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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여행 미리보기 - 추석 황금연휴 고향도 가고 놀러도 가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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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올해 추석은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황금연휴다. 굳이 월차나 연차를 내지 않아도 5일이라는 휴가가 주어지니 해외 여행은 꿈꾸지 못할지언정 국내 여행은 거뜬하게 소화할 만하다. 고향으로, 부모님 곁으로 달려갈 독자들을 위해, 전국 팔도를 중심으로 가볼 만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고향에 내려가 차례도 지내고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여행도 떠나고, ‘님도 보고 뽕도 따며’ 황금연휴를 알차게 즐겨 보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에디터 김수진 기자

  0 1 : 서울·경기가 고향이라면~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파주
- 임진각▶영어마을▶헤이리


ⓒ트래비

서울 북부에서 1시간 이내 거리인 파주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동네다. 군데군데 산재한 볼거리들을 모두 섭렵해도 당일이면 충분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기에 제격이다. 

북녘 땅을 마주하고 선 임진각(031-940-4367)에서는 안보 관광과 여유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물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안보 관광을 원한다면 임진각 국민관광지 내 자리한 관광상품권 판매소로 향한다. 도라산 역으로 가는 상품과 도라산 역, 도라 전망대, 제3땅굴, 통일촌 등지를 둘러보는 상품을 판매한다. 안보 관광을 하지 않아도 임진각의 즐길거리는 무궁무진하다. 가장 시선을 끄는 건 푸른 잔디 위에 조성된 각종 조형물. 카페 ‘안녕’의 양 옆에 자리한 송운창 작가의 ‘水-Report’, 김언경 작가의 ‘바람의 언덕’등이 인기다.  잔디 한 켠에 마련된 전통놀이 체험장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배가하는 전통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임진각의 바람을 느끼게 하는 연을 판매하며, 제기와 굴렁쇠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임진각에서 자유로를 따라 20분 가량 달리면 영어마을과 헤이리다. 출입국관리소의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면 펼쳐지는 영어마을(1588-0554, english-village.gg.go.kr/paju/)은 동화 속 풍경과 닮아 있다. 유럽풍 낮은 건물과 여유롭게 도로를 지나는 트램. 마켓 스트리트 레스토랑의 노천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이들에게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는 어른들, 영어 동요 공연 등의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은 영어마을을 자연스레 사랑하게 된다. 

약 496km2 규모의 공간에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70여 명의 예술인들이 꾸미고 있는 문화예술공간인 헤이리는 영어마을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헤이리(031-946-8551~3, www.heyri.net)에는 수십 개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자리해 방문 전에 찾을 곳을 미리 점 찍어 둬야 한다. 자칫하면 너무 많은 박물관과 갤러리 사이를 헤매며 시간을 보내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0 2 : 강원도가 고향이라면~     

해바라기와 함께하는 특별한 추석 태백
- 태백 해바라기 축제▶매봉산 풍력발전단지
   
ⓒ트래비

3년 전부터인가. 태백의 늦여름은 특별해졌다. 고랭지 배추 생산이 끝나고 태백 고원의 구릉이 밋밋해질 즈음, 노란 물결로 허전함을 채워 준 해바라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구와우(九臥牛) 마을. 태백에서 강릉 방면 35번 국도를 타고 3km 가량 지나면 아홉 마리의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구와우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 자리한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에서는 3년 전 이맘때 즈음부터 해바라기 축제를 열었다. 올해는 8월25일부터 9월30일까지 축제가 열려 추석 연휴 때에도 해바라기가 펼쳐놓는 노란 향연에 취할 수 있게 됐다.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의 해바라기 밭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평지에서 구릉으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탐방로만 3.5km에 이르러 어른키보다 큰 해바라기 품에 안겼다가 어느새 언덕 위에서 해바라기를 조망하게 된다. 축제 기간에는 야생화 꽃밭 탐방, 사진 전시회, 그림전, 조각전, 관객과 함께하는 조형물 작업전, 양귀비 전시, 야생화 분경 전시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열린다. 

