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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최현정 - 그 여자의 이유있는 행복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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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한낮 동안 반짝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어느 초가을 날, 갈증 상태의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는 ‘아이스티’와 ‘아이스커피’를 주문한다. 그리고 그녀는 ‘따뜻한 카페 라떼 한잔’을 주문한다. ‘카페 라떼’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된다. 인터뷰 전 찾아봤던 그녀의 미니홈피에서 ‘많이 좋아하는 것과, 조금 덜 좋아하는 것과, 별로 안 좋아하는 것과, 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경계가 점차 희미해져 가는 나이. 이런 걸, 무던해진다고 하던가? 그래도 나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마시는 오전의 카페 라떼를 무척 많이 좋아하고…’라는 글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글 김수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곽은정

ⓒ트래비
요즈음 TV 곳곳에서 얼굴을 접하게 되는 최현정 아나운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새벽 3시경이에요.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뒤적거리다 그렇게 잠이 들죠. 그리고 오전 10시~11시쯤 일어나 1시간 정도 간단히 운동을 하고 오후 2시30분~3시30분 경 MBC로 출근해서, 생방송 준비를 해요. 5시30분부터 <생방송 화제집중> 방송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9시에 <MBC 뉴스데스크>를 모니터하죠. 그리고 <MBC뉴스24> 원고를 받아 체크하고 수정하며 준비를 하고, 자정 무렵 긴장감 속에 <MBC뉴스24>를 마치고서야 집으로 돌아가죠. 아 참,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MBC 라디오 <최현정의 여행스케치> 녹음을 한답니다.”

남들 자는 시간에 일하고, 남들 깨어 있는 시간에 쉬어야 하는 ‘청개구리 생활’이 피곤할 법도 한데, 그녀는 그래도 행복하단다. “늦은 시간에 일하는 만큼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고, 늦은 방송을 마치고 혼자 불 꺼진 컴컴한 아나운서실로 다시 불을 켜고 들어설 때, 조금 슬퍼지긴 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너무 행복해요. 어렵게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만큼 그 소중함과 행복함이 더 큰 것 같아요.”

최현정 아나운서는 본인의 말처럼 우여곡절 끝에 MBC 아나운서라는 간판을 얻게 됐다. MBC 아나운서 시험에서 3번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4번째 도전 만에 얻어낸 결과였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원주MBC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2004년부터 1년 동안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면서도 MBC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접지 못했던 그녀는 마지막이란 각오로 2006년 MBC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4번째도 떨어지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죠.” 

만약 4번째 시험에도 떨어졌다면, 최현정은 지금 어느 자리에 있을까 호기심이 발동한다. 잠시 생각에 젖은 그녀는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한비야씨처럼 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한다. “한비야씨처럼 세계 곳곳을 돌며 제가 희망을 줄 수 있고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저 역시 희망을 찾아가며 살았을 것 같아요.”

남들보다 조금 길고, 조금 특별한 그녀의 여행

한비야씨처럼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여행에 대한 본인의 아쉬움일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 최현정 아나운서. 친언니랑 중국, 일본을 여행한 경험이 전부라는 그녀는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에 여행을 좀 많이 다닐 걸 그랬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사실 얘기를 듣다 보면 그녀의 여행 경험도 그리 적지만은 않다. 

충주가 고향인 최현정 아나운서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와서 생활했고, 원주MBC 아나운서로 취직하면서 원주에서도 1년 반을 생활했다. 그리고 대학교 때는 미국 워싱턴DC로 1년간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녀는 그렇게 남들보다 조금 길고 색다른 여행을 하며 살아왔다.

이유 있는 행복과 의미 있는 바람

다른 길의 인생을 가정해 봤지만, 가정은 단순히 가정일 뿐 지금 최현정은 아나운서로서 본인의 인생에 더없이 행복하다.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생방송 화제집중>에서 MC를, <MBC뉴스24>에서 앵커를,  <여행스케치>에서 DJ를 하고 있으니 말예요. 아나운서가 할 수 있는 각기 다른 3개 분야를 동시에 모두 해보고 있잖아요.”

그중 가장 맘에 드는 한 가지 분야를 선택해 보라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최현정 아나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MC는 재미있고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어 좋고, DJ는 청취자와 같이 호흡할 수 있고 TV보다는 여유와 넉넉함이 있어 좋고, 앵커는 긴장감과 부담감이 늘 동반하지만 매일 공부하면서 스스로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어 좋단다. “MBC 아나운서로 활동한 지 이제 1년이 됐어요. 앞으로 3년 동안은 주어진 역할을 다양하게 소화해 보고 싶어요. 그 이후에 제가 더 잘 할 수 있고, 제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정할 수 있겠죠.”

최현정 아나운서는 자신이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아나운서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저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매일 같이 즐겁고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일을 일이란 느낌을 받지 않고 하며 산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 아닌가요?” 그리고 그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 서고 싶어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감사하며 산다고 말한다. 본인 역시 3번이나 아나운서 시험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떨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그녀는, 시험에서 떨어진 사람 중 누군가 TV에 나오는 자신을 보며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느낌을 갖는다는 생각을 하면 스스로 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화려하고 유명한 아나운서보다는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아나운서로 남고 싶다는 최현정 아나운서. 그녀의 이유 있는 행복과 그녀의 의미 있는 바람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꼭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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