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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② 그곳에서 타이완의 역사가 시작되었노라 - 타이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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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타이완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거론되는 곳이 타이난(台南)이다. 과거의 유적과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 문, 사원, 성채 등 300년 넘은 유적들이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다.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 타이완에 17세기경 네덜란드 군대가 들어오면서부터 타이완 근대사가 시작된다. 네덜란드인들은 홍콩,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을 상대로 무역을 할 요량으로 타이난을 점령했고 이곳에 성을 쌓은 것이 1624년. 네덜란드 사람들이 제럴드 성이라고 불렀던 성벽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바로 안핑구빠오(安平古堡)다. 요새 안에 지었던 건물들은 대부분 없어지고 지금은 빨간 벽돌로 쌓아올린 성벽과 수백 년 된 반얀나무만이 남아있다. 중앙에는 당시의 분위기를 살린 건물을 새로 짓고, 망루도 만들었다. 건물 내부에는 요새의 역사에 관한 사진, 모형, 그림 등 여러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망루에 오르면 타이난 일대와 해무에 잠긴 대만해협까지 바라볼 수 있다. 성벽 아래는 공원식으로 꾸며져 있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을 몰아낸 명나라 장군 정성공의 기념상이 세워져 있다. 

안핑구빠오와 함께 타이난 최고의 역사유적지로 꼽히는 치칸루는 화려한 중화풍의 건물이다. 1653년 네덜란드 사람들이 행정 업무를 보기 위해 지은 건물이라고. 중국 본토의 역사 흐름에 따라 타이완을 지배하는 이들도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바뀌었는데 건물 앞에 늘어선 9개의 비석은 청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돌 거북이가 넓고 큰 비석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내부에는 학문과 관련된 신을 모시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학생들이나 고시생 등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학업성취, 시험합격 등을 기원하는 소원문들이 잔뜩 붙어 있다.


ⓒ트래비

아리산 펀치후 마을과 고산차밭

아리산은 보통 고산철도와 위산 일출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인데 우리 일행들은 조금 다른 목적으로 아리산을 찾았다. 아리산 고산철도가 지아이에서 출발해 아리산까지 가는 데 3시간20분 정도 소요되는데 우리가 찾은 펀치후(奮起湖) 마을은 그 중간쯤에 자리한 곳이다. 산간에 자리한 아담한 마을이라 1년 내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펀치후 역은 해발 1,405m.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산봉우리들만 펼쳐진다. 

펀치후는 기차역 주변에 생성되어 있는 옛날 상가 거리가 특이하다. 일본인들이 아리산의 히노끼 나무를 채벌해 가기 위해 고산철도를 만들었다고 하니 이 거리도 철도 개통의 역사와 똑같이 나이를 먹었다. 기차역을 빠져나오면 제일 먼저 맞은편에 있는 도시락 가게가 예스러운 모습으로 맞아 준다. 열차가 멈춘 짬을 이용해 도시락을 사다가 열차 안에서 먹었던 것. 도시락 가게를 나와 계단을 두세 개 내려가면 옛 상가 거리가 오른쪽에 나온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좌우로 50~60년 된 작은 상점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식당, 기념품 가게, 조린 달걀 가게 등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에 거리 거의 맨 끝에 자리한 기념품 가게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히노끼 나무로 만든 방향제를 비롯해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데, 2~3mm 정도의 두께로 된 나무 엽서에 글을 적어 그 자리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적어 집으로 엽서를 써 본다. 펀치후나 아리산, 고산철도 등을 새긴 기념 도장을 찍어 보내는 엽서 한 장이 다른 어떤 기념품보다 좋은 추억이 될 것이므로. 

펀치후에서 내려오다 보면 도로변으로 차밭이 연이어 나타난다. 아리산은 타이완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차 생산지다. 고산차밭이 해발 1,300~1,500m 사이에 넓게 포진해 있다. 이곳에서는 우롱차를 주로 만드는데 타이완 10대 명차로 알려진 칭신우롱차도 여기서 나온다. 산간지역이라 날씨가 변화무쌍한데 안개, 비, 운무가 하루 몇 차례 지나가기도 한다. 차밭 아래로 안개가 피어올라 순식간에 뒤덮고, 저 멀리 솟은 산봉우리들이 고산차밭의 운치를 한껏 느끼게 한다. 도로변에 차를 판매하는 가게들도 많이 있어 즉석에서 맛을 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 아리산 고산철도 지아이~아리산 사이를 평일에는 하루 1회, 주말에는 2회 왕복한다. 요금은 편도 399NT$, 왕복 680NT$.    

