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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일본 료칸 체험 ① Style 1 - 이보다 더 호사스러울 수는 없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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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여관을 의미하는 료칸의 인기는 그야말로 선풍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의 트렌드가 ‘보다 프라이버시가 중시되고’, ‘보다 세심한 서비스가 동반되며’, ‘보다 휴식을 강조하는’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그리고 웰빙 라이프스타일의 흐름과 함께 자리 잡았기 때문일 테다. 이제는 ‘밤 도깨비’처럼 짧은 시간동안 효율적으로 ‘번개 불에 콩 볶듯’ 후다닥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묵는 료칸의 경관을 즐기면서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고 휘황찬란한 가이세키의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천천히’ 여행을 만끽해 보자. 최근에는 료칸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일본의 전통’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오카미상(여주인장)의 살뜰한 보살핌을 즐기고 싶은지, ‘신 감각’이 빛나는 ‘디자인 료칸’에 머물지, 아니면 일본에서도 ‘고급 품격 료칸’으로 이름난 마치 상상 속의 공간 같은 료칸을 선택할 것인지는 이번 호 트래비의 료칸 특집 기사를 꼼꼼히 탐독한 뒤 결정할 일이다.    

글 ·사진 신중숙 기자   자료제공·취재협조 호시노 리조트 www.hoshinoresort.com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브루나이 왕국의 ‘엠파이어 호텔’은 7성급 호텔로 명성을 떨쳤다. 다시 말해 별의 개수가 특급이라고 여겨지는 별 5개를 훌쩍 뛰어넘어 별 7개가 반짝거리는 ‘초특급’호텔들이다. 하지만 일본 료칸은 별점 매기기만으로 그 순위를 정할 수 없다. 투숙객의 ‘필요’를 한 발 앞선 서비스와 아늑한 휴식, 숙소에 묵는 것만으로도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유한 숙박 시설인 료칸에 그 어떤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댄들 공정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의 초특급 호텔, 어떤 고급 리조트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호사스러운 휴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료칸은 분명히 ‘있다’.

상상’이 ‘일상’을 지배하는 공간 호시노야 


ⓒ트래비

1. 해질 무렵, 오렌지빛 조명과 노을, 아름다운 계곡이 호숫가에 비춰 장관을 이뤄낸다
2. 호시노야만의 특색있는 악기 '아구라'
3. 호시노야의 메인 다이닝 공간

호시노야(星のや) 카루이자와를 지배하는 두 가지 상상. 하나는 ‘일본이 서양의 영향을 일체 받지 않고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오늘날에 이르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계곡 마을’이 호시노야 카루이자와다. 

그리고 두 번째 상상은 다름 아닌 ‘비(非) 일상감의 극대화’다. 일상 속, 마천루가 빼곡한 갑갑한 도시 생활은 매연과 소음에 익숙해진 도시인을 대량 생산해냈다. 신체와 이동통신의 합체, 하루에 여덟 컵의 물 대신 스타벅스의 커피 세 잔을 마시고, 하이힐과 불편한 신발에 발을 끼워 맞추고 디자이너의 옷을 입기 위해 거식증을 기꺼이 자처한다. 이런 타고난 ‘도시인’들에게 호시노야는 ‘일상을 탈피하는 의식’을 일부러라도 거치도록 유도한다. 체크인을 위해 리셉션에 당도하면 웰컴 드링크를 내어 주고, 낮은 음을 평화롭게 울리는‘야구라’를 연주한다. 이때 눈을 어지럽히는 어떤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일체 없을 뿐 아니라, 리셉션을 가득 채우는 향긋한 향까지, 잠들어 있던 감각들을 하나 둘 ‘살~살~’ 풀어 준다. ‘진정한 휴식’은 바로 리셉션에서의 이런 기분 전환으로 마음을 가다듬은 후부터 시작이라는 호시노야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트래비

1. 상상으로 만들어진 계곡 마을, 빼어난 주변 경관을 즐기는 산책은 호시노야의 Must Do 코스
2. 독특한 구조의 명상 온천
3. 라이브러리 로비는 호시노야에서 유일하게 일상과 연결되는 곳이다


전체 넓이가 4만2,000km2에 이르는 호시노야 카루이자와. 전용 셔틀카를 타고 계곡 마을을 천천히 드라이브하며 커뮤니티 존(Community Zone)이라고 불리는 카루이자와 마을의 주변 시설들을 소개 받는다. 호시노야는 일본 료칸 최초로 숙박과 식사를 완전히 분리해 전용 레스토랑을 이용하거나 주변에서 식사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호리 타츠오의 소설 <아름다운 마을>에도 등장한 ‘촌민’과 꼭 같은 이름을 가진 레스토랑, 노천 온천인 톰보 온천을 지나면 어느 하나 똑같은 모양이 없는 77개의 객실들이 계단식으로 늘어선 아름다운 계곡에 도착한다. 

