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아의 여행과 인문] 주역 ‘The Classic of Change’

2016-08-16     트래비
 
요즘 아주 먼 곳으로 여행 중이다. 우리가 일생동안 하는 여행 중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선입견이나 오래된 인식처럼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역을 읽고있다. 정확히 말해 주역에 ‘대한’ 책이다. 우연히 주역에 대한 평을 읽었는데,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책이 존재할까 싶을 만큼 지혜의 끝판왕, 최종원리란다. 주역만 잘 이해하면 세상만사를 창조주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꿰뚫어볼 수 있다는 이야긴데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주역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이자, 가장 난해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기원전 3,000년 전에 완성됐고, 불교를 비롯해 거의 모든 동양 사상의 근간이 되었다. 동양의 유불선(儒彿仙)과 수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심리학 등 인문, 자연, 사회과학이 거둔 최신 이론을 주역과 융합시켜 집대성한 것이 주역과학인데, 그 원리를 이제야 과학이 증명해 내는 정도라 하니 주역의 깊고 넓고 넓음을 감히 이야기할 수 없을 듯하다. 주역을 영어로는 ‘The Classic of Change’로 번역하는데, 변화를 읽고 해석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니 과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주역의 원래 쓰임은 점을 치는 책이지만(그렇기 때문에 읽을 생각을 안했던 것 같다) 종교와 특정 세계관을 벗어나 주역이 다루는 범위와 해석의 수준은 ‘세상의 모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관계’들을 64개로 범주화 해 정리한 책이다. 이미 5,000년 전에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담은 책이 존재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주역의 위대한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주역은 모든 움직임, 관계에 대한 인식의 틀이다. 우리는 무한대에 가까운 시간의 축과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라는 공간의 축 안에서 점으로도 표시할 수 없는 짧은 생을 살고 있다. 지금은 인과론과 과학적 세계관이 정답인 것처럼 믿고 있지만 불과 500년도 채 안 된 인류의 두뇌를 거쳐 온 수많은 인식의 틀 중에 하나 일 뿐이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고, 증명할 수 없는 수 많은 현상들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존재자체를 부인한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5차원 속에 들어간 아버지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딸에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암시한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이다. 단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두 물체는 절대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국소성 EPR 이론(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 등이 지지)을 깨고, 벨은 실험을 통해 ‘양자얽힘’ 상태에서는 국소성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 양자 상태는 여러 가지 고유값을 가지는 서로 다른 고유 상태가 중첩되어 존재한다. 그리고 측정, 섭동 등의 행위는 양자 상태를 붕괴시켜 허용된 고유상태 중 특정한 하나로 확정된다. 고유 상태 중 어떤 상태로 확정될지 알 수 없고 확률적으로 추정할 수만 있다. 자연 현상이 확률에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주역에서도 모든 괘는 고정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 그 괘의 ‘자리’에 따라 해석을 달리한다. 좋은 것이 늘 좋은 것이 아니고, 강한 것이 늘 강한 것이 아닌 자리와 관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주역은 5,000년 전에 이미 이야기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주역은 이미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성 쌍둥이로 전혀 다른 곳에서 태어난 자매가 어느 날 우연히 스치듯 만나게 되는 사건이나, 분명히 어디서 본 듯한 사람, 전에 와 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장소가 있다. 살면서 이런 ‘비인과적 연관’ 또는 ‘의미 깊은 우연의 일치’를 꽤 많이 겪는다. 이를 칼 융은 ‘동시성(synchronocity)’의 원리라 불렀고, 이는 전통적인 뉴튼식 인과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이다. 점을 치는 행위는 확률과 우연에 운명을 맡기는 무책임하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생각해 왔지만, 사람에게는 강한 에너지가 있어서 그 의식의 파장에 기초하여 시공간의 차원이동을 하여 정보를 뽑아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시성의 관점에서 괘를 뽑을 때 동전을 던지거나 서초를 셈하여 얻는 괘는 주어진 상황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이다. 주역에 기초한 수많은 동양의 천문지리인사를 다룬 동양의 역술은 이렇듯이 서양의 물리학의 개념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전은 ‘오래된 미래’라고 한다. 무왕불복(无往不復). 가기만 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는 과거란 없으니까. 현재는 과거속에 있고, 미래는 이 현재가 변화함으로서 다가오는 것이다. 이 것이 주역의 위대한 점이다. 과거-현재-미래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반복되기 때문이다. 
 
박재아
사모아관광청 한국사무소 대표 
 
- Copyrights ⓒ (주)여행신문 www.traveltimes.co.kr & 트래비 www.travi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