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비카네르 낙타 축제, 흙빛 사막도시의 화려한 변신"

2009-06-02     트래비


1 누군가 미리 걸었을 사막의 길을 따라 걷는다

비카네르 낙타 축제
흙빛 사막도시의 화려한 변신



비카네르(Bikaner). 인도 서북부 라자스탄(Rajasthan) 주에 위치해 타르사막으로 둘러싸인 이 사막 도시는 매년 1월경 이틀간의 축제 기간 동안, 흙빛 모래먼지를 씻어내고 형형색색 화려한 색을 입는다. 나무수레를 끌고 모래언덕을 느적느적 걷던 낙타들도 이 기간만은 갖가지 장신구를 달고 은종을 짤랑짤랑 울리며 도도하게 고개를 치켜세운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박정은

 

Camel  Festival 

박수는 낙타도 춤추게 한다

축제가 시작되는 날 아침부터 경기장을 찾기 위해 관광객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평소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낙타들을, 그것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니 맨 앞줄을 사수하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비카네르 카멜 페스티벌(Bikaner Camel Festival)’은 하루는 비카네르 시내 대형 경기장에서, 하루는 사막 안의 작은 마을로 옮겨져 이틀간 진행된다. 유독 시내에서 떨어진 게스트하우스를 잡는 바람에 아침부터 오토릭샤를 잡아타고 시내로 들어섰다. 버스정류장을 확인하지 못하고 나와 아차 싶었지만 시내로 들어서니 강한 인도 억양으로 ‘카멜 페스티벌’을 외치는 버스 안내원이 눈에 띈다. 축제기간 운행하는 정부 버스이기 때문에 정류장 표지판은 없지만 성곽 안으로 들어가 한곳으로 몰려가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따라나서면 찾는 데 별문제는 없다. 

도착한 곳은 비카네르 스타디움. 그렇게 서둘렀음에도 목 좋은 자리잡기에 실패했다. 뒤에 서서 구경이나 해야겠구나 하는 찰나, 아직 외국인에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일까, 축제 관계자들이 카메라를 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만 따로 의자를 마련해 주거나 심지어 경기장과 관람석을 구분해 놓은 선 안쪽에 앉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닌가. 나보다도 일찍 와서 뒷자리를 차지한 인도인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일 년에 한 번 있는 축제를 일등석도 아닌 특등석에서 볼 수 있다는데 뒤돌아볼 새도 없다.

축제는 모든 참가자들의 행렬로 시작해 낙타 댄스, 낙타 단장, 낙타 우유 짜기 대회, 미스 & 미스터 비카네르 대회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단장을 한 낙타들이 경기장을 돌자 이번에는 아름다운 인도 무희들이 두서넛씩 짝을 지어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건장한 여장남자들이 툭 불거진 뱃살을 내놓고 애교 있게 추는 춤사위도 빼놓을 수 없다. 

첫날 있는 낙타 축제 최고의 재미는 낙타 댄스. 커다란 덩치의 낙타가 어떻게 춤을 춘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흰 터번을 두른 낙타 주인들이 번호표를 단 낙타를 끌고 경기장을 따라 뛰기 시작한다. 그러자 낙타들이 왼발 오른발을 높이 쳐들며 껑충껑충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자못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절제된 그 동작에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경기장을 서너 바퀴 돌며 춤을 추고 나서는 마치 주인의 얼굴을 집어 삼킬 듯한 주인과의 키스, 죽은 척하기, 주인 머리 위에 발 올리기 등 각자의 재주를 선보인다. 대략 15마리의 낙타가 순서대로 낙타 댄스를 선보이면 나름대로 수염까지 꼬아 가며 신중하게 점수를 매기던 심사관들이 순위를 발표하는 식이다. 



