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국 시골에서 귀족처럼 쉰다 ②Stoke-on-Trent 귀족의 이상을 빚어내다

2011-05-11     트래비


영국이 도자기 강국으로 떠오르며, 세계 도자기의 질서를 흔든 것은 18세기 말이었고, 그 진원지는 스토크온토렌트이다. 영국 도자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시아 웨지우드는 다양한 종류의 영국식 도자기를 창시했으며, 그 명성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Stoke-on-Trent
귀족의 이상을 빚어내다


영국 귀족들의 이상(理想)이 공간으로 표출된 것이 정원이라면, 입체적인 색의 예술로 표현된 것은 도자기이다. 벽에 걸린 그림이 아니라 따뜻한 홍차를 마실 때마다 손에 쥐는 그 영롱한 색을 보며 영국인들은 미에 대한 욕구를 채웠으리라. 지금도 스토크온트렌트(Stoke-on-Trent)에는 영국 도자기의 자부심을 이어오고 있는 공장들이 자욱한 연기를 내뿜고 있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주한영국관광청 www.visitbritain.co.kr 

English ceramics
영국의 도자기 혁명가 웨지우드를 만나다

스토크온트렌트(Stoke-on-Trent)를 찾은 이유는 단 하나, 도자기 공장을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스토크온트렌트역에 도착했을 때 여행자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영국 도자기의 아버지’로 불리는 웨지우드(Josiah Wedg wood)의 동상이었다. 혹여나 여행객들이 도자기의 아버지를 못 알아볼까 봐 친히 왼손에 도자기를 들고 위엄 있는 자세로 기차역 출구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바로 향한 곳은 역전에서 만났던 웨지우드 방문자센터였다. 스토크온트렌트의 도자기 브랜드 중 대표격인 웨지우드는 박물관과 공장의 규모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방문자센터, 박물관, 숍, 공장형 아웃렛, 레스토랑, 도자기 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으니 ‘도자기 테마파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먼저 박물관을 들렀다. 웨지우드가 어떻게 영국 도자기 산업의 새 장을 열었는지 충실하게 설명해 놓은 박물관이다. 

어릴 적부터 웨지우드는 도자기를 만드는 일에 열중했다. 그러나 천연두의 후유증으로 무릎에 장애가 생기면서 페달을 밟을 수 없게 됐고, 자연스레 그는 도자기를 디자인하는 일에 매진하게 됐다. 탁월한 감각을 가진 웨지우드는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고 나날이 번창을 하면서도 새로운 도자기를 개발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 영국 여왕을 감동시킨 도자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크림웨어(Cream Ware), 블랙 바살트(Black Basalt) 등 새로운 도자기를 선보였고, 1774년에는 영롱한 푸른빛이 도는 재스퍼(Jasper) 도자기를 발명했다. 이 연청색 재스퍼 도자기는 웨지우드를 대표하는 색으로 전세계에 명예를 떨치게 됐다. 

박물관에서는 웨지우드의 가정사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신흥 부르조아로 부상한 웨지우드는 당시 명망을 떨치던 시인이자 식물학자인 에라스무스 다윈(Erasmus Darwin) 집안과 어울릴 기회를 갖게 되고 자신의 딸과 다윈의 아들은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이다. ‘도자기의 아버지’가 ‘진화론의 아버지’의 할아버지라니 흥미롭지 아니한가. 웨지우드는 외손자인 다윈이 진화론을 연구하는 데 가장 큰 재정 후원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박물관을 나와 직접 도자기를 제작해 볼 수 있는 체험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회전대에 찰흙을 올려놓고 자기만의 디자인으로 도자기를 빚어 볼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직접 빚어 보니 초등학생 시절 만졌던 찰흙과 질감이 딱히 다르지 않은데 가마에 구워내면 전혀 다른 색을 낸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방문객들이 직접 빚은 도자기는 가마에 구워 배송까지 해준다.  방문자센터에서는 직원들이 손수 도자기와 각종 액세서리를 만드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한편 방문객들이, 특히 여성들이 가장 열광하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팩토리아웃렛이다. 찻잔세트부터 화분, 각종 주방제품까지 최대 7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니 입이 쩍 벌어진다. 웨지우드가 언더우드의 사촌쯤 되는 줄 알았고, 본 차이나(Bone China) 자기가 ‘메이드 인 차이나’는 아니지만 적어도 중국과의 어떤 연계성은 있을 것이라 착각할 정도로 무지한 기자의 눈에도 웨지우드의 제품들은 아름답고 탐스러웠다. 아웃렛 바로 옆에는 근사한 음식과 차를 파는 레스토랑과 티룸이 있으니 쇼핑을 마친 후 들러 보길 추천한다.
 www.wedgwoodvisitorcentre.com 



