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했던 아쌈 ③롱가리 비후 축제 Rongali Bihu Festival

2015-06-18     트래비
공기 반, 소리 반, 아쌈의 아우라

롱가리 비후 축제에 가는 길, 가이드는 흰색과 빨간색 실로 문양을 낸 스카프 하나를 목에 둘러 준다. 아쌈 여인들이 베틀에서 짜는 전통 직물로 가모사Gamosa라 했다. 사원 제단 위를 덮는 성물이기도 하고, 목에 두르거나 어깨에 걸치는 일종의 제의이기도 하다. 농사꾼들이 허리춤에 묶는 띠로 사용하는가 하면 지금처럼 손님에게 환영의 의미를 담아 건네는 선물로 아쌈 사람들에게 매우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가 있는 복식 문화다.

아쌈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농경사회 질서에 따라 파종기의 롱가리 비후Rongali Bihu, 우리로 치면 보릿고개를 넘기는 시기의 콩가리 비후Kongali Bihu, 이어 추수철에 풍요를 나누는 봉가리 비후Bhogali Bihu까지 연중 세 차례의 축제를 연다. 인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아쌈주 역시나 다양한 부족이 저마다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데 부족은 달라도 이들 축제를 챙기고 즐기는 데에는 다름이 없다. 특히 롱가리 비후는 힌두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때에 행해지는 터라 아쌈의 설날이라 불리는 봄맞이 민속 축제이다. 가장 흥겹고도 희망찬 잔치. 축제장에는 가모사를 비롯하여 전통 공예품과 특산물을 판매하는 부스와 먹거리 부스들도 구색을 갖춘다.

다양한 부족들이 전통 의상과 장신구로 한껏 멋을 내고 한바탕 춤사위를 펼친다. 그와 함께 전통 타악기 연주와 노랫가락이 미끄러진다. 근래 유행어 하나가 머리를 스친다. 공기 반, 소리 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새해가 밝아 봄이 왔으니 이제 우리 모두 힘을 내 농사일에 박차를 가하십시다’라고 하는 듯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귀에 쏙 들어오더랬다. 정수리마저 얼얼할 것만 같은 고음을 내면서도 힘든 내색 없이 그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숨이 차지도 않나 보다. 더 기똥찬 건 그 고음의 목소리를 제법 길게 들었음에도 그리 질리지 않았다는 거다. 이런 게 공기 반, 소리 반의 위엄인 것인가.

공원과 박물관, 야외공연장 등을 두루 갖춘 스리만타 상카드브 칼락쉐트라Srimanta Sankardev Kalakshetra에 들렀을 때다. 공원을 한 바퀴 돌던 와중에 전시 담당자가 이렇게 물었었다. “아쌈 참 재밌지. 한국이랑은 뭐가 비슷한 것 같아?” 질문을 잘못한 것 아닌가 싶었다. 내 보기엔 하나도 닮은 게 없어 보이더구만. 내 시큰둥한 답에 “그렇지. 말도 다르고 피부색, 음식, 종교, 날씨도 다르고 다른 게 참 많지” 하고 웃던 그. 롱가리 비후에서 그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봄을 맞이하는 기쁨, 노래하고 춤추며 웃고 즐기는 표정, 올 한 해도 무탈하게 행복을 비는 마음. 닮은 게 참 많구나. 
 
비후 댄스를 선보이는 아쌈의 여인들
전통 직물 가모사로 멋을 낸 페스티벌 참가자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공연장 곳곳에서 흥을 내뿜었던 비후 댄서들
축제 말미 모두 한 데 모여 풍등을 날리는 모습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인도정부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