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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③ 가르다 호수 - 바다만큼 넓은, 하늘처럼 푸른 그 호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9.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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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다 호수    
바다만큼 넓은, 하늘처럼 푸른 그 호수

이탈리아 현지에서 만난 한 이탈리아인은 가르다 호수(Garda Lake)를 일컬어 “마치 물방울(Water Drop) 같다”고 묘사했다. 그의 표현처럼, 가르다 호수의 외양은 마치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반도 위쪽에 똑, 떨어진 물방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르다 호수의 면적은 무려 370km2, 단지 ‘물방울’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큰, 이탈리아 최대의 호수이다.

자연미,인공미와 눈이 맞다


ⓒ트래비

프라스카티, 산 지미냐노가 각각 로마, 피렌체 등의 유명 관광지와 인접해 있어 ‘당일 여행’이가능했다면, 북부 이탈리아에 위치한 가르다 호수 지역은 그에 비해서는 다소 주변 지역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밀라노, 베네치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지만 거리는 각각 100k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르다 호수는 이탈리아 현지인들이 첫손가락에 꼽는, ‘간판’ 휴양명소 중 하나이다. 굳이 시간을 내어서 가볼 만한 ‘가치’는 대내외적으로 입증된 셈. 

가르다 호수를 처음 접하자마자 뇌리를 스친 생각은 엉뚱하게도 “아! 호수에도 ‘수평선’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있구나”였다. 저 멀리 신기루처럼 아른거리는 산맥만 아니면 깜박 속을 만큼,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탁 트인 호수 전경은 여느 지중해 해안가라고 해도 쉬이 납득할 만큼 광대하다. 고대 빙하기에 빙하가 녹아내려 형성되었다는 빙하호여서인지 가르다 호수의 물빛은 유독 새파란 비취빛이다. 호숫가에서는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영을 하거나 오수(午睡)를 즐기고, 호수 표면을 시원하게 가르는 모터보트에서도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호수 주변으로 난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는 기분 역시, 해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듯한 맛이 느껴져 더욱 색다르다. 

가르다 호수의 북쪽 하단에 가느다란 실처럼 뻗어나온 반도, 시르미오네(Sirmione)는 가르다 호수 주변 지역 중에서도 가장 유명세를 치르는 ‘스타’다. 세로 직경으로 약 4km, 총 33km2면적의 넓지 않은 땅이지만 시르미오네는 호수 안쪽에서 바라볼 수 있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더불어 13세기에 축조된 스칼리제르 성(The Scaliger Castle)으로 대표되는 중세 시대의 특이한 건축 양식이 멋스러운 조화를 이루어낸다. 

시르미오네 안의 풍경은 마치 ‘동화의 마을’ 같다. 예스러운 건축 양식도 그렇거니와 거리를 가득 메운 노천 레스토랑 위로 드리워진 꽃 넝쿨, 강렬한 원색의 다양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기념품 숍들 역시 동화 속 배경인 양 아기자기한 매력을 뽐낸다. 가르다 호수의 가이드 실비아 페드로티(Silvia Pedrotti)는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기념품”이라며 겉모습은 물론, 향긋한 향까지 레몬을 꼭 닮은 레몬비누를 권했다. 온화한 기후 덕분에 레몬 경작이 특히 발달했기 때문이란다.

‘달콤한 중독’ 가르다 호수의 만찬


ⓒ트래비

‘바다만큼 넓은’ 가르다 호수에서는 마치 바다에서처럼 다양한 생선류가 잡힌다. 또한 온화한 기후 덕에, 레몬을 위시한 올리브, 포도의 풍성한 경작과 수확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고스란히 가르다 호수의 식탁에 반영된다고. 실비아는 “가르다 호수 주변에서는 화이트, 레드, 로제 등 총 3가지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기 때문에 모든 음식과 잘 조화를 이룬다”면서 “상큼한 레몬 아로마와 신선한 올리브 오일, 버섯 등이 가미된 가르다만의 독특한 식단은 휴양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시르미오네에서도 가르다 호수와 바로 인접한 한 야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 테이블을 얼핏 둘러보아도 가벼운 복장의 휴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음식의 맛도 뛰어날 뿐 아니라, 특히 주위 경관이 아름답기 때문에 방문객은 물론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라는 것이 실비아의 설명이다.

