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Habana 음악과 춤 그리고 올드한 감성으로의 초대

2009-06-16     트래비



Habana 음악과 춤 그리고 올드한 감성으로의 초대

올드카들이 도로 위에서 당당하게 돌아다니고 도시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춤추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쿠바다. 색 바랜 벽을 가진 오래된 건물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50년대로 돌아간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Habana). 그곳에 서면 가장 쿠바 같으면서도 가장 쿠바 같지 않은 그곳만의 분위기에 서서히 젖어든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st 정상구


* 이번 호부터 3회에 걸쳐 13기 Traviest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정상구님의 쿠바 스토리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쿠바를 여행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와 자서전이 잘 팔리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쿠바 하면 체 게바라와 혁명을 가장 먼저 떠올리며 그 발자취를 따라가길 원한다. 또한 왠지 물고 있으면 담배보다 더 멋져 보이는 쿠바산 시가, 미국인이었으면서도 쿠바를 더 사랑했던 헤밍웨이 그리고 아마추어 야구 최고봉의 이미지 등은 쿠바를 가고 싶게 하는 또 다른 이유들이다. 

많은 이유들 중 나로 하여금 쿠바행을 결심하게 만든 것은 바로 쿠바의 음악과 춤 그리고 그 분위기 때문이었다. 살사라는 라틴댄스를 추는 입장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살사 음악을 들으면서 어깨와 허리가 분리된 것처럼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 주는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은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나 다름없었다. 라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쿠바의 그 흥겨운 분위기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정확하게 살사의 원조가 어디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쿠바를 원조로 거론하곤 한다. 살사에는 ON1, ON2, 콜롬비아 살사, 쿠반 살사 등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데 쿠바의 살사는 화려한 패턴보다는 음악과 혼연일체가 된 움직임으로 유명하다.


1 쿠바의 대표 이미지 말레꼰. 파도가 방파제를 위협하듯 넘나든다 2 시가를 피우고 있는 쿠바의 여인 3 쿠바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인 체 게바라와 피델카스트로


아바나의 대표 풍경 말레꼰

쿠바 여행을 위해 멕시코 칸쿤에서 쿠바 아바나로 향하는 쿠바나 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로 1시간밖에 안 걸리는 거리이지만 쿠바나 항공이 워낙 연착을 많이 하는 항공사다 보니 제 시간에 도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내 경우에는 예정시간보다 1시간 정도 연착을 했지만 칸쿤에서 오후 2시 반에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밤 11시가 넘어서야 아바나 공항에 도착한 경험을 한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아바나 공항에 무사히 착륙하니 갑자기 비행기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 보니 안전하게 착륙했기 때문이란다. 첫인상부터 평범치 않다. 

다음날 아침, 제일 먼저 말레꼰으로 향했다. 말레꼰은 아바나를 둘러싸고 있는 긴 방파제를 일컫는 말로, 도시 풍경과 방파제가 어우러진 유명한 아바나의 풍경사진들 덕분에 쿠바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아바나의 대표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다. 보아 왔던 사진 속 풍경들이 너무도 생생해 그곳에 가면 사진 속에 등장했던 다양한 표정의 아바나 사람들을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처음 말레꼰에 도착했을 때 끝없이 이어지는 방파제를 처음 만난 느낌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방파제를 따라 걸으며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 모여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방과후 방파제에서 다이빙과 수영을 하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왜 사람들이 말레꼰을 아바나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말레꼰은 시시각각 다른 표정으로 색깔을 입는다. 낮 시간대에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풍경이었다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부터는 서정적인 또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아이들,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혼자 고독을 즐기는 사람과 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여행자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 같은 말레꼰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해가 지고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연인들의 데이트는 조금씩 더 농익어 가고, 방파제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하나둘 늘어난다. 그들 사이에 끼어 앉아 함께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 때문에 아바나에 있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말레꼰에 출석했다.

아바나에서의 마지막 날, 말레꼰의 또다른 얼굴을 보았다. 내내 평화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말레꼰은 사라지고 강한 바람이 만들어내는 파도를 막아내고 있는 말레꼰. 하지만 바람이 강한 날에는 거대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나들어 도로 위로 쏟아져 내린다. 그 파도 사이로 올드카가 달리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국적인 풍경이다.


