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고치는 SK의 시작이자 전부입니다”

2011-03-29     트래비




지난 2월에 일본 스프링캠프 취재로 고치현을 다녀왔다. 며칠 다녀왔을 뿐인데도, 3월11일 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전화를 걸어 아무 피해가 없다는 소식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고치현 취재는 올해 초 국내 케이블TV에서 방영된 전기드라마 <료마전>의 취재와 고치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SK 와이번스 취재를 겸한 것이었다. 고치는 지난 5년간 SK 와이번스가 겨울마다 구슬땀을 흘린 곳이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행운의 땅’이다. 이런 인연으로 누가 봐도 ‘야구밖에 모르는 분’일 것 같은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12월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그를 아는 많은 이들에게도 낯선 ‘고치현 관광특사’로 위촉됐다. 이 인터뷰는 지난 2월에 고치시영구장에서 진행된 것이며,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의 다른 지역도 하루빨리 회복될 수 있길 바란다. 

  이지혜 기자   사진  이지혜 기자, SK 와이번스

야신, ‘관광 특사’ 되다 

고치 사람들은 자신의 고장을 한국인에게 소개할 때 실제로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가 스프링캠프를 오는 곳입니다”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님이 저희 고치현 관광 특사이십니다”라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것이 큰 자랑거리이기 때문이다. 

고치는 일본을 이루는 주요 4개 섬 가운데 하나인 시코쿠섬 남부에 위치한다. 도쿄, 오사카 등이 위치한 혼슈와 한국에서 가까운 규슈, 그리고 <러브레터>의 홋카이도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낯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한국과의 직항 비행기도 북부 다카마츠와 마츠야마로 각각 주 3회씩 연결될 뿐이다. 고치와 직접 연결되는 비행기는 연휴기간에 맞춰 간간히 전세기가 운항될 뿐이다.

SK 와이번스 팬이 아니더라도, 일본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고치라는 이름을 익히 들어 봤을 법하다. 일본의 3대 야구 스프링캠프지로 유명한 곳이 오키나와, 미야자키, 고치다. 요미우리로 대표되는 미야자키 산마린구장과 한신으로 대표되는 고치 아키구장은 야구팬들에게 성지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또 한때는 일본 프로야구 12개 팀 중에 최대 8개 팀이 스프링캠프를 위해 고치를 찾는 등 환경적으로 인정된 바 있다. 

겨울과 봄에 고치에 가면 주말마다 다른 지역의 자동차 번호판들을 무수히 볼 수 있다. 자동차로 4시간30분 거리의 오사카는 물론이고 저 멀리 나가노의 번호판도 보인다. 특히 연휴가 있는 날이면 일본 각지에서 온 차량 번호판이 일제히 아키 구장에, 관광지에, 시내 호텔에, 역 근처 술집에 늘어선다. 

김성근 감독은 고치에 대해  “과거 해태가 이곳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우승한 바 있다. 또 소프트뱅크, 세이부, 오릭스 등이 와서 훈련한 이후 우승할 수 있었다”며 “사람들이 고치는 운이 있는 곳이라고 여긴다. SK 역시 2007년부터 찾았고 우승을 거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고치에 대해 다른 팀의 전례를 먼저 언급했지만, 고치의 ‘승운’을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야구팀은 다름 아닌 SK 와이번스다. SK 와이번스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 우승을 했고,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치현 사람들이 SK 와이번스 스프링캠프 장소임을, 김성근 감독이 고치현 관광 특사임을 말하는 데는 일종의 자부심이 더해진다. 

SK 와이번스는 일본 내에서도 유명하다. 코나미컵과 한일 프로야구 클럽 챔피언십 등에 참가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지바 롯데 마린스와 도쿄돔에 가진 한일챔프 때도 일본의 SK 와이번스 팬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번 스프링캠프 때도 훈련 구장과 연습시합 구장에 와이번스 유니폼을 착용하고 찾는 이들이 다수였다. 또  일본팬들 가운데 SK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또 고치 어느 곳에 가도 사람들이 알아봐 준다”며 “유니폼이 아니고 사복을 입었을 때도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고치가 그에게 관광 특사를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고치는 일본 야구 마니아라면 모를까 아직 한국인들에게 낯선 곳이다. 그러나 SK 와이번스가 이곳을 매년 찾으면서 사람들에게 차츰 고치라는 지명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고치 사람들도 알고 있다.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어 보이는 한국 사람들에게 “SK 와이번스 스프링캠프로 매년 찾는 곳입니다”하면 “아! 거기요?”라고 대답해 줄 것임을. 


