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제값 주고 하는 여행

2016-06-29     고서령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매년 이맘때 미국에서 열리는 IPWInternational PowWow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IPW는 미국 여행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미국 전역의 셀러Seller, 그 여행 상품을 세계 각국에서 팔고 있는 바이어Buyer들이 만나 교류하는 대규모 여행업계 행사다. 해마다 도시를 바꿔 가며 개최하는데 작년엔 올랜도였고, 올해는 뉴올리언즈다. 올해는 세계 70여 개국에서 총 6,000여 명이 이 행사 참가를 위해 뉴올리언즈로 모인다.

한국에서도 30여 명이 IPW에 참가한다. 그중 대다수가 여행사 임직원이다. 비행기를 몇 번씩 갈아타며 꼬박 24시간이 걸려 뉴올리언즈에 도착하면, 다음날 아침부터 매일 수십 건의 비즈니스미팅과 수많은 콘퍼런스 참석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부지런히 미국 여행시장의 최신 동향을 공부하고 새로운 업체와의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 그렇게 닷새를 보내고 다시 24시간이 걸려 한국으로 돌아오면 출장은 끝이 난다.
 
어떤 이들은 여행사 직원들의 해외출장이 부럽다고 말하지만, 내막을 알면 썩 부러워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들에게 출장은 노동이자 생계다. 아침부터 밤까지 호텔 시설을 둘러보고, 현지 파트너 업체와 비즈니스미팅을 갖고, 고객에게 보여 줄 사진을 수천 장씩 찍느라 바닷물에 발 한 번 담가 보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각 여행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여행상품들, 여행사 직원들이 전화 상담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추천 일정과 각종 정보는 그 노동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온라인에 여행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가 되면서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정보를 공짜로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듯하다.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원하는 여행지에 대한 일정과 추천 호텔 등에 대한 상담을 잔뜩 받은 다음, 그 상담을 바탕으로 최저가 검색엔진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 여행사를 통해 여행 견적을 받은 다음 거기에 나온 호텔과 항공권 등을 찾아보고 원가보다 비싸다고 따지는 경우.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여행사 직원들은 허탈해진다고 한다.
 
물론 여러 가지 상품을 비교해 보고 좋은 조건을 찾아 가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여행사에 돈을 지불할 생각이 없으면서 의도적으로 정보만 빼 가려는 의도로 이용하는 것은 정당한 소비가 아니다. 그건 열심히 일한 누군가의 노력을 부정하고,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다. 무조건 저렴하게 여행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불편하더라도 블로그나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정보를 손품 팔아가며 구하는 것이 맞다.

여행상품의 내용물보다 가격만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의 자세는 건강한 여행시장을 만드는 데도 방해가 된다. 소비자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점점 더 싼 가격에 출시되는 패키지 여행상품이 일례다. 때론 항공, 호텔, 식사까지 합친 여행상품이 개별 왕복항공권 한 장보다 쌀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여행상품을 막상 구매해 보면 어떤가. 멀리까지 비행기 타고 가서 쇼핑센터를 5~6곳씩 다니느라 정작 중요한 관광지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가이드의 눈치를 견디지 못해 결국 필요도 없는 물건을 구매한다. 여행사 입장에선 쇼핑을 줄이고 상품가를 올리면 아예 팔리지가 않으니, 그렇게라도 해서 적자를 보전하려는 것이다. 싼 가격만 찾다가 손해를 보는 쪽은 결국 소비자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제값 주고 하는 여행이 이래저래 꼼수로 싸게 간 여행보다 훨씬 더 즐겁다.  
글 고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