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 늦더위야 물렀거라~ 찡한 맛! 평양냉면

2011-08-30     트래비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운 날 가장 즐겨 찾는 음식을 꼽는다면 아마도 ‘냉면’ 일 듯하다. 특히 차게 식힌 육수와 시원하게 익힌 동치미 국물을 섞고, 툭툭 끊어지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메밀국수를 넣어 편육, 오이채, 배채, 삶은 달걀 등의 고명을 얹어 먹는 평양냉면의 맛은 뭐니뭐니 해도 한여름이 제격이다. 여전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9월, 장안의 유명 냉면집은 더위를 쫓기 위해 시원한 냉면육수를 찾아 방문하는 고객들로 북새통이다. 무더위에 지친 입맛, 시원한 평양냉면 한 그릇으로 식혀 보자.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제공  월간식당  www.foodbank.co.kr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들의 삶을 지켜 준 냉면

냉면은 이북에서 많이 먹었던 음식이다. 예전에는 한겨울 땅에 묻어 놓은 독에서 살얼음을 깨고 동치미 국물을 떠내 국수를 말아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이를 덜덜 떨어가며 먹었다고 한다. 차갑게 먹는 국수라는 의미로 이름도 냉면冷麵이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대표되는 냉면은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난 온 피난민들이 생계를 위해 고향에서 일반적으로 해먹었던 국수를 만들어 팔면서 전국적으로 보편화돼 실향민들에게는 고향을 상징하는 음식과도 같다. 속초, 서울, 부산 등 이북에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 특히 오래된 냉면집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냉면의 종류는 이북이 원조인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대표적이지만, 남한에도 지역적인 특색을 담고 있는 진주냉면이 있다. 평양냉면은 사골, 사태, 양지 등을 넣고 푹 끓여 우려낸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고 메밀가루와 감자녹말을 섞은 면을 뽑아 구수하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맛이 일품이다. 함흥냉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면을 뽑아 질깃하면서도 쫄깃한 면발이 특징적이다. 맵고 칼칼한 양념장에 가자미로 회를 떠서 양념한 회무침을 올려 비벼먹는 회냉면이 유명하다. 현재는 가자미 대신 홍어나 가오리, 명태회 무침을 올려 먹기도 한다.

진주냉면은 고구마 전분과 메밀전분을 섞어 면을 만들고, 육수는 고기육수 대신 멸치, 바지락, 홍합, 북어, 다시마 등 해산물로 우려낸 국물을 사용한다. 여기에 쇠고기 육전을 부쳐 채 썰어 올리고, 달걀지단, 오이, 배 등 고명을 화려하게 올려 평양냉면과 견줄 만하다는 평이다.

화청한 동치미국물에 말아먹는 메밀국수

냉면을 언제부터 먹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1849년에 쓰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겨울철 제철음식으로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 냉면이 있다”고 하였다.
또 1896년에 쓰인 <규곤요람>은 냉면에 대해 “싱거운 무 김칫국에다 화청和淸해서 국수를 말고 돼지고기를 잘 삶아 넣고, 배, 밤과 복숭아를 얇게 저며 넣고 잣을 떨어 나니라”라고 기록했다. 1800년대 말의 <시의전서> 냉면 편에는 “청신한 나박김치나 좋은 동치미 국물에 말아 화청하고 위에는 양지머리, 배와 배추통김치를 다져서 얹고 고춧가루와 잣을 얹어 먹는다”라고 기록되었는데, 고기장국을 차게 식혀 국수를 말아 먹는 장국냉면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한편 고종 황제는 평양냉면을 좋아해 대한문 밖의 국숫집에서 냉면을 배달해 편육과 배, 잣을 넣어 먹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담백한 국물, 툭툭 끊어지는 면발 일미