구와우 마을에서 2km 가량 지나 삼수령, 피재가 나오면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방면으로 좌회전해 길을 잇는다. 가파른 산을 깎아 아슬아슬하게 만들어놓은 고랭지 배추밭 사이로 작은 길이 나 있다. 고단한 여름을 보내고 막 수확을 끝낸 배추밭과 산 아래 아득한 풍경을 즐긴다. 산 꼭대기, 길 끝까지. 그 길의 끝에는 고랭지 배추밭을 호령하듯 내려다보고 선 거대한 바람개비가 자리한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대관령이나 영덕의 그것과는 다른 멋을 지녔다. 초원이나 바다가 아닌 고랭지 배추밭에 자리해서일까. 산을 깎아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산골 주민의 팍팍한 삶이 무리를 이룬 거대한 바람개비의 아름다움과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휙. 휙. 휙. 거대한 바람개비 곁으로 다가가면 육중한 날갯짓 소리에 소름이 끼치고, 바람개비 날개의 긴 그림자는 온몸을 썩둑 자를 듯 무시무시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에 취하고 만다. 

  0 3 : 충남이 고향이라면~     

가을 전어 먹고, 가을 낙조 보고  서천
- 홍원항 전어 축제▶서천 해양박물관▶동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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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끝자락에 선 빨간 등대가 멋스러움을 더하는 홍원항은 전어로 유명한 항구다. 전남 광양항과 더불어 전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지라 매년 9월 말경에 전어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전어는 대표적인 가을 생선으로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9월 말부터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11월 초까지 제 맛을 낸다. 이 무렵 전어는 값비싼 도미나 농어보다 맛있다. 흔히 전어는 비늘을 벗기고 뚝뚝 썰어 야채와 함께 초장에 버무려 먹거나 회로 먹지만 이곳에서는 구이로도 먹는다. 전어 구이는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에 돌아온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다. 또한 항구를 둘러싼 식당 어디서든 2~3만원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전어가 올라오는 가을의 홍원항은 매우 분주하다. 어부들은 한곳에서 연신 전어를 퍼 올리고, 전어 굽는 연기는 부두를 메운다. 아담하고 포근한 홍원항은 전어의 참맛을 아는 갈매기와 식도락가들로 인해 오랜만에 활기로 뒤덮인다. 

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를 더하려면 마량리 방면으로 발길을 돌리자. 홍원항에서 마량리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서천 해양박물관(041-952-0020, www.scmm.co.kr)이 보인다. 서천 해양박물관의 자랑은 모든 전시품들이 진품이라는 사실. 박물관 1층에서는 세계적인 어종을 비롯해 우리나라 해안에서 살고 있는 어류, 패류, 산호류, 화석류, 갑각류 표본 등을 15만여 점이나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2층에 자리한 3D 입체영화관에서는 해양생태의 이해를 돕는 3D 영화를 상영한다. 

서해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마량리 동백정(041-950-4224)은 500년 수령을 자랑하는 85그루의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 곳으로 유명하다. 100여 미터에 이르는 동백정 돌계단 좌우에 포진한 동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 169호로 지정된 순수 국산 토종 동백이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낙화한 동백을 보진 못하지만 동백만큼 붉은 서해의 일몰을 즐길 수는 있다. 동백정은 춘장대, 마량포구, 장포리 등과 더불어 서천의 일몰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0 4 : 충북이 고향이라면~     

아름다운 풍광과 웰빙이 함께하는 청원
- 대청호 드라이브▶상수허브랜드▶효명온천스파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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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주변은 20년 동안 굳게 닫혔던 대통령의 별장인 청남대가 있었던 탓에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청남대가 개방된 후, 차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지금은 청남대를 방문했다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코스로 자리잡았다. 

여러 드라이브 코스가 있지만 문의문화재단지, 현암정, 현암사, 대청댐을 잇는 드라이브 코스가 가장 좋다.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댐 수몰 지역의 문화재를 옮겨와 복원한 곳. 전통가옥 등 볼거리는 물론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의 경치가 일품이다. 

