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男子, 그 女子] 소통을 부르는 기묘한 크로스오버 콘서트 "

2011-06-07     트래비



소통을 부르는 기묘한 크로스오버 콘서트 
Crossover  Concert  for  U

어떤 사람들은 글을 잘 쓴다. 어떤 사람들은 노래는 잘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림을 잘 그린다. ‘세상에 아무 재주도 없는 사람은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럴수록 ‘나는 아무 재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쪼그라든다. 하지만 세상에 아직도 ‘고수’만 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소통’과 ‘만남’이 ‘재능’과 ‘스킬’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은둔형 천재가 가난과 우울과 싸우는 동안 어떤 예술가들은 직접 거리로 나가 자신의 재능을 펼친다. 가수는 거리에서 노래하고, 소설가는 펜을 잡던 손으로 기타를 튕긴다. 그들의 소소한 변신, 혹은 장르의 크로스오버는 여행자를 관객으로 만들고, 독자를 청중으로 만든다. 당신의 산책은 단지 산책으로만 그치는가? 당신의 독서는 그저 독서로만 그치는가? 당신의 노래는 그냥 노래일 뿐인가? 그렇다면 이제 마법과 같은 크로스오버를 시작하면 어떨까? ‘산책콘서트’를 지휘하는 고재열씨, 악기로 글을 쓰는 소설가들이 기꺼이 모범이 되어 줄 것이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그 男子
산책을 지휘하는 남자 고재열
산책콘서트 Trekking +Concert

"공연의 감동은 공연자와 관객의 거리에 반비례해요. 아티스트와 함께 산책길을 걸으며 짐도 나눠들고 간식도 먹은 사이가 되면 그 공연의 감동은 두 배가 되니까요. 산책콘서트는 제 것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주체가 되어 ‘산책콘서트 인 제주’, ‘산책콘서트 인 부산’이 생기면 좋겠어요. 부족함을 메워주는 소통과 다양한 관계 맺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1 산책콘서트의 3번째 주인공은 인디밴드‘일단은 준석이들’이었고 그 무대는 서울 강남의 우면산이었다. 고재열 기자가‘600년 동안 만든 무대’라며 너스레를 잊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 2시, 의미와 재미를 겸하는 시간

언젠가 한 극단의 노동시위 현장에서 노조원 조끼를 입은 오페라 가수가 ‘밤의 여왕(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아리아)’을 부르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최고의 아리아였다. 종업원들이 갑자기 오페라 가수로 돌변해 손에 와인 병을 든 채 노래하던 뉴욕의 레스토랑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기자로 일하고 있는 고재열씨의 경험이다. 사실 그는 하루 수천명이 방문하는 블로거(독설닷컴)의 운영자이자 팔로워 10만명을 돌파한 막강 트위터리언(@dogsul)다. 고재열이라는 이름보다는 ‘독설’이라는 닉네임이 더 유명하다.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를 고루 경험한 그의 관심사는 장르를 불문하지만 요즘 가장 꽂힌 것은 단연 ‘길’이다. 산책이든 산행이든, 걷고는 싶으나 혼자서는 나태해지기 쉽다는 것이 일반적인 고민. 고재열씨는 그런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번개’ 여행의 기회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왔다. 지난해에는 ‘늦잠산악회’라는 이름으로 오후 2시에 사람들을 모아 서울 근교의 산들을 하나씩 정복했다. 그리고 올해는 ‘산책콘서트’를 기획해 지난 5월까지 3번의 행사를 마쳤다. 첫 번째는 ‘서울의 비밀산책로’라고 명명한 ‘성동올레’길에서 소리꾼 김정은씨의 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됐다. 두 번째 산책콘서트의 주인공 김나희씨의 공연은 비 때문에 남한산성 성곽길에서 식당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지만 한잔을 곁들이며 즐기는 소리 무대의 흥취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쾌청하게 맑았던 지난 5월에는 인디밴드 ‘일단은 준석이들’의 쾌활한 목소리가 우면산 소망탑(987m)을 중심으로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제가 오늘 최고의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장장 600년이나 걸렸으니까요.” 예술의 전당을 포함해 한강까지 담아내는 우면산 정상의 멋진 조망을 두고 고재열 기자는 특유의 너스레를 잊지 않았다. 