일반적으로 물냉면을 지칭할 때 평양냉면이라고 하고 비빔냉면을 함흥냉면이라고 칭하는데, 면의 성분에 따라 평양식 냉면과 함흥식 냉면으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 평양식 냉면은 메밀이 많이 함유돼 국수에 힘이 없고 툭툭 끊어지며 육수가 맑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함흥식 냉면은 고구마 전분의 함량이 많아 국수가 쫀쫀하다.
평양냉면은 원래 쇠고기나 꿩, 닭고기를 고아 만든 육수에 시원하게 익은 배추김치 국물이나 동치미 국물을 섞어 만든 국물을 사용했다. 그러나 현대에는 쇠고기 국물을 기본으로 동치미국물을 섞어 사용하며 편육, 오이채, 배채, 삶은 달걀 등의 고명을 얹는다. 냉면육수가 진한 고깃국물이 아닌 동치미 국물이 배합돼 슴슴한 맛이어서 처음 평양냉면을 먹는 사람들은 다소 밋밋하게 느낄 수 있지만 몇 번 먹다 보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에 점차 끌리는 것이 평양냉면의 매력이다.


면수와 육수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중요한 차이점 중의 하나는 면수와 육수다. 메밀면을 사용하는 평양냉면 전문점은 주문하자마자 메밀면을 삶아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메밀 면수를 잔에 담아 내온다. 반면 함흥냉면 전문점은 쇠고기를 우려낸 육수를 내온다.

새끼미 
비빔냉면은 쇠고기 편육을 얹은 냉면과 회냉면으로 나뉜다. 이 중간에 재미있는 냉면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새끼미 냉면. 새끼미는 ‘섞는다’는 말의 이북 사투리다. 고기와 회를 동시에 얹어 내 두 가지 맛을 다 볼 수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서울 속 ‘냉면명가’



맑고 심심한 육수, 고향의 맛 
평양면옥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은 서울의 수많은 평양냉면집 가운데 고향의 맛에 가장 가까운 냉면집으로 ‘평양면옥’을 꼽는다. 이유는 육수가 가장 맑고 특유의 밋밋하고 심심한 맛을 잘 살려 정통의 맛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3대째 60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평양면옥은 자체 제분기로 하루 사용량만큼 메밀을 직접 제분해 끈기 있고 찰진 면발을 선보인다. 육수는 쇠고기 양지, 사태, 설도 부위를 엄선해 끓여 냉각기에 식혀 냉각통에 보관한다. 초당두부와 부추, 돼지고기, 채소를 듬뿍 넣은 손만두도 유명하다. 2인 이상이 오면 냉면에 손만두는 필수.
메뉴 냉면 1만원, 접시만두 1만원, 만두반 5,000원, 어복쟁반 8만원, 쟁반반 5만원
문의 02-2267-7784  주소 서울시 중구 장충동 1가 26-14




놋그릇에 담긴 시원한 맛 
봉피양 방이점
남한의 평양냉면 맛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태원 냉면장인이 맛을 책임지고 있다. 냉면을 담은 방자유기 그릇 표면에 성에가 하얗게 앉을 만큼 육수 관리도 철저하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함께 넣어서 우려내고, 여기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냉면육수를 완성한다. 면은 거피한 메밀 70% 정도와 고구마 전분을 섞어 뽑는데 매끄러우면서도 툭툭 끊어지는 면은 씹을수록 구수하다. 고명으로는 얼갈이배추 김치를 올리는 것이 여느 곳과 사뭇 다르다. 개성만두, 빈대떡, 또또팬불고기, 제육, 양지수육 등 곁들이 메뉴도 다양하다.
메뉴 봉피양 냉면 1만원, 개성만두 8,000원, 또또팬불고기 2만2,000원, 녹두빈대떡 1만원
문의 02-415-5527  주소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205-8