전체-파스타-메인-디저트로 이어지는 풀코스를 선택, 제대로 된 ‘가르다식(式) 만찬’을 즐겨 보기로 했다. ‘다른 종류를 고르게 맛보자’는 실비아의 제안에 따라 메인코스가 각각 생선, 고기로 나뉘어진 두 가지 코스를 시켜 공유하기로 결정! 우선 ‘가르다 호수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 보아야 한다’고 추천한 생선 튀김(Lake Fish fries)이 등장했다. 호수에서 갓 낚아 올린 싱싱한 생선을 바로 조리했다는 튀김은 튀김옷이 얇게 입혀져 최대한 재료 그 자체의 맛을 살려준다. 온몸을 통째로, 뼈까지 먹는 생선튀김은 입맛에 따라 다소 비린내를 느낄 수도 있지만, 부드러운 생선살의 질감은 꽤 만족스럽다. 비린내를 없애고 싶다면, 신선한 레몬즙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레몬향까지 더해지니 일석이조. 또다른 전채로는 햄메론(Raw ham and melon)이 등장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왜 생햄을 즐겨 먹을까, 라는 기자의 궁금증에 대해 실비아는 “날것인 채로의 햄이 더욱 강한 맛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라는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정의를 내렸다. 전채와 곁들여지는 와인은 가르다산 로제 와인, 키아레또(Chiaretto)이다. 가볍게 톡 쏘는 맛이 향긋한 아로마와 더해져, 생선과 햄 모두에 잘 어우러졌다.


ⓒ트래비

뒤이은 요리로 감자 덤플링(우리나라의 만두와 유사한 밀가루 요리)과 홈메이드 라비올리가 등장. 쫀득쫀득한 질감의 감자 덤플링에는 호수에서 잡은 생선이 곁들여져 입 안에서 더욱 풍성한 질감을 선사했다. 다진 고기와 검은 트뤼플(송로버섯)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는 쫄깃하면서도 덤플링보다는 다소 묵직한 육류의 맛이 일품이다. 와인으로는 로제에 이어서 레드 와인이 선보였다. 그로펠로(Groppello)라는 이름의, 역시 가르다 호수에서 생산된 와인은 레드 와인이면서도 무겁지 않은, 깔끔한 뒷맛으로 여러 가지 요리에 두루 조화를 이룰 듯하다.

하이라이트인 메인 코스를 장식한 두 가지 요리는 버섯 소스가 곁들여진 라바렛(흰살생선의 일종), 그리고 역시 버섯을 곁들인 쇠고기 스테이크다. 앞서 맛본 자그마한 생선들과는 달리, 큼직한 사이즈의 생선 토막은 일단 양에서부터 만족스럽다. 부드러운 크림이 첨가된 버섯 소스 역시 생선의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 주는 듯. 쇠고기 스테이크는 ‘가르다 호수의 특산물은 생선’이라는 고정관념이 무색해질 만큼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선사한다. 큼직큼직하게 썰어 놓은 버섯과 가지, 호박 등의 야채들이 듬뿍 곁들여져 고기의 느끼함을 다소 덜어 주었다.

더 이상 뱃속에 들어갈 자리가 없을 만큼,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거운 포만감을 호소할 무렵 달콤한 푸딩, 아이스크림, 초콜릿과 커피가 속속등장했다. 예쁘게 꾸며진 디저트 접시에서 피어오르는 ‘유혹’에 모두들 언제 배가 불렀냐는 듯, 마지막 코스까지 ‘완주’하기 위해 다시 씩씩하게 포크를 집어들기 시작한다.     

Garda Lake에서 만난 사람

“앗, 사진 찍으시면 안돼요~!”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던 미모의 종업원이 어쩌다 보니 기자의 레이다망에 ‘딱’ 걸렸다. 호수를 닮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와 새까만 머릿결, 날씬한 몸매가 전형적인 이탈리아 미인이다. ‘사진 한 컷 찍자’며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진기자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유독 수줍음이 많던 그녀, 연신 미소를 띠면서 렌즈를 피해 도망다니기에 바쁘다. 따라서 결국 한 컷 건지기는 했으나… 얼굴이 반 이상 가려진 반쪽 사진(?)이 되어 버렸다는 거~. 하지만 있는 듯 없는 듯, 테이블 위에서 필요한 것들을 완벽하게 챙겨 주던 그녀의 서비스 정신만큼은 너무나도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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