2 전통의상을 한껏 차려입은 인도 꼬마들의 행진으로 낙타 축제가 시작된다 3 낙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참가자들의 행진 4 낙타 축제를 위해 일년을 기다려 온 낙타들의 화려한 모습 5 주인과 함께 갖가지 재주를 선보이는 낙타들


따뜻하고 고소 짭조름한 낙타 우유의 맛 

낙타 단장 대회도 눈길을 끈다. 낙타의 털을 세밀하게 깎아서 각종 무늬를 목에서부터 엉덩이에 이어 꼬리, 다리에까지 새기는데 사냥하는 전사, 낙타 떼, 코끼리, 호랑이 등 기묘한 문양들을 찾아볼 수 있다. 거기에 색색의 화려한 천을 이용해 거울조각을 이어 붙이고 꽃과 장신구들을 얹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이어 귀여운 새끼 낙타들이 어미 낙타와 함께 경기장에 들어선다. 새끼들은 수천명의 관람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미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 젖을 빨기 시작한다. 이때 시작되는 것이 낙타 우유 짜기 대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가 어미 낙타의 젖을 짜기 시작하는데 빠른 시간 내에 일정량을 짜내면 승리하는 대회다. 5분여 지났을까 승리 팀이 발표됐는데, 이게 웬일. 커다란 도기에 가득 담겨 뽀얀 거품까지 인 낙타 우유를 들고 나에게 달려와서는 불쑥 들이미는 것이 아닌가. 당황할 여지도 없이 여기저기서 카메라가 들이닥치고 안 마시고는 못 배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한 모금을 마시는데, 따뜻하면서 고소하고 약간은 짭조름한 맛이 생각보다 꽤 괜찮다. 어디서 더 마셔 보겠는가 싶어 짧은 사이 두어 모금 더 마셨고 결국은 다음날 인도 지역신문에 대문짝만한 사진이 실려 여기저기 얼굴까지 팔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의문의 그녀.
울상을 한 미스 비카네르


어지간한 축제에서는 단골로 자리잡은 미스 & 미스터 선발 대회. 비카네르 낙타 축제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라자스탄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인도 여인들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색감의 사리에 코와 귀, 손가락을 연결한 금붙이 장신구까지 모두 갖추고 세련미 있게 걸으려고 노력하는 여인들. 하지만 사막마을 여인들에게 이런 행사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닌지라 행동 하나하나에서 순박한 웃음이 묻어난다. 

그런데 주변에서 관광객들이 웅성거리며 한곳만 쳐다본다. 참가번호 1번이 울상을 하고는 그냥 서 있기만 한 것. 어째 무대에 등장하면서부터 아무런 포즈도 없이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더니만 남들이 얼굴에 쥐가 나도록 웃음을 짓고 각종 포즈를 취하는 동안 대회가 끝날 때까지 동상처럼 그러고 서 있는 것이다. 아마도 뒤에 나온 예쁜 참가자가 카메라 세례를 더 받아서 그런가 보다 수군거리며 대회를 지켜봤지만 끝내 상 하나 받지 못한 참가번호 1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미스터 라자스탄은 독특한 수염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인데, 한 남자는 언뜻 봐도 본인의 키를 뛰어넘는 길이의 수염을 댕기 땋듯 땋아 뺨에 고정시키고 있다. 결국 카메라 세례와 수상은 두 명의 귀여운 꼬마 시동까지 대동하고 한껏 긴 수염을 자랑한 그의 차지였다.


1 낙타의 털을 세밀하게 깎아 다양한 문양을 전신에 새긴다 2, 3 갓 짜낸 낙타우유의 맛은 따뜻하고 고소하다 4 의문의 그녀와 미스 비카네르 참가자의 아름다운 모습 5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낙타를 타고 온 현지인 가족 6, 7 미스터 비카네르 참가자와 귀여운 꼬마 시동들의 모습

사막마을의 숨 막히는 낙타 경주

이튿날 성문 안으로 들어가니 낙타 축제가 열릴 사막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시설은 조금 열악하지만 사막 한가운데에 있다는 마을로 들어간다는 색다른 느낌에 금세 마음이 들뜬다. 나무 하나, 돌덩이 하나 없는 황량한 사막을 지나다 보면 드믄드믄 하얀 흙벽과 초가지붕을 얹어 단출하게 만든 집 안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고 있는 귀여운 아이들, 문 뒤에 빠끔히 숨어 손을 흔드는 아이 엄마가 보인다. 한 시간여가 흘렀을까 창밖 모래사막 위로 축제에 참가하는 수십명의 현지인들이 낙타 수레를 타고 걷는 모습이 늘어 간다. 버스에서 내려 약 100m를 걸어가니 사막 한복판에 축제를 위해 마련한 천막들이 눈에 띈다. 

