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도-그리고 그 섬이 있었다

2010-09-20     트래비

촉촉한 비가 내리던 9월 어느 날. 타다닥 빗소리와 함께 불현듯 외로움이 찾아들었다. 갑자기 찾아든 외로움을 달랠 것은 불쑥 떠나는 여행이었고, 외로움과 가장 어울리는 곳은 아무래도 바다였다. 그렇게 주섬주섬 배낭을 꾸려 선택한 바다 여행의 목적지는 서울서 쉽고 가깝게 찾을 수 있는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작약도였다. 

글·사진  김영미 기자   취재협조  업투어 1688-4979  



1 어두운 미래를 연상시키는 작약도의 수평선과 바다 풍경을 외로운 새 한 마리가 달래 주고 있다 2 비 오는 날의 여행은 특유의 감상을 선물한다 3 월미도 선착장 앞의 갯벌 4 작약도 선착장의 등나무 아래엔 빈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쓸쓸함을 더했다

무심하게 시작된 섬 나들이

작약도를 찾은 때는 잊을 만하면 다시 비가 내리던 늦여름 어느 날이었다. ‘가까운 섬은 시시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는지 집을 나설 때도 무덤덤했다. 그저 바다를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바다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는 화창한 날씨도 아니었고, 무얼 하든 행복할 연인과의 동행도 아니었으므로, 다만 무인의 섬을 밟으며 외로움을 실컷 만끽해 보자는 심산이었다. 

작약도로 들어가는 배는 월미도 선착장에서 탈 수 있다. 오랜만에 찾은 월미도 선착장 앞 상공엔 ‘월미은하레일’ 노선이 해안선을 따라 올려져 있었다. 인천역-월미도 문화의 거리-월미공원-인천역 구간을 순환하는 월미은하레일은 개통이 무기한 연기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야 만 관광 모노레일. 아직 개통도 안 된 모노레일이건만 월미도 바닷가의 소박한 경관을 해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서울서 출발할 때만 해도 세차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오는 듯 마는 듯  수그러들고 있었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며 바라본 인천 앞바다는 운치 있지만 쓸쓸했고, 희뿌연 하늘과 어두운 빛의 바다는 마치 흑백 필름 속 풍경 같았다.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15분, 작약도에 다다랐다. ‘작약도 유원지’라고 써진 촌스러운 표지가 입도객을 맞이했다. 작약도는 본래 강화해협의 거센 조류를 치받는 섬이라 하여 물치도(勿淄島)라 불렸다 한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기 때 스즈키 히사오라는 일본인 화가가 이 섬을 통째로 구입했고, 섬의 형상이 작약꽃의 꽃봉오리와 닮았다 하여 작약도라 불러 오늘에 이르렀다. 작약도에는 8·15 광복 이후 고아원이 들어섰다가  6·25 전쟁통에 고아원이 폐쇄됐고, 그후 수차례 소유주가 바뀌다가 1993년부터 작약도 유원지로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선착장 입구에 마련된 섬 안내판은 지도며 설명이 간단명료하여, 걸어서 40분이면 섬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는 섬의 작은 크기를 대변했다. 그러나 이 무인도에는 아담한 규모와는 반대로 비범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른바 ‘작약도 보물섬 설(說)’. 어느 금 채굴 카페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때 섬의 주인이던 스즈키 히사오가 작약도에 금괴를 묻어 두었는데 광복 이후 금괴를 찾으려고 했다가 실패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1957년 동아일보에 실렸다. 하지만 그가 금괴를 찾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그 금괴가 지금도 주인을 기다리며 섬 어떤 곳에 묻혀 있는지 혹은 누군가가 금괴를 발견해 이미 배를 불렸는지는 모를 일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흥미로운 설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무인도를 신비롭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1 작약도에서는 갯바위 낚시와 바지락 캐기, 조개잡이 등을 할 수 있다 2 섬의 숲길은 꾸미지 않은 싱그러움이 매력이었다 3 식물에 맺힌 투명한 빗방울을 감상하는 건 우중 여행의 소박한 즐거움 4 작약도 숲에 자리한 무치섬 등대

여행은 그저 타박타박 걷는 것으로 족하다

작약도의 남쪽은 파도가 해안 육지에 오랜 시간 부딪혀 생긴 바닷가 절벽 ‘해식애’가 발달돼 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제법 멋진 해식애 앞에는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 좁게 펼쳐져 있는데 여름철에는 인근의 송도, 팔미도와 더불어 해수욕장으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해변 산책로에서는 갯바위 낚시와 바지락 캐기, 조개잡이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여름이 아닌 계절의 작약도는 심심하다. 관광 코스랄 것도 없어, 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숲을 트레킹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산책하는 게 전부다. 서너 시간이면 충분한 이 코스는 그러나 나름의 낭만이 있어 연인들의 오붓한 데이트 코스로 적당하다. 작약도의 숲은 거의 단장하지 않은 야생의 모습이었다. 비록 바닥은 미끄러웠지만 아무렇게나 자라 있는 나무를 호흡하고 야생화에 맺힌 싱그러운 물방울을 감상하니 작은 즐거움이 들었다. 

숲길을 통해 섬을 가로지르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동산에서 내려오니 다시 바다였다. 비 온 뒤에 마주한 작약도의 바다는 서해 특유의 탁한 빛깔이었다. 바다 저편엔 공장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마치 공상과학만화영화에서 등장하는 미래의 풍경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다. 푸른 바다라든지 수평선을 조망하는 섬 여행을 꿈꾸었다면 필경 실망했을 풍경이었다. 작약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다리인 인천대교를 감상할 수도 있지만 이날은 흐린 날씨 탓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찾은 곳은 작약도 내 유일한 식당인 ‘전망대 식당’. 전망대 식당은 첫 배를 타고 입도한  주인 아주머니가 마지막 배를 타고 나가기 전까지 운영되는데, 작약도엔 전기가 없어서 오로지 태양의 빛을 조명 삼아 식사를 하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메뉴는 각종 회, 꽃게탕, 조개탕, 칼국수 등. 전기가 없으니 냉장고도 둘 수 없기에 그날그날 장을 봐오는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신선하고 깔끔한 맛도 좋지만, 전망대 식당의 만족도를 높여 주는 건 식사를 하면서 바다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짭쪼롬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잠시간 쉬었다가 배 시간에 맞춰서 식당을 나섰다. 그렇게 밋밋하지만 운치 있었던 우중 섬 여행은 끝나 갔다. 월미도로 향하는 배에서 외로움은 더 이상 크지 않았다. 잠깐의, 소박한 여행이라 할지라도 심신을 든든하게 무장해 주는 건 매한가지였으므로.

Travie info.
↘월미도 ↔ 작약도 유람선
월미도 출발 | 오전 10시30분, 오전 11시10분부터 오후 5시10분까지 매시 10분 출발  작약도 출발 | 오전 11시40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매시 40분 출발. 토·일요일·공휴일에는 오후 6시40분이 마지막 배
왕복 요금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작약도 입장료 포함)
문의 032-762-8880
↘작약도 식당
가격대 해물탕 3만원부터, 회덮밥 1만원  문의 032-832-8805
↘작약도 여행 정보 www.jagyakd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