4, 5, 6, 아바나 거리에서 쉽게 마주치는 올드카들 7 귀여운 모습의‘꼬꼬택시’ 8 말레꼰 주변을 걷다 보면 다양한 쿠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방과 후 방파제에서 물장난을 하는 아이들 9 아바나 거리에서 만난‘반포 고속버스터미널행’4212번 버스 10 수동식 카메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진을 남기는 까삐돌리오의 사진사


올드카가 돋보이는 거리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쿠바는 꼭 가볼 만한 여행지이다. 아바나에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올드카들이 도로 위를 쌩쌩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쿠바에도 최신식 차들이 많이 들어와 있지만 도로 위의 차 반 이상이 여전히 50~60년대의 올드카들이다. 그런데 족히 50년 이상 된 올드카들임에도 불구하고 갓 출고된 차량처럼 매끈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쿠바에서 이런 올드카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 덕분이다. 이 사람들은 행여 고장이라도 날까 봐 소중하게 다루며 차의 내부부터 외관까지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데 이렇게 관리가 잘 된 올드카들의 가격은 새 차의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 다고 하니 쿠바 사람들의 올드카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삐까번쩍한 올드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통 녹이 슬고 칠도 많이 벗겨져서 도대체 이 차가 굴러갈까 걱정이 될 정도로 오래된 차들도 있다. 안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바깥의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어야 하는, 이미 유리창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차들이 멀쩡하게 거리를 돌아다닌다. 

쿠바에는 이런 올드카 이외에도 두 가지 명물이 더 있다. 첫 번째는 ‘꼬꼬택시’라고 불리우는 삼륜오토바이이다. 이 꼬꼬택시는 노란색 병아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아주 귀여운 택시이다. 택시의 외관이 코코넛을 닮았다고 해서 꼬꼬택시라고 불리우는데 아바나 시내에서 단거리를 이동할 때 아주 요긴한 교통수단이 된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것은 아바나 거리에서 종종 한국의 시내버스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까삐똘리오 앞에서 만났던 4212번 고속터미널행 시내버스는 수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본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두 번째 명물은 까삐돌리오 앞 계단의 사진사들이다. 어릴 적 소풍 때 사진사들에게 즉석 사진을 찍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진사들에 대해서 아련한 추억을 느낄 것이다. 이 까삐똘리오의 사진사들은 카메라가 보편화된 지금에도 여전히 여행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이 아주 오래된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데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카메라에는 셔터조차 없어서 촬영하는 데 필요한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렌즈 앞에 있는 뚜껑을 수동으로 들었다가 놓는 방법으로 촬영을 한다. 그렇게 촬영된 사진은 카메라 안에서 직접 인화과정을 거쳐서 한 장의 사진으로 완성되는데, 세상에서 단 한 장밖에 없는 사진이다. 그런 재미 덕분인지 까삐똘리오 앞의 계단은 이 사진를 찍으려고 기다리는 여행자들로 바글바글하다.


1 거리의 악사 2 아바나 국립극장‘그란 떼아뜨로’ 3 아바나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

세계문화유산 올드 아바나

올드 아바나에서의 첫 발걸음은 아바나의 명동이라고 불리우는 오비스포에서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이기도 하지만 여행자들에게 이 오비스포 거리가 인기있는 또 다른 이유는 현지인 화폐인 CUP를 사용할 수 있는 먹거리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나라이다 보니 쿠바는 다른 여느 나라처럼 먹을 것이 풍부하지는 않다. 그렇다 보니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한정되어 있다. 

쿠바 음식을 맛보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1잔짜리 음료수, 빵에 치즈만 살짝 올라가 있는 피자, 아바나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볶음밥, 빵에 햄 한 장 달랑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 등은 꼭 먹어 봐야 한다. 음료수는 한 잔에 60원, 피자 가격은 1조각에 300원 정도. 상자에 담아 주는 볶음밥은 1,2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는데 따로 먹을 수 있는 숟가락을 주지 않기 때문에 현지인들을 따라 상자의 윗부분을 찢어서 접은 뒤, 그것으로 밥을 퍼 먹었다.

