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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①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걷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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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일본의 최남단에 위치한 규슈는 지리적으로 대륙에 가장 가까워 신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통로의 역할을 했단다. 평균적으로 고온다습한 기후를 띠는 구마모토에는 그날도 어김없이 보슬비가 내렸다. 약간은 축축한 공기 너머로 일견한 도시의 풍경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일본이지만, 좀더 가까이 다가가 헤아려 보면 ‘규슈다운’ 현대적인 모습도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글·사진 오경연 기자   취재협조 구마모토현 시장협회 (한국사무국 (주)ICC www.japanpr.com)

물 좋고 공기 맑은 온천 마을

구마모토시를 기준으로 북서쪽에 위치한 키쿠치시는 다양한 온천시설과 ‘키쿠치 계곡’으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자연,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키쿠치성 등 자연·문화적인 수혜를 고루 받은 관광지로서의 자태를 뽐낸다.

에도시대의 향기가 물씬 야치요좌


ⓒ트래비

야치요좌는 키쿠치, 아니 구마모토를 찾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회자되는 명소 중 하나이다. 1910년에 지어진 가부키 전용극장으로 1988년 ‘국가 중요문화재’에 지정되면서 세부적인 시설 하나하나까지 그 시대를 충실히 복원한 모습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야치요좌로 향하는 길은 에도시대 당시의 거리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하다. 등롱과 횃대가 빼곡히 들어차 마치 축제 기간인 양 화려한 길을 따라서 야치요좌에 다다르면 화려한 목조기와건물이 거대한 위용을 뽐낸다. 당시 시대에서도 가장 화려했던 절정의 기량을 뽐냈던 다이쇼 12년(1932년)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살려냈다더니 과언이 아닌 듯. 입구에 걸린 가부키 배우와 공연 그림은, 마치 우리나라 80년대 영화관에 내걸렸던 그림포스터를 보는 듯해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극장 내 대공연장의 관객석은 다다미 스타일로 ‘전통적’ 일본 스타일이며 높게 치솟은 천장까지 놓치지 않고 다양한 공연 그림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공연 외에도 보는 재미를 더해 줄 듯. 가부끼 공연뿐만 아니라 향토예능공연 등이 비정기적으로 상연되고 있어 운이 좋으면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다(매년 9~10월 매주 토요일에 ‘야마가 등롱춤’, ‘야마가 타이코’가 공연됨). 이 밖에도 가부끼 공연에 사용되었던 소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픈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요금은 어른 520엔, 어린이 260엔. 0968-44-4004

★ 지역색 ‘물씬’ 나는 공연 속으로~


ⓒ트래비

밥을 먹으러, 혹은 기념품을 사러 레스토랑이나 가게에 잠시 들렀을 뿐인데…그 안에서는 어느덧 시대마저 달라진 듯, 얼핏 보기에도 옛날식 의복을 갖추어 입은 배우들의 전통공연이 한창인 모습을 구마모토에서는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이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무대 옆 분장실에 들러 보면, 공연을 준비 중인 배우들이 포즈를 취해주는 등 ‘대관객 서비스’를 펼치기도 하므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얻을 수도 있다!

1,300년 전 성터에서의 산책 키쿠치성 


ⓒ트래비

7세기 후반, 햇수로 무려 1,30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장중한 세월의 무게에 자칫 선입견부터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파란 하늘을 이고 바라본 고대 산성 ‘역사공원 키쿠치죠(성)’는 적어도 외관만이라면 그 이름처럼 여느 공원에 들어온 것만 같다. 초록빛 잔디 위에 세워진 성곽과 각종 목조건물들은 파란 하늘을 이고 있어서인지 마치 자연의 일부분인 양 자연스럽기만 하다.

물론 외관만 보고 ‘가볍게’ 지나치기에는 키쿠치성이 지닌 역사적 가치가 무겁다. 키쿠치성이 막 축성되었을 당시에는 내성과 외연지구를 합해 총 120만㎡의 넓은 부지에 72채의 건물들이 세워졌을 만큼 대규모였다. 서기 698년의 야마토 조정 시기는 한반도에서 삼국통일 전쟁에 한창이었던 당시. 백제와 우호관계에 있었던 일본이 원군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나라·신라 연합군에 패하면서 삼국통일 전쟁의 불똥이 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당시 해외로의 관문이던 규슈에 집중적으로 세워진 성들에 식량, 무기, 병사 등을 보급하는 지원기지의 역할을 한 것이 키쿠치성이다. 천여 년이 넘는 녹록치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목조로 지어진 많은 건물들이 유실 혹은 훼손되었기 때문에, 현재 산성에 남아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당시 모습을 복원한 것이라고. 

