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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② 제 2악장 고대 폴리스 글로리아 Polis Gloria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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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축의 에페소(Efesos)와 파묵칼레의 히에라폴리스(Hierapolis)는 모두 고대도시다. 에페소는 신약성서에도 등장하며 기원전 7세기경부터 이미 무역이 발달했고 로마시대 때에는 인구가 25만 명에 달하는 아시아 최고의 도시였다. 또 히에라폴리스는 로마시대부터 비잔틴시대까지 번영했다. 이 두 곳의 유적지 모두 아시아와 유럽의 ‘영토의 각축장’이었던 터키에서 번성했던 찬란한 고대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   




ⓒ트래비

1. 하드리안 신전
2. 셀수스 도서관
3. 성모 마리아의 집에 쓰여있는 '소망'들.
4. 사도 요한의 무덤교회


전설에 의하면 에페소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 아마존 여인 족이 세운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에페소는 대대로 여신을 섬겼다. 처음에는 키벨레(Cybele) 여신을 섬겼고, 아르테미스가 그 다음을 이었다. 유일신 사상이 토속 신앙을 압도한 뒤에는 성모 마리아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여신을 섬겼던 고대도시라는 점은 그리스의 아테네와 흡사하다. 

에페소는 전세계의 고대 도시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좋고 가장 규모가 큰 곳이지만 천년 전, 이 땅에 터키인들이 들어 왔을 때 에페소는 이미 버려진 도시였다. 멘데레스(Menderes)강이 실어오는 토사가 항구의 바닥을 메워 무용지물이 돼 버린 데다 말라리아의 창궐로 사람들은 하나 둘 에페소를 버리고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그렇게 도시가 고립되고 버려졌기 때문에 고대 도시의 형태가 이 정도나마 보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원형극장과 신전 그리고 아고라까지. 에페소를 다른 여느 헬레니즘 문화가 번성했던 고대도시와 별다를 게 없다고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정교한 모자이크가 아직까지도 보존된 빌라촌, 터키를 대표하는 건물이 된 셀수스(Celsus) 도서관과 아케이드라는 말의 원형이 된 아카디아나(Acadiana) 길처럼 지금의 모습과도 다름이 없는 옛사람들의 발자취도 흥미로운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셀수스 도서관에서 원형극장까지는 ‘대리석 길’로 이어졌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그 바닥이다. 길의 중간에는 발자국과 여인의 얼굴이 새겨진 돌이 있다. 이 그림은 로마시대 ‘창녀의 집’을 알리던 그림이다. “이 발 사이즈 이하의 성인 남자는 좀 더 커서 오라”는, 말하자면 세계 최초의 그림 광고다. 

성경에 따르면, 사도 요한은 이곳셀축에서 수년 동안 기독교를 전파하며 살다 죽었다. 또 성모 마리아도 이곳에서 살았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셀축을 들르면 에페소와 함께 반드시 사도 요한의 무덤 교회와 성모 마리아의 집을 방문한다.

 
ⓒ트래비

1. 하얀 눈이 내린 것만 같은 파묵칼레의 모습이 신비롭다
2. 셀축 근교의 '쉬린제 마을'은 와인으로 유명하다
3. '작은 발견'들이 숨겨진 쉬린제 마을 탐험도 터키 여행의 즐거움이 된다. 마치 지중해 마을이 연상되는 마을의 전경
4. 사도 요한의 무덤 교회
5. 인류 최초의 광고판으로 알려진 그림





ⓒ트래비

1.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기 위해 히에라폴리스를 지나 파묵칼레로 향한다
2. 파묵칼레에서 족욕을 즐기는 여행자들
3. 해지는 히에라폴리스


터키 제3의 도시 이즈미르(Izmir)를 관통해 동남부 내륙으로 들어온 버스는 마치 ‘폐허’를 방불케 하는 바위 파편 속을 가로지른다. 이 무수한 바위들은 고대 유적지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의 부분인 약 2,000개의 석관들이다. 히에라폴리스는 석회 언덕 위에 세워진 고대 도시다. `성스러운 도시`를 뜻하는 히에라폴리스는 로마 시대부터 비잔틴 시대까지 번성했으나 셀주크 투르크에 정복당했고, 14세기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폐허가 됐다. 

형태조차도 온전치 못한 히에라폴리스의 바위덩이들을 보니 비록 신상의 목이 댕강 잘려 나가고 지붕이 무너져 내리긴 했지만 ‘에페소’의 보존 상태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깨닫는다. 

하지만 히에라폴리스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점차 고대 도시의 안으로 들어갈수록 새하얀 눈이 마치 성벽을 이룬 듯한 기이한 지층에 다다른다. 이곳은 이스탄불, 카파도키아와 더불어 한국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파묵칼레(Pamukkale)’. 파묵은 ‘목화’, 칼레는 ‘성’이란 뜻이다. 목면의 눈을 닮았다고도 하고, 그 색깔이 목화색 같다고도 한다. 어쨌든 이 온천수의 온도는 섭씨 35도, 부드러운 크림색의 석회석 위를 졸졸졸 흐르는 물을 만나면 수많은 여행자가 그러하듯 바쁘게 양말을 벗어제치고 온천수에 발을 담근다. 

예전에는 이 파묵칼레의 이곳 저곳에 수영복을 입고 온천욕을 하러 온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파묵칼레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정해진 장소만을 개방한다. 마음 놓고 온천욕을 즐기려면 온천욕 수영장이나 온천시설을 갖춘 호텔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파묵칼레의 온천수는 심장병, 순환기 질병, 고혈압, 류머티스, 눈과 피부질병 등에 효능이 있다. 클레오파트라를 비롯해 역대 로마 황제와 귀족들이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찾았다니 오랜 세월 동안 그 명성만은 꾸준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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