올드 아바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는 하지만 보존에 그다지 힘쓰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중심지역의 경우에는 페인트칠도 새로 해서 깔끔한 모습이지만 그곳에서 몇 블록만 더 안으로 들어가도 쿠바 현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유지 보수를 하지 못해 색이 바랜 건물들, 공사 중인 모습 등, 바쁘게 움직이는 아바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는 건 관광객이 몰려드는 거리를 걷는 것보다 훨씬 즐겁다. 

올드 아바나의 또다른 즐거움은 음악이다. 올드 아바나를 걷고 있으면 시간대를 불문하고 사방에서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음악은 레스토랑 안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일 수도 있고 길의 한복판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일 수도 있으며 집 안에서 크게 틀어 놓은 라디오나 TV 소리가 열려 있는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아바나에서는 어느 골목을 걸어가든 음악이 들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 정도. 그만큼 쿠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바나는 밤에도 음악으로 가득하다. 올드 아바나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에서부터 베다도의 커다란 호텔 카페까지 항상 다양한 장르의 라이브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3,000원 정도에서 1만5,000원 정도면 모히또 한잔을 마시며 살사, 쿠반 재즈, 맘보, 손 등 원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대로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쿠바 사람들과 함께 몸을 부대끼며 춤을 출 수 있는 곳들 또한 빼놓지 말고 찾아가 보자. 아바나에서 정신없이 음악과 춤에 취해 있다 보면 밤이 깊어 가는 걸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아바나의 국립극장인 ‘그란 떼아뜨로(Gran Teatro)’의 쿠바 국립 발레단의 발레 또한 놓치기 아까운 무대다.


4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보데기따 델 메디오’ 5 종이 상자에 담아 주는 볶음밥 6 술집‘플로리디따’에서는 헤밍웨이 단골 좌석을 확인할 수 있다 7 마리나 헤밍웨이 8, 9 헤밍웨이 박물관 내부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따라서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헤밍웨이는 미국 사람이었지만 미국보다 쿠바를 더 사랑했다. 아바나에는 헤밍웨이의 흔적들이 곳곳에 많이 남아있는데, 그 첫 번째는 헤밍웨이가 처음 묵었다는 암보스 문도스 호텔. 헤밍웨이가 묵었던 511호는 관광상품으로 따로 개발되어 있지만, 이곳에 소장되어 있던 물건들은 현재 모두 헤밍웨이 박물관으로 이전했다고.
또한 아바나에는 헤밍웨이가 자주 찾던 술집이 두 곳 있다. 첫 번째는 민트와 럼주로 만든 칵테일 모히또가 유명한 ‘라 보데기따 델 메디오’, 두 번째는 파인애플과 럼주 그리고 얼음을 갈아서 만든 칵테일로 유명한 ‘라 플로리디따’다. 두 곳 다 헤밍웨이를 찾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그중 플로리디따 한 쪽 구석에서 헤밍웨이의 동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자리에 헤밍웨이가 늘 앉았었다고.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되었던 ‘마리나 헤밍웨이’해변이 있다. 소설에서와는 다르게 현재의 마리나 헤밍웨이는 고급 요트 리조트로 변신했다. 각국의 국기가 꽃혀 있는 요트들과 호화로운 리조트의 풍경에 쿠바가 아니라는 착각에 빠져 들 정도였다.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는 마지막 여정은 아바나 남부의 헤밍웨이 박물관을 찾는 일이다.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지만 아바나에서는 버스노선도를 구할 수도 없고 버스에서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는다. 버스비가 40원 정도지만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면 이용하기 힘든 것이 바로 쿠바의 대중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어렵게 어렵게 현지인들에게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내가 혹시나 버스를 놓칠 봐 걱정해 주던 쿠바 사람들의 마음이 못내 고맙다.

헤밍웨이 박물관은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 실내로는 들어갈 수 없고 창문을 통해서만 구경이 가능하지만 박물관 직원들이 1CUC만 주면 안으로 들여 보내 주겠다고 유혹을 한다. 이 박물관에서는 헤밍웨이가 살아 생전에 사용했던 물건들뿐 아니라 헤밍웨이의 배 ‘삘라르’도 구경할 수 있다. 헤밍웨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바나로의 여행이 또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