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꿈꾸다 1 ③ 자이살메르 + 자이푸르에서

2007-11-05     트래비




ⓒ트래비

인도에서 꼭 해보고자 한 것은 두 가지였다. 광활한 ‘사막’과 높다란 ‘히말라야’ 만나기. 인도에서 사막이란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리는 도시, 자이살메르에서는 1박2일 낙타 사파리 길에 올랐다. 사막이 그처럼 고요하며 사막 사파리가 그만큼 고생스러울 줄은 미처 몰랐다. 우리 일행은 핀란드에서 온 3명의 남자와 독일 남녀 커플, 여행 중 만나 사파리에 동행한 말레이시아 친구 ‘파이스’, 나까지 7명이었다. 

사막의 찜통더위는 여름 그 이상이었다. 그래도 도시보다 사막이 더 시원한 느낌이다. 어젯 밤, 게스트하우스의 에어쿨러는 밤새 쉬지 않고 돌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벌써 이틀째 더위 때문에 한숨도 못 자고 사파리에 나선 참이다. 지프는 쿠리 인근 마을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무슬림 모자를 쓴 낙타몰이꾼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낙타를 보자마자 기대와 흥분이 앞선다. ‘파담’. 내가 이틀간 함께할 낙타의 이름이다. 낙타몰이꾼의 이름은 재미있게도 '카멜(Camel) 칸'이다. 카멜은 작은 체구에 유난히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도드라져 보이는 인상이었다. 

첫 30분은 낙타가 흔들흔들 걷는 게 신기하다. 느릿느릿 낙타의 발걸음에 맞춰 사진을 찍으며 일행들도 모두 신이 난 모습이다. 잠시 후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적막감에 휩싸인다. 낙타와 낙타, 그 간격은 1m도 채 되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전달되는 것은 100m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조용히 행렬을 뒤따르는 몇 시간 동안 자연도 그대로, ‘재미’보단 ‘인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사하라를 건너는 낙타와 낙타몰이꾼은 얼마나 막막할까.  낙타몰이꾼 카멜은 사막을 걸어서 이동했다. 힘겹게 걷는 낙타몰이꾼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다. 낙타몰이꾼의 헌신은 미안할 정도다. 땡볕 아래에서 일행들이 쉴 때도 불을 피우고 차와 요리를 내온다. 식사도 여행객들이 먹은 후에 남은 음식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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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 듄. 잠자리를 준비하는 도중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사막에서 비를 맞고 있자니 왠지 모를 낭만이 몰려온다. 물기를 머금고 단단해진 사막 위를 숨이 차게 내달린다. 지금 이 순간을, 이 낭만을 향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니겠는가. 비는 4시간 동안 사납게 쏟아진다. 이따금씩 번개와 천둥이 가릴 것 없는 대지 위에 허연 속을 내비쳤다. 그 와중에도 낙타몰이꾼들은 사막에 불을 피웠고, 세상에 둘도 없는 짜이로 몸을 녹여 주며 자연과 어울리는 방법을 가르친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후회가 밀려왔다. “왜 사파리를 한 거지?” 낙타 사파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왔기 때문에 되돌아가야 하는 고생길이었다. 흔들리는 낙타에 앉아 있으려니 자꾸 엉덩이가 아프고, 오픈 화장실(자연에서 볼일을 보는 것을 인도에선 이렇게 표현했다)도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아 고생했다. 짜증이 난 말레이시아 친구 파이스는 5시에 지프가 오기로 한 것을 상기시키며 “만약 제 시간에 오지 않으면 화를 낼 거야”라고 말한다. 

카멜은 “Hey, friend! It's life”라며 지프가 조금 늦을지라도 화를 낼 필요가 없다고 타이른다. “정확한 시간에 와야 한다는 건 억지야. 가끔은 늦을 때도 있다는 걸 잊지 마. 꼭 사는 게 정해진 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그것이 인생이야.” 인도에서는 누구나 인생철학이 있다더니 낙타몰이꾼에게서 배우는 인생 교훈은 남달랐다.

사막의 빛나는 황금도시, 자이살메르



골드시티 자이살메르, 성 안팎의 많은 집들이 흙으로 지어져 저녁 무렵이면 도시가 황금빛 태양과 하나가 돼 인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유의 풍경이 연출된다. 모래로 지어진 자이살메르 성은 다른 지역의 성과 달리 사람이 직접 살고 있어밤늦도록 생기가 넘친다. 

우연찮게 인도 학교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려고 파이스와 골목길을 걷던 중 가정집처럼 생긴 학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모습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교장선생님을 만나 갑자기 인도의 학교 시스템과 어렵게 공부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들으면서 예상치 못한 학교 방문이 시작됐다.  

이방인에게 무척이나 친절한 교장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학교를 구경하고, 장학사들이 그렇듯 교실 뒤에 의자를 놓고 앉아 수업까지 받았다.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열악한 시설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에게 볼펜 한 자루 주지 못하는 여행자의 현실은 언제나 안타까울  뿐이다.




8월7일 오전 6시, 기차는 자이푸르에 멈춰 섰다. 라자스탄 주의 주도인 ‘핑크 시티’ 자이푸르는 관광지가 많아 오전 9시에 출발하는 1일 시티투어를 했다. 비용도 저렴하고 시간도 아낄 수 있었지만 역시 관광지를 찍고 도는 ‘시티투어’는 흥미가 떨어지고 스케줄도 만만치 않다. 하와마할부터 시티팰리스 궁과 박물관, 잔타르 만타르에 이어 시내에서 10km 떨어진 암베르 성까지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핑크 시티’ 자이푸르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비추천’이다. 절벽에 자리한 멋진 암베르 성을 30분만에 구경하고 내려와 2시간 동안 쇼핑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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