사막 마을에서의 낙타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낙타 경주다. 낙타 경주가 진행되기 전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는데 사실 첫날 짜임새 있던 시내의 축제에 비해서 사막 마을 축제는 진행과정이 조금 어설픈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막에서 진행되는 행사들이다 보니 그 설렘이 약간의 허술함을 충분히 가리고 남는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모래언덕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낙타 경주를 보기 위해 좀더 높을 곳을 찾는 것이다. 기수를 태운 낙타들이 제각각 자리를 잡는다. 둔한 듯 보이지만 결코 둔하지 않은 낙타들의 경주는 경마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마지막 경기에서 한 명의 기수를 태운 낙타가 헛발질을 해 기수가 땅에 나뒹굴었다. 아쉬운 탄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고 나 또한 마찬가지로 현지인들과 감정을 공유했다. 

사막 마을 축제 장소에서 시내로 나오는 버스는 늦은 시간부터 있으므로 낙타 경주 후 이어지는 모닥불 행사와 소소한 전통공연을 뒤로하고 중간에 돌아가고 싶다면 마을에 들어서면서 버스 시간을 미리 확인해 둬야 한다. 버스가 여의치 않다면 대기하고 있는 오토릭샤나 트럭을 섭외해야 하는데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다른 관광객들을 모아 함께 이용하는 것이 좋다.

Q 낙타 축제는 언제 열리나요?
A  낙타 축제는 매년 1월경 개최되며 인도력으로 계산되므로 인도관광청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해야 한다. 다음 낙타 축제는 2009년 12월31일부터 2010년 1월1일까지이다.

Q 비카네르는 어떻게 가야 하나요?
A 비행기편으로는 인도의 대도시 델리나 뭄바이 등을 통해 들어가 국내선으로 비카네르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조드푸르(Jodhpur)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조드푸르에서는 비카네르까지 연결하는 버스와 기차가 있으며 소요 시간은 8~9시간 정도이다. 델리-비카네르를 연결하는 여행자 버스나 뭄바이, 자이푸르-비카네르를 연결하는 기차도 이용할 수 있다.


사막 여우야 안녕?

사막 도시에 들러 사막을 제대로 구경해 보지 못한다면 비카네르 여행을 반쪽만 한 셈이다. 낙타를 타고 느긋이 사막을 통과하며 모래언덕에 앉아 마시는 달콤한 짜이 한잔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인도에는 자이살메르 등 유명한 사막 지역이 많지만 비카네르에서도 오래 전부터 여행자들을 상대로 사막 여행이 진행됐다. 사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듯 풀 한 점 없는 거대한 모래언덕을 기대한다면 비카네르 사막은 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 여행자들이 1박2일, 2박3일 사막 여행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막은 드문드문 나무도 있고, 마른 풀들도 보이는 사막의 가장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빡빡한 여행 일정에 지쳐 낙타에 걸터앉아, 또는 수레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한가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비카네르 사막 여행이 제격이다. 사막을 통과하는 내내 귀를 쫑긋 세운 사막여우나 가벼운 발자국 소리에도 저 멀리 뛰어 도망쳐 버리는 각종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내 낙타 이름은 ‘반항쟁이 밥뿌’ 

사막 여행은 본인이 직접 낙타몰이꾼이나 가이드를 수배해 계획할 수도 있지만 되도록 기존부터 진행해 오던 여행사나 게스트하우스의 여행상품을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는 사막에 신원을 확실히 알 수 없는 누군가와 함께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다.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이 보고 싶다는 이유로 1박2일 사막여행을 선택하고 가이드와 함께 사막 입구로 들어섰다. 얼굴 가득 새겨진 주름살에 친근한 웃음을 띠고 있는 낙타몰이꾼 할아버지 두 명과 이틀 동안 함께할 문제의 낙타들을 만났다. 귀여운 얼굴에 늘어진 아랫입술을 가진 내 낙타의 이름은 ‘밥뿌’.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보곤 심상찮다 했더니만 머리 위에 침을 뱉지를 않나, 하루 종일 요란하게 방귀 뀌고 볼일을 본다. 풀만 보이면 정신이 팔려 길을 무시하는 요상한 녀석이 걸려 버렸다. 몰이꾼 할아버지 눈치를 보며 슬슬 도망갈 기회만 엿보는, 반항쟁이도 이런 반항쟁이가 따로 없다.

낙타를 또 어디서 타 보겠는가 싶어 여행 내내 낙타 위에서 내려오지 않겠다 마음먹었지만, 한 시간 정도 지나자 허벅지부터 골반으로 연결되는 부위에서 찌릿찌릿한 고통이 시작됐다. 낙타를 타다가 힘들면 다른 낙타에 연결된 수레 위에 누워서 갈 수 있으니 괜한 고생 말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억지로 4시간을 낙타 위에서 버티다가 결국 발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쥐가 나 버렸다.


