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AIGN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 아티스트들이 만드는 반딧불 같은 여행

2016-02-03     트래비
하나하나는 작지만 모이면 감동이 되는 반딧불 빛처럼. 
작은 여행의 경험을 모아 감동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15명의 아티스트 ‘COA’와 코타키나발루에서 함께한 
하나투어 문화예술 희망여행.
 
영혼이 사는 곳, 키나발루산

●DAY 0
 ‘안녕 COA, 난 네가 좀 낯설었어’
 
첫 만남은 북촌 핸더스에서였다. 추운 겨울바람에도 쉬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한참이나 마당을 서성였다. 자리를 잡고 앉아 따뜻한 차를 앞에 두고도 마음이 들썩였다. 곧 비어 있던 자리들이 하나둘씩 차기 시작했다. 15명의 아티스트들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마주앉은 공간은 어색했다.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고 ‘COACorporation·Organization·Artists 프로젝트’라는 글자가 모니터 앞에 나타났다. ‘민-관-예 콜라보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유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익숙해지는 것은 다르다. 그대로 첫 만남이 끝났다면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계속 긴장하고만 있었을지도. 그런데 하나투어 이상진 CSR팀장님의 한마디가 귀로 쏙 날아 들어왔다. “여행이니까 일단 즐기세요.”
코타키나발루로 출발하는 날, 여전히 마음이 들썩였다. 이번엔 긴장이 아닌, 기대감 때문이었다.  
 
 
2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던 북촌 핸더스  3 약간은 어색했던 첫 만남
 키나발루 앞에서 첫 단체사진을 찍었다
키나발루산 근처에서 열심히 사진 촬영 중인 정현석 작가
코타키나발루 국립공원, 가장 키 큰 나무 아래에서
아티스트들이 15분 만에 만들어 낸 종이천사
 
●DAY 1
  키나발루산에는 영혼이 산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첫 일정은 새벽 여섯시에 시작되었다. 키나발루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은 고요했다. 그날 새벽 두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한 터였다. 쏟아지는 잠을 이겨 보려 눈꺼풀을 깜빡였다. “이곳 사람들은 생이 다하면 영혼이 키나발루산 정상에서 되살아난다고 믿었답니다.” 가이드의 설명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경치로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졸음이 몰려왔다. 

버스가 멈췄다. 기지개를 펴며 내린 순간, 졸음이 살며시 물러갔다. 살포시, 아주 부드러운 손이 나를 흔들어 깨운 듯했다. 그런 풍경이 눈앞에 있었다. 키나발루산이 보이는 전망대에 모여 섰다. “꼭 사람 옆모습 같다.” 누군가의 말에 멀리 보이는 키나발루산을 다시 바라봤다. ‘영혼이 다시 태어나는 곳.’ 좀 전에 흘려 들었던 말을 읊조렸다. 이곳의 푸른 하늘빛이 따뜻하게 느껴졌던 건 그래서인가 싶었다. 

키나발루산을 등지고 함께 모여 사진을 찍었다. 아, 여행이 시작되었구나. 이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에는 떠오르지 않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15명의 아티스트들은 무엇을 볼까, 하고 말이다. 아티스트들은 저마다 흩어졌다. 나는 한 발짝 떨어져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한참을 걷다 멈춰 서 가만히 한 곳을 응시하는 뒷모습들. 그 모습이 코타키나발루의 풍경에 녹아들었다.

이지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코타키나발루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된 곳이다. 본격적인 트레킹이 부담스럽거나 시간 여유가 없는 여행자도 이지 트레킹을 통해 키나발루산의 품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숲에 들어서자 이야기를 나누던 목소리들이 잦아들었다. 누군가는 나무의 결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흙의 색과 이끼를 살피는 눈매가 진지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나무 앞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진지함과 농담이 어우러진 트레킹은 남아 있던 어색함을 씻어내 주었다. 아티스트들은 둘 셋씩 함께 걸으며 작업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 도착한 캐노피 다리. 다리를 흔들며 장난을 쳤다. 그날 밤 워크숍에서 10분 만에 종이로 뚝딱뚝딱 천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나와 함께 여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티스트들이라는 걸 잊어버렸을 거다. 천장에 매달린 종이 천사는 워크숍 내내 사람들 뒤에서 빙빙 돌았다. 성공적인 여행 첫날을 축하라도 하듯.
 