군더더기 뺀 시원하고 담백한 맛 
우래옥
‘우래옥’은 메밀로 만든 면과 먹을수록 당기는 육수 맛으로 인정받고 있다. 냉면육수는 한우 암소의 엉덩이살과 다리살 등 한우를 덩어리째 넣고 4~5시간 푹 삶아 끓여낸 후 냉각시켜 기름을 제거해 만든다. 육수를 고아낸 한우는 편육으로 썰어 절인 무, 아삭한 배와 함께 꾸미로 올린 후 쪽파를 뿌려 주면 우래옥 냉면이 완성된다. 젊은 세대들에게 우래옥 냉면은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육수의 시원함과 담백함이 자꾸 찾게 만든다. 우래옥은 불고기도 유명해 불고기와 함께 냉면을 즐기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메뉴 전통평양냉면 1만1,000원, 불고기 150g 2만9,000원
문의 02-2265-0151  주소 서울시 중구 주교동 118-1


톡 쏘는 동치미 국물이 최고 
남포면옥 논현점

올해로 50년이 된 ‘남포면옥’은 동치미 국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양지머리와 사태를 푹 고아 만든 고기 국물과 동치미 국물을 배합한 육수가 별미. 육수는 한우의 양지와 사태를 덩어리째 넣고 3시간 동안 끓인 후 식혀 지방을 제거한 고기 국물과 깨끗하게 걸러 숙성시킨 동치미를 8대 2 비율로 섞어 완성한다. 면은 계절에 따라 메밀가루와 고구마전분의 비율을 달리해 한결같이 손반죽을 고집하고 있다. 냉면은 식초나 겨자를 넣기 전에 냉면 그릇째 들고 육수에서 올라오는 동치미의 향과 맛을 느껴 보는 것이 좋다.
메뉴 냉면 9,000원, 불고기 한우+호주산 200g 2만5,000원, 어복쟁반 5만7,000원
문의 02-540-2596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89-10



저렴해서 더욱 맛있다 
평래옥

‘평래옥’은 1950년에 개업을 한 평안도음식전문점이다. 평양식 냉면은 물론 달콤새콤하면서도 시원한 여름철 별미 초계탕과 녹두지짐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곳의 냉면은 과거 꿩고기 육수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현재는 양지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담백하면서도 새콤한 맛의 육수를 선보인다. 면은 메밀과 전분을 약 5대 5로 해 쫄깃하면서도 질기지 않다. 최고의 강점은 서울시내 유명 평양냉면 집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는 것. 무료로 제공하는 닭무침이 별미로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은 닭무침에 곁들여 소주 한 병도 거뜬하다.
메뉴 평양냉면 8,000원, 초계탕 1만1,000원, 온면 8,000원, 녹두지짐 9,000원
문의 02-2267-5892  주소 서울시 중구 저동 2가 18-1



맑은 육수에 빨간 고춧가루 
을지면옥

을지로 3가역 5번 출구 앞에 위치한 ‘을지면옥’은 점심시간에는 반드시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서울시내 대표 평양냉면집 중 하나다. 30년 전통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심심하지만 은근한 맛이 감도는 육수가 일품이다. 을지면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맑은 육수 위로 동동 띄운 파와 고춧가루다. 언뜻 보기에는 고춧가루와 냉면의 궁합이 어색할 것 같지만 맛은 괜찮은 편이다. 메밀과 녹말을 섞어 만든 면발은 툭툭 끊어지지 않으면서도 너무 질기지 않은 식감이 좋다. 냉면과 함께 돼지고기 편육과 쇠고기 수육이 준비되어 있다.
메뉴 평양냉면 9,000원, 비빔냉면 9,000원, 편육 1만2,000원, 수육 1만8,000원
문의 02-2266-7052  주소 서울 중구 입정동 177-1



역사의 깊은 맛에 절로 감탄하네 
원산면옥
밀면이 강세인 부산에서 수십년 동안 굳건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원산면옥’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냉면 명가다.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섞어 반죽한 평양냉면과 100%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함흥냉면이 이 집의 대표 메뉴다. 이곳의 모든 음식은 그날그날 산지에서 직송되는 최고급 재료만을 사용해 만들고 있으며, 모든 재료는 국내산이다.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져 일본의 한 잡지에 부산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로 소개되기도 했다. 외국인 고객도 많아 수년 내에 해외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메뉴 평양냉면·함흥냉면·온면 8,000원, 수육 3만5,000원, 가오리회 3만5,000원
문의 051-245-2310  주소 부산 중구 창선동 1가 37