길은 현암정와 현암사로 이어진다. 현암정은 대청댐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한 전망대다. 현암정과 가까운 현암사까지는 200m 정도 산길을 올라야 하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대웅전 앞에서 보는 대청호가 내륙의 다도해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힘들다면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현암사 주차장 앞에 마련된 전망대도 전망이 그리 나쁘지 않다. 

문의대교 대청댐 방면에서 청원IC로 향하는 샛길을 이용하면 상수허브랜드(043-277-6633, www.sangsooherb.com)에 닿는다. 지구상에 자생하는 3,500여 종의 허브 가운데 무려 1,000여 종의 허브가 자라나는 상수허브랜드. 365일 꽃 향기 그윽한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건 단연 꽃밥이다. 상수허브랜드의 꽃밥은 무순이, 두순이, 레몬타임 등 13가지의 허브 싹순이에 로즈마리 밥, 라벤더 된장국, 스테비아 김칫국으로 완성된다. 꽃밥을 비비는 고추장도 일반 고추장이 아니라 허브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간직한 허브 고추장이다. 건강은 기본.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다. 스낵 코너에서 선보이는 꽃냉면 등 시원한 먹거리도 괜찮다. 

여정의 마지막은 온천으로 장식하자. 상수허브랜드 바로 옆에 아산 스파비스나 덕산 스파캐슬과 비교될 만한 효명온천스파이스(043-275-9230, www.spais.co.kr)가 몇 달 전에 문을 열었다. 약 66km2 대지에 자리한 효명온천스파이스는 삼색온천탕과 초대형 수치료 시설인 실내 바데풀, 칼라 닥터피시탕, 노천탕 등 다양한 테마 온천풀을 갖춘 것은 물론 스파테라피, 패밀리스파, 찜질방 등의 각종 스파와 워터슬라이드, 아쿠아플레이, 야외풀 등 물놀이 시설을 갖췄다. 

  0 5 : 전북이 고향이라면~     

추석에 떠나는 섬 여행 군산
- 선유도 선착장▶선유도 해수욕장▶진월리▶장자도▶무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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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행이라고 해서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여객선 운항이 활발한 요즘에는 당일 코스로도 가능할 만큼 섬이 가까워졌다. 서울에서 일부러 찾는다면 최소 2일은 필요하겠지만 고향을 찾은 김에 떠나는 여행이라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군산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선유도까지는 약 1시간 거리다. 아침 배를 타고 들어가 섬을 즐긴 후 저녁 배로 나오면 선유도 일대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선유도 선착장에 배가 닿으면 섬은 순간 시끌벅적해진다. 물건을 싣고 나르는 이들의 바쁜 발걸음에 횟집과 숙소에서 나온 호객꾼들의 함성이 가세해서다. 당일로 섬을 즐길 계획이라면 모두 뒤로하고 교통수단부터 알아본다. 

선유도를 돌아보는 교통수단은 참으로 다양하다. 1인용 자전거, 2인용 자전거는 기본. 사륜 오토바이와 골프 카트에 태국의 ‘뚝뚝’을 닮은 개조 오토바이도 있다. 자전거가 싸고 낭만적이라면 사륜 오토바이와 골프 카트는 비싸고 편하다. 뚝뚝을 닮은 개조 오토바이는 운전사와 동행하는 까닭에 운전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마음대로 코스를 정할 수 없고 바깥 풍경을 시원스레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걷는 것도 방법이다. 

선유도는 무녀도, 장자도와 다리로 이어진다. 장자도와 대장도 사이에도 다리가 놓여 있다. 선착장에서 좌회전하면 무녀도, 우회전하면 선유도 해수욕장과 장자도, 대장도 방면이다. 무녀도와 장자도를 모두 보려면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 없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음식점과 숙소 등이 몰려 있는 선유도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뗀다. 말의 귀마냥 쫑긋 솟은 망주봉과 어우러진 해수욕장의 풍경이 참으로 독특하다. 진월리 쪽으로 자리를 옮겨 바라보는 망주봉은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장자도에서 보는 선유도의 풍경도 놓치기가 아쉽다. 절벽과 어우러진 장자교의 풍경과 지나가는 배들이 뿜어내는 하이얀 포말. 이국의 어딘가를 연상케 하는 이곳에서는 소주 한잔이 간절해진다. 하여 장자교를 지나자마자 자리한 작은 포장마차 ‘조개가 벌렁벌렁’이 참으로 반갑다. 주인이 직접 채취한다는 싱싱한 해산물에는 섬의 향취가 가득하다. 