▒ 버스 지아이현에서 운행하는 현영버스를 이용하면 아리산 일대를 여행할 수 있다. 지아이에서 아리산까지 2시간20분 정도 소요. 츄커우, 따방, 펀치후 등을 거쳐 아리산까지 올라간다. 편도 156NT$, 왕복 280NT$.

▒ 나무 엽서 나무 엽서 한 장에 60NT$, 한국까지 우편료 25NT$. 한국에 도착하는 데 2주 정도 걸린다.

경이로운 자연과 먹거리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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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핑구빠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주 독특한 나무집이 있다.‘안핑트리하우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처음엔 나무로 지은 집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막상 찾아가 보니 살아있는 나무가 집의 벽이며 지붕을 뚫고 자라나 그 자체로 거대한 집을 이루고 있었다. 반얀트리라고도 부르는 용수(榕樹)는 높이가 보통 건물의 3~4층 정도에 이른다. 이 나무의 특징은 뿌리가 높은 가지에서 다시 뻗어 내려와 땅 속으로 뻗어간다는 것. 가느다랗던 뿌리가 땅에 닿으면 점점 굵어져 나중에는 뿌리가 가지처럼 보인다. 

트리하우스는 원래 소금창고로 지은 건물인데 그 사이사이에 용수들이 자라나 건물을 뒤덮고 있다. 지붕이 남아있는 곳도 있고, 뻥 뚫린 곳도 있으며, 벽면 전체가 용수 뿌리로 가득한 곳도 있다. 자연이 빗어낸 경이로운 모습에 이곳을 찾는 이들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한다. 빽빽한 나뭇가지 덕분에 햇빛이 잘 비치지 않는 건물 내부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마치 공포영화 촬영지로 딱일 것 같다. 트리하우스 안팎으로 나무로 된 산책로가 설치돼 있고, 지붕 위를 연결하는 계단도 있어 독특한 느낌의 사진을 찍기에 그만이다. 짧은 영상을 보여 주는 영상실과 사진이 설치된 벽면 등 자연학습장처럼 꾸며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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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은 역사가 오랜 만큼 맛의 역사도 깊다. 타이난 특산물인 말린 어란, 새우 등 해산물을 넣고 만든 스낵, 식빵 속을 파내고 고기를 채워 넣은 관 모양의 토스트, 쌀반죽을 얇게 조각조각 떼어 넣어 끓인 타이완식 떡국 등 독특한 음식들이 많다. 그 가운데 가장 맛있는 것을 꼽자면 새우춘권. ‘쩌우쓰싸줴(周氏蝦捲)’라는 식당에서 만들어내는 새우춘권은 타이난을 찾은 여행자들이라면 꼭 먹어 줘야 하는 메뉴다. 새우를 다져 동그랗고 길쭉하게 말아서 튀겨내는데 싱싱한 새우살이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새우롤 외에도 각종 면, 밥, 조린 달걀 등 간단한 먹거리들이 많다. 타이완 출신의 유명 영화감독 이안의 단골집이기도 하다고. 

▒ 타이난 교통 고속철도로 까오슝에서 17분, 타이베이에서는 1시간45분.    

▒ 안핑구빠오 & 안핑트리하우스 입장료는 각각 어른 50NT$, 학생 25NT$, 입장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안핑트리하우스 입장권으로 바로 곁에 있는 덕기양행 내부도 둘러볼 수 있다. 

▒ 쩌우쓰싸줴 새우춘권 한 접시(2개) 45NT$, 면류는 35NT$, 밥류는 40NT$ 안팎으로 저렴한 편. 타이난에 2개의 식당이 있고 본점은 안핑로 408-1, 06-280-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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