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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호 칼럼 - 해열제1 "먹일까? 말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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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23일 새벽 2시25분. 부부가 울고 있는 아이를 사이에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평상시 단잠에 빠져 있어야 할 밤 늦은 시각에 무슨 사연이 있길래 아이는 빽빽 울고 부부는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는 걸까. 대화의 내용을 엿들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여자 왈 “애가 열이 39℃가 다 되어 가는데 해열제라도 어서 먹여야 하지 않아요? 이렇게 아파서 울고 있는데 지금 시간에 병원을 갈 수도 없고, 내일도 추석 연휴라 병원이 쉴 텐데 어떡하죠. 지금이라도 응급실에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이의 울음소리에 이성을 잃은 여자에 비해 남자는 의외로 태연하였다. “아침이 되면 열 떨어지니깐 괜찮아. 지금 응급실 가봐야 해열제 밖에 더 쓰겠어? 괜한 짓 말고 따뜻한 물로 손하고 발 좀 닦아 주고 물이나 먹여 봐.” 느긋한 남자의 태도에 여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애 잘못되면 다 당신이 책임져요”라고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 여러분은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일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 몸은 항상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체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뇌의 시상하부에 체온조절중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체온조절중추는 세트포인트(set point)가 설정되어 몸의 온도가 세트포인트보다 낮아지면 근수축과 떨림을 통해 체온의 손실을 막고 체온을 올리고, 세트포인트보다 높아질 경우에는 땀을 흘려 체온 방출을 늘리고 체온을 낮추어 체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킨다. 

발열은 누구나 경험 해본 적이 있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열이 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크게 외부에서 인체 내로 세균 또는 바이러스 등의 외사(外邪)가 침입하는 경우와 체내 염증반응이 생기는 경우이다. 외사(外邪)가 인체에 퍼지면 몸은 면역반응 및 세포 염증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세포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 물질이 뇌에 이르게 되면 뇌세포에서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촉진시켜 체온조절중추의 세트포인트가 올라가게 된다. 세트포인트가 상승하면 우리 몸은 새로운 목표 값에 이를 때까지 열 발산을 막고 근세포 떨림을 통해 체온을 끌어올리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체온이 상승하는 경우 경기를 하지 않을까, 뇌가 다치지 않을까, 탈수가 되지 않을까, 고막이 파열되지 않을까, 중이염에 걸리지 않을까 등등 책에서 읽은 증상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며 초조해한다. 물론 열이 나면 근육의 수축으로 인해 근육통이나 두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니 몸이 힘들지만 열 자체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걱정하는 바와 달리 크지 않다.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항생제 치료 후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해열제를 투여하지 않고 열의 경과를 지켜보기도 한다. 발열은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질환에 동반하여 나타날 수 있는 신체현상이다. 해열제는 열이 나는 현상만 소강시켜 줄 뿐 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다음시간에는 해열제에 대해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도용호 선생은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한한방부인과학회, 대한한방비만학회 회원이며 현재 마이다스 한의원 안양본점 원장으로 진료 중이다. 031-4444-060 www.imyd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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