,100 ~6,300엔 정도. 

:: 위치 철학의 길 은각사 방면 우측
:: 오픈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 문의 075-751-1007
www.kazenoyakata.co.jp

★ 별 다방보다 많은 토털 뷰티 숍 요지야카페 은각사점

손거울을 들여다보는 일본 여인을 캐릭터화한 ‘요지야’는 단순한 메이크업 브랜드를 넘어 교토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오랜 세월 게이샤를 배출한 교토 여인들은 미(美)에 대한  욕구 또한 높았는데, 이를 해소시켜 줄 뛰어난 메이크업 제품들이 필요했다. 

ⓒ트래비

요지야는 필수 아이템인 기름종이 외에 기초화장품, 메이크업 용품 등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을 선보인다. 교토 내에 10여 군데 체인점이 있는데, 유명 관광지와 번화가 주변에는 어김없이 위치해 한편으론 ‘별다방’보다 찾기 쉽다. 그중 ‘요지야 은각사점’은 단순히 메이크업 제품만 판매하지 않고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곁들일 수 있는 카페를 겸하고 있다. 

1904년 지어진 2층짜리 목조 건물은 어느 부자의 전통 가옥을 개조한 것으로 내부에 아담한 정원을 품고 있다. 한 면을 통유리로 마감해 정원을 내다볼 수 있게 운치를 더했다. 다다미방에는 삼삼오오 몰려 온 여성 손님들이 창밖을 감상하며 차를 즐기는데, 2층에서는 보다 높은 지대에서 조망이 가능하다.

인기 메뉴는 단연 요지야 캐릭터를 형상화한 ‘녹차 카푸치노(530엔)’. 오로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로 하얀 거품 위로 녹차 가루를 입혀 낸 라떼아트가 인상적이다. 다른 지점에서는 녹차 대신 코코아를 이용한 갈색 카푸치노를 맛볼 수 있다. 손거울 모양의 비스킷에 단팥을 넣어 먹는 ‘모나카세츠토(790엔)’도 출출한 배를 달래기 좋으며, 기름종이가 한 장 곁들여 나와 그 유명세를 직접 테스트 해볼 수 있다. 금각사 금칠 작업에 사용될 정도라고 하니 그 흡수력과 부드러움에 대한 예찬은 더할 필요가 없겠다.

:: 위치 은각사 입구 근처  
:: 오픈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문의 075-754-0017
www.yojiya.co.jp

★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오가닉카페 마가레트



언덕 아래 위치한 이 작은 비밀공간을 지키는 것은 낡은 자전거와 야외 테이블이 전부이다. 카페 안에 들어가면 하얀 페인트 벽에 칠해진 초콜릿과 일러스트와 앙증맞은 메뉴판이 사랑스럽다.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건강식 위주의 식단을 선보이는데 그중에서도 바나나를 얹은 크레페, 오리지널 마가레트 라이스(850엔) 등이 인기. 입구 부스에 진열된 오가닉 초콜릿(460엔)과 직접 만든 유기농 비누(400엔)도 구매욕을 자극한다.

:: 위치 철학의 길 은각사 방면 우측 언덕 아래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수요일 휴일)
:: 문의 075-752-7219
http://margaret-cafe.com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