Q  낙타를 탈 때는 어떻게 하죠?
A  낙타는 앞 다리를 이용해 상체를 반 정도 일으키고 뒷다리로 선 후, 상체를 완전히 일으키기 때문에 처음에 몸이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가 다시 앞으로, 또 뒤로 밀리게 된다. 몸이 뒤로 밀렸다고 앞으로 몸을 잡아 당기면 다음 순간 앞으로 고꾸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안장을 잡은 팔에 힘을 주고 허리를 곧추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1 사막 여행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오아시스 마을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2 느긋이 사막을 걷다 보면 각종 야생동물을 만나는 건 사막 여행의 덤이다 3 사막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낙타 타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낙타의 걸음은 사막을 마음 속에 담기에 적당하다 4,5 귀여운 얼굴에 늘어진 아랫입술을 가진 장난꾸러기 낙타‘밥뿌’6 똥케익을 이용한 짜파티 굽기 7 손바닥 모양이 선명한 똥케익 8 듬성듬성 재료를 다듬어 만드는 몰이꾼 할아버지의 특제 커리 9, 10, 11 인도에서 맛보는 다양한 커리


짜파티 굽는데 ‘똥케익’이 웬말?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날 때쯤 몰이꾼 할아버지들이 낙타를 세우고 여기저기 마른 풀을 주우러 다닌다. 사막에서 맛보는 커리는 어떤 맛일까. 예상 외로 인도에 도착해서 손을 이용해 식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황량한 사막에서 인도식 식사법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너나 할 것 없이 몰이꾼 할아버지를 도와 재료 다듬기에 분주한데, 할아버지 한 분이 손에 납작한 갈색 무언가를 잔뜩 들고 온다. 무언가 물어 봤더니 대답도 적나라하게 ‘똥케익’라는 한마디가 돌아온다. 소똥을 연료 삼아 사는 사막마을에서 구해 온 것으로 손바닥(마을 어느 아낙네의 것이 분명한) 모양이 선명한 ‘똥케익’을 불에 던져 넣고는 커다란 솥단지를 건다. 

감자, 양파 등 이런저런 재료들을 듬성듬성 잘라서는 커리가루와 함께 단지 속에 풍덩 던져 넣고 끓이는 할아버지의 방식에 과연 맛이나 날까 싶었지만 손가락 쪽쪽 빨아 먹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보통 가정집이나 음식점보다 다소 두꺼운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짜파티를 만드는데 이것도 쫀득쫀득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짜파티를 구워 불에 타 하얗게 변한 똥케익 위에 슬쩍 세워 놓으면 중간으로 공기가 들어가 더욱 맛있어지는데, 맛만 좋다면 까짓 똥케익 정도야…. 

식사시간에는 몰이꾼이나 가이드에게 요리 보조가 되겠다고 청해 보자. 인도 음식 만드는 법도 공짜로 배울 수 있고 가이드를 통해 몰이꾼 할아버지들의 옛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글람글람 짜이!”

따가운 태양이 내리쬐면 낙타를 타고 걷기가 여의치 않다. 이때는 낙타와 수레를 세우고 수레 밑 그늘에 누워 달콤한 낮잠을 즐기거나 차를 한잔 하는 것이 좋다. 가뜩이나 더운데 뜨거운 차가 어울리나 싶겠지만 뜨거운 차를 조금씩 마시자 갈증해소에 도움이 됐다. 인도식 차 ‘짜이’는 일반 차와 달리 물과 찻잎과 우유, 설탕을 한번에 넣고 끓이는 것으로 달콤하고 독특한 향이 좋다. 가이드가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지만 물이 귀하기에 그릇이나 물잔은 모래로 비벼 씻는데, 그렇기 때문에 사막에서 한 번 이상 사용한 잔에 차를 따르면 약간의 모래가 씹히거나 모래 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사막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짜이를 좋아하는 것을 눈치챈 몰이꾼 할아버지는 휴식시간마다 차를 끓여서는 “글람글람 짜이(뜨거운 짜이가 왔어요)”를 외치며 짜이를 손에 들고 웃는다.

