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Design 유럽 기차여행 ③덴마크 코펜하겐 오덴세

2013-12-09     김선주

Station 3
Copenhagen & Odense
Denmark

 

동화처럼 오덴세, 걸어서 코펜하겐


   
까무륵 잠들었다가 이상한 기운에 눈을 뜬다. 코펜하겐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기차는 창고 같은 밀폐된 공간에 들어와 있다. 승객들은 짐도 챙기지 않은 채 우르르 내린다. 영문도 모른 채 무리를 따라 올라가 문을 여니 사방으로 드넓은 바다다. 뒤통수를 맞은 듯 어안이 벙벙하다. 기차를 통째로 삼킨 배가 유유히 바다를 항해한다. 육지에 닿자 기차는 스르르 배의 배 속에서 빠져나와 다시 대지를 달린다. 세상에 이럴 수도 있구나, 흥분과 놀라움 속에 코펜하겐과 처음 마주한다.

코펜하겐 시내에는 중세의 고즈넉한 건물과 유적이 숱하다. 프레데릭 교회는 덴마크 왕실의 거처인 아말리엔보르 궁전과 환상적인 풍경의 조화를 이룬다


안데르센을 키운 정감 가득한 마을, 오덴세


첫 덴마크 여행이라면 동화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에서 실마리를 잡는 게 수월하다.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벌거벗은 임금님, 엄지공주 등 세계적 명작동화를 집필한 작가를 추억하는 흔적들이 지금도 생생해서다. 그의 고향마을로 향했다. 오덴세Odense는 코펜하겐에서 급행열차로 1시간 30분 거리다. 코펜하겐에서 오덴세에 이르는 기찻길은 경치가 아름다워 풍경열차 루트Scenic Route로도 불린다. 해상선로를 달려 마치 바다 위를 나는 느낌을 선사하는 7~8분간의 탑승구간이 압권이다. 베를린에서 코펜하겐으로 올 때, 거대한 페리선이 3~4량의 객차를 통째로 삼키고 바다를 건넜을 때처럼 이 구간 역시 동화 같은 감흥을 안긴다.


안데르센은 14살 때 배우가 되겠다며 코펜하겐으로 떠날 때까지 오덴세에서 자랐다. 안데르센의 마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곳곳에서 그를 기리고 있다. 그의 이름을 딴 거리며 공원, 도시 곳곳에 서 있는 그의 동상들이 그 증거다. 매년 9월에는 안데르센 마라톤 대회도 열린다고 한다. 안데르센 순례자들이 기본적으로 찾는 곳은 그의 생가H.C. Andersen Childhood Home와 안데르센 박물관H.C. Andersen Museum이다. 생가는 오덴세 중심부의 시청 부근에 있다. 지도에서는 한눈에 파악했지만 외관상 다른 집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거창한 안내표지판도 없어 언저리에서 한참을 헤맸다. 바로 앞에서 헤맸던 이방인이 과거에도 많았던 듯, 한 오덴세 아저씨는 어디를 찾느냐고 묻지도 않은 채 손가락으로 저기라고 가리키고는 제 갈 길을 갔다. 월요일은 쉬는지 생가는 잠겨 있었다. 창문으로 빼꼼 들여다보니 가구며 책들이며 소박했다. 안데르센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덴마크 출신인 연주가이자 교향곡 작곡자인 카를 닐센Carl Nielsen을 기리는 박물관에도 들렀지만 멈춰야 했다.


덕분에 오덴세 구석구석을 여유롭게 걸었다. 시내버스가 무료이기는 하지만 굳이 탈 이유는 없었다. 덴마크에서 세 번째 크기의 도시지만, 여행객에게는 걸어서 서너 시간이면 추천 상위 20개 관광스폿을 거의 만날 수 있는, 그런 아담한 도시다. 처음에는 성 크누트 교회Odense Cathedral나 시청 등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정겹고 소박한 동화 속 마을 같은 오덴세의 느낌은 주택가에서 오롯이 피어났다. 안데르센 박물관이며 카를 닐센 박물관, 오덴세 시립미술관 등을 찾아 나섰다가 허탕친 후의 허탈감을 채워 준 것도 평범한 주택들이었다. 오렌지색 기와지붕에 아이보리색, 노란색, 핑크빛 담이 이룬 색감의 조화는 정갈하고 고요했다. 이런 동화 마을 느낌은 오덴세 시가지 전체를 관통하며 흐른다.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안데르센을 동화작가로 키운 것은 어쩌면 오덴세의 이런 감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덴세 강 위 작은 섬에 조성된 안데르센 공원으로 향하니, 성 크누트 교회를 배경 삼아 서 있는 안데르센 동상이 해맑은 미소를 던졌다.

