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AIR] 10년의 무게 보이후드BoyHood

2015-05-06     차민경
 
여기 12년 동안 만들어진 영화, <보이후드Boyhood>가 있다. 배우들은 1년에 한 번, 일주일씩 만나 하루 15분씩 촬영을 했다. 6살이었던 주인공 메이슨은 영화가 막을 내릴 땐 대학교에 입학한 18살 청년이 됐다. 필름에는 영화가 촬영된 12년의 시간만큼 키가 크고, 골격이 변하고, 머리카락이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메이슨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 덕에 화면에서 메이슨의 얼굴을 마주할 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그의 어릴 적 얼굴이 오버랩된다. 

<보이후드>의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은 전작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등을 통해 끊임없이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다만 전작들이 흘러가는 시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보이후드>는 사실적인 ‘시간’에 시각이 맞춰진다. 우리는 가끔 우리의 삶이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일로 채워질 거란 환상을 갖지만, 경험해 왔듯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간은 어쩔 도리 없이 계속 흘러가는 것이고, 서로 연관 없는 자잘한 일들이 계속 겹쳐 일어날 뿐이다. <보이후드> 속 메이슨의 12년 또한 그런 식으로 변화했다. 메이슨은 무탈하지 않은 가정사에도 불구하고 큰 성장통을 겪거나, 유별난 첫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다. 감독의 시선은 건조하다.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이런 시선은 오히려 현실과 가까이 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별다른 일 없어 보이는 시간 속에서 메이슨은 알듯 말듯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슨이 8살이었을 때, <트래비>도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10년 전 5월의 일이다. 주간지로 시작된 트래비의 얼굴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판형은 지금보다 컸고 두께는 얇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트래비도 지금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서로 다른 잡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수많은 꼭지가 생겼다가 사라졌고 다시 부활하기도 했다. 트래비를 거쳐 간 기자의 수만큼 많은, 서로 다른 색의 여행기가 지면을 꽉꽉 물들였다. 

월간 여행잡지로 어엿하게 자리를 잡는 동안 물론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을 테다. 변화를 위한 고민과 위험을 감수한 결단이 왜 없었을까. 입사 후 지금까지 2년 사이에도 표지를 무광에서 유광으로 바꾸고, 꼭지를 개편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여전히 매달 마감을 걱정하고, 한정된 페이지를 나눠 갖기 위한 ‘피Page 전쟁’도 매달 연필을 갈며 준비하고 있다.

만약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트래비의 10년을 일년에 한 번씩 기록했다면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마감에 쫓기고 피 싸움에 치열한 것은 10년 내내 똑같은데, 결과물인 잡지는 점점 발전해 가는 것이다. 

병아리 기자로서, 10년이란 햇수의 무게를 실감할 수가 없다. 다만 어제 해왔듯이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할 것이란 약속을 할 뿐이다. ‘순간이라는 건 지금을 말하는 것’이란 <보이후드>의 마지막 대사가 5월, 마음을 울리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드라마 | 165분 | 15세 관람가
2014년 10월23일 개봉
메이슨 주니어 역-엘라 콜트레인Ellar Coltrane
사만다 역-로렐라이 링클레이터Lorelei Linklater
아빠 역-에단 호크Ethan Hawke
엄마 역-패트리샤 아퀘트Patricia Arquette
 
글 차민경 기자  사진제공 UPI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