모래언덕과 모닥불 그리고 별똥별

사막 여행 중에는 낙타 물을 먹이거나 약간의 식료품을 사기 위해 들르는 작은 사막 마을도 큰 볼거리이다. 열댓 살이나 됐을까 어른인 척하는 염소 목동을 만나 그가 자랑하는 염소 새끼를 안아 보거나, 잠깐 얼굴을 봤다고 마을 어귀까지 한참을 낙타 꽁무니를 따라오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추억이 된다. 

사막에는 밤이 빨리 찾아온다. 금세 어두워지고 잠시 쌀쌀하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금세 몸이 떨려 올 정도로 한기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몰이꾼 할아버지의 손도 바빠진다. 미리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모으랴, 저녁 준비하랴, 텐트 세우랴. 미리 말하자면 몰이꾼 할아버지들의 텐트와 담요만 가지고 사막에서 밤을 새운다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여행 전에 미리 두꺼운 가디건이나 점퍼, 담요 등을 준비해야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다. 

밤이 깊으면 수레들을 모아 위로 들어 올려 바람막이를 만든다. 여기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이야기도 나누고 짜이도 끓여 마시고 별도 보고 하는 식이다. 넓게 이어진 사막 한가운데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별빛밖에 없으니 그 아름다움이 오죽할까. 여태 별똥별이라고는 본 적이 없던 나도 하룻밤 사이 세 개의 크고 작은 별똥별을 볼 수 있었다. 모아둔 나뭇가지들을 다 태우고 나면 추위가 한층 더하지만 이에 굴복할쏘냐. 텐트로 들어가 담요를 둘둘 말고 누워 고개만 빠꼼히 밖으로 내밀고 밤새 별빛을 감상했다. 결국 그대로 잠이 들어 다음날 아침 새빨간 코로 훌쩍거리는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말이다. 달이 높이 뜨기 전까지는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우니 미리 손전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한밤중에는 달빛만으로도 충분히 주변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밝다.

 


1 찻잎과 우유, 설탕을 한번에 넣고 끓이는 인도식 차‘짜이’. 달콤하고 독특한 향이 좋다 2, 3 사막 여행 중 만난 소년 목동과 귀여운 새끼염소 4 아무도 걸었던 흔적이 없는 모래언덕을 찾아 내 발자국을 남겨 본다 5 까르니마따 사원. 커다란 접시에 꼬리만 내놓고 둥글게 모여 앉아 우유를 할짝이는 두르가 여신의 자손들

Q 비카네르 사막 여행 비용은 얼마?
A  알려진 지역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다 보니 비용이 다른 지역보다는 약간 높은 편. 1박2일을 기준으로 1,200~3,000루피까지 다양하다. 낙타의 마릿수나 식사 종류 등 포함사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2~3개의 여행사나 게스트하우스의 상품을 상세히 비교해 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당일여행이나 2박3일 이상 사막에 머무는 상품도 있다.

Q 사막에서 필요한 물품은?
A  선글라스와 챙모자, 두꺼운 점퍼나 담요, 손전등은 필수. 접어 올릴 수 있는 얇은 긴팔 남방은 건조하고 더운 날씨에 제격이며, 수시로 모래먼지가 앉은 얼굴과 팔을 닦을 수 있는 물수건도 유용하다. 화장용 기름종이와 양치 대용(?) 껌을 챙겨 가는 것도 좋다.

까르니마따 사원, 쥐와 함께 생활하라

2004년도였던가, 한창 TV 프로그램인 <도전지구탐험대>를 시청하면서 언젠간 나도 저기에 나오는 특이한 곳들을 다 들러 보고 싶다며 꿈을 꾸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은 시간을 맞춰 TV를 틀었는데 어느 여자 연기자가 울며불며 “죽어도 쥐하고는 못 잔다”며 주저앉는 모습이 보였다. 그 연기자는 결국 쥐가 들락거리는 솥에 들어있던 음식을 먹고 쥐와 함께 우유를 나눠 먹으며, 결국 수도사들과 함께 사원 바닥에서 쥐들과 함께 잠을 자곤 얼굴이 반쪽이 되어 사원을 빠져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비카네르에서 동남쪽으로 36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데시녹(Deshnok)에는 해마다 관광객이 증가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세계 유일의 쥐 사원인 까르니마따(Karni Mata) 사원을 보기 위함이다. 일단 사원 안으로 들어서면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풍경이 펼쳐진다. 