탁 트인 드넓은 성터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물은 팔각형 고루. 일본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팔각형에 3층 높이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한다. 이 밖에도 식량보관창고였던 미창, 무기고로 추정되는 이타쿠라 등의 건물들이 성터 내에 고루 포진하여 있다. 특히나 한들한들 바람 따라 움직이는 코스모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강에 핀다고 해서 흔히 ‘지옥화’로도 불리우는 붉은 색의 피안화 무리 등이 곳곳에 활짝 핀 모습은 이곳 키쿠치성을 ‘역사 배움터’를 넘어서 단지 걷기에만도 좋은 산책길 코스로 탈바꿈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키쿠치성은 구마모토 공항에서 차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0968-48-3178

고운 물 만나니 피부에 광(光) 나더라 
키쿠치 그랜드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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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천과 료칸, 호텔의 삼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곳’. 키쿠치 그랜드 호텔은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다시피 규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천여관이 아닌 호텔로서 비교적 현대적인 외관을 갖추고 있다. 동시에 내부시설, 인테리어 및 시설 등속은 일본의 전통적인 맛과 분위기를 비교적 잘 살리고 있으니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전통과 현대의 장점만을 고루 취한’ 매력이 일품이라 하겠다. 위치도 키쿠치 시내에서 도보로 5분 내외의 중심지여서 가볍게 밤 산책을 나서기에도 부담이 없다.

객실 호텔이지만 대부분의 객실은 다다미를 깐 일본 전통식을 고수한다. 일본식 객실(화실)이 46개, 침대가 놓인 서양식 객실(화양실) 2개 및 특별실 2개를 포함해 총 50개의 객실이 있다. 화실은 방의 넓이가 넓기 때문에 보통 4명까지 한 방에 묵을 수 있으며, 밤에는 방에 두꺼운 이불을 깔아 주는 료칸 스타일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천이나 호텔 안, 또는 호텔에서 가까운 곳을 방문할 때 가볍게 차려입을 수 있는 유카타가 비치되어 있다.

회석요리 인간생활의 3가지 기본요소인 의식주 중에서도 ‘식(食)’은 최우선으로 손꼽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의 호텔에서 묵고, 좋은 의복을 차려입어도 입이 즐겁지 않다면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친 듯한 기분이 절로 들게 마련. 다행히 키쿠치 그랜드 호텔의 식사는 ‘만족’에 한 표를 줄 만하다. 싱싱한 사시미, 달콤짭잘한 조림요리, 생선구이에 한 입 크기의 스시까지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을 동원한 음식들의 맛은 눈과 혀,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 두부에 된장을 발라 구워낸 ‘전각’, 당면처럼 투명한 국수를 보글보글 끓여낸 ‘로쿠핑’ 등 지역의 명물요리도 메뉴에 빼놓지 않고 포함시켜 더욱 만족스럽다. 

아침식사도 훌륭한 편. 뷔페식이 아닌 전통 일본식으로 쌀밥에 쯔게모노(야채절임), 챠완무시(계란찜) 등 기본반찬을 곁들여 먹으며 즉석에서 미소시루(된장국)를 끓여 먹는다. 



온천 키쿠치 그랜드 호텔의 ‘하이라이트’라면 역시 온천이다. 물을 계속 순환시키는 여느 온천들과는 달리 땅에서 솟아난 온천수를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탕을 유지하고 있어 물도 깨끗하고 수질도 빼어난 편이란다. 평균적으로 42~46℃를 유지하는 온천물은 라듐을 듬뿍 포함한 약알칼리성으로 여성의 피부미용은 물론 관절염, 신경통, 피로회복 등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탕에 몸을 담그는 순간, 비눗기와는 분명히 다른 미끌미끌한 물의 촉감이 바로 와닿는 것이 ‘남다른’ 키쿠치 온천의 힘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기본 온천탕 외에도 약초탕, 사케탕 등의 테마탕에 몸을 푹 담그어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 옛날에 실제로 술통으로 사용했다는 통을 그대로 활용한 욕조도 흥미롭지만, 사케탕에 들어 있는 성분 중 하나인‘국화 술(菊花の酒)’은 현재에는 생산을 중단한 ‘귀한 몸’이라는 부연설명이 덧붙여져서인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키쿠치 그랜드 호텔의 객실요금은 체크인 기준으로 1박당 주중에는 7,500엔, 주말·공휴일에는 9,600엔이다(11월만 주중 8,550엔, 주말·공휴일 1만650엔). 요금에는 석식·조식 및 온천탕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으며, 온천탕만 이용시 요금은 500엔. 구마모토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여가 소요된다. 0968-25-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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