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TRAVELLER] 웨이투스테이 서미희 한국 대표-유리조각에 그린 별, 꿈

2014-02-06     고서령
PRO TRAVELLER
여행을 무척 사랑해서 여행업에 뛰어든 사람들. 그들은 어떤 여행자였을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말간 볼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여인이 찾아왔다. 여행을 통해 도전을 배웠다는 그녀는 왜 스페인에 정착하게 되었을까.


호주로 ‘튄’ 외동딸


첫 여행부터 범상치 않았다. 이화여대 심리학과에 입학한 스무살, ‘남자’와 ‘패션’ 이야기만 가득한 대학생활이 그녀에겐 마냥 시시했다. 이내 배낭여행을 결심했다. 목적지는 호주. 그러나 외동딸이었던 그녀의 배낭여행을 쉽사리 허락해 줄 부모님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돈이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스스로 벌어 해결하던 터였다. “여행을 가려고 3개월 동안 골프장에서 캐디 일을 했어요. 500만원을 벌었는데 230만원은 학비를 대고, 100만원은 비행기 표를 사고, 170만원을 들고 호주로 떠났죠. 부모님껜 ‘딱 한 달만!’을 철석같이 약속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처음부터 ‘딱 한 달만’ 여행할 생각은 없었다. 2주에 한 번씩 부모님께 짧은 전화를 걸어 2주만 더, 한 달만 더, 여행기간을 늘렸다. 지금처럼 ‘카톡’도 없고, 국제전화 요금도 비쌌던 시대였다. 연락도 안 되고, 가서 잡아올 수도 없고, 부모님 애깨나 태웠겠다고 하니 “아마 그랬겠죠?”라며 배시시 웃는다. “부모님은 ‘돈 떨어지면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계속 돈을 벌었죠. 농장에서 말뚝도 박고, 식당에서 접시도 닦고,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예요.” 그녀의 첫 여행은 그렇게 8개월이나 이어졌다.

두려운 건 처음뿐이었다


호주에서 돌아온 뒤부턴 방학마다 뭐에 홀린 듯 여행을 다녔다. 그게 부족했는지 결국엔 휴학을 하고 1년 동안 유럽으로 떠났다. 이번에도 수중엔 200만원뿐이었지만 다행이 ‘밥줄’이 되어 줄 기술이 하나 있었다. “학교 앞을 걸어가는데 한 유리공예 공방 사장님이 같이 일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왔어요. 제 차림이 워낙 독특해서 눈에 띄었나 봐요. 그때 배운 유리공예가 유럽 여행 경비를 다 대준 셈이죠.”


유럽 한복판 길가에 앉아 작은 유리조각에 별자리를 그려 파는 일. 아무리 용감한 그녀라도 처음은 두려웠다. “런던 여행 중 아티스트들이 길에서 돈을 버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나도 될까?’ 생각했어요. 신기하게도 돈이 벌리더라고요.” 유리조각 하나당 2파운드(2유로)에 팔았는데 한 시간에 200파운드를 번 날도 있었다. 두 번째부턴 자신감이 붙었다.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마드리드…. 가는 곳마다 자리를 펴고 털썩 앉아 그림을 그렸다. “단속 경찰이 뜨면 다른 아티스트들이랑 같이 막 뛰어 다녔어요. 급히 도망가느라 유리조각 몇 개를 흘리고 가면 나중에 슬그머니 돌아가 다시 주워 오곤 했죠.(웃음)”


그녀는 지금도 도전이 머뭇거려질 때면 런던에서 유리조각 공예를 시작한 날을 떠올린다. “처음 벼룩시장에 자리를 펴고 앉았을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별 거 아니더라고요. 그때부터 도전이 쉬워졌어요. 걱정하는 과정은 최대한 단순화하고 일단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다는 걸 알았거든요.”


유리조각 공예를 하며 얻은 것은 또 있었다. 그녀의 좌판 옆에서 인형 옷을 입고 춤을 추던 이스라엘 여행자 ‘싸릿’은 그녀의 친구가 됐다. 둘은 스페인 일주를 함께했다. “싸릿이 여성 군인 출신이라 카리스마 있고 힘도 셌거든요. 두 달 동안 오직 히치하이킹만으로 스페인을 여행했는데, 그 친구 없었으면 못 했을 것 같아요.” 이런 여행길 인연이 바로 그녀가 여행하는 이유다.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우연히 만난 누군가와 짧은 시간에 그토록 깊게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여행뿐이라고,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6년차 대기업 사원, 다시 여행인으로


유럽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대학 성적표는 엉망이었다. 그대로 졸업하면 취업을 못할 것 같아 미국 회계사 시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과외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학원비를 내고 미국 비행기 표를 샀어요. 과외를 한 번에 6개까지 한 적도 있었죠. 힘들게 번 돈이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결과는 단번에 합격. 그 자격증을 들고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제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그랬어요. 너는 성격 때문에 두 달 만에 그만둘 거라고. 그게 기분 나빠서 더 열심히 다녔어요. 정신을 차려 보니 6년이 지났더라고요.”


그때 그녀의 나이 31살. 그대로라면 곧 결혼도 하고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 것 같았다. 결혼하기 전 자신에게 1년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장기 휴가를 내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처음엔 MBA 석사과정만 공부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스페인의 여유로운 일상에 매료돼 발이 묶였다. “회사에 죄송하지만 그만두겠다고 말씀 드리니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며 웃으시더라고요.”


그렇게 흘러온 삶이 정착한 곳은 그녀가 정말로 사랑하는 일, 여행업이다. 여행자들에게 유럽 현지인들의 아파트를 임대해 주는 웨이투스테이Way to Stay에서 한국 시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업業으로 삼으면 힘든 것이 일반적인데, 웬일인지 그녀는 마냥 즐겁기만 하단다. “바르셀로나의 여유로운 삶도,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겨 줄 수 있는 것도 정말 행복해요.” 그야말로 ‘뼛속 깊이 여행인’인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글  고서령 기자

 

현지인의 집에서 묵는 특별한 경험을
2004년 창립한 스페인 회사 ‘웨이투스테이Way to Stay’는 여행객에게 유럽 현지인의 아파트를 렌트해 주는 업체다. 웹페이지를 기반으로 유럽 16개 도시의 3,660여 개 아파트를 임대한다. 한국 시장엔 작년 7월 진출해 1년여 사이 3,500명의 이용객을 유치했다. 회사측에서 아파트 소유주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시설과 인테리어를 점검해 일정 수준을 만족시키는 아파트만 사이트에 등록한다. 문의사항이 있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 한국어로 전화, 이메일 상담이 가능하다. www.waytostay.com/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