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여자: 나는 어디에 있나요? 김효정 감독- 사막을 걷다가, 나와 주변을 발견했다

2016-06-01     차민경
 
Movie Interview
<소녀와 여자: 나는 어디에 있나요?> 김효정 감독
 
힘을 준 것은 사막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사막, 그곳에서 김효정 감독은 스스로를 찾고 더 나아가 사막에 사는 사람들까지 어루만졌다. 감정으로, 자극적인 영상으로 호소하지도 않았는데 <소녀와 여자>는 큰 울림을 가졌다. 
 
할례를 다루게 된 계기는

10년 동안 사막 마라톤에 참가했다. 처음에는 ‘나’를 위한 것이었는데, 사막 마라톤을 계속하면서 내가 채워지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사막을 좋아하고 사막을 많이 다녔는데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할례를 피해 도망 나와 모델이 된 소말리아 출신 모델의 전기 영화인 <데저트 플라워Desert Flower>를 보게 됐다. 그때 할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사막 마라톤이라니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가 필름과 사막이다. 25살 즈음 사막에서 영화를 한 달 동안 촬영했던 적이 있는데, 정말 극한의 환경이었지만 너무 행복했다. 사막이란 풍경에 편안함을 느꼈던 거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TV를 보다가 사막 마라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고 이걸 계기로 사막 마라톤에 도전하게 됐다. 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 아타카마 사막, 그리고 다시 사하라 사막을 거쳐 최종 남극까지 5대 사막 마라톤을 10년에 걸쳐 완주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나를 넘어 주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막 덕분이었다. 물론 여행도 사막과 연계해서 많이 다녔고. 
 
현지 촬영은 어떻게 진행됐나  

두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현지 촬영을 했는데 머문 시간이 총 5개월이다. 처음 3개월 동안 케냐,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을 다니며 촬영했고 이듬해에 다시 아프리카 케냐를 찾아 2개월을 머물렀다. 할례 반대 운동을 하는 인사들은 아무래도 이야기가 많고 설명도 친절했지만 할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부족들과의 접촉은 쉽지 않았다. 할례 자체가 신성시 되기 때문에 외부인에게 잘 노출하지 않을 뿐더러, 외국인이 다짜고짜 찾아와 할례에 대해 물으니 겉핥기식 대화가 되곤 했다. 그래서 두 번째 현지 촬영이 진행된 것이다. 두 번째 촬영 때는 우선 부족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한 달 동안 촬영을 아예 접어 두고 아이들과 놀면서 벽을 허무는 데 집중했다. 
 
할례에 대한 양쪽의 입장이 잘 드러났다  

두 번째 촬영의 수확이었다. 촬영을 위해 NGO들과 접촉하다가 할례 반대 캠프를 우연찮게 찾게 된 것이다. 할례 기간인 우기가 되면 할례 반대 캠프가 시작되는데, 캠프가 시작된 지 딱 10일 만에 그곳을 방문하게 됐다. 할례를 피해 도망 나온 아이들이 캠프 안에서 보호받고 교육을 받고, 다시 돌아가는 과정을 담을 수 있었다. 사실 촬영하는 입장에서도 캠프 안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어서 경비를 많이 절감하기도 했다. 남은 경비로 캠프 마지막 날, 졸업생 132명의 독사진과 단체사진을 찍어서 인화해 선물했다.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수위를 조절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할례를 다룬 많은 작품들이 할례 의식 그대로를 영상에 담고 있다. 보는 입장에서도 괴롭고 잔인하지만, 반대로 적나라하게 몸을 보여 주는 상대에 대해서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 전에 ‘할례하는 장면을 찍지 말자’고 사전에 규칙을 세웠다. 
 
관객들이 어떤 것을 느끼길 바라나
 
사실 할례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화 촬영을 하던 2010년만 하더라도 그랬다. 최근 2~3년 전부터 대형 NGO 등이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캠페인을 하면서 주변 주제로 다뤄지고, 그러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대단한 목표보다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할례에 대해서 알게만 되도 좋을 것 같다.  
 
 
글 ·사진 차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