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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① 프라스카티 - 와인 한잔 들고‘ 타임머신’에 탑승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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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이탈리아의 ‘ 속살 ’을 맛보다


ⓒ트래비

내로라하는 유럽의 관광지 중에서도 이탈리아에는 유독 많은 명소들이 포진해 있다. 로마,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카프리…. 얼핏 보기에도 친숙한 이들 지역이 전부 이탈리아 한 나라에 몰려 있으니, 유럽에서도 이탈리아는 가히 ‘여행의 꽃’이라 불리워도 과언이 아닐 듯. 그러나, 유명 관광지만을 골라서 방문한다면 이탈리아의 ‘진짜 모습’을 간과한 것이라고 감히 공언해 본다. 이름도 낯선, 작은 동네의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해 나가는 기쁨은 물론이려니와 뒷골목에 숨듯이 자리한 자그마한 식당들, 마을 하나하나에서마다 쉬이 찾아볼 수 있는 와이너리 등은 이탈리아 외곽에서 조우할 수 있는 즐거움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글  오경연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우경선  
취재협조  내일여행 www.naeiltour.co.kr
에어프랑스
www.airfrance.co.kr 이탈리아관광청 www.enit.or.kr

  프라스카티    
와인 한잔 들고‘ 타임머신’에 탑승하다

와인 애호가라면 혹시 ‘프라스카티(Frascati)’라는 이름이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프라스카티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 품목인 프라스카티(the Frascati wine)는 상큼한 과일향을 고스란히 병에 담았으며, 그 빼어난 품질로 인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트래비

스쳐가는 건물마다 역사를 담다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20여 킬로미터, 차로 약 1시간을 달리다 보면 어느덧 프라스카티에 이르게 된다. 지리상의 이점으로 인해 로마에 머무르는 방문자라면 당일 여행으로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프라스카티는, 엄밀히 말하자면 14개의 작은 마을들이 모여서 형성된 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다. 프라스카티는 또한 상위 개념인 카스텔리 로마니(Castelli Romani)지역에서도 가장 크고, 유명한 마을 중 하나로 분류된다. 카스텔리 로마니는 알바니 호수가 있는 알반 언덕(Alban Hills)에 위치한 마을들을 한데 묶어 총칭하는 지역명으로, 현지에서는 휴양지로 이름이 높다. ‘카스텔리 로마니’라는 지명은 이탈리아어로 ‘로마의 성(Roman Castle)’이라는 의미.

프라스카티에서 나고 자랐다는 가이드, 일라리아 씨니씨(Ilaria Sinisi)는 프라스카티의 가장 큰 매력으로 ‘화이트 와인’ 그리고 ‘빌라’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빌라(Villa)는 프라스카티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 “프라스카티에는 중세시대부터 귀족들이 자리잡아 온 터라, 17~18세기의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을 반영한 빌라들이 여러 채 있답니다. 또 그 이전부터인 1300~ 1400년대부터 세워진 타워 등은 성벽으로 보호되어 왔죠.” ‘귀족의 집’이라는 프라이드가 있어서일까, 프라스카티의 대다수 빌라들은 아직까지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는 사유지여서 그랜드 빌라 알도브란디니(the Grand Villa Aldobrandini)를 제외하고는 일반 대중은 예약 없이 빌라들을 방문할 수 없다. 이 밖에도 프라스카티는 무려 16세기부터 교황의 여름 휴양지로 애용되어 오는 등, 유서 깊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프라스카티의 중앙 광장과 인접한 성 베드로 성당(Cathedral Saint Peter). 전형적인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거대한 외관에서부터 강한 인상을 풍긴다. 17세기 당시의 유행을 좇아, 성당 내부는 다양한 종류의 대리석을 건축자재로 사용해 만들어졌단다. 일라리아는 “당시에도 대리석은 비쌌기 때문에, 일반 돌에 대리석 무늬를 그려서 사용하기도 했어요”라며 설명을 덧붙인다. 또한 교회 구석에 무심하게 걸려 있거나 놓여 있는 그림 한 장, 조각 하나하나가 17~18세기에 완성된 예술작품이라고 하니 마치 중세시대에 들어선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프라스카티 전통요리 맛보기