1 SK 와이번스는 스프링캠프 참관 팬투어를 고치에서 진행했다. 30여 명의 SK 팬들이 고치를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고치의 주요 관광지를 방문했다. NHK를 비롯한 현지 방송사와 신문잡지사들이 이를 취재해 보도했다 2 고치를 찾은 팬들을 위해 선수들과 만찬을 가졌다. 팬에게서 꽃다발을 받은 김성근 감독 3 서글서글한 미소의 송은범 선수(가운데)가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팬투어는 선수들을 더욱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다 4 고치 시의원들이 직접 료마전 복장을 하고 SK팬클럽 만찬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 앞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SK와이번스 김성근 감독, 나카자와 하마코 시의원, 타케무라 쿠니오 시의원, 오자키 토시아키 야구단유치회 관계자, 료카자키 요이치로 시의원, 미우라 카즈코 고치전문대 간호학부 교수

드라마 <료마전>으로 더욱 친숙해진 고치

또 하나 이슈가 있다. 올해 초부터 일본 방송 전문 케이블TV ‘채널J’에서는 드라마 <료마전>이 방영되고 있다. 김성근 고치현 관광 특사의 홍보 동영상이 시작 전에 나오는 바로 그 드라마다. <료마전>은 지난해 NHK에서 연중 방송한 대하드라마다. NHK 대하 드라마는 매년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고 있는데, 료마의 고향이 바로 고치다. 료마는 일본이 쇄국정책을 버리고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강국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천했던 사람이다. 그는 당시만 해도 계급 차별이 가장 심했던 토사번(고치 지역의 또다른 명칭)에서 낮은 계급이지만 부족할 것 없는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음에도, 신분제도 개혁에 일조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료마를 영웅으로 받들고 좋아한다. 

고치에 가면 료마와 관련된 유적지가 많다. SK 와이번스가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고치시는 료마의 탄생지와 살던 곳, 그리고 료마가 모시던 성주인 야마모토 가의 고치성, 료마 기념관, 료마가 태평양 너머 미국을 상상했던 가츠라하마 해변 등이 있다. 또 해변 도시인 만큼 풍부한 해산물과 특색 있는 음식들이 많다.

좋은 사람들, 좋은 먹을거리

김성근 감독에게 고치 관광에 대한 매력을 묻자 사람을 먼저 꼽았다.  “고치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다혈질이고 정이 많다”며 “평소에도 여러모로 선수단을 도와주지만, 힘들어하고 지칠 때면 한국 요리를 만들어 주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가졌다”고 말했다. 

몇년째 고치에 오고 있는 만큼 김감독에게 맛집 추천을 요청하자, “음식에 따라 더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며 고치시의 대표적인 별미인 ‘가츠오타타키’와 고래고기 맛집을 알려줬다. 가츠오타타키는 가츠오, 즉 참다랑어를 짚불에 그을려 먹는 음식. 다른 지역에 없는 것이 아니지만 짭조롬하면서도 사르르 녹는 맛이 밥반찬으로도, 술 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입맛이 없을 때 한 입 먹으면 기운나게 하는 그런 음식이다. 가츠오타타키는 ‘야나켄’이라는 식당을, 고래고기는 ‘스이교데이’를 꼽았다. 고치는 또한 해변에 고래가 다수 출몰하는 곳이기도 하다. 

김감독은 “<료마전>도 방영하고 고치현이 관광사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또 야구로 유명한 곳이고 우리 SK와 인연이 있어서 관광 특사를 해줄 것을 권유받았다”며 “야구인으로서  관광 특사를 맡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