인도의 사원은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어야 한다. 신을 벗고 입구로 들어서는데 한 중년 외국인 여성이 사원에서 나오면서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하는 말이란 “두세 마리의 쥐를 내 발로 밟았고 셀 수 없는 쥐들이 내 발을 밟았다”. 그녀는 쥐똥만은 맨발로 밟을 수 없다며 미리 준비해 간 두꺼운 양말을 신는 나를 보고는 절대 여의치 않을 거라며 가방에서 여분의 노란 비닐봉투를 두 개 꺼내 쥐어 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는 떠났다. 

‘쥐가 지나가도 절대 소리 지르지 말자. 다른 이의 믿는 바도 존중해야 한다’를 되새기며 사원 안으로 들어갔지만 첫 발걸음부터 작은 비명의 연속이다. 사람을 무서워하기는커녕 놀리듯이 발등 위를 밟고 가는 녀석. 어느 샌가 발밑에 오줌을 찍 갈기고 도망가는 녀석. 수백 아니 수천마리는 될 것 같은 쥐들이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는 모습이란… 희한한 것은 사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쥐꼬리 하나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쥐들이 사원 밖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곳 비카네르에서 쥐를 모시는 이유는 쥐가 두르가(Durga) 여신의 화신인 까르니마따의 자손이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전설을 이야기하자면 까르니마따가 속한 부족의 한 소년이 죽음의 신 야마(Yama)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까르니마따는 그 소년을 살려 주며 부족으로 태어나기 전 임시로 쥐의 몸을 빌어서 살게 했다는 것. 이후 사람들은 쥐를 두르가 여신의 자손으로 생각하고 19세기경 사원을 지어 여신에게 바치고 사원 안에서 쥐와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사원에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솥단지 안을 들락날락하는 쥐들과 배가 볼록한 쥐들이 커다란 접시에 꼬리만 내놓고 둥글게 모여 앉아 우유를 할짝이는 모습이다. 일부 인도인들은 쥐들에 둘러싸인 채로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거나 쥐들이 마신 물을 함께 마시기도 한다.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종교 문화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사원에는 희귀한 흰 쥐가 몇 마리 있다고 하는데 사원을 방문했을 때 흰 쥐를 발견하는 것은 행운을 상징한다고 한다. 눈이 좋지 않아 걸음을 옮길 때마다 쥐똥과 쥐 오줌을 하나도 피하지 못한 나는, 물론 내내 흰 쥐를 발견하지 못했다. 만일 사원 안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카메라 한 대당 약 20~30루피를 지불해야 한다.


인도여행! 이것만 주의하자

■ 길에서 만나는 대학생(사칭) 주의보!
대부분 오토릭샤가 정체돼 있을 때 친절하게 접근해 오토릭샤로 올라탄다. 상당한 영어실력으로 지역 소개를 도맡지만 결국은 특산물 판매가 목적이다. 비카네르에서 만난 한 남자는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까지 알아내 3일간을 쫓아다니며 ‘1년에 250g밖에 얻을 수 없는 낙타 턱수염(?)으로 만든 낙타울’을 팔기 위해 노력했다.

■ 노출은 금물!
민소매나 짧은 치마, 바지 등을 입을 경우 언제 음흉한 남성들의 카메라폰에 사진이 담기게 될지 모른다. 우리로서는 노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의상을 입더라도 몸의 실루엣이 조금 드러나면 마찬가지이다.

■ 찢어진 돈은 No!
인도에서는 찢어진 돈은 사용하지 않는다. 은행에서 바꿔 주는 경우는 있지만 찢어진 10루피, 20루피를 바꾸기 위해 은행을 찾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간혹 외국인에게 지폐 사이에 찢어진 돈을 끼워 거스름돈으로 주는 상점 등이 있는데, 지폐 거스름돈은 확인하고 찢어진 돈을 받았을 경우 반드시 제대로 된 지폐를 요구하자.


Q  까르니마따 사원은 어떻게 찾아가나요?
A  비카네르 시내(성문 안)로 들어가면 까르니마따 사원이 있는 데시녹으로 가는 미니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있다. 인도버스의 번호는 인도어로 쓰여 있기 때문에 주변에 데시녹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을 물어 보는 것이 좋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 비카네르 사막 여행을 할 생각이라면 일정에 까르니마따 사원 방문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자. 사막 일정이 데시녹 부근에서 끝나 사원 방문을 포함하는 상품이 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