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nd Table] 기내식에 대한 7가지 시선

2015-10-08     트래비
 
 
기내식. 누군가에게는 특식이나 별식, 누군가에게는 마지못해 뜨는 한 술이다. 세상의 맛있는 음식의 개수가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일치하듯, 기내식에 대한 태도도 그럴 것이다.  기내식 좀 먹어 봤다는 7명이 모여서 나눈 7가지 시선.
정리 <트래비> 취재부 
 
여행자에게 기내식이란? 
양▶ 기내식 좋아하는 사람! 손!! 
천▶ 나 말고, 아는 사진가가 기내식을 정말 좋아한다. 얼른 먹고 또 하나 더 달라고 한다. 부족하지 않은 이상 또 달라고 하면 주더라. 
사람들이 보통 여행가고 싶을 때 ‘기내식 먹은 지 너무 오래 됐다’고 말하지 않나. 여행가고 싶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는 것. 
난 웬만하면 안 먹는다. 배고파 죽을 것 같을 때만 먹는다. 기내식이 맛이 없는 이유가 있더라. 사람은 원래 소음이 증가할수록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엔진 소리 때문인지 기내에서는 쌀의 질감도 완전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과일이나 빵 같은 것만 조금 먹는다.   
기본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다. 계속 먹으면 소화도 안 되고 더부룩하니까 전략을 세운다. 샐러드나 요거트, 과일은 다 먹지만 메인은 그냥 깨작깨작. 술은 장거리 시차 적응에 안 좋아서 물만 마시고 계속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하면서 양치질도 자주 한다. 좌석은 복도석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수준으로 집착한다. 안 그러면 몸이 힘들다.
난 최대한 천천히 먹는다. 기내식은 비행의 재미니까. 특히 10시간 이상 장거리 경우. 마치 코스 요리처럼 하나하나 최대한 천천히 먹는다. 빵과 버터도 메인 그릇 위에 올려서 따뜻하게 데운 다음에 반을 쪼개서 버터를 꼼꼼하게 발라서 먹는다. 그리고 다 먹고 나서 처음 나올 때 모습대로 다시 세팅해 놓는다.
헐~ 그건 완전 놀이의 개념 아닌가? 
그렇다. 기내식을 하나의 재미이자 즐길 거리로 본다. 그렇게 하면 시간도 잘 간다. 
all 헐~ ㅎㅎ

어서와~, 비즈니스석은 처음이지?
중동쪽 항공사 기내식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에티하드항공 비즈니스석 탔을 때 코스 요리로 나왔다. 썰고 가져가고 썰고 가져가고. ㅋㅋ
비즈니스클래스는 세팅도 완전 다르다.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처럼 링에 끼운 린넨 냅킨, 소금·후추통도 다 유리고. 
세부 갈 때 비즈니스석 탔었는데, 트레이가 고장 나서 음식을 손으로 잡고 먹어야 했었다. ㅠㅠ
다른 보상이 없었나? 예전에 미국 항공사 비즈니스석 탔을 때 속이 안 좋아서 기내식 안 먹겠다고 했더니 와인 한 병을 병째로 주더라. 왜 식사를 안 하시냐며….
미안하지만 만석이라 옮길 자리가 없다고 그냥 먹으라더라. 나도 담에 먹지 말아 봐야겠다. ㅋㅋ
어떤 항공사 비즈니스석에선 후식 먹을 때 아예 과일, 치즈, 비스킷,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긴 카트를 밀고 나오더라. 먹고 싶은 걸 고르면 그것만 접시에 담아 준다. 커피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내려 준다. 카푸치노도 선택할 수 있다. 
동남아 비즈니스석엔 그런 거 없었다. ㅠㅠ
‘라면 상무’* 사건 때 들으니 비즈니스석도 라면은 컵라면이다. 일반석은 컵에 주지만 비즈니스석은 전자레인지에 한 번 돌려 대접에 예쁘게 담아 주는 게 다르다. 일등석은 일반 라면을 끓여 준다는데 못 타 봐서 모르겠다.  
캐세이패시픽항공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에서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주더라.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기내식은 에어프랑스 프리미엄 이코노미석 기내식이었다. 비즈니스처럼 유리그릇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메뉴가 좀 달랐다. 기억나는 음식은 프랑스식으로 만든 마카로니 치즈. 쭉쭉 늘어나는 치즈가 아주 듬뿍 덮여 있었다. 그거랑 잘라먹는 프랑스 치즈에 와인을 주는데, 여기가 바로 프랑스구나, 그런 느낌이었다. 
비즈니스석이라고 원하는 메뉴를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문을 받다 재고가 부족하면, 내가 보기엔 인상이 가장 선하고 만만해 보이는 사람한테 먼저 가서 양해를 구하는 것 같다.  
그래서 본인이 많이 당했다는 이야기? 
딱 봐도 그렇지 않았겠나? 
all  ㅋㅋㅋㅋ

