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자라섬 국제 제즈페스티벌 - Once in a JazzyTime in Jara Island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래비

기자가 ‘자라 섬’을 찾는다 했을 때 다수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게 어디 있는 섬이야?” 재미있게 응수하자면, 토끼의 잔꾀에 속아 바다와 육지를 오갔던 ‘자라’처럼, 꼭 그같이 우직하고 듬직한 모습을 닮은 가평의 섬이라 말하고 싶다. 북한강을 메워 육지와 연결한 그곳은 일년에 단 한 번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데, 재즈로 끈적이는 9월이 그러하다. 딱딱한 자라의 등껍질 위로 육지 사람들이 물밀듯 찾아들면, 낭만적인 섬은 ‘재즈’라는 뜨거운 심장을 모두의 가슴에 허한다. 4회를 무사히 넘긴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불쑥 성장한 모습으로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또 한번 증명하는 황홀한 시간이었다.  

글 박나리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백성우, 김연지

Jazz
Note
가을비에 젖은 재즈 선율


ⓒ트래비

위협적인 태풍 ‘나리(아이러니한 얘기지만, 기자의 이름과 같다)’가 개막식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지만, 모두는 우비를 차려입고 빗줄기에 흠뻑 젖어들었다. 북한강의 수위가 오르고 자라 섬으로 향하는 협소한 도로가 진흙더미로 질척거리는 것쯤 재즈 마니아들에게는 조금 불편한 정도에 불과했다.

‘재즈 스테이지’를 제외하고 ‘뮤직 아일랜드’와 ‘파티 스테이지’는 무섭게 퍼붓는 빗줄기 속에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악기와 기타 장비들엔 방수천이 입혀지고, 뮤지션들의 머리  위로는 ‘폼 안 나는’ 천막이 드리워졌지만, 개막식의 화려한 연주와 밤하늘 폭죽은 충분히 기념할 만한 퍼포먼스였다. 그와 동시에 시작된 ‘커트 엘링(Kurt Elling)’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모두의 마음을 위로하는 듯했다. 

겪어 보지 않고는 쉬이 짐작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14일 개막식의 밤은 생애 처음 맛보는 몽환적인 분위기였다. 구멍 난 하늘에선 차마 눈 뜨기 힘들 정도의 빗줄기가 퍼부었지만, 몸 사리길 개의치 않은 관객들은 빗물과 캔 맥주를 홀짝이거나, 우산을 벗어 던지고 자유로이 재즈를 끌어안았다. 이후 더욱 굵어진 빗줄기에 ‘찰스 로이드 퀸텟(Charlse Lloyd Quintet)’은 악기 튜닝에서조차 버거워했지만, 악조건 속에서 발휘한 노장의 투혼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얻었다. 가을과 재즈, 그 달콤한 조화 사이를 뚫고 내린 빗줄기는 되려 몽환적인 사운드가 되어 그 어느 곳, 어떤 앨범에서도 맛보기 힘든 라이브를 들려주었다.

Jazz
Note
2  와인과 돗자리, 공연을 즐기는 몇 가지 세션들   


ⓒ트래비

다음날, 밤새 내린 비가 그치고 행운처럼 찾아온 맑은 하늘에 가평 일대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역까지 도보로 20여 분. 배낭 가득 돗자리와 와인 병을 짊어진 관객들이 무리지어 자라섬으로 향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폭우 뒤의 자라섬은 물안개에 뒤덮여 동화 같은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다. 육지와 섬을 잇는 아담한 재즈 열차에 몸을 실으면, 흐드러진 메밀 꽃밭이 관객을 반긴다. 밥 제임스와 스탠리 클락 등 올해 공연을 책임질 뮤지션들의 모습이 대형 피겨로 제작되어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끈다. 

5일간의 공연 중 ‘가장 뜨거운 라인업(Line-Up)’을 자랑하는 토요일, 낮부터 자라섬은 각종 부대 행사로 북적인다. 간밤의 폭우 따위는 아랑곳없는 활기 띤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다. 세련된 음표로 디자인된 기념 티셔츠를 구입하는 것으로 모자라, 타악기 전시관에서는 드럼에서부터 실로폰까지 100여 종이 넘는 세계 모든 악기들을 신나게 두들겨 본다. 낮 동안은 아마추어 밴드의 스트리트 공연이 한창이고, 유명 통신사의 이벤트와 가평 특산물 판매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를 즈음, 재즈 스테이지 잔디밭에는 하나 둘 은빛 돗자리가 깔리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늦은 밤까지 논스톱으로 연주될 재즈 감상을 위한 본격적인 ‘자리 확보!’푹신한 잔디 위로 누운 관객들은 맑은 하늘 아래 짧은 단꿈에 빠져 본다. 오후 5시, 공연은 조용필의 히트곡들을 재지하게 편곡한 ‘송홍섭 밴드’로 문을 연다.

관객들은 플라스틱 잔에 담긴 적포도주를 홀짝이며 <단발머리>를 따라 부르고, 기분에 취한 혹자는 일어나 자유로이 몸을 흔든다. 한국인만큼이나 많은 외국인, 그중에서도 재즈의 발현지인 미국에서 온 여행객들은 자유로운 그루브로 재즈를 느낀다. 손가락을 모아 휘파람을 불고, 함성을 지르고 얼굴 가득 다이나믹한 표정을 지어내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다. 

일본의 ‘료타 코마츄 & 탱기스트(Ryota Komatsu & The Tanuists)’의 정열적인 탱고 연주는 잔디밭의 열기를 한껏 들뜨게 했다. 사위가 보랏빛 조도로 천천히 물들다 자연스레 어둠이 깔리는 맛은 야외 공연장만이 지닌 특권이자 매력이다. 게다가 료타 코마츄는 서툰 한국어로 연주곡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려주는 섬세함을 보였고, 사랑하는 연인을 껴안듯 그가 가슴 가득 아코디언을 품을 때면 관객들은 와인 잔을 손에 들고 숨을 멈춰야만 했다. 엔딩곡인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 Libertango>’가 휘몰아치듯 끝을 맺을 땐 공연장 가득 기립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가을밤이 탱고와 그리도 아스라한 조화를 이룰 줄 짐작이나 했을까. 순간 관객 모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무희가 된 듯 저마다 들뜬 기분을 가누지 못하고 마구 함성을 내질렀다. 


ⓒ트래비

Jazz
Note
3
재즈로 물들 다음 가을을 기약하며


ⓒ트래비.

지난 9월12일(수)~16일(일)까지 총 5일간 진행된 2007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첫날 ‘이현우의 음악앨범’ 라디오 공개방송을 시작으로, 유능한 뮤지션을 발굴·지원하는 자라섬국제재즈콩쿨, 그리고 찰스 로이드, 스탠리 클락 & 조지 듀크, 스테이시 켄트 밴드, 마이크 스턴, 야콥 영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재즈 팬들의 마음을 흔드는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세계적으로도 손색없는 축제를 완성했다. 

몬트리올재즈페스티벌, 몽트뢰재즈페스티벌 등 굳이 해외 축제를 기웃거리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충분히 즐길 거리가 있음을 증명하는 공연으로 기억될 만하다. 내년에도 9월 중순경 열릴 예정이며, 지난 15일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 날로 기록되었다. 


모든 공연을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는 ‘Day Ticket’의 경우, 올해는 2만원에 판매되었다.  www.jarasumjazz.com


ⓒ트래비.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