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단 이윤신 공연 팀장-놀면서 일하고 예술을 만난다

2010-03-26     트래비



노리단 이윤신 공연 팀장
놀면서 일하고 예술을 만난다


노리단은 우리나라 문화예술 분야의 첫 번째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 이슈 때문에 오히려 진짜 공연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포스코 광고에서 기상천외한 재활용 악기를 두드리며 연주하던 그들은 이미 훌쩍 진화해 있다. <난타>와 <점프>를 뛰어넘는 한국의 대표 넌버벌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노리단, 그들의 ‘돌격대장’ 이윤신 공연 팀장을 만나 봤다.  

  도선미 기자   사진  도선미 기자, 노리단 

요즘 노리단은 어떻게 지내나요?


여러 가지로 공연 업그레이드에 힘을 쏟고 있어요. 사실 작년까지는 갖고 있던 악기들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공연을 탄생시키는 작업이죠. 초창기에 8가지 악기인 오리지널이 있었고, 거기에 관객을 가까이서 만나고 싶어서 수레를 달았더니 수레악기가 됐고요, 이걸 아예 하나의 악기로 만든 게 포스코에 나왔던 스포킷이예요. 그 뒤로 자전거 악기도 나왔구요. 이런 것들의 총합이 극장공연 핑팽퐁과 인천도시축전 등에서 선보인 거리 공연이예요. 

올해는 우선 거리공연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단계인데요. 지난 홍콩 설축제 때 보여 드렸던 마린 웨딩 퍼레이드를 더 가다듬어서 5월 초에 열리는 안산거리축제 폐막극으로 올리기로 했어요. 새 이름은 아직 안 정해졌지만 판소리 수궁가를 모티프로 해서 바다 생물들이 화합하며 사는 이야기예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핑팽퐁>이 극장 공연으로 자리잡게 됐어요. 구로아트밸리에 상주단체로 입주하게 돼서 6월19일부터 27일까지 공연을 합니다. 아마 <난타>의 뒤를 잇는 한국 대표 극장 공연이 되지 않을까요?(웃음)

유독 올해 여러 가지로 변화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노리단의 정체성과 색깔을 찾아간다고 할까요. 올해는 공연팀과 디자인팀, 교육팀을 통합해 미디어아트 달록(Dalog)을 런칭할 계획이예요. 알록달록하다고 할 때 달록이요. 또 구로구와 함께 소소하게 기금을 모아 지역 기반 대학 프로젝트‘구로는 예술대학’을 만들 예정입니다. 일종의 아트팩토리인데요, 워크숍을 하면서 영화든 게임이든 여러 가지를 함께 만드는 거죠. 신도림역과 대림역 사이 교각 아래에 만들 거예요. 지역사람들을 문화에 참여시켜 문화 불모지인 구로에 예술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거예요. 3월31일 오픈하니 많이 놀러오세요.

팀장님은 어떻게 노리단에 오게 됐나요? 

사실 처음에는 연극배우를 했었어요. 그런데 무대에서 과연 관객들에게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생겼죠.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구경도 할 겸 여행을 떠났어요. 그때 피스보트(peace boat)라는 배를 탔는데 거기서 공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됐어요. 5개국이 함께하는 연극 2편을 기획했거든요. 돌아와서 다시 극단으로 가기 직전에 노리단을 알게 돼 오디션을 봤죠. 

오디션 자체가 공연처럼 재밌어서 좋았기도 했지만 직접적으로 노리단에 남게된 계기는 수습기간 중 워크숍이었죠.  그때 소년원 청소년들을 만났는데 노리단 공연을 보고 한 시간 만에 얼굴색이 너무 환해지는 걸 보고 감동을 받았죠. 내가 갖고 있는 예술적인 무엇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킬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거든요.

노리단의 공연은 대사가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잖아요. 공연팀장으로서 연출할 때 주안점도 좀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노리단은 ‘현장성’에 매우 주안점을 두는 편이예요. 특히 관객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관객이 있으면 우리 공연은 100%, 아니 200% 시너지를 일으키거든요. 왜냐면 노리단 자체가 관객과 만나서 ‘노는’ 거잖아요. 거리극을 하는 이유도 거리에서 관객을 현장감있게 만나기 위해서죠. 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몸에서 나는 소리를 함께 내보는 몸벌레와 박수놀이 같은 걸 많이 하는 편이고요. 

음악에 있어서는 국악에서 모티프를 많이 찾는 것 같아요. 공연 때 보니까 태평소 등 아예 전통악기를 이용하기도 하구요. 

사실 국악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이고, 세계 어디서든 호기심의 대상이잖아요. 노리단 식으로 국악을 재발견하고, 재해석해서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노리단의 악기들로 연주하면 국악이 매우 신나게 변해요. 어떻게 보면 변한다기보다 국악이 지니고 있던 본래의 흥겨움을 찾아내주는 거죠. 또 음악은 친숙하지만 악기는 독특하니까 매력적이지 않나요? 지난해 한국국악페스티벌에 ‘무늬’라는 공연으로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어요. 국악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여러 가지 음악, 예를 들어 유고슬라비아의 자장가 등을 우리 악기로 연주하면서 다양한 소리를 전달하려고 해요. 



<난타>나 <점프>와 비교되는 노리단의 경쟁력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제 생각엔 캐릭터의 생동감이 가장 클 것 같아요. 공연 자체보다도 공연진 한 명 한 명의 매력이 아닐까. 또 이미지적으로 재미있는 악기들이 있고요. 관객의 참여를 오랫동안 고민해 왔기 때문에 관객과 가장 단순하면서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해외 공연도 분기마다 가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들려주세요.

최근 홍콩 설축제 때 일인데요. 홍콩에 있는 내내 비가 왔었어요. 거리 퍼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말이죠. 축제 당일날 리허설도 못하고 대기하고 있는데 홍콩 가이드 분이 ‘순풍순풍(順風順風)’이라고 빌면 날씨가 잠잠해진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단원들 중 몇몇이 ‘순풍순풍~’하면서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었고, 너도나도 악기를 연주하면서 즉흥 공연이 됐죠. 우리 음악과 절묘하게 매치가 되더라구요. 신기하게도 그날만 비가 안 왔잖아요. 저는 아직도 그날 우리가 한 공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팀장님은 이매진피스 (공정여행 네트워크)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여행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윤신 짬짬이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여행은 꼭 하려고 해요. 사실 공정여행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은 가서 정말로 하고 싶은 걸 하고, 보고 싶은 걸 보는 거예요. 여행은 ‘관계맺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든 건축이든 공연이든 내가 만나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각자에게 그 여행은 다른 의미를 갖는 게 아닐까요?
공정여행의 개념이 좀더 확장되어서 공정한 삶(fare life)과 희망의 지도라는 걸 만들었어요. 페어라이프센터는 이매진피스의 임영신씨가 운영하고 있고요, 저는 희망의 지도 카페(cafe.naver.com/hopemap)를 만들었어요. 희망의 지도란 어떤 세상을 볼 것인가에 대한 ‘나만의 지도’예요. 주제가 있는 여행이랄까요. 제 희망의 지도요? 저는 이 다음에 ‘거리의 예술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여행을 할 거예요.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서든 공연을 하는 여행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