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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 10탄 ③ 해남 - 땅 끝자락에 걸려 있는 비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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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아래 남도의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한 발짝 내밀면 더는 디딜 땅이 없는 곳, 해남. 그렇다고 해서 ‘끝’을 슬퍼하지 말라. 바다를 등지며 몸을 돌리는 순간 그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변한다.  

글·사진  Travie writer 류진 

  :: Today’s Course ::    
광천터미널-대흥사-점심식사-땅끝-왕인박사유적지-광천터미널 

ⓒ트래비

 08 : 50   
땅끝으로 시동을 걸다 해남 시티 투어 출발

‘U-Square’로 새 단장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산뜻한 차림새로 손님을 맞이한다. 터미널 안에는 해남 행 전라남도 관광지 순환버스가 이미 마중 나와 있다. 남도에서도 땅끝까지 가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한다. 친절한 기사님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버스에 시동이 걸린다.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가는’ 여정의 시작이다.

 10 : 30    
간절한 소망이 서린 길을 거닐다 대흥사

창창히 펼쳐진 나주평야와 가파른 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월출산 아래로 버스는 쉼 없이 내달린다. 한 시간 반가량 달린 끝에 둥근 능선이 아름다운 두륜산 자락에 도착했다. 대흥사로 들어가는 산책로는 ‘순례길’이다. 깊고 푸른 숲으로 들어갈수록 속세와 멀어지며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길. 숲 여기저기에는 이름 모를 이들의 간절한 염원이 쌓은 작은 돌탑들이 숭고하게 세워져 있다. 푸른 나무가 내뿜는 숨에 젖어 걷다 보면 대흥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일주문 안으로 들어서면 서산대사와 초의 스님 등의 유골을 모신 부도전이 가장 먼저 보인다. 빼곡히 늘어선 부도 50여 기와 탑비 14기가 대흥사가 근대 불교의 중심지였음을 짐작케 한다. 왼쪽으로 난 길로 내려가면 통일신라시대 무렵 세워진 응진전이 있다. 그 앞에 세워진 3층석탑은 대흥사 내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품은 보물이다. 천년의 세월 동안 탑이 지켜본 것은 무엇일까. 임진왜란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서산대사가 ‘만세토록 파괴됨이 없는 곳’이라 칭한 이곳을 지켜낸 것은 작은 돌들로 빚은 탑과 기와불사에 서린 불자들의 간절한 기도가 아닐까 싶다.

▒ 이용요금 및 문의 어른 2,5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www.daeheungsa.co.kr

 13 : 20    
새로운 시작을 말하다 땅끝

대흥사를 벗어나니 슬슬 배가 고프다. 땅끝 마을로 가는 길목의 작은 기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남도의 소박한 밥상은 굳이 시장기가 아니더라도 꿀맛 나게 맛있다. 작은 상에 산과 들, 바다의 진미가 모두 담겨져 있다. 해남에서도 땅끝까지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꽤 멀다. 한 시간 가량 달렸을까. 한반도 최남단을 알리는 표지와 함께 창밖으로 남해 바다의 물결이 햇빛에 반짝인다. 마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망대다.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노랑 몸집이 앙증맞은 ‘땅끝 모노레일’을 타거나 바다를 낀 산책로를 걷는 방법이다. 올라갈 때는 모노레일을, 내려올 때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 돌아오는 루트를 추천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5분 정도 올라가면 전망대에 도착한다. 굳이 망원경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꼭대기 층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열린 통 유리창 사이로 불어오는 바다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겁다. ‘땅끝탑’을 보기 위해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갔다. 운치 있는 나무 계단을 따라 끝까지 내려가면 그야말로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땅 끝자락이다. 난간에 걸터앉아 그토록 궁금해했던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았다. 거기엔 ‘새로운 시작’이 있었다. 

▒ 이용요금 및 문의 땅끝 모노레일-편도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061-533-4404, 전망대-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061-533-9324 

 17 : 00    
일본 문화의 빛나는 스승 왕인 박사 유적지




유물과 유적이 많은 고장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문화재의 가짓수를 셈하고 새로운 것을 늘리는 일보다는 있는 것을 ‘잘 가꾸어 보존하는’ 기본적인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왕인 박사 유적지’도 영암군민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지금도 정성스럽게 보듬어지고 있었다. 월출산 아래 드넓게 펼쳐진 공원에서는 매주 토, 일요일에 열리는 초빙극 <왕인박사 일본 가오!>, 천자문을 배워 보는 왕인 학당, 백제 의상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백제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도 일본인들에게 큰 자랑으로 여겨지고 있는 ‘아스카 문화’를 창시한 왕인 박사는 그래서 ‘과거에 있었던’ 위인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숨쉬는’ 위인으로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전시관과 영상관이 있는 영월관 비지터 센터를 지나면 하늘 높이 우뚝 솟은 왕인 박사 동상과 마주한다. 오른편에는 왕인 박사의 묘지와 전통 찻집, 수석 전시관 등이 있고 왼편으로 올라가면 왕인 박사의 위패와 영정이 봉안된 사당 입구가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집터 자리에 초석이 놓인 왕인 박사 탄생지를 지나 작은 숲이 나오고 그 안에 왕인 박사가 즐겨 마셨던 우물 성천(聖泉)이 비밀스럽게 숨어 있다. 마시면 성인(聖人)이 된다는 전설을 품은 약수를 조롱박에 담아 한 모금 머금어 본다. 성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떠나온 자의 근심과 여행의 피로가 청아하게 씻기는 기분이다. 자랑스러운 자연 풍경과 유적, 위인을 품고 있는 남도에서 누군가에게 꼭 자랑하고 싶은 하루를 마무리한다. 

▒ 입장료 및 문의 어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 061-470-2561 www.wangin.org

 

시티투어버스 Tip

★운행정보     전라남도 관광지 순환버스 해남권 코스는 매주 월, 수, 목, 토, 일요일 운행한다. 광주종합터미널 33번 게이트에서 오전 8시50분 출발해 오후 7시 다시 터미널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이용요금은 1인당 어른 1만5,400원, 초, 중, 고생 1만1,000원이다. 중식 및 입장료는 본인 부담.

★예약문의    예약제로만 진행되며 전화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반드시 하루 전까지 예약해야 하며 10인 이상 예약시 출발 가능하다. 062-360-8584 www.namdor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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