산책콘서트는 정말 ‘산책’처럼 가볍게 진행되고 있다. 페이스북(산책콘서트), 트위터 등으로 공지를 접한 ‘아무나’가 참가 대상이고, 미리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그냥 오면 된다. 아직 자신의 콘서트를 열지 못한 ‘뜨기 전’의 아티스트가 산책콘서트의 주인공이 된다. 이준석(보컬, 기타), 장도혁(퍼거션, 코러스)으로 구성된 ‘일단은 준석이들’은 그 동안의 버스킹(거리공연, busking)으로 다져진 끼와 노래 실력으로 잊지 못할 무대를 만들어 주었다. 고재열씨는 솔선수범하여 아티스트에 대한 후원금을 보태고 있다. 자신이 가진 소셜네트워크상의 영향력을 이용해 산책도 하고 후원도 하는 1석2조의 장을 마련한 것 자체가 가장 큰 공헌일지도 모른다. 집에서 뒹굴며 공허하게 보내 버리기 쉬운 일요일 오후 2시. 무거운 타악기들을 옮겨야 했던 ‘일단은 준석이들’에게 조금 힘든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함께 땀 흘리며 산행을 하는 동안 아티스트와 청중간의 거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 정도면 ‘산책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재미의 끝은 ‘의미’ 아닌가요? 재미만 추구하면 힘든 것을 못 참아요. 하지만 거기에 의미가 부여되면 힘든 일에도 내성이 생기는 거죠. 여행이나 취미 모임이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티스트 후원이 있으면 재미와 의미, 둘 다 생기는 거죠.”

고재열씨의 바람대로 전국 곳곳에서 누군가 산책콘서트의 ‘깃발’을 올려주었으면 좋겠다. 낯선 길 위에서의 다양한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깃발이 이제 막 서울에서 올랐으니 말이다.


 2, 3 아티스트의 앨범을 사주는 것도 후원의 한 방법 4, 5 함께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 동안 아티스트와 청중간의 거리는 사라진다. 그리고 감동은 두배가 된다


그 女子
소설을 연주하는 여자 하재영
북콘서트 Book + Concert

"가수들이 소설을 쓰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세상이잖아요. 그렇다면 우리도 밴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우발적으로 시작한 것이 ‘작가밴드’예요. 글이 결국 경험에서 발견되는 것이라면,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또 새로운 글을 발굴하게 될 겁니다. 우리 중에 일부는 이미 소설의 구상 단계에서 작곡을 하고, 노래를 염두에 둔 채로 소설을 쓰기도 하죠."


1 하재영의 <달팽이들>, 박상의 <15번 진짜 안와>, 노희준의 <오렌지 리퍼블릭> 2 작가밴드 <말도 안 돼>는 소설가들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재영씨의 경우 밴드 결성 후 베이스를 배웠을 정도로‘말도 안 되는’결성이었지만 지금은 공연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는 작가들

21세기의 사람들은 더 이상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는다. 출판사와 작가들은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가수를 초빙해 노래를 하고, 작가들은 글을 낭송한다. 그리고 드디어 작가들이 스스로 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작가밴드 <말도 안 돼>.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결성됐다는 ‘말도 안 되는’ 탄생 비하인드를 가지고 있다. 노희준, 박상, 하재영, 3명의 소설가를 주축으로 박범준, 황여정, 이혜인씨 등 문학전공자, 관계자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었다.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대학 때 밴드활동을 했던 노희준 작가(보컬)나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박상 작가(기타)의 합류는 이해가 되지만, 하재영 작가(베이스)의 경우 베이스를 전혀 다룰 줄 몰랐다고 하니 이 또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작가들은 글을 쓰고 책이 나오면 무대에 서서 독자, 혹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시는 낭독에 의미가 있지만 소설은 좀 의문스러워요. 차라리 노래로 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죠.” 짧아도 수십 페이지, 길게는 몇 권 분량이 되는 소설은 어떻게 낭독으로 해결하겠는가. 작가 밴드 <말도 안 돼>의 자작곡은 모두 소설의 제목과 일치한다. 지난해 노희준 작가가 <오렌지 리퍼블릭>(자음과모음, 2010년)을 출판했을 때 동명의 노래로 공연이 이뤄졌고, 올 초 박상 작가의 <15번 진짜 안 와> (자음과모음, 2011년)와 <달팽이들>(창작과비평, 2011년)이 비슷한 시기에 출판되면서 창작과비평사가 주최하는 ‘북콘서트’의 무대에 올랐다. 그만큼 그들의 연주는 작품 활동과 긴밀하게 연관되어서 박상 작가의 경우 <15번 진짜 안 와>를 쓰면서 노래를 먼저 만들었을 정도다. 밴드 공연을 통해 작가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작품을 읽고 팬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작가 선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무대에 서기도 한다.

“우리는 뮤지션이 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내 글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독자들을 만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예요. 소설은 혼자서 창작하는 장르지만 음악은  함께 하니까 색다른 즐거움을 주죠.” 

작가들에게 밴드 활동은 세상과 만나는 새로운 ‘프레임’이 되고 있었다. 경험의 확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들뿐이 아니다. 11월18일로, 벌써 날짜도 확정한 ‘쟁이들의 콘서트’는 전문 뮤지션이 아닌 사람들의 음악 공연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평론가 최정우씨의 레나타 수이사이드(Renata Suicide) 밴드를 포함해 다양한 아마추어들이 벌써 출연을 확정한 상태다. <말도 안 돼> 밴드나 <쟁이들의 콘서트>를 탄생시킨 주범격인 노희준 작가가 말했다.   