마리마리 빌리지에서 설명을 듣는 아티스트들
 
사바아트갤러리의 그림은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마리마리 빌리지에서 코타키나발루의 전통을 체험하는 모습
 
 
●DAY 2
 공감 그리고 나누기
 
여행 둘째 날은 코타키나발루의 문화, 예술에 대해 알아보는 일정이었다. 사바관광청을 들러 현재 코타키나발루의 문화, 예술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들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사바주에서 운영하는 아트 갤러리. 대중들이 쉽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우리가 찾아간 날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무너져 내리는 듯한 산, 서로의 손을 붙잡은 사람들. 그것은 2015년 코타키나발루의 지진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했다. 코타키나발루는 원래 지진, 태풍 등의 큰 자연재해가 잘 발생하지 않아 ‘축복받은 땅‘으로 불렸다. 기류가 부딪히는 중심에 위치해서다. 태풍의 눈 아래의 고요함인 셈이다.

하지만 2015년 6월. 이 축복받은 땅에 진도 6.0이 넘는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다. 키나발루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봉우리의 일부가 내려앉았다. 이 지진은 얼마간 세계 각국의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키나발루산에서 일부 여행자가 불경한 행동을 했고, 그래서 산이 화가 났다는 거였다. 지진이 났을 때 키나발루산 봉우리에서 피어오른 연기 속에 사람의 얼굴 형태가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다. 나도 그때 그 사진을 봤지만 리트윗하고는 곧 잊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서, 대규모의 인명 피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그것이 망각의 핑계였다.

지진을 표현한 그림들은 급박했지만 어둡지만은 않았다. 배경에 밝은 태양처럼 보이는 원을 그려 넣은 그림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지진으로 사람들이 받은 충격을 어루만지려는 작가들의 마음이 그림에서 느껴졌다.

전날 보았던 키나발루산을 떠올렸다. 영혼이 머문다는 봉우리. 코타키나발루의 사람들에게 키나발루산이 무너지는 것은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까. 그것은 세계 자연 문화유산이 훼손되었다든가, 몇 명이 다쳤다든가 하는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슬픔을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내가 문득 부끄러워졌다.

그날 밤 워크숍은 흥미롭고도 진지했다. 아티스트들은 코타키나발루의 마을과 거리 곳곳에서 만난 풍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무로 만든 식당의 의자, 도로의 표지판. 아티스트들의 개성적인 시선은 코타키나발루의 일상 풍경을 새로운 차원으로 해석해냈다. 같은 장소를 두고도 각각 다른 감상과 해석이 오고갔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경험과 감성을 나누려는 고민이었다.
 
해변가에서 만난 검은 강아지와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산과 소와 자동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코타키나발루의 풍경
해변에서 석양을 등지고 폴짝!
 

필리피노 야시장에서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하던 소녀
 
●DAY 3
 안녕, 그리고 여행은 계속된다
 
여행 마지막 밤, 반딧불을 봤다. 반딧불은 보통 사진기에 잘 찍히지 않는다. 주변은 너무나도 어둡고, 반딧불 하나하나의 빛은 작고 약해서다. 누군가 그 순간을 찍은 사진을 보면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저 까맣기만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어둠 속, 작은 반딧불들은 숲으로 내려온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반딧불 같은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는 작다. 하지만 그 빛이 모이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된다. 그러려면 여행의 경험을 나누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구나 싶었다. COA의 코타키나발루 여행은 그 고민의 시작이었다.

‘COA 프로젝트’의 여행은 계속된다. 이번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주제로 한 전시회도 예정되어 있다. 아티스트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까만 어둠이 아닌 선명한 코타키나발루의 풍경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임을 기대한다. 
 

독자기자 범유진
여행도 이야기도 아주 좋아한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좋다. 이번 여행을 통해 공감한다는 것, 여행을 나눈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양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로 감사한 여행이었다.
 
하나투어 문화예술 희망여행
하나투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젝트는 아티스트들이 여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얻은 성찰을 작품으로 표현·전시함으로써 색다른 시각으로 현지 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중과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희망여행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말레이시아관광청, 사바주관광청이 함께한 이번 프로젝트는 2015년 12월12~16일 사이에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문화예술 희망여행을 진행하고 2016년 1월27~31일에 스페이스 필룩스에서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 범유진 독자기자 사진 하나투어, 범유진 독자기자 취재협조 하나투어 www.hanatour.com
 
트래비-하나투어 공동캠페인 ‘여행으로 희망을 나눕니다’는 여행을 통해 발견한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