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째깍째깍 여행도 ‘타임 커머스’ 시대

2016-03-04     손고은
 
REPORT- TIME COMMERCE
한 번쯤 궁금했을, 알면 유익할, 생각보다 재미있는 여행뉴스. 
<여행신문>의 발로 뛰고 <트래비>의 눈으로 읽어 드립니다.

째깍째깍
여행도 ‘타임 커머스’ 시대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떠나기 전 숙소를 예약하지 않는다. 
당일에도 예약 가능한 특급 호텔이 넘쳐나므로. 
게다가 이들은 절대적으로 ‘특가’를 자랑한다. 
해외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아이슬란드로 떠난 꽃청춘들도 
손쉽게 당일 빈 방을 찾아내지 않았던가. 
그러니 당신, 지금 당장 떠나도 좋다.

글 손고은 기자 
 

●Market
왜 미리 예약하세요?

특급 호텔이 부담스럽던 시절이 있었다. 럭셔리로 무장한 인테리어며 무척이나(!) 친절한 호텔리어가 아니더라도 결국 가장 큰 부담은 ‘돈’이었다. 특별한 날쯤은 되어야 생각나던 특급 호텔이 이제는 좀 다르다. 2~3년 사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호텔 당일 예약 애플리케이션 덕분이다.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70~80% 할인된 가격으로 특급 호텔을 즐길 수 있고 나날이 선택의 폭도 늘어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호텔 당일 예약’이라는 이름을 건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서로 자기네가 ‘원조’라고 우기는 장충동 족발골목의 식당들처럼 당일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최초’로 출시한 모델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스타트업 시장이라 정확한 매출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호텔 당일 예약 시장에 초기부터 뛰어들었다는 곳들은 하나같이 2013년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3년 후 현재의 모습은 어떨까. 호텔 당일 예약 시장의 성장은 숫자가 증명한다. 몇몇 소수의 업체가 서비스를 시작했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정확한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업체 수는 확연히 늘었다. 몇몇 주요업체들의 성장률을 살펴보면 그나마 가늠할 수 있다. 인터파크투어가 만든 체크인나우2013년 9월 출시 매출은 2015년 판매 객실 수 기준으로 전년대비 82%, 호텔조인2013년 출시의 2015년 매출은 전년대비 78% 증가했다. 국내 모텔·호텔 추천 사이트였던 야놀자도 2014년 10월부터 당일 숙소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월평균 매출 약 52%씩, 최근 3개월 동안은 250%씩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데일리호텔2013년 6월 출시의 성장은 더욱 놀랍다. 2015년 12월 한 달 매출이 2014년 한 해 전체 매출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하니 그야말로 ‘무서운’ 성장세를 펼치고 있다. 
 

●Trends
인스턴트 부킹, 충동여행… 신조어 등장 

호텔 당일 예약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을 저렴한 값에 판매하는 타임 커머스Time Commerce의 개념에서 탄생했다. 호텔 입장에서는 오늘이 지나면 재판매할 수 없는 객실로도 수익을 낼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값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맞물리며 적절한 공급과 수요가 발생했다. 그야말로 ‘통通’했달까. 모바일을 기반으로 둔 서비스라는 점도 한몫했다. 전체 당일 예약 중 모바일을 통한 구매율은 호텔조인의 경우 약 53%를 차지, 체크인나우는 71%의 비중을 나타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췄기에 자연스럽게 재구매율도 증가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호텔 당일 예약 시장의 성장이 소비자의 인식과 여행 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호텔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큰 부담 없이 특급 호텔을 누릴 수 있다는 쪽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어느 호텔 애플리케이션 관계자는 진짜 여행을 계획했던 ‘여행자’와, 충동적으로 예약하는 ‘충동구매자’로 소비자를 구분한다. 그리고 특히 충동구매자들의 예약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소비자들이 땡처리, 긴급 모객, 소셜 커머스 등을 염두하고 해외여행 예약 시점을 미루는 것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일 예약 애플리케이션이 시장 가격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호텔도 적지 않다. 다수의 호텔들은 남은 객실 처리가 쉬워졌다고 평가하지만 일단 한 번 가격을 내리면 사람들에게 그 가격으로 인식되기 마련이기에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 제휴를 맺지 않는 호텔도 여전히 있다는 이야기다. 
 

●Strategy
세분화·고도화된 서비스를 기대하시라 

초기 ‘숙소’에 초점을 두었던 앱들은 서비스를 더욱 세분화하며 확장시켰다. 이제는 ‘당일’뿐만 아니라 두어 달 전에도 특가로 예약이 가능하다. 교통패스, 레스토랑·뷔페 식사권, 스파 이용권, 관광지 입장권, 영화 관람권 등 카테고리도 다양해졌다. 

당일 예약 서비스가 ‘일日’ 단위로 움직이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일분일초의 ‘시간’ 단위로 더욱 세분화됐다. 야놀자는 최근 일정 시간 동안 객실을 사용할 수 있는 ‘대실데이 유즈·Day Use’ 예약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 숙박과 대실 예약률은 비등비등한 상태지만 대실 예약률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야놀자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는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와 같이 다양한 목적에 맞게 활용하도록 시스템을 고도화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데일리호텔의 경우 지난해 10월 ‘고메gourmet’ 서비스를 론칭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뷔페 식사권을 시간대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판매하고 있다. 데일리호텔 신인식 대표는 “여행사처럼 ‘노쇼’가 골칫거리인 레스토랑들이 상황에 따라 변동된 가격을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제휴 업체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서비스 론칭 의도를 밝혔다.
 
모 여행사는 올해 4월 이와 같은 타임 커머스를 웨딩 산업에도 적용할 예정이란다. 1~2개월 안에 비어 있는 호텔 웨딩홀을 저렴한 값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항공권도 당일에 더 저렴하게 판매되는 날도 오지 않겠는가. 

당일 예약 앱들은 트렌드에 맞게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체크인나우는 지난해 부킹닷컴과 제휴를 맺고 해외 호텔을 22만 개까지 늘렸으며 데일리호텔은 지난해 12월 영어 버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면서 싱가포르에 지사를 오픈, 본격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Responsibility
‘떨이’가 아닌 ‘정품’처럼 

호텔 당일 예약 애플리케이션은 잘 활용하면 이득이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취소 및 환불 불가 정책이다. 공정위의 숙박업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당일 취소의 경우 성수기 주중은 총요금의 80%, 주말은 90%를 공제한 후 환급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비수기 주중과 주말은 각각 총요금의 20%, 30%를 공제 후 환급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업체들은 자체 규정을 내걸고 판매·운영 중이다. 

규모가 커진 만큼 책임감도 더해졌다. 몇몇 호텔 앱 운영자들은 특가 상품으로 호텔 측 환불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로 인한 불만 사례 증가로 최근 고객과 업체 양쪽을 모두 고려한 환불 정책을 만들기 위해 호텔과 조율하고 있다. 데일리호텔은 호텔 서비스에 대한 컴플레인이 접수되면 이를 기록한다. 그리고 내부 규정에 따라 일정 건수 이상 컴플레인이 등록된 업체와는 계약을 맺지 않는 등 호텔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