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모노세키 맛기행
일본 시모노세키 맛기행
  • 트래비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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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어에 고래고기가 덤이라고요?!

 글=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한 규슈는 일본에서도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방이다. 최근에는 골프와 온천, 그리고 올빼미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한국과의 해상 관문인 시모노세키가 있다. 그 유명한 ‘부관페리’나 ‘관부연락선’의 ‘관(關)’자에 해당되는 곳이다. 후쿠오카에서 비행기로 내려서 1시간 반 정도 버스로 가면 도착한다.

시모노세키는 복어와 고래 고기로 유명한 곳이다. 도시 마스코트가 복어일 정도이니. 입구에서부터 우뚝 서 있는 복어상을 볼 수 있다. 일본 복어의 70% 정도가 시모노세키를 거친다고 보면 된다.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을 나서니 곳곳에 복어 간판이 눈에 뛴다. 그중에 가장 간판이 큰 이자카야를 찾았다. 이곳엔 20여 가지의 복어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선 복어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토라노후구(호랑이 복이라는 뜻인데 한국명은 참복이다. 역시 한국에서도 가장 비싸고 맛있는 복이다)´ 사시미를 시켰다. 가격이 3,000엔밖에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온 것을 보니 약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하긴 한국에서는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양도 맛보기 어렵지.

게눈에 마파람 감추듯이 복어 사시미를 먹고 복어 찜과 복어 튀김 등 5가지 이상의 복어요리를 먹었다. 역시 양이 적은 게 흠이지만 여러 가지를 먹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복어를 먹으면서 메뉴를 보니 ‘구지라’가 있다. 구지라는 고래의 일본말이다. 한국어로 치면 괴물쯤에 해당하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장생포에나 가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고기인데 메뉴도 10여 가지가 된다. 주인에게 물어 보니 구지라는 후구(복어의 일본말)와 더불어 시모노세키의 2대 특산물이란다. 이런 걸 보고 ‘장님 문고리 만지는 행운’이라 말하지 않을까 싶다. 복어 먹으러 왔다가 덤으로 고래 고기까지 먹게 됐으니 말이다.

고래 사시미에서 말린 고래 고기, 고래 찜 등, 복어처럼 이런 저런 부위를 시켜 먹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자꾸 먹어야 그 맛을 안다는 이야기인데 고래도 딱 거기에 해당된다. 최근의 한국 사람들 중에 고래 고기 먹어 본 사람이 필자를 포함해서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먹던 질긴 고래포를 생각했던 우리는 오히려 부드럽고 향기로운 맛을 지닌 고래 고기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사실 포경(捕鯨)은 세계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런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고래 고기의 맛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구지라와 후구, 니혼슈(일본술)까지 시모노세키의 밤은 이상한 나라의 식도락 그 자체였다.

 
이상한 나라의 식도락

 다음날 시모노세키 수산시장을 둘러보았다. 카라토(唐戶)시장. 일본 복어의 최대 집산지이다. ‘카라토’는 두 군데가 있다.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카라토시장은 일반인 출입이 안 된다. 보통 ‘하에도마리(南風泊)’라는 명칭으로 불리우는데 상인들끼리의 경매가 진행되는 곳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곳은 카라토 외시장이다. 시모노세키 시내 근처에 있다. 곳곳에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좌판들이 노란 백열등 아래 줄지어 늘어서 있다. 시장에는 복어스시나 복어회 같은 날 음식은 기본이고, 복어스프, 복어통조림 등의 가공식품은 물론 복어 관련 기념품이 가득하다.

전날 과음 때문인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복어 미소국’이다. 500엔에 가격도 싸다. 먹어 보니 해장에 제일이다. 한국에서도 복어는 해장에 최고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복어의 독에 있는데, 오히려 독이 몸 속의 나쁜 성분을 없애 주기 때문이다. ‘이독제독(以毒治毒)’인 셈이다. 헐리우드 스타들이나 국내 연예인들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인 보톡스도 사실은 복어의 독에서 추출한 것이다.

복어의 독은 가장 독한 독인 청산가리의 13배에 달하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텍트로톡신’이라는 독인데 먹으면 바로 죽는다. 그래서 중국의 위대한 시인이자 식도락가였던 소동파는 복어의 맛을 ‘목숨과 바꿀 맛‘이라고 격찬했었다. 홍길동전의 허균도 <도문대작>에서 복어는 ‘독이 있으면 맛있고, 독이 없는 것은 맛이 덜하다’라고 했을 정도로 복어의 독은 ‘필요악’이다. 복어의 다른 일본 이름이 ‘뎃포(鐵砲)’. ‘맞으면 죽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을 만큼 복어의 독성이 강하다.

복어의 독은 주로 내장이나 피에 몰려 있어 대부분 이것을 제거하고 먹는데, 이 내장을 가지고 요리하는 요리사와 이것을 먹는 미식가들도 있다. 필자도 삼척의 복어 고수에게서 복어 내장을 날로 얻어먹은 적이 있다. 주위 사람들은 말렸지만 고수가 권하는 것이라서 용기 있게 먹어 보았다. 아직까지 살아있으니 몸이 둔한 건지 독이 약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시장을 나와서 선창가를 거닐다 보니 85년 된 복어 전문점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가서 복어 정식을 시켰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복어를 일본식 발음인 후구가 아닌 ‘후쿠’라고 발음한다. 이유인즉 후쿠는 일본의 ´복(福, 후쿠)´자와 음이 같다. 그래서 복어를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시모노세키에서는 복어를 후쿠라고 발음한다. 하여튼 토라노후쿠 사시미와 복어탕과 복어지리 등 정말 질리게 복어를 먹었다. 시원하고 하얀 살코기도 좋고, 깊고 시린 국물 맛도 좋은 게 그만큼 복어가 담백한 생선이기 때문이다.

배를 채운 뒤의 여유가 생긴 일행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세계 유일의 복어상(일본 아니면 누가 복어상을 만들까마는)이 있는 신사였다. 시모노세키 항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신사 제일 앞에 복어상이 놓여 있었다. 신사에는 안전한 항해와 성공을 기원하는 깃발들이 길게 늘어서서 펄럭이고 있었다. 

생선의 최고봉으로 여겨지는 복어가 일본인들에게는 음식으로만이 아닌 그들의 인생에 복을 주는 신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하긴 음식이 없으면 우리는 살 수 없으니 일본이나 한국이나 먹는 건 귀한 것이다. 맛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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