ⓒ트래비

빌라, 중앙 광장 등을 두루 둘러보다가 어느덧 뒷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요리조리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 전형적인 프라스카티의 오스테리아(Osteria, 이탈리아어로 ‘작은 식당’ 정도의 의미), ‘칸티나 산 가에타노(Cantina San Gaetano)’로 향했다. 일라리아는 “이탈리아의 모든 지역마다 지방색이 뚜렷한 전통 음식이 있고, 또한 대부분의 지역에 와이너리가 있죠”라면서도 프라스카티만의 ‘맛’을 음미해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프라스카티의 전통 요리들을 맛보기로 부탁한다’는 그녀의 주문에 조금씩 담은 요리들이 하나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크림과 소스가 어우러진 돼지고기, 갓 구워낸 빵과 올리브 오일, 신선한 생햄, 매콤한 말고기 육포 등 다양한 메뉴들에 우선 눈부터 즐겁다. 얼핏 보기에는 느끼할 법한 크림을 얹은 돼지고기 요리가 이처럼 담백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도 올리브 열매의 신선한 향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오일과 ‘살살 녹는’ 치즈의 맛에 그 비결이 궁금했다. 수십년 동안 이 오스테리아를 지켜 온 주방장 겸 주인은 “와인은 물론 올리브 오일, 치즈 등도 직접 만들어, 믿을 수 있는 신선한 재료만을 고집한다”며 치즈가 숙성 중인 식품 저장실로 안내했다. 지하이지만 통풍구가 있어 ‘의외로’ 건조하고 서늘한 저장실 안에는 푸른곰팡이를 무성하게 뒤집어쓴 치즈 몇 덩어리가 소담히 놓여 있었다. 저장실에서 약 두 달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후에야 ‘상품’으로서 식탁에 오르게 된다고 한다.

와인이야, 청량음료야? 


ⓒ트래비

이번에는 프라스카티의 와인을 맛보기 위해 또다른 오스테리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칸티나 다 산티노(Cantina da Santino)’에서는 직접 생산한 프라스카티 화이트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약하게 톡 쏘는 맛이 느껴지는, 스파클링끼가 약간 도는 화이트 와인은 마치 청량음료를 마시는 듯 상큼하면서도 시원한 목넘김이 일품이다. 특이한 점은 와인을 마실 때 으레 목이 긴 와인잔에 마시는 우리와 달리, 오히려 프라스카티에서는 일반 물컵과 같은 유리잔에 화이트 와인을 따라 마신단다. 단, 이는 화이트 와인에만 국한되는 경우이고 레드 와인은 일반 와인잔에 마신다고.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별미는 주방에서 직접 만든 와인 과자인 참벨로이다. 밀가루, 설탕, 올리브 오일 등은 일반 쿠키재료와 다를 바가 없지만 특이하게도 화이트 와인을 반죽에 넣어 과자를 구워낸다고. 1리터의 와인으로 반죽하면 약 100~200여 개의 참벨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둥근 도넛 모양의 참벨로는 식탁 위에 오를 때 반으로 쪼개져서 서빙된다. 참벨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화이트 와인에 한번 담갔다가 먹는 것이기 때문에, 컵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미리 쪼개서 내놓는 것. 딱딱한 질감의 참벨로를 화이트 와인에 적당히 적셔 먹으니, 참벨로 특유의 구수함이 더욱 감칠맛 나게 느껴진다. 일라리아는 “술이 들어갔지만 쿠키를 구울 때 알코올 성분은 대부분 날아가기 때문에 어린아이들도 안심하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건강 군것질거리”라며 추천했다.

수백년 전 식탁으로의 초대


ⓒ트래비

이미 각종 요리와 와인을 두루 맛보기로 섭렵했건만, 오랜 시간 식탁에 앉아 맛보는 ‘제대로 된’ 한 끼가 슬그머니 그리워진다. ‘칸티나 코만디니(Cantina Comandini)’는 이런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해 준다. 규모 있는 레스토랑으로 몇백 년 전에 세워진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여 만들어 중세 수도원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벽돌벽, 조명, 장식 등 내부 인테리어에서부터 예사롭지 않다. 오크통에서 뽑아내는 하우스 와인, 낡은 듯 묵직한 식기 하나하나가 레스토랑의 ‘역사’를 말해 주는 듯하다.

올리브 열매, 생햄, 치즈 따위가 모둠으로 나오는 전채, 토마토 소스 파스타에 이어 감자를 곁들인 닭가슴살 요리, 푸른 채소를 곁들인 소고기 요리 등 푸짐한 ‘한상’이 차려지자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듯하다. 유리병에 따라서 나오는 하우스 와인은 다소 거친 듯한 포도의 맛과 향기로 요리의 입맛을 돋우어 주는 ‘감초’다. 특히나 싱싱한 올리브의 향과 쫄깃한 파스타의 감촉이 오래도록 입 안을 맴돈다.

Frascati에서 만난 사람 : Cantina da Santino의 주방장


“와인을 팔라구요? 아, 우리도 없어서 못 판다구!”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이 아저씨, 바로 칸타나 다 산티노의 주방장 겸 주인이다. 오스테리아에서 화이트 와인과 참벨로를 맛보자마자 ‘첫눈’에 반한 기자, 와인을 살 수는 없냐며 주방장을 졸라 봤지만 “직접, 그것도 소규모로 제작해 양이 부족하다”며 거듭 난색을 표하는 터에 아쉽게도 살 수 없었다. 정말로 ‘어쩔 수 없이’ 팔 수 없었음에도 너무나도 미안해 하던 주방장 아저씨, 대신에 참벨로를 사라고 권했다. 참벨로는 1.5Kg에 불과 7유로로 양도 많은 데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으로, ‘굿 초이스’였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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