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령 기자의 Honeymoon Dream] 이중생활을 꿈꾸는 커플에게 미코노스

2016-02-01     고서령
‘반반치킨’ 같은 여행지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프라이드치킨이냐 양념치킨이냐, 쌀국수냐 팟타이냐, 물냉면이냐 비빔냉면이냐….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선 순간들, 아! 생각만 해도 괴롭다. 고심 끝에 하나를 골라도 포기한 다른 하나에 대한 미련이 머릿속을 맴맴. 쌀국수를 먹으면서 옆 테이블의 팟타이에 자꾸 눈이 가고, 프라이드치킨을 먹으면서 양념치킨을 시킬 걸 그랬나 왠지 후회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반반치킨’이나 ‘짬짜면’ 같은 메뉴가 있다는 사실이다. 치킨의 바삭함과 감칠맛, 자장의 구수함과 짬뽕국물의 시원함,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의 심경을 위로해 주는 ‘힐링메뉴’랄까.

여행지에도 반반치킨이나 짬짜면 같은 곳이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쉴 수 있으면서도, 밤이 새도록 술과 음악에 취해 방방 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그런 여행지를 찾는 커플에게, 그리스 미코노스Mykonos섬을 추천한다.

에게해Aegean Sea의 빛나는 보석 같은 섬, 미코노스는 낮과 밤의 얼굴이 다르다. 낮의 미코노스는 하얀 천국 같다. 순백색 네모난 집들이 가득한 마을에 진분홍 부겐빌레아Bougainvillea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골목골목 애교만점 길고양이들이 일광욕을 즐긴다. 언덕 위에 자리한 오래된 풍차들과 수백 개의 교회가 마을의 분위기를 한없이 평화롭게 만든다. 바닷가의 카페에선 커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미로 같은 골목길 구석구석 빼곡한 상점들에는 수공예 액세서리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풍차 언덕 뒤편으로 붉은 해가 저물고 나면 미코노스가 변신을 시작한다. 낮 동안 카페였던 곳들은 술집이 되고, 해변의 클럽들이 쿵쿵거리는 빠른 비트의 음악과 화려한 조명에 시동을 건다. 조용했던 거리는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온 유러피언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와 신나는 음악으로 시끌벅적해진다. 그렇게 밤이 새도록 해변, 클럽, 바에서 뜨거운 나이트라이프가 이어진다. 그리고 아침 해가 뜨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미코노스의 이러한 매력을 사랑했다. 그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 <먼 북소리>에서 하루키는 이렇게 남겼다. “이곳을 여행한다면 여름이 좋다. 호텔이 만원이고 근처의 디스코텍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어도 여름의 미코노스는 굉장히 즐겁다. 그것은 일종의 축제인 것이다.” 하루키는 당시 미코노스에 방 두 개짜리 집을 구해 부인과 머물렀다고 한다. 매일 아침 마라톤으로 하루를 시작해 낮에는 글을 쓰고 밤마다 바를 드나드는 생활을 즐겼다고. 하루키는 미코노스에서 그의 대표소설 <상실의 시대Norwegian Wood>의 집필을 시작하기도 했다. 반반치킨 같은 미코노스의 매력이 그에게 꽤나 큰 소설의 영감을 준 건 아닐까?
 
 
미코노스의 하얀 골목길 풍경 

미코노스 100% 즐기기

미코노스를 즐기는 첫 번째 방법. 다운타운에 해당하는 호라Hora의 미로 같은 골목길에서 길을 잃는 것이다. 카메라 하나 메고 마을 구석구석을 걷다가 아무 집 대문 앞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근사한 화보가 된다. 미코노스의 새하얀 건물들은 산토리니의 그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단정한데, 그리스 정부가 비용을 대서 1년에 두세 번씩 페인트칠을 새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호라에는 수공예 액세서리와 그리스 여신 느낌을 듬뿍 담은 원피스, 스카프 등 패션 소품을 파는 상점들이 많아 쇼핑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액세서리 가게 중에는 2~3대를 이어 손재주를 전수하며 액세서리를 제작해 파는 곳들이 적지 않다. 운이 좋으면 골목길 어딘가에서 미코노스의 마스코트인 펠리칸을 만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아름다운 해변에서 해수욕과 일광욕을 즐기는 것. 미코노스에는 손에 다 꼽지 못할 정도로 많은 비치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파라다이스Paradise 비치’다. 특히 여름철에는 온종일 빠른 비트의 음악이 쿵쿵 울리고 주위의 바, 레스토랑, 클럽이 유럽 각지에서 찾아온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누드비치’라는 별명답게 지나친 노출(?)을 감행한 사람들도 많다.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다이빙, 스노클링 등 각종 해양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좀 더 조용하고 고상하게 해변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싸루Psarou 비치’를 추천한다. 선베드에 비치타월을 깔고 누워 라운지 음악을 들으면서 칵테일을 마시면 최고급 리조트에 와 있는 기분이다. 외지인들보다 그리스인들에게 더 인기 있는 싸루 비치는 셀러브리티들의 휴가지로도 유명하다.
해가 질 무렵엔 ‘리틀 베니스Little Venice’를 찾아가야 한다. 호라의 서쪽 해안을 따라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줄지어 있는 지역으로,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기에 이곳의 카페보다 좋은 곳이 없다. 미코노스의 클럽은 새벽 2~3시쯤 가장 활기를 띤다. 가장 ‘핫’한 클럽은 파라다이스 비치 옆 절벽 위에 자리한 ‘카보 파라디소Cavo Paradiso’다. 여름엔 매일 밤 유명 DJ들의 공연과 이벤트가 줄을 잇는 세계적인 클럽이다. 
미코노스에는 행복한 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한 카페의 야외 소파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
 
‘리틀 베니스’의 한 바에서 바라 본 바다와 풍차 언덕

글·사진 고서령 기자
 
미코노스 가는 길
그리스 아테네에서 국내선 비행기 또는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다. 비행기는 여름 성수기를 기준으로 아테네에서 미코노스까지 매일 약 7편이 운항된다. 소요시간은 약 40분이다. 비성수기엔 운황 횟수가 크게 줄어 하루 1~2회만 운항한다. 페리를 탈 경우 아테네에서 5~6시간이 소요된다. 성수기에만 운영하는 고속페리를 타면 약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상실의 시대>와 미코노스
미코노스에서 <상실의 시대>의 집필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는 <먼 북소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위대한 데스리프>를 완성한 후 스펫체스섬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설명한 간략한 글을 몇 편 쓴 다음 학수고대하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는 소설이 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내 몸은 말을 찾아서 바짝바짝 타고 있었다. 거기까지 내 몸을 ‘끌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편소설은 그 정도로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으면 쓸 수가 없다. 마라톤처럼 거기에 다다르기까지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 막상 버텨야 할 때 숨이 차서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