미즈나미(강이 보이는 방), 니와로지(정원이 보이는 방), 야마로지(숲이 보이는 방) 객실로 구분된 방에서는 테라스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기 좋다. 미닫이문에서부터 방까지 들어가는 데 열어야 하는 문도 3개나 된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어떤 것도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방 안에 TV와 시계가 없는 까닭은 일상으로부터 철저히 분리하고자 하는 철학의 일부분이다. TV는 없어도 CD 플레이어는 있다. 자체 제작한 이미지 명상 CD로 부유된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그만이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을 켜고 널따란 마루 바닥에 엎드려 귀를 기울여 본다. “쯔르르르르르” 벌레 우는 소리, “촤아아아아아” 계곡 흐르는 소리, “뚝, 뚜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단 한번이라도 일상 속에서 자연이 내게 속삭이는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의 속삭임과 정원 나무 한 그루에 비춰진 은은한 불빛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왜 이곳에 그 유명한 일본의 문인들이 휴식을 위해, 명상을 위해 찾는지를 새삼스럽지만 알 것도 같다. 

호시노야만의 스타일로 개량한 유카타와 호시노야 어디든 편하게 신고 다닐 양말과 게다까지 다 갈아입었으면 호시노야를 ‘누릴 준비’, 호시노야를 ‘누빌 준비’가 완료된 셈이다. 


ⓒ트래비

1,2,3 보는 것만으로도 호사스러운 호시노야의 가이세키

‘휴대폰’도, ‘하이힐’도, ‘TV’도, ‘인터넷’도 없는 호시노야에서 유일하게 ‘일상’과 연결되는 곳은 메인 레스토랑 오른편에 위치한 ‘라이브러리 라운지’. 이곳은 24시간, 각종 간식과 다양한 차를 즐기며 책과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평화롭고 아늑한 호시노야에서 깜박 잠이 들었더라도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설은 ‘명상 온천(Meditation Bath)’. 카루이자와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쿠사츠는 약산성의 치료 효과가 탁월한 온천으로 유명하다. 호시노야의 명상 온천은 단순히 피로를 푸는 차원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겹겹의 큐브를 하나하나 연결시킨 느낌으로 온천을 이어놓아 소리와 빛을 점점 차단시키며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놨다. 첫 번째 큐브에서는 폭포처럼 떨어지는 온천수의 소리가 요란하다. 네모난 틈새로 두 번째 큐브에 들어가면 그 소리는 소낙비 내리는 소리로 잦아든다. 다시, 좀더 깊숙이 세 번째 큐브로 들어가 보면 어둠 속, 귓가를 멍하게 하는 정적에 몽롱해진다. 따끈한 온천에 편안하게 몸을 부유시켜 절로 명상에 잠겨 볼 수 있는 기회다. 명상이 성격에 맞지 않는다면 커뮤니티존에 위치한 노천온천 돔보노유 온천도 좋다. ‘비밀’이 숨겨진 듯한 아름다운 숲 속의 맑은 공기와 온천의 더운 열기 속에서 연출되는 환상적 분위기는 또 노천탕만의 운치이니 말이다.  

-Ryokan Profile-

※ 찾아가기  도쿄 역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10분 정도 소요
※주소 389-0194 나카노현 기타사쿠군 카루이자와쵸 호시노2144
※문의 0267-45-6000 www.hoshinoya.com
※객실 객실은 전체 77개로 뷰(View)에 따라 세 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식사 스타일 메인 다이닝 룸에서 조식을 07:00~12:00/ 석식을 17:30~ 22:00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자유롭게 마을에서 식사를 즐기거나 커뮤니티존의 촌민 식당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룸서비스는 24시간 제공된다).  
※온천 운영시간 명상 온천은 24시간 운영, 돔보노유 노천탕은 09:00~22;00
※참고사항 호시노야를 잘 체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박은 해야 한다. 그래서 이곳의 숙박은 최소 단위가 2박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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