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일본의 두 얼굴

2011-08-02     트래비

7월16일, 히로시마에 다녀왔습니다. 히로시마는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이고 이제 곧 66년을 맞는 지금도 히로시마 하면 대부분 원자폭탄을 먼저 떠올립니다. 1945년 8월6일 오전 8시15분, B-29 폭격기에 실린 리틀보이라는 이름의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시 중심의 상공 600m 높이에서 폭발했습니다. 

폭탄이 떨어지고 반경 2km 이내는 사람을 비롯해 건물과 나무 등 모든 것이 완전히 녹아버렸고, 화염과 폭풍은 10km 이상 떨어진 마을까지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이 폭발로 8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히로시마의 상징 중 하나인 원폭돔은 이날 폭심지에서 20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던 히로시마현 산업장려관의 피폭 직후 모습을 보전한 것입니다. 지금은 원자폭탄의 참상을 알려주는 상징으로 1996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지정이 됐습니다. 원폭돔 주변으로 평화기념자료관과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 등이 있는 평화기념공원은 히로시마를 찾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필수 코스이기도 합니다.

평화기념공원의 기본적인 메시지는 평화입니다. 이렇게 끔찍한 재앙을 가져온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핵무기가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자는 것이 공원 전반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백번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공감하기도 힘듭니다. 공원에는 일본이 원폭의 피해자라는 점만 강조돼 있을 뿐 이런 참사가 벌어진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나 반성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당시 히로시마 원폭 사망자 중에는 한국인도 2만명 가량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망자의 25% 가량에 해당하는 엄청난 한국인의 목숨이 이날 희생을 당한 것입니다. 왜 전쟁이 시작됐고 그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목숨이 허무하게 사라져 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운 점입니다.

제가 히로시마에 다녀오기 직전에 일본 외무성은 대한항공의 A380 독도 시범비행에 대한 대응으로 소속 공무원에게 대한항공 탑승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누가 봐도 억지스러운 무리수입니다. 게다가 일본관광청이나 일본 지자체들은 항공사나 여행사와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지진 이후 급감한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입니다. 외무성의 조치는 반성보다 자신들의 아픔만을 강조하는 평화공원을 보는 듯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예로부터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리까지 속 좁게 대응하면 결국 같은 부류로 취급될 뿐입니다. 좋은 것만 봐도 시간이 모자르고 볼 것이 넘쳐납니다. 히로시마만 해도 일본 3대 절경이라고 하는 미야지마가 있습니다. 교토의 아마노하시다테, 미야기현의 마쓰시마와 함께 일본의 3대 절경으로 꼽히는 명소입니다. 미야지마의 명물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바다 위에 세운 이쓰쿠시마 신사입니다. 바다 위에 세워진 독특한 양식으로 원폭돔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트래비는 8월에 히로시마현과 붙어 있는 돗토리현으로 떠나는 도전자유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즐겁게 일본을 경험하고 슬기롭게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분들의 많은 지원을 기다립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