60년 전통의 이북진미 
강서면옥
1948년부터 굳건하게 이름을 알려 온 평양식 냉면 전문점 ‘강서면옥’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평양냉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명가다.
‘수십근의 한우를 우려 만든 육수와 구수한 메밀면이 어우러진 최고의 평양식 물냉면’이라는 설명을 메뉴판에 적어둘 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만큼 이곳의 냉면은 다소 심심하면서도 깊은 육수가 먹을수록 감칠맛을 더하고 하늘거리면서 메밀향이 감도는 면발이 구수하다. 직접 만드는 이북식 손만두는 앞접시가 꽉 찰 정도로 푸짐한 별미다.
메뉴 평양냉면 1만2,000원, 평양비빔냉면 1만1,500원, 녹두빈대떡 1만원, 왕만두 1개 3,000원
문의 02-3445-0092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30

시원한 냉면과 단짝 음식들

냉면 전문점에서는 냉면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평양냉면전문점에서 선보이는 곁들이 메뉴는 불고기, 제육, 양지수육, 손만두, 녹두빈대떡 등을 비롯해 냉면집의 종합선물격인 어복쟁반이 있다.
냉면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는 사이드 메뉴를 살펴봤다.


어복쟁반 
추운 날씨에 둘러앉아 함께 먹는 넉넉하고 정다운 음식이 바로 어복쟁반이다. 놋으로 만든 둥근 쟁반에 양지머리·유통(소의 젖가슴 부위)·우설 등의 편육과 녹두부침 썬 것, 채소 등을 돌려 담고 삶은 메밀국수를 넣어 육수를 붓고 끓여가며 먹는다. 양념장을 쟁반 가운데 얹어 놓고 양념하면서 먹는데 재료에서 우러나온 국물이 향긋하고 담백하다.

이북식 손만두 
이북식 손만두는 주먹만한 크기와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피는 얇고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고 속은 두부와 숙주나물, 갈은 돼지고기, 파 등을 넣어 꽉 찬 속이 만족감을 더한다. 평양면옥의 손만두는 매장에서 직접 손으로 빚는데 워낙 크고 속이 꽉 차 개인 접시에 덜어 숟가락으로 반을 갈라 간장을 떠서 뿌린 후 숟가락으로 먹는 것이 편하다. 

수육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이 있다. 술을 마신 후에 허한 속을 달래거나 해장을 겸해 면을 먹었던 조상들의 생활풍습에서 비롯된 말이다. 냉면전문점에 가면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은 수육을 한 접시 시켜 반주를 곁들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부드러운 수육을 양념 간장에 찍어 먹으면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녹두빈대떡 
시원한 물냉면에는 고소한 녹두빈대떡이 환상의 콤비다. 녹두빈대떡은 녹두를 갈아 고사리, 김치, 돼지고기, 파 등을 넣어 반죽해 번철에 한 국자씩 떠 놓고 둥글게 펴서 실고추와 파를 얹어 노릇노릇하게 지져 내 고춧가루·파·마늘·깨소금 등을 넣은 양념장에 찍어서 먹는다. 녹두빈대떡은 국수집, 막국수 전문점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불고기 
냉면만 먹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불고기와 함께 먹어 보자. 달큰하고 고소한 불고기를 먹은 후 먹는 냉면은 가히 일품이다. 불고기를 먹은 후 냉면을 먹어도 좋지만 냉면을 먹을 때 불고기를 한 젓가락 올려서 함께 먹으면 그 맛 또한 별미다.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선보이는 냉면도 먹다 남은 갈비 한 점 올려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