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TOYIST] 그들은‘장난’치지 않는다-쿨레인스튜디오 이찬우 작가

2013-03-07     트래비



아트토이는 ‘장난’이 아니었다. 작가들은 완성도 높은 피규어를 만드는 데 전념했고 작품마다 새로운 세계를 담아냈다. 정말 진지하게 ‘토이’가 좋아졌다.

쿨레인스튜디오
이찬우 작가
‘미확인 물체’에 빠지다

그는 확실히 선구자였다.
후배들은 그를 따랐고, ‘선생님’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어떤 질문이든 말을 아꼈다.
어차피 그가 했던 작업,
그의 피규어가 자신을 말해 준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는 ‘선생님’이었다

누가 봐도 딱 오타쿠의 공간이다. 한창 제작 중인 피규어들이 어지럽게 책상 위에 놓여 있고, 컴퓨터 모니터에는 3차원의 ‘미확인 물체’도 힐끗 보인다. 심상치 않은 무엇인가가 ‘창조’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아트토이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 논현동의 한 작업실 풍경이다. 피규어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그 작업실의 작가들이 추구하는 아트토이란 가상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고, 그들이 입을 옷과 신발, 머리모양, 피부색 등을 정해 장난감을 만드는 일련의 작업을 말한다. 

작업실은 쿨레인스튜디오Coolrain Studio의 터줏대감이자 후배들로부터 ‘선생님’으로 칭송 받고 있는 이찬우 작가와 그의 후배들이 작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찬우 작가는 대한민국 아트토이 분야의 권위자이면서 개척자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아트토이를 시작해 NBA와의 콜라보레이션, 힙합 듀오인 다이나믹듀오의 피규어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아트토이에 대한 국내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량에 한계가 있고, 작품 가격이 워낙 비싸 아직까지 대중화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NBA, 빈폴, 나이키 등과의 콜라보레이션, 다이나믹듀오의 피규어 제작 등 많은 작업을 하면서 한국에 아트토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죠. 대중들이 소비할 수 있는 피규어를 통해 저변이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쿨레인 이찬우 작가는 ‘대한민국 안에서만 권위자’는 아니다. 세계 10대 아트토이 아티스트 중에 이름을 올릴 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세계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왜 이름이 쿨레인인가’라는 질문에 찬Cool+비rain라는 설명보다 ‘외국인들이 기억하기 좋게 만든 이름’이라는 설명이 더 와 닿았던 이유다. 그의 명함에는 단 한 글자도 한글이 없었다. 작업실을 공유하는 Hands In Factory(박태준·RocKOON, 이재헌·UpTempo), KIDDO(강병헌), P2PL(송필영)도 모두 한글 아닌 영문 닉네임을 쓴다. 이는 해외 콜렉터들과 마니아들을 위한 배려다. UpTempo는 “한국의 아트토이는 찬우형 덕분에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영어 이름을 쓰는 이유도 역시 세계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한국적인 토이란

아트토이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시아계라고 한다. 아시아권에서 유독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트토이라고 일컬어지는 피규어들이 대부분 동양인들의 취향과 맞기 때문이다. 쿨레인은 “미국, 캐나다 등 서양에서 피규어 전시를 했는데 그때마다 작품을 사 가는 사람들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아시아 계열 사람들”이라며 “유럽에서는 피규어라는 용어조차 통용되지 않고, 아트토이를 비롯해 작은 인형들은 그들에게 돌doll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물론 서방의 여러 국가에서 열광하는 NBA와의 협업은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아트토이도 서양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다.

쿨레인은 한복·한식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드러내는 피규어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한국사람’ 자체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담는다. 쿨레인은 “타임스퀘어에 비빔밥이 소개되는 식의 ‘한국적’인 매력이 아트토이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한국인’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했다. 한국의 비보이를 모델로 한 피규어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비보이들이 세계적인 비보이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CF에 나오기도 하면서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이내 조용해졌죠. 그렇지만 세계 최고의 한국 비보이를 모델로 해 피규어를 만들자 그게 판매되더라구요. 작품을 사 간 사람은 그게 한국의 비보이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작품을 설명해 주니 놀라더군요.”

팔방미인에게 주목

쿨레인의 작업실에서 만난 Hands In Factory, KIDDO, P2PL들 역시 팔방미인이다. 이들은 손재주는 물론, 디자인 감각, 능숙한 모델링, 컴퓨터 프로그램 실력 등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다방면의 능력을 갖췄다. 그들이 만드는 피규어의 수준은 날로 좋아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피규어 아티스트’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렵다. 소비인구가 적을 뿐더러 체계적인 생산 체계가 없어서 대량으로 피규어를 생산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정 수량만 만들어 그 가치를 높이는 게 아트토이스트들에게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계속 작업에 열중할 계획이다. RocKOON은 “전업으로 아트토이를 하는 작가는 찬우형 정도지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꾸준히 작업하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꾸준히 쿨레인스튜디오의 정기 전시 때 작품을 발표하고 있고, SNS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면서 인지도를 높히고 있다.


1 Coolrain의 대표작인 NBA 시리즈 2 Coolrain Studio의 아티스트들. 왼쪽부터 Hands In Factory(UpTempo, RocKOON), KIDDO, Coolrain 이찬우 작가, P2PL, 임현규(Coolrain의 제자)


●Coolrain & His Studio
이찬우 작가는 2004년부터 디자인 피규어, 아트토이 작업을 시작한 아티스트이자 Coolrain Studio의 대표다. 황폐한 한국의 아트토이 분야를 개간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키, NBA, PUMA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피규어를 제작했고,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여 피규어와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중국, 타이완 등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www.coolrainworks.com

Coolrain Studio’s Crew
쿨레인스튜디오의 작가들의 작품과 활동은 각자의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다.
Hands In Factory www.facebook.com/handsinfactory
Kiddo www.facebook.com/aka.kiddo
P2PL www.facebook.com/freshp2pl

  박우철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이야기엔터테인먼트, Coolrain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