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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21탄 교토Ⅰ① Town 1 - 교토 역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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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 속에 가려진 감성도시 교토 KYOTO


ⓒ트래비

교토에 닿기도 전부터 주눅이 들었다. 관광 좀 해봤다 하는 이들은 ‘천년 고도의 도시’‘경주와 비슷한 수학여행지’ 따위의 정형화된 후기로 나를 압박했다. 기실, 겉모습만 핥는 이들에게 교토는 역사와 전통을 고수하는 강건하고 고집 센 모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법 오랜 시간 깊숙이 들여다본 이들은 교토가 지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예찬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밤이면 가와라마치 역 일대 클럽에서는 젊은이들이 하우스 뮤직에 열광하고, 본토초의 밤은 낭만적인 홍등으로 붉게 물든다. 가모 강변에 걸터앉은 연인들은 저마다 청춘의 꿈을 속삭이며, 식당가는 고루한 가이세키 요리 대신 칵테일 한잔에 강변의 서정을 판매한다. 이제 교토는 더 이상 ‘수학여행지 어디쯤’으로 치부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저 하루, 이틀 일정으로 머물지 말아 달라”고. 기존의 여행 패턴에 여유분을 둔다면, 교토가 그들의 아름다운 전통과 얼마나 역동적으로 결합하고 있는지를 좀더 유연하게 감상할 수 있다. 
진정한 교토 여행은 바로 그 즈음에서 시작된다.

글 박나리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일러스트 제스
취재협조 교토시 관광과, 간사이 광역연휴협회 서울사무소 (주)린카이 02-319-5876

*도시탐험 21탄‘교토편’은 3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KYOTO special01 다섯 개의 타운으로 만나는 교토


ⓒ트래비

 Town 1 교토역  최첨단 건물로 반기는 첫 인사

한큐 전철 혹은 JR을 통해 교토 역에 도착한 이들은 개찰구를 빠져 나오는 순간 자연스레 걸음을 멈추게 된다. 시선이 끝도 없이 뻗어 오른 천장으로 향하는 순간, ‘교토다운 고풍스런 역사(驛舍)’를 기대한 이들은 혼란에 휩싸인다. 

1997년 일본 유명 건축가 ‘하라 히로시’에 의해 설계된 교토 역은 아이러니함 그 자체다. 오래된 도시의 무거움을 걷고 백화점, 극장, 호텔 등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강조한다.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며 즐길 수 있다. 교토 시민 중 일부는 교토의 첫 인상또한 이 예스런 이미지를 상실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젊은 감성을 의연하게 받아들인 다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족스러워했다.

하라 히로시는 교토의 고루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고 진취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자신의 오마주를 곳곳에 삽입했다. 하늘을 찌를 듯 최정상에 위치한 하늘공원, 맨해튼의 마천루를 연상시키는 반사유리는 교토도 ‘첨단 도시의 디자인’을 수용할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이다. 그건, 그간 교토가 보수적이고 촌스러워 갖지 못했다기보단, 숭고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과감히 외면했을 뿐’이란 콧대 높은 자존심의 발현처럼 보인다. 

‘左 그란비아 호텔(Granvia Hotel)’ ‘右 이세탄 백화점(JR Kyoto Isetan)’을 품은 교토 역은 늠름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환영한다. 길 건너 기괴함을 자랑하는 교토타워를 마주하고 위로는 7층 규모의 에스컬레이터를 두어, 마치 거대한 놀이동산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아찔한 경사각을 자랑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층을 더할수록 두려움을 더하는데, 불어오는 바람과 깨알 같은 유동인구를 내려다보노라면 굳이 고소공포증이 아니더라도 두 다리가 떨려 온다. 매끄럽게 닦인 대리석 위로 퇴근하고 장을 보러 온 직장인, 쇼핑을 나온 교토 여성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뒤섞일 때면 유럽의 유명 관광지를 연상시킨다. 

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는 꼭대기 층 계단에 앉아 역사 아래를 바라볼 때. 마치 산 정상에 올라 풍경을 조망하는 기분과 닮았다. 저녁이면 종종 아래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는데, 황혼으로 물든 교토 역은 하루 중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워 제대로 감성을 충전받고 싶다면 반드시 해질 녘에 들러 보도록 한다. 이처럼 교토는 역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예상했던 고정된 이미지를 과감히 웃어 넘긴다. 선입견이 빗나가는 순간의 희열은 새로운 교토를 인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트래비

역 주변에서 반드시 둘러봐야 할 세 가지!

교토 역 주변의 세 가지 핵심 명소는 아톰박물관, 교토 역 하늘공원, 그리고 교토의 상징 도지(東寺)의 5층 석탑을 들 수 있다. 앞의 두 명소의 경우 교토 역 내에 위치해 쉽게 둘러볼 수 있는 반면, 도지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도지는 높이 약 55m의 고탑으로 금당과 대사당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교토를 수호하는 사원으로 멀리서도 교토 역을 가늠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 위치 교토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19, 78번/ 교토 역에서 긴테쓰센(近鐵線)을 타고 2분 뒤 도지 역에서 하차  
:: 오픈시간 동절기 오전 9시~오후 4시30분, 하절기 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
:: 입장료 500엔(2007년 8월 기준, 100엔은 약 810원)  문의 075-691-3325

데츠카 오사무가 사랑한 교토 아톰박물관

ⓒ트래비
교토 역을 나오자마자 여행객을 반기는 것은 로봇 소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 그 귀여운 캐릭터들이 가리키는 곳은 다름아닌 아톰박물관이다. 1999년 오픈한 이곳에는 일본 만화의 신이라 칭송받는 ‘데츠카 오사무’의 다양한 만화 캐릭터들이 전시되어 있다. 간사이 지방 출신이었던 그는 생전에 너무도 사랑했던 도시를 잊지 못해 교토에 아톰박물관을 지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내부는 작은 영화관과 기념품 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톰, 레오, 블랙잭 등 보기만 해도 향수를 자극하는 캐릭터들이 방문객의 시선을 잡아 끈다. 약 30분간 상영되는 만화영화는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로 일반적으로 중편 1편, 단편 2편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로테이션된다. 총 14개의 레퍼토리 가운데, 아톰이 나오는 만화영화는 5편 정도. 상영작은 일본 전역을 통틀어 이곳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기념품 숍에서는 열쇠고리, 가방, 손수건뿐만 아니라 아톰이 그려진 넥타이와 티셔츠까지 즐비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홀로그램 라벨이 붙은 상품은 이곳에서 인정한 완벽한 캐릭터 상품을 표시한 것으로 보다 정교한 아이템을 구입하고 싶다면 상표를 참고하도록 한다.

:: 위치 교토 역 정면으로 좌측 2층   오픈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 영화 관람료 성인 200엔, 어린이 100엔
:: 문의 075-341-2376, 
www.kyoto-station-building.co.jp/kyototezu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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