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여행자의 눈으로 세상 보기] 7말8초 맹신자의 휴가분산

2016-07-26     김선주
 
올해 여름휴가도 ‘7말8초’에 쓴다. 극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열 댓 번의 여름휴가 중 단 한 번도 이 공식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예전에는 그랬다. 여름휴가는 으레 7말8초에 쓰는 것이었다. 직장 내 ‘짬밥’ 순으로 7말8초 휴가자 이름이 채워지는 게 예사였다. 그런데도 막내 시절부터 그 인기 높은 7말8초에 여름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여행을 잘 아는 직장이어서 그랬을 터였다. 선배들은 8월 말이나 9월 초, 추석 연휴 전주나 다음 주를 선호했다. 성수기로 분류되지 않는 기간이었다. ‘탈 성수기’에 대한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태풍이 올 것 같고 흥도 덜할 것 같고…. 꺼림칙해 끝내 시도하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이제는 딸의 학원 방학에 얽매여 7말8초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1개월간 숙박관광 집중률이 50%를 상회하며 바가지요금, 교통체증, 숙박난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지금 얘기가 아니다. 십수년 전인 지난 2000년, 정부 주최로 열린 휴가분산 정책토론회 때 나온 지적이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다. 올해도 국립자연휴양림 여름 성수기 객실 추첨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렸고, 대관령자연휴양림의 한 객실은 무려 262대 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해 다들 혀를 찼다. 국립공원 야영장 예약사이트는 시스템이 마비되기까지 했다. 해외여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몇년간의 월별 해외 출국자 수를 점선 그래프로 그려 보면 8월이 가장 뾰족하다. 정부가 올해 국민들의 여름휴가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5.5% 포인트 높은 47.2%가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중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 그러니까 7말8초에 떠나겠다는 비율이 66.4%에 달했다. 휴가분산이라는 화두를 던진 2000년보다 오히려 집중도가 높아졌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7말8초 집중현상이 여전하다고 해서 우리의 휴가 문화를 개탄할 필요까지는 없다. 어디까지나 여름휴가에 국한된 상황일 뿐이다. 한 해를 통틀어 보면 7말8초 휴가를 당연시 했던 시절과는 확실히 양상이 다르다. 굳이 숫자나 데이터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가을에 여름휴가를 쓰겠다’거나 ‘6월에 미리 다녀왔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지 않은가! 7말8초의 뾰족한 꼭짓점을 낮추는 것보다는 움푹 파인 기간의 여행자 수를 늘리는 것도 균형 잡힌 휴가문화를 만드는 방법이다. 정부가 봄과 가을에 이어 올해부터는 겨울에도 ‘여행주간’ 행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대체휴일제’ 역시 여행시기 분산에 큰 역할을 했다. 따져 보면 휴가분산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여행을 자주 나가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다. 7말8초 여름휴가에 이어 9월 첫 주말 제주도 가족여행을 예약하면서 휴가분산에 일조한다는 뿌듯함을 느꼈던 이유다.
 
글 김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