안데르센의 고향인 오덴세에는 그를 추억하는 흔적이 많다

아담하고 정감 어린 분위기를 풍기는 오덴세 주택가


뚜벅뚜벅 코펜하겐 완보


오덴세 도보탐험의 여세를 몰아 코펜하겐에서도 도보투어를 감행했다. 코펜하겐 시가 추천한 도보투어 코스는 훌륭한 길잡이였다. 지도에 두 발자국 표시로 따라야 할 길과 들러야 할 명소들을 꾹꾹 눌러놨으니, 심한 길치가 아니고서야 낙오될 리 없다. 도보투어의 시작점은 1843년 개장했다는 티볼리 공원Tivoli Gardens을 바라보고 있는 안데르센 동상 앞으로 정했다. 반환점 역시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 동상으로 정했다. 오전 9시 시작된 도보투어는 9시간 뒤 니하운Nyhavn 운하에서 멈췄다. 예전에 뱃사람들로 북적였을 니하운 운하는 이제 관광객들 차지였다.


코펜하겐은 도보 여행자에게 아낌없이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골목 하나를 건너면 첨탑 뾰족한 고풍스런 교회들이 나타나고, 또 길목을 바꾸면 웅장한 궁전과 옛 건물들이 즐비했다. 크리스티안보르 궁전Christianborg Palace은 기대 이상으로 웅장했다. 1167년에 지어진 궁전인데 현재는 덴마크 수상의 집무실과 국회, 대법원이 궁전 안에 있다. 행정, 입법, 사법 3권이 한공간에 모여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궁전 일부는 덴마크 왕실의 리셉션 룸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네 마리의 용이 하늘을 향해 꽈배기 튼 첨탑이 인상적인 건물은 옛 증권거래소Old Stock Exchange였다. 1640년에 지어진 건물 치고는 파격의 세련미가 느껴졌다. 왕립도서관은 현대 건축과 옛 건축이 만나 조화를 이뤘는데 그 앞 운하 위로 수상버스와 운하크루즈가 바삐 움직였다.


아트 & 디자인을 테마로 삼았으니 박물관과 미술관을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시청에서 가까운 칼스버스 미술관(글립토테크 미술관)이 맨 먼저였다. 맥주회사 칼스버그의 2대 사장 카를 야콥슨Carl Jacobsen이 1897년 세운 미술관이다. 중앙 정원을 중심으로 각 층별로 로마, 이집트, 덴마크 회화와 조각품, 프랑스 인상파 화가의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소장품은 1만여 점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스어로 ‘조각관’을 뜻하는 글립토테크Glyptotek라는 이름처럼 조각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로댕의 작품도 있다. 덴마크의 상징이 된 인어공주 동상도 1913년 카를 야콥슨이 조각가 에드바르트 에릭슨Edvard Ericksen에게 의뢰해 제작한 것이다. 폴 세잔의 자화상, 폴 고갱의 누드습작 등 유명 화가들의 유명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다. 칼스버그 미술관에서 한두 블록 거리에는 덴마크 최대 규모인 코펜하겐국립미술관The National Museum이 자리잡고 있어 서로 연계해 들르기에 좋았다. 1807년 왕명으로 설립된 뒤 덴마크와 유럽 각국에서 수집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인어공주 동상 반환점을 돌고 되돌아오는 길에는 디자인 박물관에도 들러 현대 디자인의 기발함을 맛봤다.


코펜하겐 투어에서 건너뛰지 않는 곳은 아말리엔보르 궁전Amalienborg Palace이다. 덴마크 왕실 가족의 거처다. 광장 중앙에는 프레데릭 5세의 기마상이 늠름하게 서 있다. 4개의 왕실 건물은 이 광장을 에워싸고 있다. 건물마다 위병들이 짝을 이뤄 경비를 서고 있으니 의심의 여지없는 왕궁이었다. 위병들은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교대식을 펼치는데 이 무렵 왕궁 광장은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 스웨덴에서 왔다는 여행객이 귀띔하길, 왕궁 건물에 덴마크 국기가 올라가 있으면 현재 그 건물 안에 여왕이 있다는 표시라고 한다. 올려다보니 빨간 바탕에 흰색 십자가 모양의 덴마크 국기가 걸려 있었다. 정말로 마그레테 여왕이 안에서 집무를 보고 있는 것일까, 호기심에 끌려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려니 앳된 눈빛의 위병이 구둣발 소리로 경고음을 냈다.  
 

아말리엔보로 궁전 옆에 프레데릭 교회Frederick’s Church가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복된 일인가 싶었다. 대리석 교회Marble Church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고급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내뿜는 위용이 대단하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가장 크다는 지름 31m의 돔 지붕은 멀리서 봐도 찬란했다. 프레데릭 교회를 원경으로 삼은 아밀리엔보로 궁전의 모습이야말로 코펜하겐 도보투어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렇다고 안데르센의 동화가 탄생시킨 인어공주 동상Statue of the Little Mermaid을 덴마크의 상징 자리에서 끌어내려는 의도는 없다. 코펜하겐 항구 해안가 작은 바위에 앉아 있는 높이 80cm에 불과한 인어동상, 명성에 비해 볼품없다는 세간의 전언은 사실이었다. 그렇다 해도 팔과 머리가 잘려나가는 등 갖은 수난을 겪었으면서도 지금까지 묵묵히 그 자리에 앉아 상징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니 얼마나 경이롭단 말인가. 2013년 8월 세계 관광객들의 축하 속에 100세 생일잔치까지 치렀으니, 상징의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게 뻔하다.