  0 6 : 전남이 고향이라면~     
 
꽃무릇을 아시나요? 영광
- 불갑산 꽃무릇▶법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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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은 가장 강렬하게 가을을 알리는 꽃이다. 단풍이 물들기도 전에 온 산을 붉게 물들여 가을이 왔음을 이리저리 떠들어댄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인 초가을, 백로와 추분 사이가 꽃무릇이 피어나는 시기다. 추석 연휴가 시작하는 9월23일이 추분이니 연휴를 맞아 꽃무릇 나들이를 떠나면 딱일 듯하다. 

불갑산은 고창 선운사, 함평 용천사와 더불어 이땅 최대의 꽃무릇 군락지다. 불갑사 일주문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붉게 피어 오른 꽃무릇은 불갑사를 지나 그 끝을 보이지 않을 듯 이어진다. 그 규모만 약 100km2에 이른다고 하니 단순히 군락을 이룬 꽃무릇을 보기 위해 여정을 계획한다면 산 전체를 헤매고 다니는 것보다는 체력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구경을 하는 게 현명하다. 

꽃무릇은 이름 그대로 나무 아래에 군락을 이뤄 피어난다. 모양새가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 모양의 뿌리와 같아 석산(石蒜)이라고도 불린다. 실제 꽃무릇은 멀거니 솟은 줄기에 벌어진 마늘마냥 덩그러니 꽃을 피운다. 이파리 하나조차 허락하지 않는 깐깐한 모습은 어찌 보면 가련하다. 붉게 타오르는 꽃의 화려함 때문인지. 추석이 지나고 꽃이 시들면 꽃무릇의 잎은 고개를 삐죽 내민다. 그제서야 제 모습을 보인 주눅든 잎은 겨울을 지내고 봄까지 끈질기게 살다가 죽는다. 평생 꽃과 만날 수 없는 운명. 꽃무릇의 이런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꽃무릇과 상사화를 혼동하기도 한다. 꽃과 잎이 따로 피는 건 상사화도 마찬가지지만 여름에 분홍 꽃을 피워내는 상사화는 꽃무릇과는 전혀 다른 꽃이다. 

꽃무릇의 향연을 즐긴 후, 법성포로 발길을 옮긴다. 불갑면에서 23번, 22번 국도를 이어 달리면 법성면이다. 법성포 하면 굴비, 굴비 하면 영광이다. 영광 법성포 굴비의 유명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한국 사람이면 다 안다. 영광 굴비는 법성포만의 월등한 건조 조건에서 1년 이상 보관해 간수가 빠진 천일염으로 염장하는 특징을 지녀 ‘밥 도둑’의 명성을 얻게 됐다. 법성포 곳곳에 자리한 굴비 가게 앞에는 줄줄이 엮어놓은 굴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0 7 : 경북이 고향이라면~     

감 와인 마시고, 온천도 즐기고 청도
- 운문사▶청도 와인터널▶용암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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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054-372-8800, www.unmunsa.or.kr)는 소리가 아름다운 절이다. 운문사 승가대학에서 수학하는 비구니 스님들이 두드리는 새벽의 북소리는 사물은 물론 보는 이들의 마음을 깨운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동시에 지닌 운문사 스님들의 북소리를 듣기 위해, 많은 이들이 새벽 3시 이른 시간에도 운문사를 찾는다. 

운문사는 1,440여 년간 한국 불교의 전통을 이어온 사찰이다. 1958년 비구니 전문 강원이 개설된 이래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 1987년에는 승가대학으로 명칭을 바꿨다. 26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수학하는 지금은 국내 승가대학 가운데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비구니 스님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이라는 편견도 한몫을 하겠지만 사실 운문사에는 정갈하고 고고한 기운이 넘친다. 깔끔하게 정돈된 절 배치는 물론이고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이어지는 솔숲도 그렇다. 경내를 유유히 지나가는 무심한 스님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경외심이 절로 든다. 

