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Traveller] G어드벤처 설립자 브루스 푼 팁Bruce Poon Tip-당신의 여행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2014-12-09     고서령
 
여기 “여행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여행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우리가 여행을 통해 소중한 기억과 값진 배움을 얻어 올 때, 여행지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 우리가 얻는 것만큼 좋은 것들을 그곳에 남겨 줄 수 있다면, 여행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질까. 브루스 푼 팁Bruce Poon Tip G어드벤처 설립자와의 만남은,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고민들을 남겨 주었다.
 
 
브루스 푼 팁이 신발끈 여행사 사옥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행복하게 여행하고, 사람을 도와라

어느 날 티베트의 가난한 도시에 60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찾아왔다. 그들은 황량했던 공터를 찾아 커다란 의료 캠프 단지를 세웠다. 그리곤 이렇게 발표했다. ‘앞을 못 보는 분들께 무료로 개안開眼수술을 해 드리겠습니다.’ 이 의료캠프는 매년 티베트에서 지역을 옮겨 가며 설치됐고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이번에는 인도다. 여성의 인권이 열악한 그곳에서 위태로운 삶을 이어 가고 있는 사회보호대상 여성들. 한 비영리재단이 무료로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며 그 여성들을 찾아왔다. 1년 동안의 운전 교육이 끝나자 그들에게 자동차가 한 대씩 주어졌다. 한 여행사의 고객들을 공항에서 호텔까지 태워 주는 일을 제안하면서.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건 어드벤처 여행 전문 여행사 ‘G어드벤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G어드벤처는 지난 2003년 비영리재단 ‘플랜테라Planeterra’를 설립했다. 플랜테라는 생활조건이 열악한 지역에 의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경보호, 대규모 자연재해 긴급구조 등도 지원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여행산업이 현지 커뮤니티에 지속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고 있다. 플랜테라를 통해 모금된 금액은 100% 프로젝트 진행에 사용되고 G어드벤처는 이들 프로젝트의 모든 비용을 댄다.

이처럼 세계관광산업에 새로운 방향타와 귀감이 되어 주고 있는 ‘경영적 어드벤처’의 배경에는 한 사람이 있다. 캐나다 이민 가정에서 자란 브루스는 그의 나이 22살이었던 1990년에 G어드벤처를 설립했다. 누구의 투자도 받지 않고 신용카드 2장으로 빚을 내 시작한 여행사는 지금 연매출 3억 달러(한화 약 3,140억원)의 기업으로 자라났다. 세계 22개국에 사무소가 있고 직원은 1,350명에 달한다.
 
브루스 푼 팁의 경영적 모험

그는 어떻게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브루스는 단체 버스여행이나 크루즈여행만이 주를 이루던 시절부터 홀로 배낭을 메고 여행지의 민낯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했다. 어릴 적부터 사업가를 꿈꿨던(그는 12살에 첫 창업을 했었다) 그가 여행을 사랑하게 된 뒤 여행사를 차린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제가 배낭여행에서 얻은 행복한 경험을 여행상품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상품들로 ‘여행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죠.”

첫 몇년 간은 많이 어려웠다고. 그럼에도 상업적인 상품을 만들기로 타협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의 성공은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고집스럽게 한길만을 걸어 온 결과다. 지금은 G어드벤처의 로고를 몸에 문신으로 새겨 넣은 직원과 단골 고객이 있을 정도로 사랑과 존경, 신뢰를 동시에 받고 있는 여행 기업이 되었다. 

“‘프리 티베트Free Tibet’라고 쓰여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잡지 커버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달라이 라마 스님이 캐나다에 방문했을 때 저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하셨죠. 스님께 제 경영 철학과 티베트 시각장애인들의 개안 수술, 제가 쓰고 있는 책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제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스님이 제 책의 서문을 친히 써 주셨어요.”
 
G어드벤처 깃발을 들고 남극점에 선 브루스 푼 팁
 
CEO와 함께하는 리얼 어드벤처

그런데 어드벤처 여행. 한국에선 참 낯선 단어다. 어드벤처 여행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10명 안팎의 소규모 그룹과 전문 투어가이드(G어드벤처에서는 투어가이드를 CEOChief Experience Officer라고 부른다)가 함께 여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떤 여행자들은 서양의 거대자본이 만든 태국, 발리의 리조트를 다녀온 뒤 태국을 여행했고 발리를 경험했다고 자랑하지만 그들은 태국, 발리의 진짜 모습을 전혀 보지 못한 것입니다.”

G어드벤처의 상품을 구매하면 아이슬란드 생선시장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해 먹거나, 버스를 타지 않고 며칠 동안 잉카트레일을 걸어 페루 마추픽추를 보러 간다. 다른 여행사에선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남극, 부탄 등 이색적인 지역 상품도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특이점은 상품에서 글로벌 기업이나 정부 소유의 호텔·리조트, 식당, 교통수단 등은 철저히 배제한다는 것. 현지인 소유의 가족경영 호텔이나 홈스테이에 묵고 작은 로컬 밥집에서 식사한다. 지역사회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내년 중순부터는 한국 여행상품도 시작한다. 이 역시 서울 중심의 빤한 일정이 아니다. 경주 옆 감포라는 작은 도시도 여행하고 부산, 제주도, DMZ도 간다. “G어드벤처 직원 5명이 직접 몇 주 동안 한국을 여행한 뒤 만든 일정입니다. 되도록 서울을 벗어나 지방 구석구석을 다니며 한국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어요.”

여행에서 느꼈던 자신의 행복을 다른 여행자와 나누고 싶었던 청년은 이제 여행산업에서 가장 존경받는 모험적 기업가Entrepreneur로 성장했다. 그러나 브루스 푼 팁의 모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직 세상에는 그와 우리가 바꿔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휴양지로 인기 있는 몇몇 섬나라를 가보면 화려한 리조트들이 아주 많지만 현지 사람들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여행을 통한 수익이 지역사회에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죠. 
보통 여행자들이 여행지에서 쓰는 돈의 5%만이 지역사회로 돌아가고 나머지 95%는 글로벌 회사들과 정부가 가져갑니다. 이래서는 지속가능한 여행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G어드벤처는 여행을 통한 수익의 50% 이상이 지역사회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LOOPTAIL
브루스는 작년 9월, 그의 모든 여행 경험과 G어드벤처를 경영하며 겪었던 일들 그리고 ‘여행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을 담은 책 <LOOPTAIL>을 발간했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가 최초로 서문을 써 준 책으로도 유명하다. 

G어드벤처
현재 G어드벤처는 7대륙 100개 이상 국가의 여행 상품을 세계 160여 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한 해 이 회사를 통해 여행하는 사람은 10만명에 달한다. 한국에선 신발끈여행사가 G어드벤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20명, 올해 10월까지 200명이 이용했다. 한국시장은 최근 3년 사이 매년 2배로 늘어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G어드벤처의 여행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살아 숨쉬는 여행’, ‘안전한 모험’이라고 평가한다.
 www.gadventures.kr 
 신발끈여행사 02-333-4151
 
글 고서령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