 

아말리엔보로 궁전과 중앙 광장의 프레데릭 5세 기마상

니하운 운하. 운하 크루즈가 바삐 드나들고 운하 양옆으로 즐비한 카페와 레스토랑은 늘 여행객들로 떠들썩하다

덴마크의 상징으로도 불리는 인어공주 동상. 올해 100세 생일잔치를 치렀다

칼스버스 미술관

아말리엔보로 궁전의 근위병

 

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그룹 www.eurailgroup.org

 

▶travie info     
무슨 기차 어떻게 이용했나?

베를린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ICEInter City Express 열차는 국제구간 고속열차여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승객이 많으면 좌석번호를 받지 못해 6시간 45분 내내 통로에 앉아서 갈 수도 있다. 이 구간은 바다를 건너기 때문에 바다를 항해하는 기차도 경험할 수 있다. 3~4량의 열차 전체가 승객을 실은 채 여객선 바닥에 깔린 선로를 통해 배 안으로 들어간다. 기차 승객은 45분 동안 기차와 함께 바다를 항해한다.


새로운 랜드마크 벨라스카이호텔 Bella Sky Hotel
두 타워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연결된 독특한 디자인의 호텔이다. 신주거지로 개발되고 있는 코펜하겐 남쪽 아마아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덴마크의 건축가 그룹 3XN의 공동 대표 중 한 사람인 토마스 에릭슨Tomas Eriksson이 디자인했다. 814개 객실과 30개의 컨퍼런스 룸을 갖춘 덴마크 최대 규모의 호텔이다. www.bellaskycomwell.dk


물가가 비쌀수록 코펜하겐 카드!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코펜하겐을 경제적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필수 카드다. 72시간 이용카드의 경우 479크로네(약 9만6,000원)인데 거의 모든 교통수단은 물론 각종 박물관과 궁전, 운하 관광선 탑승 등도 무료여서 충분한 가치를 한다.

 


유럽 기차여행 길잡이 유레일패스

이번 여행에서 사용한 유레일패스Eurail Pass는 유럽 각국의 철도회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철도패스다. 유럽 내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관광유람선 무료 탑승, 1일 투어 할인, 특정 호텔 할인 등 국가별로 다양한 추가 혜택도 제공한다.

 

●내게 맞는 유레일패스 고르기
유레일패스는 4종류가 있다. 6개국 이상 여행하고자 한다면 유럽 24개국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는 글로벌패스Global Pass가 최상이다. 연속기간(15일, 21일, 1개월, 2개월, 3개월) 또는 비연속기간(유효기간 2개월 안에 기차 탑승일이 10일 또는 15일) 동안 24개 국가를 이동할 수 있다. 한 나라만 집중적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원컨트리패스One Country Pass, 인접한 2개국 여행에는 리저널패스Regional Pass, 3~5개국 여행에는 셀렉트패스Select Pass가 제격이다.


●경제적인 가격 선택하기
가격 구조도 다각적이다. 12세~25세는 35% 저렴한 2등석 학생Youth 요금, 26세 이상은 1등석 성인Adult 요금이 있다. 세이버Saver 요금은 2명 이상의 여행객이 15% 할인혜택을 받고 한 장의 유레일패스로 여행할 때 선택한다. 패스 한 장에 여행객의 이름과 여권번호 등이 한꺼번에 기록되므로 언제나 함께 이동해야 한다. 11세 이하의 어린이는 50% 할인된 차일드Child 요금을 이용하며, 4세 미만은 무료다. 유레일패스는 유럽 현지에서 구입하면 국내보다 30% 정도 비싸다. 한국의 유레일패스 총판매대리점은 ACP레일, 유레일닷컴, 레일유럽이 있으며, 이들과 계약을 맺은 여행사나 온라인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사용 인증 & 이용날짜 기입
유레일패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 인증을 받아야 한다. 맨 처음 패스를 사용하는 기차역 매표소에서 여권과 함께 유레일패스를 제시하면 역무원이 인증 스탬프를 찍어 준다. 허가된 순간부터 현금처럼 취급되며 분실 후 재발급이 불가능하다. 일종의 티켓 역할을 하므로 열차 탑승 전에 탑승 날짜를 기록해야 한다.


●고속열차·국제구간·야간열차 예약
국제구간이나 고속열차, 열차에서 잠을 자는 야간열차의 경우 유레일패스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탈 수 있는 게 아니다. 좌석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 예약으로 좌석을 확보해야 한다. 성수기에 여행한다면 최대 2개월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예약이 필요한 열차는 유레일패스 지도 뒷면에 알파벳 RReservation로 표시돼 있다. 예약비는 구간 및 열차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자료제공┃유레일그룹 www.eurailgroup.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