1 스토크온토렌트에는 지금도 약 350개의 도자기 공장이 있다. 마울 곳곳에는 와인병 모양의 굴뚝이 솟아있다 2, 4 글래드스톤 포터리에서는 도자기가 생산되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스토크온트렌트에 있는 공장에서는 도자기 제품과 주방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3 웨지우드는 예로부터 왕실을 위해 도자기와 주방용품을 제작해왔다.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 사이에서 윌리엄 왕자가 태어났을 때 이를 기념하는 잔을 만들기도 했다 5‘영국 도자기의 아버지’웨지우드는 스토크온토렌트를 도자기의 메카로 만든 장본인이다. 박물관뿐만 아니라 기차역에는 그를 기리는 동상이 서 있다

그릇이 아닌 스타일을 사라

스토크온트렌트는 도자기를 생산하는 것 말고 도무지 내세울 것이 없어보이는 공업도시다. 그러나 그 풍경이 삭막하지는 않다. 완만한 구릉지대에 형성된 도시에는 브루고뉴 와인병을 연상시키는 모양의 굴뚝이 군데군데 솟아 있어 정감이 간다. 스토크온트렌트에는 지금까지도 350개의 도자기공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약 7,000명이 종사하고 있다. 산업혁명과 함께 영국의 도자기 산업이 중흥을 맞으면서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쇠락에 접어들었을 정도로 스토크온트렌트는 세계 도자기의 질서를 흔들어 놓았다.

웨지우드 외에도 이 마을에는 박물관이나 숍을 갖춘 공장이 많다. 글래드스톤 포터리(Gladstone Pottery)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박물관을 갖추고 있다. 웨지우드가 도자기계의 귀족 가문으로 명성을 이어오며 세련미를 갖춘 곳이라면 글래드스톤은 19세기로 돌아온 듯한 전통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보다 인간미가 넘친다. 박물관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문양의 타일이 전시된 타일갤러리가 있는가 하면 영국 변기의 발전상을 볼 수 있는 변기 박물관도 있다. 항아리 모양의 변기부터 본차이나로 만든 변기까지 화장실에서도 예술을 구현하려는 귀족 문화의 단면이 흥미롭다.

스토크온트렌트는 한국 여성들이 열광할 만한 도시다. 백화점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포트메리온(Portmeirion), 에인슬리(Aynsley) 등의 브랜드를 훨씬 저렴한 가격과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선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코츠월드 & 스토크온트렌트 교통편

 런던에서 코츠월드, 스토크온트렌트를 가려면 열차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다. 약 일주일간 코츠월드와 스토크온트렌트를 여행한다고 했을 때 두 가지 옵션이 있다. 런던에서 두 지역만 갈 것이라면 구간권을 예약하는 게 좋다. 하지만 위의 지역과 더불어 더 많은 도시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영국 철도패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영국 패스의 경우 ‘연속 패스’와 ‘플렉시 패스’의 두 종류가 있다. 연속 패스는 3일권, 4일권, 8일권 등 개시한 날짜로부터 해당 기간 내에 무제한 열차를 이용할 수 있으며, 플렉시패스는 2개월 이내에 3일, 4일, 8일, 15일 중 선택한 기간만큼 횟수에 관계없이 탑승할 수 있다. 가격은 연속 패스가 다소 저렴하다.  

 코츠월드를 가려면 옥스퍼드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편리하다. 주요 호텔들은 무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호텔 예약시 확인하는 게 좋다. 코츠월드 내에서는 버스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한다. 버스 탑승료는 1파운드로 저렴한 편이다. 스토크온트렌트는 일일투어 코스로 적합하다. 웨지우드 방문자센터는 기차역에서 멀지 않기에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면 좋다. 주요 도자기공장은 버스로 이동이 가능하다. 

 코츠월드나 스토크온트렌트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려면 렌터카가 최선이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망설이는 사람이 많지만 초보운전자만 아니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런던에서 차를 빌려 가는 것도 좋고 각 마을의 기차역에서 빌리는 것도 좋다. 단 사전 예약시, 오토매틱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편리하다.
 아직까지 코츠월드나 스토크온트렌트를 포함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는 많지 않다. 내일여행(www.naeiltour.co.kr), 블루트래블(www.bluetravel.co.kr), 샬레스위스(www.simplybritain. kr) 등에서 자유여행, 허니문 상품을 판매한다. 

▼ Travie info.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서울과 런던을 연결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항공편을 이용하면 유럽 도시를 경유해 영국의 곳곳으로 갈 수 있다.
 1파운드는 약 1,780원(2011년 4월 기준)
 우리나라보다 9시간 느리다.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하계에는 8시간 차이.
 영국은 240V 전압을 사용하므로 어댑터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