술술술~술을 위한 고공행진
기내에서 술 안 먹나?
왜 안 먹나! 처음엔 와인, 그 다음은 맥주. 
화장실 가기 귀찮아서 안 먹는다. 
유럽쪽 항공사 중에는 와인을 시키면 작은 병을 통째로 주는 곳도 있다. 기본 2병은 먹어 줘야 한다. 화이트 먼저 받고, 빵을 쪼개서 과일이나 샐러드 나온 것을 그 위에 깐다. 버터도 좀 발라 주고. 그리고 육류가 나오면 그 안에 넣어서 버거처럼 만들어서 먹는다. 보통은 생선을 많이 시키는 편이라 피시 버거가 되는 셈. 그리고 다시 승무원 지나갈 때 레드 와인을 받는다.
아는 사람 중에 베트남 가는 4시간 동안 화이트와인 4잔, 위스키 2번 등등 대단한 기록을 세운 사람이 있다. 도착했을 때 완전 맛이 가 있더라.  
기내에서 술 먹으면 빨리 취하는데. 
정도껏 마셔야지! 전에 중국 칭다오 갈 때 1시간 반 동안 일행끼리 발렌타인 양주 1병을 다 마신 적이 있다. 갈 때도 1병. 올 때도 1병. 너무 고생했다.
all 헉~

특별한 기내식은 특별한 여행을 만든다. 
요새는 예전만큼 기내식이 안 먹힌다. 칼로리 표시를 해주면 좋겠다. 
기내식은 일부러 고칼로리로 만든다고 하더라. 만에 하나 사고가 났을 때 최대한 오래 버티라고.  
all 헉~
근거 있는 건가? 간이 세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소믈리에들은 비행 중에 사람들 입맛이 변하는 것까지 감안해서 기내용 와인을 선택한다고.   
이코노미석에도 기내식 종류가 20가지 정도 된다. 특별식이 있으니까. 저염식도 있고. 
터키 항공 기내식에는 할랄 푸드가 있다.  
저염식 먹어 봤는데 맛이 없었다. 같은 메뉴에 소금을 적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메뉴가 다르다. 
지인 중에 달걀 알레르기가 있어서 달걀 요리를 빼달라고 했는데, 채식주의자로 구분되어서 내내 풀만 먹었다고. ㅋㅋ 고기 엄청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도 한번 베지채식주의자라고 체크해 봤는데, 장거리 비행에 경유 노선이라서 기내식을 5끼는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속 야채 커리 같은 것만 나와서 힘들었는데 한번은 실수로 일반식을 주더라. 다시 와서 미안하다면서 바꿔 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괜찮다고, 그냥 먹겠다고 우겨서 먹었다. 
베지밀이네! ㅋㅋㅋ

기내식에 대해 궁금한 것들  
솔직히 기내식이 맛있지는 않다. 그런데 구성에 비해서 단가가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리가 힘드니까. 옮겨서 비행기 실어야 하고.
기내식이 노선별로 다른가? 
당연하다. 아시아 노선에서는 아시아인 입맛에 맞춘 음식이 나온다. 유럽 노선 다르고. 
요즘은 한국 출발이면 대부분 항공사에서 튜브 고추장 주지 않나?
아니다. 못 봤다.  
가끔 억울한 게, 나는 있는 줄도 몰랐던 것을 누군가 먹고 있을 때다. 달라고 해야만 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멀찌감치 카트가 다가오면 잘 관찰해 둔다. 김치나 고추장을 주진 않는지. 맥주도 어떤 종류가 있는지, 미리 봐두고 일사천리로 주문한다. 
원래 오렌지 주스 안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다 그것만 마셔서 다른 주스는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한동안 오렌지 주스만 마셨다는. ㅠㅠ
비프, 치킨, 피시? 주로 뭐 먹는가?
그래! 그거 진짜 짜증난다. 원래 귀가 안 좋은데 고도가 높아지면 귀마개도 하니까 거의 못 듣는다. 
승무원들이 바쁘잖나. 이것저것 물어보기가 조심스럽다. 문제는, 그래서 옆 좌석을 봐도 분명 서로 다른 메뉴인데 닮아 있다는 것. 같은 메뉴로 보인다. ㅠㅠ  
 비프, 치킨 등 단어만으로 설명하면 너무 성의 없어 보인다. 도대체 어떤 요리인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나는 누들인지, 라이스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미리 메뉴판을 나눠 주는 비행기가 좋더라.  
전 세계 기내식 포장 색깔을 통일하면 좋겠다. 돼지고기면 은박지, 닭고기면 금박지, 누들은 여기에 빗줄무늬, 밥은 단색, 이런 식으로. 나처럼 안 들리거나 영어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항공기에 터치스크린 있으니까 그거 활용하면 좋겠다. 미리 사진으로 보여 주고 선택 버튼 누르도록. 어느 게 밥이랑 나오는지도 바로 알 수 있게. 
승무원이 안전교육 한 다음에 실물을 보여 주면 어떤가? 오늘의 메뉴라면서! 
all 올~ 그러면 안전교육 집중력이 완전 높아지겠다. ㅋㅋ