운문사를 나와 청도 곳곳을 돌아보면 눈에 띄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감이다. 가을이니 감나무 보는 게 당연하다 하겠지만 집집마다 감나무 몇 그루가 기본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사실 청도는 감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청도에서 감으로 하는 일은 참 많다. 감말랭이를 만들고 와인도 만든다. 그리하여 ‘와인터널’이라는 이색적인 카페도 생겼다. 와인터널은 청도와인(054-371-1904, www.gamwine.com)의 와인 숙성고다. 일제 당시, 경부선 기차가 지나던 폐터널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1km에 달하는 터널 내부는 일년 내내 13~15도의 온도를 유지해 따로 냉난방이 필요 없다고 한다. 터널의 일부가 카페라 이색적인 분위기에서 감 와인을 즐길 수도 있다. 

와인터널과 가까운 용암온천의 용암웰빙스파(054-371-5500, www.yongamspa.co.kr)는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지하 1,008m 암반에서 끌어올리는 온천수는 각종 피부병 치료와 피로 회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0 8 : 경남이고향이라면~     

낭만과 운치가 흐른다 남해
- 남해대교▶물미해안도로▶남면해안도로▶다랭이 마을▶죽방렴▶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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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고속도로 진교IC나 하동IC로 진입해 남해대교를 지나면 본격적인 남해 여정이 시작된다. 하동 노량과 남해 노량을 잇는 남해대교는 1973년 6월부터 남해의 관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돌산대교나 진도대교, 서해대교가 생기기 훨씬 전의 일이다. 남해대교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대교 아래 노량 포구다. 하동에서 남해대교를 넘어 300m를 지나 좌회전한 곳. 횟집과 숙소가 들어선 작은 포구에는 남해대교의 기막힌 야경이 숨겨져 있다.
 
노량포구를 벗어나 19번 국도를 달리면 금산이다. 남해의 바다를 달리고 싶다면 산행은 잠시 미루는 게 좋다. 금산을 지나자마자 만나는 미조리는 남해에서 자랑하는 물미해안도로가 시작되는 동네다. 물미해안도로는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도로. 물미라는 도로의 이름도 마을 이름에서 하나씩 빌려왔다. 번호로 매기자면 3번 국도다. 도로와 함께 달리는 바다는 쪽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르다. 

다른 하나는 남면의 해안을 구비구비 따라가는 1024번 지방도인 남면해안도로다. 물미해안도로에 비해 명성은 떨어지지만 시골 어촌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담은 가천마을 등이 도로를 따라 펼쳐진다. 

일명 다랭이마을로 불리는 가천마을은 바다로 내달리는 산자락에 위태롭게 걸려 있다. 적게는 10여 평방미터, 커 봐야 330여 평방미터를 넘지 못하는 논밭들이 바닷가 절벽부터 뒷산인 설흘산 8부 능선까지 층계를 이루고 있다. 대충 세어 보면 100층은 됨직하다. 추석 즈음, 가천마을은 추수로 바빠질 터다. 

물미해안도로와 남면해안도로가 만나 사천으로 뻗어가는 창선대교 위에서는 죽방렴을 보게 된다. 대나무로 막아 발을 만들었다는 뜻의 죽방렴.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으로 도다리, 도미, 숭어 등도 잡지만 역시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잡히는 멸치를 최고로 친다. 

해안도로 일주로 미뤘던 금산을 찾는다. 복곡저수지 코스를 이용하면 20분 가량이면 정상에 닿는다. 매표소에서 표를 산 후, 복곡 2주차장까지 자가용이나 셔틀버스를 타고 8부 능선까지 오를 수 있어 산행이 편리하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오르면 이 땅 3대 관음도량으로 알려진 보리암 입구다. 다시 10분. 정상에 오르면 보리암이 남해를 안고 있는 환상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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