“저는 여행을 떠날 때도 패키지여행은 좋아하지 않아요. 패턴화된 경험을 얻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이 아닌 저곳을 꿈꾸지만, 사실 그 어떤 장소에 가도 이곳의 연장일 뿐이니까요.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 나만의 기억을 얻는 것이 중요해요. 밴드 활동도 무슨 목적이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 삶의 중요한 기억이고, 그러면 언젠가 작품에서도 드러날 수 있겠죠.” 

소설가의 글은 경험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강남 출신’작가로 불리는 노희준 작가의 소설 속에는 80년대 강남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발레리나 출신인 하재영 작가의 작품에도 발레를 했던 여고생의 외롭고 쓸쓸한 학창시절이 나온다. 문인야구단 ‘구인회’의 멤버이자 야구광인 박상 작가는 런던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소설에 녹였다. 그리고 그들의 노래도 같은 경험에서 파생된 것이다. 글이든, 그림이든, 여행이든, 모든 예술의 시작은 결국 ‘나만의 것’을 돌보는 일에서 시작하는 것인가 보다. ‘나는 뮤지션이 아니니까’, ‘나는 작가가 아니니까’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라는 무수한 변명만 지운다면 세상의 모든 이들은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3 왼쪽부터 노희준, 하재영, 박상 4, 5 지난 5월 창비 북콘서트에서 자신의 소설에 대해 말하고 있는 하재영 작가와 노희준 작가. 밴드가 연주하는 노래의 내용은 모두 각자의 소설에서 나온 것이다. 아예 노래를 생각하고 소설을 쓴 경우도 있다

epilogue

주목할 만한 크로스오버 콘서트
Crossover Concert in June

고재열의 산책콘서트
제4회 산책콘서트는 6월18일 강원도 강릉의 바우길로 예정되어 있다. <시사IN>이 이벤트와 함께 진행되지만 바우길 개척단장인 소설가 이순원 선생과 함께 길을 걷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바우길은 총 16구간 180km 이상 조성되었으며 산책콘서트에서는 5구간과 11구간을 걸을 예정이다. 이번 행사 이후 산책콘서트는 시즌 1을 마감하고 여름 동안 휴지기를 가지거나 하우스 콘서트로 전환될 예정이다. 산책콘서트 공지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후원 방법은 자유롭다. 후원금을 직접 송금을 해도 무방하고, 음반을 구입하거나 함께 나눠 먹을 간식을 준비해도 좋다. 아티스트를 위해 동영상이나 사진 자료를 제작해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의 www.facebook.com(검색창에 산책콘서트)

허아람의 꿈꾸는 책방낭독회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서점인 인디고서원에서는 책방낭독회 ‘사랑하다, 책을 펼쳐 놓고 읽다’를 실시하고 있다. 인디고서원은 청소년들이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부산의 문화 거점으로 세계의 석학들과도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낭독과 음악, 영상이 있는 인문학 콘서트에서는 허아람 대표가 직접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 실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4월부터 전국 순회공연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6월9일(목) 전주 전통문화관 한벽극장, 6월23일(목) 춘천 축제극장 몸짓, 6월24일(금) 강릉 단오문화관, 7월8일(금) 인천 부평아트센터, 7월15일(금) 창원 315아트센터 순으로 예정되어 있다. 문의 인디고 서원 051-628-2897 www.indigoground.net 입장권 3만원  예매 인터파크 1544-1555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는 그를 ‘공연계의 블루칩’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23개 지역을 돌며 실시했던 총 40회의 공연은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무려 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매번 톱스타들이 깜짝 게스트로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지만 가장 중요한 콘서트의 내용은 김제동의 촌철살인 멘트와 따뜻한 감성이었다. 그의 입담만으로도 공연 내내 웃고 울 수 있는 공연. 지난 4월 제주도 공연을 마지막으로 시즌 2가 끝났기에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크지만 올 연말에 다시 ‘노브레이크’ 시즌 3로 돌아온다니 눈을 크게 뜨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 볼 일이다.

창비 북콘서트
2~3년 전부터 많은 출판사들이 신간 출판을 기해서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창작과비평사는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대 인디밴드나 실력파 뮤지션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동시에 평소에 만나기 쉽지 않는 작가들을 직접 대면한다는 매력이 큰 행사다. 물론 가장 유혹적인 장점은 무료 이벤트로 진행된다는 점. 창작과비평사의 경우 트위터(@changbi_books)를 팔로우하면 가장 빠르게 북콘서트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창비의 북콘서트 외에도 인터파크 등 관련 사이트에서 무료 북콘서트 소식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