기내식에 숨겨진 계급 차이
천▶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의 구분이 사실 기내에서는 계급이다. 마치 영화 <설국열차>처럼 말이다. 맨 뒤에서 앞으로 갈수록 계급이 높아진다. 비행기도 계층마다 제공되는 음식도 다르고 서비스도 다르고. 좌석 넓이도 다르고. 
그것만 다른가. 나오고 들어올 때도 다르다.  
사실 한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던** 시절은 지났다. 한국에서도 매일 프렌치, 이탈리아, 중국, 일식을 먹을 수 있으니까. 대신 음식의 퀄리티와 서비스가 그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비행기에서 단적으로 드러나지 않나.  
그게 사회의 계급은 아니다. 그냥 돈이 많고 적고, 그런 거 아닌가. 돈이 많아도 이코노미를 탈 수 있지 않나. 
중국 사람들은 돈이 많아도 아직 비싼 항공좌석을 타지는 않는다더라. 
그거야 한국에 한두 시간이면 오니까. 
움베르토 에코가 쓴 기내식에 관한 글***이 기억난다. 왜 하필 집기도 힘들고 잘 굴러다니는 완두콩을 기내식 메뉴로 제공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부터, 쉽게 부숴져서 좌석으로 떨어지는 빵, 작기만 한 냅킨, 뭘 먹으려고 하는 순간 기막히게 시작되는 터뷸런스 등등, 기내식 먹는 상황을 유쾌하게 풍자한 글이다. 무려 1987년에 쓴 글. 그걸 읽고 나니 수천 피트 상공 위 덜덜거리는 비행기 안에서 맛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상황 자체가 우스꽝스럽기도 하더라. 생각해 보면 정말 불편한 장소에서 맛없는 음식을 배급받아서 일사불란하게 먹어 치워야 하는 셈인데. ㅋ

먹고 싶은 기내식 
최근에 피치항공 처음 탔는데 물도 공짜가 아니었다. 하지만 기내에서 파는 메뉴를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많이 사더라. 헬로키티 도시락 같은 것도 있고, 피치항공이니까 복숭아 캐릭터도 있고, 일반 음료가 아니라 기내에서만 파는 음료를 개발했더라. 인형도 팔고. 
all 우와~ 그런 거라면 나도 사고 싶다. 
일본은 열차에서 파는 에끼벤(열차 도시락)처럼 그런 걸 잘하더라. 좀 배워야 한다. 
핀에어와 마리메꼬처럼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경우도 있다.
꼭 LCC가 아니더라도 기내식을 선택사항으로 돌리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 대신 요금에 차등을 둔다. 한 유럽항공사에서 조사해 보니 기내식 먹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꽤 많았다더라.    
소주 파는 항공사가 어디지?
제주항공. 근데 괌 노선에서는 안 판다. 가족여행지라 아이들이 많아서. 대신 칵테일은 판다고. 
기내식으로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그냥 컵라면 말고 짜장라면이랑 비빔라면도 있으면 좋겠다.
오! 좋겠다! 그런데 짜왕 컵라면은 물을 따라 버려야 하니까 비즈니스에서만 가능하겠네!  
디저트로 케이크 말고 약과! 한국적이니까.
김밥. 그냥 차라리 김밥 한 줄 주면 좋겠다.
맛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면 좋겠다.
난 감자튀김이 있으면 좋겠다.
맥주랑 마시려고?
치맥? 닭강정!! 
오 좋다. 닭강정 플러스 맥주. 
이런, 기내에 아예 식당칸이 있어야겠다.  
 
Travie Dictionary 
* 라면상무 | 2013년 국내 모 기업의 상무가 기내에서 나온 라면이 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 
** “그대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구인지 말해 보겠다(Tell me what you eat, and I will tell you who you are).” -프랑스의 미식가 장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저, 이세욱 역, 열린책들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