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절대 가지 않는 여행 혁명가

2013-09-03     트래비

호텔을 절대 가지 않는 여행 혁명가
에어비앤비Air bnb 조 게비아Joe Gebbia 공동창업자

아무리 낯선 곳이라 해도 현지인의 일상 속에 스며들 때  여행자는 ‘객’이 아닌 ‘이웃’,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조 게비아는 집을 떠나서도 집에 머무는 여행을 가능케 한 여행 혁명가라 할 수 있다.


1 전세계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는 출장이나 개인 여행시 항상 에어비앤비를 통해 독특한 숙소를 선택한다고 한다. 최근 한국 방문 때는 가회동에 있는 한옥집에 머물렀다 2 거실에서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야 하고, 침실에는 매트리스가 아닌 이불을 깔고 자야 하지만 게비아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100년 전 여행방식을 재현하다 

여행기자로 그간 수십개 국가, 수백개 도시를 다니면서 웬만한 숙소에서는 다 자본 것 같다. 미국 특급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 프라이빗이 완전히 보장되는 동남아의 풀빌라,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영국의 고성 호텔, 산소도 희박한 해발 3,000m의 산꼭대기 호텔까지. 하지만 하룻밤 수백만원이 넘는 호텔에서 자고 일어나도 남는 추억이란 혼자서 다 차지하지 못할 침대에서 뒹굴며 잔 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의 호화로운 하룻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됐고, 허름하더라도 현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공간에서 묵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전, 에어비앤비를 통해 스위스 취리히의 한 예술가 집에서 머물러 보았다. 호텔처럼 편하진 않았으나 집주인과 마치 친구가 된 듯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소개로 일반 관광객들은 절대 알 수 없는 히든 플레이스를 가볼 수 있었다.

전세계 숙박 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의 공동창업자인 조 게비아Joe Gebbia도 성공 요인을 ‘집에 머무는 듯한 경험’에서 찾는다. 하지만 2007년 회사를 설립한 그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출발한 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던 디자인대학 졸업생인 조와 그의 친구 브라이언은 디자인 컨퍼런스 개최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시내의 모든 호텔이 만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들의 아파트를 빌려주고 조식을 제공해 주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 자신들이 에어비앤비의 첫 번째 호스트Host, 주인장이라는 뜻가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여행객들이 값비싼 호텔만이 아니라 현지인의 가정집에 머무는 것 그 자체를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간직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창업 5년 만에 가파른 성장을 이룬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이트에는 192개국 3만4,000여 도시의 숙소가 등록돼 있고, 우리나라만 해도 약 2,000개의 숙소가 리스트에 올라 있다. 전세계 여행자와 집주인을 그물망처럼 연결해 주고 있는 것이다.

여행에도 유행이 있는 것일까? 현지인의 집에 묵는 에어비앤비식 여행이 사실 편한 것은 아니다. 숙소를 예약하려면 주인장과 영어로 쪽지를 주고받아야 하고, 교통이 좋지 않은 숙소가 많아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피트니스클럽, 수영장도 없고 하우스키퍼가 매일 침실을 정리해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행의 경험이 쌓여 갈수록 점차 집처럼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데, 바로 이들에게 에어비앤비가 대안이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인간적인 여행’을 가능케 해준 것이다. 

게비아는 “우리 할아버지 세대만 해도 여행을 가면 무조건 친구나 친척 집에서 머물렀다. 여행지를 스치듯 구경하며 ‘거쳐가는’ 게 아니라 얼마간 ‘거주하는’ 여행이었다. 에어비앤비는 이처럼 대량생산 이전의 여행방식을 통해 여행자가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 게비아는 여행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다. 철저하게 숙소 주인장과 이웃의 추천에 의지한다고 한다. 단 나비넥타이를 수집하는 것은 즐긴다 2 게비아는 강아지가 뛰놀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한옥집의 매력에 푹 빠져, 한국에 올 때마다 한옥집을 즐겨 찾는다


양반다리 불편해도 한옥이 좋아

낯선 곳을 탐험하는 것을 즐기고, 그 안에서 친숙함을 찾아낼 줄 아는 여행자였다. 에어비앤비를 설립한 후, 그는 한번이라도 호텔을 이용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유는 간명하다. 호텔은 지루하다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지난 6년간 호텔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대신 미국의 구석구석, 유럽과 아시아, 인도까지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다니며 100개의 전혀 다른 숙소를 이용해 봤고, 당연히 100개의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게 됐다.”

게비아는 기억에 남는 가장 독특한 숙소로 남태평양 피지의 개인 소유의 외딴 섬 별장을 꼽는다. 그 별장은 하룻밤 400달러가 넘을 정도로 비쌌지만 게비아는 그곳에 머무는 동안 무한한 상상력을 충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버몬트주에 있는 나무 위에 매달린 트리하우스도 잊지 못할 장소로 꼽았다. 미국의 평범한 가장이 아이들을 위해 트리하우스를 만들었는데, 성인이 된 아이들은 더 이상 이용할 일이 없자 이것을 여행객에게 공유하자 제안했다. 그리고 트리하우스는 지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가 됐고, 주인장은 남아도는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적지 않은 부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짐이 가벼울수록 풍성해지는 추억
 

인터뷰 장소는 그가 이틀간 묵은 서울 북촌의 한옥집.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전철과 마을버스를 갈아타며 숙소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곳이다. 기자가 만나 본 대다수의 서양인들은 마룻바닥 생활을 어려워했다. 한식집에서 30분 정도 양반다리를 하고 밥 먹는 것은 그들에게 고문이고, 마룻바닥에서 요를 깔고 자는 것은 ‘문화 충격’에 해당할 일이다. 하지만 게비아는 이런 걸 즐기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진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된 1시간 남짓, 마치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것처럼 정자세로 앉아 양반다리를 풀지 않았다.

여행의 수많은 요소 중 ‘숙소’ 하나만 호텔 대신 현지인의 집으로 선택한 것에 불과하지만 여행객은 하룻밤 잠, 그 이상의 것들을 누릴 수 있다. 주인장, 이웃과의 만남을 통해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바로 그것이다. 게비아도 여행을 다닐 때마다 잘 알려진 관광지나 맛집보다는 주인장의 추천장소를 가보는 걸 즐긴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후미진 골목의 부티크숍, 작은 카페, 중고서점 등을 좋아한다. 나비넥타이를 수집하는 것 외에는 여행지에서 ‘꼭 해야 하는 것’을 정해 두지는 않고 주인장과 이웃들에게 철저히 의존하는 편이다.”

계획 없이 현지인의 도움에 의존하는 여행은 에어비앤비의 첫번째 주인장으로서 게비아가 실천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집에 한국인이 묵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IT 분야에 종사하는 정씨는 출장차 들른 샌프란시스코에서 게비아의 집에 묵었는데, 게비아는 자신이 아는 개발자들의 모임에 그를 데려갔고 덕분에 ‘IT의 성지’에서 전혀 기대치 않았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게비아는 예기치 못했던 일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기내에 들고 탈 정도로 최소한의 짐만 챙겨 다니는데 그것도 같은 이유다. 가볍게 떠나야만 잃어버릴 것도 없고, 그만큼 풍성한 추억들을 채워 올 수 있다.” 


 
글  최승표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전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