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있는 수다-반주飯酒는 음악飮樂이다

2012-11-01     트래비

해외 각국을 관광 마케팅하고 있는 그녀들 앞에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패트리스 기베Patrice Guibert 총괄 셰프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그녀들 앞에 놓인 기베 셰프의 아름다운 요리의 향연. 반주가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알딸딸한 와인 한 모금에 그녀들의 화끈한 수다 한 판이 곁들여졌다.

  양보라 기자   사진  Photographer 박규민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 모인 주한외국관광청 대표들. 와인과 곁들여진 유쾌한 수다를 선보였다


1 정찬의 메인디시였던 새우를 곁들인 송아지 요리 2 애피타이저로 나온 데리야끼 연어 리에. 기베 셰프의 음식은 매 접시마다 적절한 데코레이션을 가미해 시각과 미각을 적절히 자극했다 3 식사의 대미를 장식했던 디저트. 카라멜 향이 가득한 키르쉬와 마차 아이스크림이 서빙됐다


그의 음식에는 수많은 DNA가 섞여 있다. 세계적인 프랑스계 체인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총괄 조리 디렉터인 패트리스 기베Patrice Guibert 셰프가 만들어내는 요리의 뿌리는 두말할 나위 없이 그가 태어나고 자란 ‘프랑스’. 하지만 그가 만드는 요리의 고향은 프랑스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싱가포르, 필리핀, 모리셔스 등 다양한 국가에서 40년 가까이 요리를 만들다 보니 그의 음식에는 자연스럽게 후천적인 경험들이 더해졌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에 근무했던 기베 셰프는 10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 예전보다 더 풍부해진 글로벌한 이미지를 느꼈다고 한다. “제 요리를 ‘프랑스 요리’라고 정의할 수는 없어요. 제가 만드는 음식에는 다양한 문화가 녹아 있습니다. 한국에 사는 코스모폴리탄들을 초청해 멀티컬처럴multicultural한 제 음식을 권해 보고 싶었습니다.” 초대된 게스트는 모두 6명. 한국에 다문화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데 한몫을 하고 있는 그녀들을 초청한 건 그들이 살아 온 인생의 맥락이 서로 닮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외 각국의 여행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그녀들은 기베 셰프의 초청에 기꺼이 응답했다. 

10여 년의 세월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같은 업계에서 서로를 응원해 왔던 그녀들. 사실 해외 출장이 잦은 탓에 모임 날짜를 조율하기도 버거운 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한 해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각 나라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기까지 감내해야 했던 어려움을 공감하기에 서로 스스럼없는 사이로 발전했다. 함께 정찬을 즐기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반주를 선택해 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식전 와인인 보르고뉴 알리고떼Bourgogne Aligote로 목을 축인 뒤 특유의 솔직한 대화들이 오간다. 한 ‘까탈스러움’을 자랑하는 6명의 여자들 앞에서 잔뼈 굵은 기베 셰프도 약간은 긴장한 눈치다. 이명완 지사장이 집에 항상 쟁여두고 있다고 자랑하는 술은 향이 풍부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 와인. “영국 사람처럼 평론가가 다 됐다”는 류영미 소장은 영국을 홍보하는 대표답게 위스키를 즐긴다. 얼음을 가득 넣어 마시는 온더록스on the rocks방식보다 본고장에서는 찬 물을 섞어 마신다고 한다. 캐나다 출장이 잦은 배오미 소장은 가벼운 아이스와인인 이니스클린Inniskillin와인을 지인들에게 추천한다. 



그녀들의 대화가 농익어 갈 때쯤 기베 셰프는 자신의 주특기인 퓨전 음식을 선보였다. 한식, 일식, 이탈리안식이 버무려진 실험적인 음식이 접시 위에 올려졌다. 김치소스를 곁들인 밤 스프, 소바국수를 곁들인 새우와 송아지 다리살 요리가 차례대로 서빙되면서 칠레 와인인 테라 안디나 샤르도네Terra Andina Chardonay가 곁들여졌다. 오랜 해외 경험으로 누구보다 날선 미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녀들에게서 호평이 이어진다. ‘신의 물방울’ 식의 화려한 수식어는 없어도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근데 와인을 마실 때마다 시를 읊는 사람들이 있지 않아?” 신복주 소장의 물음에 ‘가장 느끼했던 와인 품평’에 대한 증언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류영미 소장이 들었던 “와인은 첫 키스와 같다”는 말에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한 병에 백만원을 호가하는 로마네꽁띠를 앞에 두고도 식전에 마신 와인 때문에 이미 취했던 터라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던 김보영 소장의 일화도 더해진다. “여행하는 이들은 언제나 목이 마르다”는 김지인 소장의 말처럼 각자의 여행과 얽힌 술에 관한 추억이 술술 풀어졌다. 


수다를 마무리할 향긋한 디저트는 캬라멜 향의 키르쉬와 마차 아이스크림 그리고 청량감을 자랑하는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게브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와인이었다. 정찬에 등장한 와인은 모두 기베 셰프의 안목에 따른 것. 기베 셰프는 1997년 국제 와인 & 푸드 소사이어티 대회에서 금탑을 수상했고 이듬해 비즈니스 트래블러가 선정한 서울 최고 호텔 푸드 부문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요리와 와인에 모두 정통한 인물이다. 그가 가진 와인 철학은 “와인이 어울리지 않는 음식은 없다”는 것. 프랑스 요리뿐만 아니라 한식에도 일식에도 어울리는 와인이 있고 와인의 레이블, 빈티지를 굳이 따져 묻지 않아도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이 최고의 와인이라고 말한다. 또한 와인 곁에는 친구가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재료들의 조화로운 배합을 놓치지 않은 셰프의 요리와, 풍미를 돋아 준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6명의 친구와 실험적인 셰프의 요리 그리고 와인들. 여유로운 가을날의 완벽한 마리아주mariage였다.

취재협조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패트리스 기베Patrice Guibert 셰프는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과 자매 호텔인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의 조리 부문을 총괄하는 디렉터다. 모국인 프랑스에서 15세의 나이에 견습생으로 요리를 시작한 기베 셰프는 파리, 베르사이유를 거쳐 싱가포르, 필리핀, 모리셔스 등에서 4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 10여 년 전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 총주방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실험정신을 발휘해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서양식 디저트인 케이크를 절묘하게 배합한 ‘김치 케이크’를 선보여 고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관행을 탈피하고 특유의 실험정신을 발휘해 온 기베 셰프. 10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그가 이번에는 어떤 신 메뉴를 선보일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